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가보니 어머님께서는 아직도 김치며, 오이지를 담그던 중이시더군요. 그 와중에도 며느리 퇴근시간 다 되었다고, 김치찌게도 끓여놓으시고, 두부도 부치시고, 배추나물도 하시고. 정말 꿀맛같은 저녁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고혈압환자식도 이거 보단 짜겠다고 타박받을 정도로 싱겁게 먹는 제가, 김치찌게 국물까지 후루룩 마셨겠습니까.

게다가 오늘 아침, 혼곤히 잠에 취한 저에게 비지찌게와 어제 담근 오이지로 상을 차려주시더이다. 날 시어머니라고도 생각말고, 친정어머니라고도 생각말고, 시어머니자 친정어머니라고 여기라는 말씀에 밥을 먹으며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저보고 바보같다고 놀리시며 어머님도 눈물이 글썽하신 거 같은데, 얼른 등을 돌리셔서 제대로 못봤습니다. 아마 목이 메어 먹어서 그런지 체한 거 같다고 전화드리면, 또 미련맞다고 놀리시겠지요. 그러면 저도 자꾸 놀린다고 삐져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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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8-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앙 이거 감동적인 글이 잖아요... 이런식으로 자꾸 감동 주시면



울어버릴꼬예요 아앙..........

sooninara 2004-08-1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꺼이꺼이....흑흑..감동 먹어 버렸어요...

비로그인 2004-08-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울어버릴꺼예요.

마냐 2004-08-1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저리 짧은 글로 사람을 이리 흔드시다니...

털짱 2004-08-1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울 것 같아요. 더운데. 이띠~!

starrysky 2004-08-1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의 시어머님 얘기를 들으면 저도 결혼이란 걸 해보고 싶어진다니까요..
어머님을 꼬옥 한번 안아드리세요.. 조선인님도 포근하게 안겨보시고요.. ^^
 

어? 나한테 온 거라구? 봉투 이쁘네. 업무상 보낸 건 아닌 듯 한데.


 

 

 

 

 

 

 

 

호옷, 도톰하다 했더니, 안에도 포장이 있네?


앗, 스윗매직님, 이건 너무 이쁘잖아요? 마로 팔찌라고요? 내가 하면 안 되나? 손목 굵은 게 죄지. ㅠ.ㅠ

회사에 남아도는 책 드리고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심지어 비매품인데... 음... 이 원수를 어찌 갚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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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8-1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가요 비즈수업을 인터넷으로 도강을 해서요 팔찌의 모냥새가 세련되지 못함을 용서해 주세요.
아, 글고 반칙 아니예요. ^^ 저 한테 선물 보내 주신 분들은 다 하나씩 챙기셧다는 ^^;; 극구 사양하신 아영엄마님 빼고 ~ 아영엄마님 배아팠으면 좋겠어요. 사진으로 보기보다 훠얼씬 더 예쁜척 해주세요. ㅎㅎ

조선인 2004-08-1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근 사진보다 무진장 이쁩니다. 실은 회사 언니에게 자랑하러 갔다가 뺐길 뻔 했다는...

아영엄마 2004-08-3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거 못봤는데..차라리 못 볼껄..ㅜㅜ 저는 괜히 이벤트로 책 한 권드리면서 다시 받는다는 것이 죄송해서 극구 사양을 했더니만... 윽~ 갑자기 배가 아파온다..ㅜㅜ
 

지난 5월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시어머니께 의지하며 산다. 마로에게 할머니 정을 알게 해주겠다는 핑계를 대며, 내 무의식이 어머니 정을 목말라 한다.

어머님은 나보다 먼저 그런 속내를 알아차리셨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친정엄마 대신한다 라는 말씀을 꼭 하신다. 난 더욱 속편하게도 어머님께 자꾸 짐을 드린다. 회사가 멀어져 몸이 너무 고달프다고 마로에게 미안하다는 흐느낌도 어머님께 떠넘겼고, 여름휴가에 아무데도 못간다는 하소연도 어머님께 늘어놓았다. 어머님께 신랑 흉보는게 제일 속시원하기도 하다. 난 실컷 떠들어놓고 돌아서 잊어버리는데, 어머님은 며느리 한 마디 한 마디를 고이 쟁여놓으셨나보다.

모처럼 놀러오신다길래 우리 퇴근시간 맞추시기 힘들까봐 미리 열쇠를 맡겨놓겠다고 했다. 아뿔싸, 당신은 아예 일찌감치 오시어 김치를 담그시고 계시단다. 오이지도 담그시겠단다. 입짧은 신랑때문에 힘들다고 투덜댄게 마냥 미안하다. 난 왈칵 목이 메어 고맙다는 말씀도 못 하고 끊었다. 못난 며느리에게 친정어머니 몫까지 베푸시는 어머님을 시집살이시킬까봐 이래서야 도저히 같이 살자고 못하겠다. 우짜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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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8-1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리 편하게 여겨주시는 것이 아마...더욱 좋은 것일꺼예요.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가장 힘드니까요..

비로그인 2004-08-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나요~

호랑녀 2004-08-11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나두 눈물이 나네.
님이 마음이 착해서 그래요. 못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그렇게 오시는 것두 싫다우.
엄마 사랑까지 많이 받고, 엄마께 못해드린 것까지 많이 해드리시길 바래요.

마냐 2004-08-1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그대로만 하셔도 아름답습니다. 같이 살자는 둥...이런건 뒤로 미루실 고민이구요. 좋은 어머님 만나는 것도 며느리 복이라 하였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08-1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시어머니도 좋으신 어른 같지만 님도 참 예쁜 며느리세요...

다연엉가 2004-08-11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마로 엄마 정말 감격했어요.

털짱 2004-08-1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좋은 할머니가 있어서 더 예쁘게 크겠네요. 음... 국제적인 미녀로다 키워서 국위선양 및 세계평화에 이바지시켜야겠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다. 포구라니... 그런 낭만적인 공간의 기행만 모아놓다니... 꿈꾸듯 동경했다.

받아본 책은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은근한 책표지 디자인을 망치는 노란 느낌표 선정도서 표시만 뺀다면!  재생용지로 만들어 들고 다니기 좋게 책 무게도 가볍고,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흙물빛 종이도 좋다. 간간히 숨어있는 포구 모습과, 배가 있는 바다 풍광은 기대하지 못했던 최고의 선물이다.

그러나... 시인의 감성으로 써내린 글을 읽는게 힘들다. 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이리 메말랐는지. 넘쳐나는 감성을 갈무리하는 아름다운 수식을 그저 짐으로 여기는 나에게 실망하고야 만다.

애써 시인에게서 핑계거리를 찾아본다. 그는 바다와 어우러져 포구에 사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떠받드나, 기행의 도움말에 인색하다. 그 많은 포구들과 해소욕장의 이름들 중 화진을 제일 많이 좋아하면서도 '花津'인지 '花盡'인지 확인하지 않고 어느쪽이든 좋으리라 방치한다. 자기도 궁금하여 삼천포가 왜 사천시로 이름이 바뀌었냐 우연한 도반에게 물어보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받지 못한다.

또한 이 책이 나온 게 2002년이면,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장기현의 이름이 호미로 바뀐지 벌써 7년이 흐른 뒤인데, 언제부터인가 호미리로 더 많이 불리워진다는 뚱딴지 소리를 한다. 꼭 알아야 맛은 아니겠지만, 풍경에만 도취하는 듯하여 나로선 답답하다.

결국 갑갑하게 읽기를 포기하고, 시인 곽재구의 기행 산문이 아니라, 사진작가 곽재구의 포구 사진집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하니 좀 더 수월하게 읽혀지긴 한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인가? 음... 그건 아닌 듯 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1,2,3부를 나눈 건지는 모르겠으나, 1부에 비해 2,3부는 좀 더 기행문 같다.

하지만 기행문집으로 여기면 또 답답함이 도래하니, 역시 사진집으로 보는게 좋을 듯 하다. 한척의 배는 쪽빛 바다에도, 새까만 바다에도, 노을빛 바다에도 어우러져 있다. 갈매기들의 다리쉼이 되어주는 빈배도 있고, 멸치와 땀이 약동치는 고깃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글쓰기보다 더한 낭만과 사람내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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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8-20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기대만 못했는데...전 넘 감성적인 글은 좋아하질 않아서 ...
 
아기토끼의 시끄러운 하루 - 행복한 그림책 읽기 1
리자 맥크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봉현선 옮김 / 계림닷컴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월요일 서재지인으로부터 마로가 선물받은 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로는 이 책의 표지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왜냐? 내가 계속 들고 다니기 때문. -.-;;

아기토끼의 부드러운 솜털, 히야신스 사이를 누비는 꿀벌의 날개짓, 아름드리 따고 싶은 노오란 개나리와 민들레, 어둠속을 헤매는 여우의 짖꿎은 표정, 정말 사랑스러운 그림이지만 내 눈엔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찾는 건 MCCUE, MCCUE, MCCUE!

첫장에 써놓은, 맥크가 13개 숨어있으니 찾아보라는 화가의 말에, 책을 읽으며 슬쩍 찾았지만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어, 이상하네? 다시 그림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허걱, 역시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뭐, 뭐, 뭐야? 집념을 불태우다 보니, 드디어 나무등걸에 숨은 맥크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결국 하루밤을 불살라 8개의 맥크를 찾아냈지만...

대체 나머지 5개는 어디 있는 거죠? 이거 다 찾은 사람 있기는 한 건가요? 한글판이 그림이 흐려 잘 안 보이는 건가요? 혹시 13개라는 거 오타는 아닌가요? 이 화가, 이런 식으로 자기의 이름을 절대 잊어먹지 못하게 음모를 꾸민 건가요? 뒤죽박죽 혼자 온갖 의문을 제기해보며, 오늘도 나는 이 책을 들고 출퇴근한다. 마로! 미안하지만 넌 기다려! 13개를 다 찾기 전까지는 딸한테도 안 줄꺼야!!!

* 왜 아기토끼의 하루가 시끄러운지는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보면 알 수 있을겁니다. 정말 정말 사랑스러운 책이라니깐요. 맥크를 찾기 힘들다는 것만 빼면!!! (개인적인 앙심으로 별 하나를 빼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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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8-1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가 선물받은 거 맞습니까??

숨은아이 2004-08-1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저도 화가가 이런 식으로 자기 이름을 못 잊어먹게 한 것 같아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1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어지간히 그림책 참 좋아하십니다. ^^ 그런데 제겐 영문판으로 있어 좀 아쉬웠어요. 영문판을 구입한 것이 단지 더 저렴하다는 이유였는데, 한글판에는 맥크를 찾으라는 제시어가 있나 보죠?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그런데 그림 너무 예쁘죠? 정말... (감탄 감탄)

▶◀소굼 2004-08-1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나밖에 못찾았어요;;[이거 보자마자 어린이 열람실가서 낼름 가져와서 찾는 중]

▶◀소굼 2004-08-1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고 다시 보니 또 보여서 2개;; 그렇게 숨겨놓을 줄 상상도 못했어요.

조선인 2004-08-11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 따우님, 우리 셋이 힘합쳐 13개 모두 찾기에 도전해봅시다. 부르르르르~

▶◀소굼 2004-08-11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CCUE란 글자를 교묘하게 그림에 넣어뒀어요;

starrysky 2004-08-1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함에 몸이 달아 이 책을 사버릴지도 모른다는.. 우어우어..

숨은아이 2004-08-11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더 찾아볼 생각도 않고 이 책을 보내버린 내가 미워지면서! 다시 한 권 사서 찾아내고 싶은 충동이...... ((ι ̄∼ ̄)a

조선인 2004-08-1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나, 우찔까. 숨은아이님 도로 보내드릴까요?

숨은아이 2004-08-1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씀을! 조선인님이랑 마로랑 이 책 재미있게 보셔야 제가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