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도 (72조각) - 머리가 좋아지는 퍼즐놀이
파란나라 편집부 엮음 / 파란나라C&B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자세한 설명이 없어 일련의 시리즈와 비슷한 조각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파란나라 머리가 좋아지는 퍼즐놀이의 대부분이 20조각~30조각)
막상 받아보니 우리나라 지도만은 8x9=72조각이라 좀 당황했어요.
43개월에 샀는데 혼자서는 못 맞춰 계속 도와줬고,
44개월이 된 지금은 딸아이가 아예 맞출 엄두를 안 내고 아침 저녁으로 꺼내보기만 합니다.
그래도 우리 딸, 이 퍼즐을 무척 좋아합니다.

"엄마, 내가 사는 수원은 어디야?"
"와, 아빠 회사가 있는 서울이다!"
"하영언니는 사과를 좋아해?(사촌언니가 사는 삽교에 커다란 사과가 있어서 묻는 말)"

A4용지 크기에 전국 지도를 그려놓고,
주요도시명과 특산물, 유적까지 죄다 넣어놓고, 바다에도 온갖 수산물을 그려놓으니,
어른인 제가 보기엔 깨알같은 글씨와 아이콘들이 어수선해 보일 뿐이지만,
딸아이는 숨은 그림찾기라도 하듯 즐거워합니다.

게다가 동해에는 오징어가 살고, 서해에는 낙지가 산다는 것,
가자미는 서해에도 살고, 남해에도 산다는 것,
서울과 수원은 우리나라의 허리 부분에 있다는 것,
이 모두를 지도퍼즐로 딸아이가 익혔으니 본전은 뽑고도 남습니다.
출판사 사람들이 이 리뷰를 보지 않으면 좋겠는데,
가격 대비 대만족이 아니라, 품질 대비 가격파괴로 여겨집니다.
언젠가는 우리 딸이 혼자서 우리나라 지도를 맞출 수 있기만 바랄 뿐이에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水巖 2005-10-0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리뷰인데요. 그런데 시리즈물은 품절이 너무 많군요.

책읽는나무 2005-10-0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도관련 책들은 아이들에게 자주 보여줄수록 좋은 것 같아요.
72조각이면 아주 부담스럽겠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니 참 좋은 퍼즐일 듯?
그리고 가격도 엄청 저렴하군요...^^

조선인 2005-10-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시리즈물 중에서 이게 제일 좋아요. ㅎㅎ
책읽는 나무님, 조각수가 많아 시껍했지만, 참 좋은 퍼즐이에요. 가격도 짱이죠?

클리오 2005-10-0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저도 '하영 언니'지만, 마로는 저보고 이모나 아줌마라고 부르겠지요?? ^^

세실 2005-10-0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사고싶은 퍼즐이예요~~
서점에 찾아도 없더만 조선인님이 이렇게 도움을 주시네요~~~ 땡큐~

조선인 2005-10-05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그거야 님 하기 나름이죠. 가래떡 사주며 꼬셔보세요. 넘어갈 거에요.ㅋㅋ
세실님, 마음에 드시나요? 근데 퍼즐리뷰에 추천이 이리 달리니 황공합니다. ^^
 
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1993년 프랑스 범죄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란다. 하지만 숨겨진 음모나 알리바이도, 뜻밖의 범인도 없다.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전도 없고, 스릴도, 긴장도 없다고 안심하지 마라. 세상엔 극소수의 잘난 인간과, 그 그늘에 살아야 하는 대다수 인간으로 넘쳐난다. 하기에 이 소설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외교관 출신의 인기많은 남자이자 작가인, 화사한 프랑스인 니콜라.

작가의 꿈을 버리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음울하고 존재감없는 영국인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1인칭으로 서술된 소설이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에드워드와 더 근접하기 때문에, 나 자신의 이야기인양,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단숨에 읽어치웠다. 아, 에드워드가 작은 시집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에 난 또 얼마나 기뻐했는지.

여기서 잠깐. 그럼 니콜라는 정말 나의 재능을 가로챈 악마였을까. 혹시 에드워드야말로 잘난 인간에 대한 질투로 비틀린 영혼은 아닌가. 진짜 반전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가 아닐까.

* 덧붙임.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알랭 들롱이 니콜라 역을 맡아, '태양은 가득히'의 뒤를 잇는 정반대의 명작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5-10-0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정말 잼났었죠? 흐흐..맞아요. 책을 덮은 후 찜찜하면서 왠지 에드워드를 동정심으로 바라봤던 제 자신이 머쓱해지더라구요. 근데 궁금한 것이 있어요. 니콜라와 야스미나는 정말 사랑한 것일까요? 전 그렇다, 라고 생각했거덩요.

조선인 2005-10-0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복돌이님의 의견에 동조해요. 니콜라는 끊임없이 동양적 미모의 여인을 탐하잖아요.

클리오 2005-10-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와 야스미나는 사랑한게 아닐까요? 야스미나는 자신을 탈출시켜줄 사람을 원했던 것일까요... 하여간 에드워드나 니콜라, 둘다 참.... ^^

조선인 2005-10-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스미나의 속마음은... 정말 모르겠어요.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한국한문학자로서, 논문을 쓰는 데 당장 필요치 않은 자료들을 그냥 버리자니 못내 아까웠다 한다.
깡패며, 기생이며, 도박, 술집 따위의 "시시하고 자질구레한" 이야기가 아까웠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이야말로 내가 알고 싶었던 과거 인간들의 리얼리티가 아닐까? 이런 것들을 통해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사소한 코드들이 거대한 이야기에 가려진 또 다른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다.

저자의 의도는 나에게 적중하였다.
사형조차 서슴치 않은 영조의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술독에 빠지길 기꺼워한 조선의 주당이 친근했고, 감동과 어우동을 치죄할 줄만 알고 제 광탕함에는 너그러웠던 뭇남성에게 분개했다. 게토에 거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그 자체의 치외법권 지대를 만들어낸 반촌민들도, 오늘날의 조직폭력배나 건달과 하등 다름없는 검계와 왈자도 마냥 흥미진진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오렌지족 별감이며, 탕자 무숙 이야기의 감칠 맛은 또 어떻고.

그러나 나를 두드린 것은 따로 있으니, 저자가 쓴 것이 어디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었단 말인가. 내가 사는 바로 그 서울의 뒷골목 풍경이 아니었던가.

오늘날의 관료적 병원 시스템을 탓하며 조광일 같은 헌신적 의원을 찾는 탄식에 나 역시 한숨을 짓고, 부자집 담장을 넘는 밤 손님의 행위와 지위를 이용한 고위 공무원의 부정 축재가 뭣이 다르냐는 질문에 뭐라 답할 지 몰라 쩔쩔 매는 나를 본다.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도박이 성행한다는 저자의 일갈에 매주 로또를 사는 동료 직원이 떠오르기도 했다. 굳이 저자가 지적하지 않아도 과거에 동원된 부정의 일상화에서 부모의 경제수준이 자녀의 학벌을 결정한다는 통계를 떠올린다. 또한 이춘풍과 무숙이야말로 오늘의 인간의 전형은 아니던가.

아아, 그러나 나를 가장 충격에 빠지게 한 건 마지막 글귀였다.

이게 과연 사람이 사는 도시인가? 살 만한 도시인가? 옛 서울을 떠올리면서 부질없이 오늘의 서울이 한탄스럽게 여겨짐은 어인 일인가?

저자가 하고픈 말은 조선의 뒷골목 풍경과 서울의 뒷골목 풍경이 무어 다르겠냐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양이 똑같은 게 아니라, 더 못 살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30여년, 나의 주 거주지인 서울은 조선의 검계나 왈자조차 살기 힘든 곳은 아닌지, 사뭇 가슴이 아프다.

* 덧붙임

- 사실 조선은커녕 해방 직후만 따져도 난 서울에 산 적이 없다. 서초동도, 성내동도, 상계동도 성문 밖.

- 저자는 수표교에 중인이 모여 산 유래를 알 수 없다 하였는데, 혹시 하천의 유량을 재는 관청이나 중인이 그곳에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ng 2005-09-2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흥미로운 책입니다
재미는 어떤가요? 갑자기 솔깃 하는중입니다 ^^

조선인 2005-09-29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선 재밌었어요. 원래 미시사가 매력적이잖아요.

水巖 2005-09-2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보고싶었는데, 같은 작가 쓴 혜원의 그림 이야기를 쓴 책은 보았는데 이 책은 미처 못 읽었군요.

조선인 2005-09-3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혜원을 다룬 책보다 이 책이 더 재밌었어요. ^^

검둥개 2005-09-3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대문 안에 사는 게 저희 어머니의 꿈이셨어요. ^^;;;

조선인 2005-09-3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전 사대문 안에 살고 싶진 않아요. 매연이 너무 심해서... 쿨럭. ㅎㅎㅎ

마냐 2005-09-3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진짜 재밌겠당. 글구...사대문 안에서 근무했었는데..호홋.(원래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잖아요..-,.-)

조선인 2005-10-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마냐님. ㅋㅋㅋ

인터라겐 2005-10-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 놓은지 언젠데 아직도... 정말 1년을 기다렸다 대폭 할인 들어가면서 바로 샀는데 자꾸만 밀려요..

조선인 2006-01-1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지금이라도 잡으세요. 술술 넘어갑니다.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
량셔우쭝 지음, 김영수. 안동준 옮김 / 김영사 / 2004년 3월
절판


비호외전
설산비호
연성결
천룡팔부
사조영웅전
백마소서풍
녹정기
소오강호
서금은구록
신조협려
협객행
의천도룡기
벽혈검
원앙도

飛雪連天射白鹿 笑書神俠倚碧鴛
하늘 가득히 눈이 휘몰아쳐 하얀 사슴을 쏘아가고,
글을 조롱하는 신비한 협객이 푸른 원앙새에 기댄다.

김용이 실제 저 싯구에 따라 소설을 지은 건 아닙니다. 가령 김용의 최초 작품은 서검은구록이고, 최후 작품은 녹정기. 또 월녀검이 누락된 시구이기도 하지요. 그의 생가를 기념관으로 만들면서 김용을 기리기 위해 지어낸 시구라고 하는데, 놀라운 풍취라 생각됩니다.-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수도원 민음의 시 100
고진하 지음 / 민음사 / 2001년 4월
장바구니담기


구룡사 은행나무

고진하

올망졸망한 흥부네 새끼들처럼
무수한 잔가지들을 하늘 가득 거느리고 있었다

그 잔가지들을 다 품을 수 없어 나는
한아름도 넘는 밑동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렇게, 사랑은, 그렇게 하는 거라고
어린 은행잎에 듣는 빗방울이 속삭여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