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마로! 채우리 저학년 문고 21
이은재 지음, 유덕윤 그림 / 채우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아영엄마님께서 마로 이름이 들어간 신간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당연히 덥석 사들였는데, 막상 읽어보니, 책 속 마로는 토끼였다.
게다가 툭하면 토끼똥이나 토끼털을 집어먹어 응급실에 가는 동생 빈을 위해
마로를 키우던 보리는 눈물을 흘리며 토끼를 다른 이에게 줘버린다.
불쌍한 마로, 안타까운 보리.
앞으로도 보리는 터울 많이 나는 동생을 위해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할 일이 많으리라.

이 책에 담긴 동화는 '신호등이 달아준 들꽃이름표, 지붕 위의 꾸마라 아저씨,
도토리 할머니와 멍개, 기동이의 새 신발, 안녕 마로' 등 총 5편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안녕 마로'처럼 쓸쓸한 이야기요, 
그 후 사연이 더 안타까울 수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평소 '신호등'의 가난을 놀리던 장난꾸러기들에게 '신호등'은 전학가기 전 들꽃 화분을 선물하지만,
살던 집을 철거당해 농사라도 짓고 살자며 시골로 가는 '신호등'과 할아버지는 과연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마음 착한 현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를 경시하던 병식이 형도
지붕에서 떨어진 꾸마라 아저씨를 위해 눈물을 흘리지만 꾸마라 아저씨는 앞으로? 그의 병든 아내는?
다행히 도토리 할머니는 멍개의 구출을 받았지만,
고향을 떠나기 싫어 혼자 사는 걸 감수했던 할머니를 아들은 결국 서울로 모셔가지 않을까?
소아마비인 기동이를 위해 학급 친구들은 대신 새신발을 길들여주지만,
기동이는 늘 그렇게 좋은 친구들과 한 반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의 쓴 맛을 아는 나로선 열린 결말의 뒤를 생각하며 한없이 울적해질 따름이다.
아직 어린 나의 딸은 제 이름과 똑같은 토끼가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깔깔대지만,
좀 더 크면 동화의 뒤가 어찌 될 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싶다.
아마도 세상에 물든 엄마와 달리 딸은 무조건 해피 엔딩을 만드리라.
그 사이 나는 평등이란 무엇인가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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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6-01-14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로! 이름이 항상 궁금했어요. 마로, 마로, 마로!

조선인 2006-01-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란 말이죠. 히히히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440669


바람돌이 2006-01-15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끼면 어때요. 마로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마로에게는 특별한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디 우리 예린이랑 해아가 떡하니 박혀있는 책은 어디 없나? ^^

조선인 2006-01-1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실은요, 마로 이름이 들어간 책이 한 권 더 있답니다.
조만간 리뷰 올릴게요. 요새 자느라 바빠 밀린 리뷰가 장난 아니네요.

산사춘 2006-01-2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는 조케따!!! 귀여버요들.

조선인 2006-01-25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부쩍 마로라는 이름이 흔해졌어요. 상당히 희귀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덕분에 책에도 실리니 고마운 걸까요? 히히
 
아이들의 잠, 일찍 재울수록 건강하고 똑똑하다
마크 웨이스블러스 지음, 김지현 옮김 / 아이북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1. 일찍 재워라. 권장 취침시간은 6시~8시.
2. 피곤해하기 전에 재워라. 인간의 뇌는 수면리듬과 각성리듬을 반복한다. 그런데 수면리듬에 접어들 때 잠을 잘 수 없다면 뇌는 신체의 보호를 위해 각성 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 이는 군인들이 2-3일씩 잠을 못 자며 행군할 때엔 도움이 되지만 우리 아기들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즉 수면리듬과 각성호르몬이라는 뇌의 이중명령에 의해 아이는 '광란의 상태'가 되버린다. 따라서, 아이를 평소에 잘 관찰하여 눈은 말똥말똥한 듯 하나 수면리듬에 접어들 시간을 파악하여 이때 눕히면 거짓말처럼 쉽게 잠이 든다.
3. 낮잠을 충분히 재워라. 권장 시간은 2시간 30분. 단, 오후 3시 이전에 재워야 저녁 취침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4. 잠자리에 드는 일련의 규칙을 세워라. 익숙한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에 일정한 행동을 매일 반복하면 아이들도 잠을 자야할 때임을 학습하게 된다. 수면습관이 완전히 잡힐 때까지 여행 등의 변화는 금물.


이상의 내용은 유아들의 잠 전문의이자 네 아들의 아버지라는 웨이스블러스 박사가 거의 매쪽에서 반복한 얘기. 솔직히 지루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와 두번째 이야기는 마로의 습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더랬죠. 마로의 경우 9시에 잠들면 8시에 일어나는데, 10시에 잠들면 7시에 일어납니다. 만약 10시마저 넘겨버리면 아예 11시가 넘어야 잠이 들어 6시에 일어납니다. 물론 마로 정도만 되도 부럽다는 사람도 있지만요. 세번째와 네번째의 조언도 유의미했습니다. 다만 3살이 넘어서니 아이가 꼬박꼬박 낮잠을 자는 게 가끔 불편할 때도 있더군요. 가령 나들이를 가고 싶어도 낮잠시간을 피해 움직인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40개월이 넘어가자 낮잠을 건너뛰는 경우가 종종 생기네요.

하지만 아래의 조언-아이에 대한 관심을 끊어라-는 것은 결코 쉽게 실행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수면장애'가 있는 아이라면 반드시 이렇게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고 하네요. 즉 우리 아이가 '수면장애'냐 아니냐를 먼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 아이에 대한 관심을 끊어라.
엄마 아빠가 잠 못 드는 아이의 옆에서 놀아주면 아이는 더 놀고 싶어 잠을 자지 않는다. 아이가 잠 못 들고 칭얼거릴 때마다 달래주는 것은 아이가 잠자는 법을 배울 기회를 뺐는 것이다. 일련의 잠자리 규칙을 실행한 다음에는 아이의 방문을 닫고 나와라. 아이가 울어도 절대 돌아가지 말아라. 1시간쯤 울게 놔둬도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일단 아이가 잠이 든 다음에는 절대 아이 방에 들어가지 말아라. 잠자는 동안 램수면상태와 반각성상태가 반복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반각성상태에서 아이가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운다고 해서 바로 쫓아간다면 아이가 저절로 렘수면상태에 빠져들게 될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것이며, 아이의 뇌는 반각성상태에서 렘수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성 리듬으로 전환되도록 학습될 수 있다.

웨이스블러스 박사는 애착이론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으며, 부모, 특히 엄마를 아이에게 얽어매는 그릇된 이론이라고 여기는 듯 합니다. 그는 아이를 짧으면 사흘, 길게는 2주쯤 울다 지쳐 잠들게 내버려둠으로써 수면습관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울 때마다 엄마 아빠가 사랑과 관심을 전폭적으로 쏟아붓는 것보다 푹 잘 자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아이의 밝은 성격에 보탬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음... 분명 그럴싸한 얘기이긴 한데, 과연 최악의 경우 하루 1시간씩, 2주나 울도록 내버려둘 수 있는 강단이 있을 지 고민입니다. 더욱이 애착이론의 신봉자라면 더욱 갈등될만한 조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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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일이겠어요

ceylontea 2006-01-1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우리 애는 12시,1시쯤 잠이 들어 다음날 오전 11시 전후에 일어납니다.. 그냥.. 포기.. 그렇게 살려구요.. 흑..

ChinPei 2006-01-10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예전에 읽은 책엔 "아이는 10살 될 때까지 많이 응석부리게 해 줘라"고 씌어져 있었어요. 그래야 커서 사람을 잘 돌봐주는 사람이 될 수있다고요. 그 책 쓴 사람도 아동심리학의 박사라고 했어요. .... 차암, 헷갈리는 문제죠.

바람돌이 2006-01-1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일어나서 부모를 찾는데 아이를 울다지쳐 잠들게 하다니요. 뭐 그게 진
짜 건강하고 똑똑하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애정결핍이나 그런걸 가지게 할 것 같은데요. 아무리 이론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전 자다가 깨서 엄마가 옆에 없다고 우는 애를 방치하는 건 절대 못합니다. 차라리 맹하게 키우는게 낫겠어요. ^^

조선인 2006-01-1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그죠? ㅎㅎ
실론티님, 지현이야 총 수면시간 자체는 충분하니까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실론티님, 힘드시겠어요. 쩝.
친페이님, 저도 애착이론의 신봉자에요. 히히
바람돌이님, 저 박사가 하는 얘기는 극단적인 수면장애인 경우만을 두고 하는 거라 생각하려구요. 어제 재미난 얘기를 들었는데, 미국에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애들이 태어나자마자 방을 따로 써서 그렇다는 거에요. 좀 극단적인 비약 같긴 하지만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히히

ceylontea 2006-01-1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착이론 신봉자..^^ 건강.. 이건 좀 그렇지만.. 똑똑...이라고 하면.. 좀 덜 똑똑해도 마음이 따뜻한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가 더 좋아요.. 잠이야.. 좀 크면 제어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엄마랑 놀자고, 책 읽어달라고 우는 애를 어찌 재워요..
그리고.. 너무 피곤해서 책 제대로 못읽고 잔 날은 오히려 새벽에 일어나 책 읽어달라고 울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책 읽히고, 놀다가 살짝 눈치 봐서 자게끔 유도합니다..
전 지현이가 혼자 자겠다 할 때까지 끼고 잘 거예요..(히히.. 애보다는 오히려 제가 더 그런 것에 위안을 받는다는.. ^^)

미설 2006-01-1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도 잠버릇때문에 걱정 참 많았는데요.. 요즘 세돌 넘기면서 낮잠을 안자도 되니까, 그전에는 졸려해서 안재울수가 없었거든요, 대부분이 해결이 되었어요. 일단 낮잠을 안자니까 그동안 심하면 열두시에도 자고 하던 늦게 자는 버릇과 재울때 한두시간씩 걸리던 것이 한방에 해결이 되었거든요. 요즘은 아홉시 조금 못되어 이 닦으라고 해서 아홉시부터 책 네권쯤 읽어주고 잠자리에 누우면 한 십분이면 잠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일곱시 좀 넘어 일어나니 아주 좋아졌죠. 게다가 그 전엔 항상 자다깨서 떼를 쓰고 울고하던 버릇도 낮잠 안자고부터는 싹 없어졌어요.
그런데 저도 애착이론 신봉자이긴한데.. 요즘 둘째때문에 알도가 자다가 일어나 우는 경우가 있어도 바로 달려가지 못할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혼자 다시 잠들기도 하고 그러더라구요.. 정도를 조절한다면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봐요.

조선인 2006-01-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저도 아직 마로를 떼고 잘 생각이 안 드네요. 히히
미설님, 둘째 키우기 힘드시죠. 저도 미리 걱정하고 있어요. ^^;;

ziones 2007-06-10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착이론신봉자는 아닌데요.. 우선 저는 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동안 잠자는걸로 고생을 좀해봐서.. 잠을 안잤을때 몸과 마음이 얼마나 황폐화 되는지 알기에.. 아기가 진짜 잠으로 고생하고있다고 극약처방이라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선은 아기가 잠을 길게 잘 자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얼마나 똑똑한 아이가 되느냐 뭐 이런걸 떠나서.. 잠 하루만 제대로 못자도 그다음날 굉장히 피곤한데.. 그게 연이어서 있다면 제정신을 가지고 살수가 없거든요.. 그런 아기를 가진 부모도 거의 죽을맛이겠지만.. 그아기역시 진짜 힘들것 같아요.. 저는 순전히 저의 경험에 대입해서 생각하니까 그렇네요. ^^; 허리가 아픈데 자세를 교정하지 않는다면 아마 점점더 나빠지듯이.. 잠자는 습관에 문제가 있다면 습관을 교정해야하지 않을까싶네요..

조선인 2007-06-1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애착이론의 신봉자는 아니지만, 워낙 극한처방을 강조하셔서 단서를 단 거에요. 물론 수면습관을 바로 잡는 거야 중요하죠. *^^*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
장차현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에 그녀를 알게 된 건 장애아의 어머니라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처음엔 그녀의 만화를 보며 엉엉 울었지만,
이제는 같은 애엄마로서, 같은 여자로서 그녀의 건강한 유머에 따라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장차현실의 최대 장점은 그녀의 솔직함이다.
독신모로서 느끼는 성적 고민,
세상에서 제일 이쁜 딸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도치맘으로서의 면모,
세상의 온갖 꼴불견에 대한 거침없는 찌름,
환경에 대한 사랑과 행동하는 실천,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경제적 고민,
주변에 널린 따스함에 대해 서슴없이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
그녀의 모든 솔직함이 마냥 부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으면 왜 그녀 곁에 항상 사람이 많은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그녀의 곁에 있고 싶어 안달을 하게 되니까.
장차현실, 그녀와 같은 존재가 있어 우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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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춘 2006-01-12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타면 저도 덩달아 고맙...요. 이번 여섯개의 시선 영화에 은혜가 출연했다는 것 같던데... 확실친 않지만요.

조선인 2006-01-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Anne 2 - 처녀시절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아봔리의 앤'으로 앤이 아봔리 초등학교의 선생님으로 지내는 2년 동안의 이야기다.
주로 학생들과의 일상과, 고아가 되어 머릴러에게 맡겨진 장난꾸러기 쌍둥이의 일화가 담겨 있다.
난 특히 앤의 학생 중 폴 어빙과 천하의 장난꾸러기 데이빗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편이다.

부록으로는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간단한 전기가 실려 있다.
예전에도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본 적이 있지만,
부록치고는 꽤나 실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줘서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귀여운 말괄량이 빨간머리 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그 시절에 쓴 이야기 가운데 <황금빛 캐럴>이 있다... 그러나 모드는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한 이 원고를 태워버리고는 '주일학교 여주인공 따위는 두 번 다시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그 책이 출판되었다면 그보다 더한 불운은 없었으리라... 나는 그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을 테니까."

지금 와서 보면 빨간 머리 앤 역시 무지하게 교훈적이지만, 주일학교 여주인공같은 앤은 상상하기도 싫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난 그린 게이블즈의 앤 못지 않게
앤의 꿈의 집이나, 노변장의 앤, 노변장의 리라(앤의 막내딸)이야기도 좋아하는데,
몽고메리는 그렇지도 않았나 보다.

모드는 번민하면서 '빨강머리 앤'의 두 번째 작품에 착수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을지는 몰라도 문학작품으로서의 질은 떨어진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탈고한 지 몇 달이 지난 1908년 9월에는 "만약 나의 남은 인생이 '빨강머리 앤'이라는 폭주하는 마차에 끌려갈 운명이라면 앤을 '창조한' 것을 통렬하게 후회할 것"이라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말대로 모드의 인생은 앤의 존재와 좋든 싫든 일생을 함께 하게 된다. 편지 속에서 그녀는 출판사가 앞으로도 앤의 속편을 쓰라고 요구할 것을 생각하면 "넌더리가 난다"고까지 쓰고 있다.

난 이 부분을 읽고 순간 '미저리'의 심정을 이해하고 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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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1 - 만남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신지식 선생님이 번역한 창조사 완역본을 가지고 있는지라
동서문화사 완역본을 다시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산 창조사 판이 너덜거리기 시작하는 터라,
창조사 판을 보호해야겠다는 목적으로 동서문화사 판을 사기로 결심했다.

동서문화사 판의 가장 큰 미덕은 역자의 부록이 실하다는 것.
1권의 경우 논문 3편을 바탕으로 몽고메리가 인용한 문구를 찾아 미주를 달고 있으며,
역자가 스스로 달아놓은 미주 또한 방대하다.
몽고메리가 앤의 입을 빌어 성경이나 시의 귀절을 자주 인용하는 거야 원래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방대한 인용문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또 하나의 장점이라면 문체가 좀 더 일상어에 가깝다는 것.
하지만 이건 꼭 장점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
19세기 말 고풍스런 그린 게이블즈의 앤은 좀 더 옛스런 문체로 읽어야하지 않을까.
물론 김유정 씨의 번역은 훨씬 꼼꼼하고 섬세하며, 누락된 부분도 없다.
가령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창조사-신지식>
내가 퀸 학원을 졸업하고 나올 때는, 내 앞에 길이 똑바로 뚫려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어요. 몇 마일 앞까지도 뚫어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지금은 굽어진 모퉁이에 온 거예요. 이 길이 굽어지고 나면,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나는 좋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그 길이 어떻게 계속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떠한 빛과 그림자가 있는지, 어떠한 경치가 전개되어 있는지, 어떻게 아름다운 언덕이나 산이, 골짜기가 있는지 모르지만...

<동서문화사-김유경>
퀸즈아카데미를 졸업할 때는 내 미래에 똑바로 뻗은 길이 하나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리하여 앞쪽에 멋진 이정표가 여러 개 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그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길모퉁이를 돌아서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멋진 세계가 있으리라고 믿어요. 게다가 머릴러, 길모퉁이라는 것에도 마음이 끌려요. 길모퉁이란 그 앞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 모르는 데 매력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초록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숲을 빠져나가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반짝이는 햇빛이 있을지도 모르고, 본 적도 없는 풍경이며 눈이 번쩍 뜨이는 아름다운 곳이 있을지도 모르고, 에움길이나 언덕 또는 골짜기가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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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5-12-3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지적해주신 분 고맙습니다. 그분이 봤으면 정말 기분나빴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