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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다. 포구라니... 그런 낭만적인 공간의 기행만 모아놓다니... 꿈꾸듯 동경했다.
받아본 책은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은근한 책표지 디자인을 망치는 노란 느낌표 선정도서 표시만 뺀다면! 재생용지로 만들어 들고 다니기 좋게 책 무게도 가볍고,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흙물빛 종이도 좋다. 간간히 숨어있는 포구 모습과, 배가 있는 바다 풍광은 기대하지 못했던 최고의 선물이다.
그러나... 시인의 감성으로 써내린 글을 읽는게 힘들다. 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이리 메말랐는지. 넘쳐나는 감성을 갈무리하는 아름다운 수식을 그저 짐으로 여기는 나에게 실망하고야 만다.
애써 시인에게서 핑계거리를 찾아본다. 그는 바다와 어우러져 포구에 사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떠받드나, 기행의 도움말에 인색하다. 그 많은 포구들과 해소욕장의 이름들 중 화진을 제일 많이 좋아하면서도 '花津'인지 '花盡'인지 확인하지 않고 어느쪽이든 좋으리라 방치한다. 자기도 궁금하여 삼천포가 왜 사천시로 이름이 바뀌었냐 우연한 도반에게 물어보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받지 못한다.
또한 이 책이 나온 게 2002년이면,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장기현의 이름이 호미로 바뀐지 벌써 7년이 흐른 뒤인데, 언제부터인가 호미리로 더 많이 불리워진다는 뚱딴지 소리를 한다. 꼭 알아야 맛은 아니겠지만, 풍경에만 도취하는 듯하여 나로선 답답하다.
결국 갑갑하게 읽기를 포기하고, 시인 곽재구의 기행 산문이 아니라, 사진작가 곽재구의 포구 사진집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하니 좀 더 수월하게 읽혀지긴 한다.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인가? 음... 그건 아닌 듯 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1,2,3부를 나눈 건지는 모르겠으나, 1부에 비해 2,3부는 좀 더 기행문 같다.
하지만 기행문집으로 여기면 또 답답함이 도래하니, 역시 사진집으로 보는게 좋을 듯 하다. 한척의 배는 쪽빛 바다에도, 새까만 바다에도, 노을빛 바다에도 어우러져 있다. 갈매기들의 다리쉼이 되어주는 빈배도 있고, 멸치와 땀이 약동치는 고깃배도 있다. 어느 쪽이든 글쓰기보다 더한 낭만과 사람내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