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세미나를 함께 하던 일행이 있었다.
딱히 우리 모두가 함께 속한 학교나 조직이 없던 터라 우린 주로 까페를 이용하곤 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까페에서 세미나를 한 뒤 헤어질 때, 우린 다음 발제자를 정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다음에 할 세미나 자료는 "강간에 대한 여성학적 고찰"과
"매춘을 통해서 본 성통제구조 일고찰: 문학작품 분석을 통하여"라는 논문 2권이었고,
분량이 많아 각각 반으로 나누어 총 4명이 발제를 하기로 했었던 터였다.
우리는 계산대 앞에서 돈을 걷던 중임을 잠시 망각하고 말실수를 했다.
"우리 누가 강간할지, 매춘할 지 안 정했어"
"난 매춘하고 싶어"
"앞? 뒤?"
"난 앞이든 뒤든 상관없어"
"그럼 내가 뒤로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