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책방 ㅣ 길벗어린이 문학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어제서야 병원에 가서 6주가 조금 못 되었다는 걸 확인했지만,
마로 때처럼 임신한 다음주에 이미 임신을 짐작했다.
1주만에 자각증세를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학적 견해를 들은 적 있지만,
그거야 남자의사의 얘기이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산모들이 유형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 모든 감각기관이 예민해지고 특히 촉각과 후각이 극도로 발달하는데,
미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기분은 감각과 달리 몽롱하고, 축 늘어지는 몸, 쏟아지는 잠.
12월 첫주가 되었을 때는 임신을 더욱 확신하여 태명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달랑 우리 3식구 먹고 살 만큼의 형편인데, 백호를 낳으면 경제적 부담은 곱절이 될 것이다.
워낙 보수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어쩌면 나를 자를지도 모른다.
옆지기의 건강도 안 좋은데, 나 혼자 두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날도 많을텐데.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돈도 없고, 명예도 없고, 빽도 없는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다시 읽은 책이 '이야기로 배우는 동양사상:불교편'과 '작은책방'이었다.
앞의 책은 '자손에게 황금 만량을 남겨주는 것이 성현의 경서 한 권 가르쳐 주는 것만 못하다'고 말해주었고,
작은 책방은 '고마운 농부' 이야기를 새로 들려주었다.
어려서부터 읽고 읽고 또 읽었던 동화였는데, '고마운 농부'를 읽고 내가 새삼 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더욱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고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던 나인데!
마을 사람들은 남의 아이들을 도와주다가 정작 자신의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처든을 자랑스러워했어요. 하지만 어쩌면 처든은 꼬마 제인에게 온 마을을 남겨주었는지도 몰라요. 그 마을의 지붕과 난롯가는 모두 꼬마 제인의 것인었으니까요.
아, 나는 처든처럼 할 수 있을까.
아이의 '고맙습니다' 한 마디만으로 행복해할 수 있을까.
내 아이를 한없이 사랑하기에 남의 아이를 더더욱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아이가 고마우신 아빠,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잘할 자신은 없지만, 두 책이 주는 교훈에서 힘을 얻고, 교훈처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아이에게 책과 마을의 지붕과 난롯가를 남겨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