박근혜 패러디 사건에 나라가 들썩들썩 한다. 홍보수석의 목이 달아나고, 대통령이 읍소를 해야 자기를 달랠 수 있다며 한나라는 게거품을 물고 있다.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국무총리와 여성부 장관까지 책임 추궁을 당하고 있다. 약간의 꼬투리를 가지고도 저렇게 사건을 만들 수 있는 그 재주는 가히 경이로울 뿐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박근혜를 싫어한다 해도 사건의 본질이 몽땅 흐려져서는 안 되는 거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박근혜가 성희롱을 당한 건 사실이고, 서울대 농활대 철수건에 대해 아무리 비난할 게 많아도 여학생이 성폭행당한 사실이 도매금처리되서는 안되는 거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인 경험담에 비추어볼 때 이번 사건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동안 별 탈 없이 넘어왔던 게 더 신기한 거일 수도 있다. 청와대에 참여게시판이 생긴 이래 여성정치인 중 세미누드사진과 합성이 안 되었던 사람이 드물거다. 이에 대해 항의를 하며 삭제요청을 하면,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의논중이라며 답변을 유보하거나 조치를 미적거리기 일수였다.
이들이 굼뜨게 구는 가장 큰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 성폭력의 경계를 어떻게 세울 것이냐는 것인데, 솔직히 이는 곤란한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정치적 비판의식이 결부되었다고 해도 집요하게 여성정치인의 누드합성을 올리는 네티즌들에게 무조건적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사이트 운영자들은 이제라도 입장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이는 단지 성폭력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전반으로 확장했을 때 이번 사건의 근저에는 여성정치인에 대한 경시가 깔려져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여성 일반에 대한 폄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차대한 결함이다. 여성정치인이 그날 두른 스카프가 명품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하고, 누가 더 옷을 잘 입는지, 누가 더 얼짱이고 몸짱인지를 입방정떨뿐 그녀의 정치의식이나 행보는 묻혀버리곤 한다. 여성장관이 늘고, 여성국회의원이 늘었다 해도 남성 위주의 정치문화에서 그들은 그저 장식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