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대신하여 구인공고를 냈다. 직무의 특성상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대신 제시된 예문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이력서와 첨부해 보내달라고 공지했다. 혹시나 못볼까 굵고 빨간 글씨로 위 아래 2차례 강조까지.

그런데 어제 오늘 숱한 지원서가 날라왔음에도 불구하고 파워포인트를 첨부한 사람은 1명도 없다. 구인공고문을 전혀 읽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나같이 그저 온라인상에 저장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한 것이다. 좀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일단 지원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00000 구인공고를 낸 사람입니다. 지원을 하시기 전에 최소한 공고를 읽어보는 미덕은 발휘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소개서는 필요없고 예문에 따라 파워포인트를 작성하여 첨부하실 것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덜렁 온라인 지원만 하셨더군요. 구직을 희망하신다면 좀 더 성의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 중 1명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따르면 대학원을 중퇴하고 첫 직장을 구하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사람이다.

죄송합니다.. 전 괜찮은 회사인줄 알고 지원했거든요,,^^ 다시 보니 별 볼일 없는 회사네요..^^ 00000같은 회사는 지금 제가 재직중인 회사보다 덜 비전없는 회사네요, 자칫잘못하면 괜히 시간낭비 할뻔 했네요.

헛, 황당, 짜증, 난감...

(여기까지 쓴 뒤 잠깐 딴일 하다가 다시 읽어보고...)

나에게 답장을 보낸 사람이 이 회사에 관심이 없어졌다니 참 다행이다. 공식편지에 이모티콘을 쓰고, '덜 비전없는 회사'라는 말도 안되는 표현을 사용하고, 띄어쓰기도 지킬 줄 모르고, 거짓말을 하는-회사를 다니면서 구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이미 다니는 회사가 있다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어느 쪽이든 거짓말이다- 사람과 한 회사를 다니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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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녀 2004-08-2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 사회는 딱 세 단계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데... 저 사람 이제 큰일났군. 음... 밥 먹고 살기 힘들겠어...ㅉㅉ
그런 넘인 줄, 여자친구도 알까 몰라...
아니, 혹시 여잔가?

조선인 2004-08-24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부욱 찢은 노트 종이... 우와 그런 사람도 있군요.
호랑언니, 프흣, 여자입니다. ^^

starrysky 2004-08-2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인광고 내놓고 이력서, 자기소개서 받아보면 정말 걸작들 많지요. 날 잠시나마 즐겁게 해줘서 고맙다 그래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요. ^^
기분 상하지 마시고요, 부디 님 회사에 꼭 필요한 성실하고 좋은 인재 구하시기 바랍니다.

sooninara 2004-08-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싸가지를 봤나...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래요..
고생을 해야지 인간이 될런지..하긴 저도 어릴땐 참 철이 없었죠..지금 생각하면 챙피해요..
지금 아는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란 말처럼 정말 어릴때 조금만 더 알았더라면 좋았을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4-08-24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점심 시간에 대충 읽어도 파워포인트 부분이 눈에 확 들어오드만...;;;; 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군요. 아무래도 취직할 생각이 없는 사람 아닌가 싶네요... (원래 잡코리아 쪽에서 직장 구하는 사람들이 다 그런거 같더라구요. 제 동생도 자기소개서랑 이력서 대충 써놓고 그럭저럭 괜찮다 싶은 회사로 보이면 그냥 클릭해서 미리 작성해놓은 허접한 서류들 보내버리더라구요... 실은 제 동생이 글을 무지 못 쓰는고로, 그 허접한 서류도 제가 다 써줬다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느니, 허황된 이야기를 마구마구 지어내서 썼는데, 그런 허접한 서류로도 몇군데 합격되더군요... 후훗--;;)
아... 저야 말로 뭔가 빨리 시작해야 될텐데... 아무래도 이번 시험에서도 떨어질거 같네요.. 가산점 주는 자격증도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국가 유공자도 아닌지라...;;; 뭐, 몇년 하다보면 되겠지 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집에선 빨랑 붙어서 행정고시 준비해야 된다는 분위기고.. 부글부글...;;;

조선인 2004-08-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분들에게 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그 심정이 절박하게 회상되기에...
한 마디 꼭 해야겠습니다.
여대생님, 으랏차차 힘내시길!!!

털짱 2004-08-2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으라차차-!
 

다음은 경영지원팀을 대신하여 제가 잡코리아에 올린 채용공고입니다. 원하는 인재의 특성상 서재지인 중 관심있는 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여 옮겨봅니다. 단, 서류접수를 제가 받는 것이 아니오니, 서재에서 봤다는 말씀을 하시거나, 닉을 쓰시는 건 안됩니다.

자기소개서는 필요없으며, 이력서와 예문에 따른 파워포인트를 이메일로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잡학다식하고 기획력이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

담당업무 멀티미디어 학술교양강좌 기획 및 제작
고용형태 인턴 후 정규직 전환 검토    인턴근무기간 1~3개월
모집인원 1 명
채용직급 사원(연구원)
급여조건 면접 후 결정 (cf. 대졸초임 1800만원) 
자격요건
경력 학력 우대전공계열 나이 성별
경력무관 대졸 인문과학, 사회과학 나이제한 없음 무관
상세요강
다음 주어진 예문과 관련한 사진, 도표 등을 검색 또는 제작하여 파워포인트로 제출하시오.

==========================================================================

오늘날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파악하고 이를 헌법에 명문화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 보호를 헌법에서 어떻게 명시하고 있는지 일부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2장 가운데 제21조에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해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의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이러한 법 조항이 유명무실하기는 했지만 권위주의 정권이 막을 내리면서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6공화국에서 신설된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언론, 출판의 자유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언론, 출판의 자유가 개인이 누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임을 명확하게 규정한 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1조에 언론, 출판의 자유 즉,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데 이 자유는 전통적으로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 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언론의 자유가 개인의 기본권임을 명확하게 규정한 헌법재판소는 이어서 의사 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무관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거의 모든 헌법학자들은 헌법에서 말하는 언론은 신문이나 방송 등의 기업화된 매체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상, 양심 및 지식, 경험 등을 표현하는 모든 수단, 즉 담화, 연설, 토론, 연극, 방송, 음악, 영화, 가요 등과 문서, 도서, 사진, 조각, 서화, 소설, 시가, 기타 형상에 의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언론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그 표현 방식이나 경로에 상관없이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해석은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미국이 진정 자유의 나라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이유로 철저히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다른 어떤 기본권보다 중요하다는 ‘우월적 지위’를 법원으로부터 부여받았고 미국의 언론자유의 이념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UN 인권선언을 통해 서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가 수용하는 공통의 이념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언론의 자유는 권력으로부터의 탄압만을 제거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보호에서 벗어나 모든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하는, 그래서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하는 권리로 확대 해석되었습니다. 대통령을 권력의 자리에서 몰아낸 이른 바 ‘워터게이트’ 사건이 순전히 언론에 의한 것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미국의 언론 자유를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철저한 언론 자유와 미국의 언론이 누리는 막강한 힘의 원천은 바로 수정헌법 제1조(The First Amendment to the United States Constitution)입니다. 수정헌법이란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이 당초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권위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헌법에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헌법에 포함된 조항들을 의미합니다. 수정헌법 제1조는 1791년 헌법에 추가된 권리장전 10개 조항 가운데 제1조로 종교, 집회, 청원, 언론, 표현의 자유를 담고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자유로운 신앙을 금지하거나, 표현이나 언론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 불만 사항을 고쳐주도록 정부에 청원하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해서는 안된다.

프랑스에서도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부여한 권리입니다. 프랑스에서 언론 자유의  근원은 1789년의 인권선언 제11조와 1958년 헌법 개정에 의한 법률 조항의 서문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사상과 여론의 자유는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법이 규정하는 자유를 남용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말하고 쓰며 출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재를 경험한 독일에서도 헌법은 모든 검열, 다시 말해 말이나 문자 또는 그림 등으로 된 표현물에 대해 사전, 사후 검열을 금지하고 있으며 연방헌법재판소는 검열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출판을 자유 국가의 본질적 요소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독일 헌법 제5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누구나 말, 글, 그리고 그림으로 자유로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전파하며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부터 방해받지 아니하고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가진다. 출판의 자유와 방송 및 필름을 통한 보도의 자유는 보장된다. 검열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둘째, 이들 권리는 일반 법률의 규정,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률 규정 및 개인의 명예권에 의해 제한된다.”

이웃 일본은 ‘집회ㆍ결사ㆍ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비밀’을 규정한 헌법 제21조에서 “집회, 결사 및 언론, 출판, 기타 일체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검열을 하여서는 아니 되고 통신의 비밀은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였으며 특히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의 제반 인권 중에서도 우월한 지위를 점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강한 보호를 받는 이유는 이것이 각 개인의 자기실현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과정에 있어서 필수적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해 보호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론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절대적으로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9조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며 존중하고 민주사회에서 도덕과 공중 질서와 공공 복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법률에 의해 제한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규약도 언론의 자유가 늘 완벽히 보장받는 권리는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즉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국가의 안전 혹은 공공의 질서 또는 공중의 건강 혹은 도덕의 보호”를 위해서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언론의 자유가 유보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예외 항목을 설정하기도 했는데, 첫째, 타인의 권리나 명예, 둘째, 국가 안보, 셋째, 공중질서, 넷째, 공중의 건강, 다섯째, 공중의 도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유보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음란, 외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에 대해서는 국가의 제제가 가능하다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언론 자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는 비록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절대적인 기본권이라는 것은 실정 헌법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1조도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언론 자유와는 별개로 언론 매체에 대해서는 “통신, 방송의 시설 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론 자유에 대한 조건들은 언론의 자유와 책임 사이에 균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복리후생 연차, 월차, 경조휴가제, 각종 경조금,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근무지역 서울-양천구
인근전철 5호선-오목교역

접수기간 2004-08-23 ~ 2004-08-31  (마감일 8 일 전)
접수방법 e메일
회 사 명 ㈜아카넷티비
e-메일 okay@acanettv.com
홈페이지 http://www.acane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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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8-2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후훗.. 어렵다... (다 읽어보지도 않고 미리 내려버리는 이 무책임한 판단은..;;; 무엇보다도 전 잡학다식은 아닌 듯 한지라.. 제목부터 끄응...;;;)
전 계속 부모님 욕구를 충족시켜 드리기 위한 공무원 시험공부를...;;;;

조선인 2004-08-2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대생님이 박학다식이 아니라면 그 누가 과연?

비로그인 2004-08-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은근히 무식에 맹합니다.. --;;; 읽은 책 제목도 제대로 기억 못할 때가 다반사고...;;;
(실은 머리 나쁜걸 만회하기 위해 남들보다 2배로 열심히 책을 읽어대야 하는... 크흐...)
최소한 저보다는 똑똑한 누군가가 지원하시리라 믿어봅니다... ^^

털짱 2004-08-2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학다식이라.. 잡식은 가능한데.. 아깝다.-.,-;;;
 

흔히 여자는 애 낳고 나면 머리도 나빠지고 건망증이 심해진단다. 이는 출산퇴직의 정당화 논리로 사용되기도 하고, 여자들 스스로도 실수할 때마다 써먹는 변명거리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명제는 명백한 거짓이다. 진실은 결혼과 출산후 여자가 기억해야 하는 사실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남과 여는 양가 집안의 가계도와 생일, 기념일, 특유의 집안행사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그런데 대개 남자들은 악필이기에, 혹은 여자가 달력을 골랐기에, 새 달력에 각종 기념일과 행사를 적어두는 일은 여자 몫이 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남자는 자신의 부모 생일조차 마누라에게 물어보며, 여자가 "어머, 그러고보니 이번주에 어머님 생신이 있네, 어쩌지 돈이 없는데"라고 대답하면, 남자는 칠칠맞다고 핀잔한다. 그동안 여자가 결혼기념일, 옆지기와 아이의 생일, 조카 돌 혹은 초등학교 입학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추석, 설 등등을 다 알아서 챙긴 것은 안중에 없다.

연애할 때 남자가 카드사고를 낸 적이 있다. 신용불량자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몇 달간 돌려막기를 하네 어쩌네 고생을 했다. 더욱이 결혼 턱을 낸다며 흥청망청 술자리가 이어지길래 결국 모든 카드를 압수했다. 그 결과 자연스레 돈 관리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즉 온갖 공과금, 보험료, 세금, 관리비, 보육료, 아파트 이자, 신랑과 나의 통장정리, 때때로 날라오는 벌금통지서까지 모두 내 몫이 되었다는 뜻이고, 내가 온갖 납부일과 각종 통장의 비밀번호를 외워야 한다는 뜻이다. 옆지기는? 자기 용돈 계좌의 비밀번호만 달랑 외우면 끝이다. 그런데도 옆지기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까먹어 은행가야할 일이 생기면, 그거 '하나' 못 외워 번번이 사람 귀찮게 한다며 타박먹는다.

가사노동을 분업할 때 당번제로 돌아가며 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 일의 종류에 따라 나누게 되는데, 우리집의 경우 빨래와 다림질과 분리수거/쓰레기는 옆지기, 요리와 청소, 음식물쓰레기는 나, 이런 식이다. 그런데 생활속에는 딱히 어느 영역에 속하지 않는 자질구레한 일거리가 많다. 특히 '정리'에 해당하는 것들. 철따라 옷장을 정리하고, 손님치룬 후 싱크대를 정리하고, 일년에 한두번씩 광을 정리하는 꽤 큼직한 일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매일같이 아이의 장난감상자와 책장과 가방을 정리하고, 외출하고 돌아와 들고나갔던 짐들을 정리하고, 장봐온 물건을 정리하는 등 매일같이 소소하게 정리할 것이 많기도 하다. 소속이 불분명한 일거리는 보통 여자 몫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온갖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내가 뭘 어디에 뒀나 까먹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모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리모콘을 냉장고에 넣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는데, 내 추리상 여자는 분명 리모콘을 뺀 나머지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해뒀을 것이다. 아님 말고.

외출을 할 때, 남자는 제 밥 먹고, 제 몸 씻고, 제 옷 챙기고, 제 소지품 챙겨 세차하러 간다. 그 사이 여자는 식구의 식사를 챙기고, 아이와 함께 씻고, 음료수와 간식과 아이 여벌 옷과 장난감과 동화책과 수건과 물티슈 등의 짐을 싸고, 경우에 따라 상대에게 줄 선물/부조금과 그늘막과 돗자리 등까지 바리바리 싸고, 제 소지품 건사하고, 가스며 수도며 전기며 창문이며 문단속까지 한다. 그런데도 막상 차에 타고 나서 가스밸브를 잠갔는지 아닌지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는지 아닌지 헷갈려 하면, 여자 머리는 바로 닭000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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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4-08-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과 텔레파시가 통했네요...
여자들은 멀티 플레이어죠..우리남편도 외출할때 본인 챙기고..아이 챙기는거 조금 도와주면 끝이고..전부 제가 챙긴후에 나가야하는데..머릿속이 복잡해서 출발한후에 미진한것이...현관문 잠갔나? 가스불 껐나?부터 줄줄이 고민이 시작되어요..

sooninara 2004-08-2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남자들은 집에 와서도 텔레비젼 보다 자면 끝이지만 여자들은...끝이 없죠....
건망증도 우리가 잘 살기 위한 뇌의 적응이라니깐...적응해서 살아 보아요^^

가을산 2004-08-23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마지막 단락은 제가 늘 우리 남편에게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이제 아이들이 좀 커서 챙길게 적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핑계는 무엇으로 댈까 궁리중입니다. ^^

마냐 2004-08-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조선인님의 일련의 시리즈는 제가 아니라, 울 옆지기가 봐야 하는데...쩝.

조선인 2004-08-2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안그래도 님의 글을 보고 끄적이게 된 겁니다.
가을산님, 다음 핑계가 궁리되면 꼭 저에게도 알려주시길.
마냐님, 님을 생각하면 얼른 올림픽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

ceylontea 2004-08-23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여인네들은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어딘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전 정신없이 바쁜데.. 남편은 너무 한가하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 무엇인가 거들게 하려면 끊임없이 말해야 하잖아요.

조선인 2004-08-2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제가 화장을 안 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안도하는지.
실론티님, '무엇인가 거들게 하려면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바로 그거거든요.
흑흑흑 왜 이리 동병상련이 많은지.

waho 2004-08-25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무지 공감하며 추천 한표!
전두 꼭 현관문 잠궜는지 기억이 안나서 다시 가서 확인하고 와여하는데...요즘은 울 남편 이 답답한지 가스도 잠그고 문도 잠그고 그래요. ㅎㅎ
 
 전출처 : 놀자 > 결혼했을때의 혈액형별 특성 - O형

O 남편

재산관리 능력이 뛰어나며 자식에 대한 교육에도 열심이며 아내에 대한 사랑은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확실히 지켜주는 타입입니다.
자기가 집안의 중심이 되어 모든 책임을 다하며 대인관계에는 적극적이므로 사회적인 폭이 아주 넓으므로 아내로써는 가장 신뢰할 만한 남편이지요.

가족의 이야기도 잘 들어주며 식성이 좋고, 손재주가 있는 남편이 많아 집안에 손볼 곳이 있으면 깔끔하게 처리하며 가끔 요리도 하여 아내에게 많은 도움을 준답니다. 이런 것은 자신이 집안에서 가장이라는 인정을 받고 사랑이 통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는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그 반대의 경우가 되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포기를 하면 가정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술과 도박 등의 유흥에 빠져들거나 본격적으로 바람을 피우고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열등감 등에 사로잡혀 자라온 O형이 있다면 이는 사회에 반감을 갖게 되어 폐쇄적인 경향이 많아 가족들을 외부와의 접촉을 제한하는 비밀주의 남편이 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O 아내

애정이 많고 여성스러우며, 모성애도 가장 강하여 남편이나 아이들에게는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됩니다. 정서가 안정되고, 감정의 동요가 적은 편이며 생활력이 강하여 가계를 꾸려나가는 데에도 빈 틈이 없고 근검 절약에 노력하는 타입으로 남편도 모르는 사이에 주택자금 등의 큰 뭉치 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답니다.

남편의 뒷바라지에도 아주 협력적이며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으므로 생활이 아주 의욕적이며 활동적인 단순하면서 인간미가 있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아주 많습니다. 경제적 현실성으로 안정적인 생활력이 지나쳐 애교스러운 면이 부족하며 타인에게 허세를 부리기도 하지요.

또한 밖에서 일하는 여성이 많아 집안일에는 대충하는 것이 많아서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는 이가 별로 없고 요리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만 자신의 친정과의 관계는 좋은 반면에 시댁 쪽에는 의견이 충돌하여 대립하는 성향이 나타납니다.
남편의 사회적 지위나 생활력에 인생을 거는 이가 많아 남편이 한계에 이르렀다 느끼면 자식들에게 의지하고 집착하여 남편을 서운하게 만듭니다.

교육열이 지나쳐 치맛바람이 많은 것도 O형의 여성이 많으며, 물욕이 많아 남편 몰래 비자금을 챙기기도 하며 이웃과 충돌도 잘 하는 편이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저와 옆지기는 O형 남자와 O형 여자가 결혼한 경우입니다. 옆지기의 경우 "재산관리 능력이 뛰어나며" 빼면 정말 잘 맞네요. 저요? "근검 절약에 노력하는 타입으로 남편도 모르는 사이에 주택자금 등의 큰 뭉치 돈을 마련하는 경우"에 대한 얘기 빼면 무서우리만큼 잘 맞습니다. 특히 집안일 대충, 요리 잘 못하고 등등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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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08-2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부지 o형이신데요... 저희 아부지가 오형이 아니시던지 저게 안 맞던지 ..그렇군요 ㅠ.ㅠ;;

바람구두 2004-08-2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O형 남편인데요. "어릴 때부터 열등감 등에 사로잡혀 자라온 O형이 있다면 이는 사회에 반감을 갖게 되어 폐쇄적인 경향이"에 속한답니다. 흐흐. 외부와의 접촉을 제한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256666

마로와 같이 늘어지게 낮잠자고 나와보니 이 숫자네요.

자축해봅니다.

그렇다고 이벤트는 없습니다.

이벤트는 즐찾 100일 때 할 겁니다.

(사실 이미 문제 출제까지 끝났는데 1주일째 증감없는 불변이라 걱정하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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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8-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진 숫자네요.^^
전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까요?
어쩌다 글을 못남긴 날에도 들어와주신 분들을 보면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내 마음의 비타민, 알라딘 서재에서
조선인님과 같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해요.

starrysky 2004-08-2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캡쳐는 다른 사람이 올려드리는 게 진정한 맛일 터인데 제가 깜빡 조는 사이에 놓쳤습니다. 용서하세요오오~ ^^
즐찾 100명이라.. 아이참, 제 즐찾을 뺐다가 다시 넣어도 변화가 없을 테고.. 분신술에 능한 마태님을 함 찔러볼까요?

깍두기 2004-08-2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한번이 뭐예욧! 커다랗게 6666hit이라 쓰고 축포를 쏘고 폭죽을 터뜨려야짓! 축하하고요, 부럽고용~ 근데 즐찾수를 늘려드릴 수는 없겠네요, 죄송하게도. 나도 마태님처럼 이중인격자가 되어 볼까나~

부리 2004-08-2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도 저도 이미 님을 즐찾했는지라 별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 재주가 많으신 스타리님을 한번 찔러 볼까요?

반딧불,, 2004-08-2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도움이 안되는데요.멋진 숫자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