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해줘! 알맹이 그림책 3
미쉘 바케스 그림, 나딘 브렝콤므 글,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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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집에 오면 사탕 먹고, 텔레비젼 보고, 유치원에서 제일 친한 쥘한테 놀러 오라고 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어쩌죠. 엄마는 뭐든지 안 된다고 합니다.
안나는 이 때문에 엄마에게 단단히 삐져 뭐든지 아빠에게만 해달라며 엄마를 무시하죠.
다행히 잠이 들기 전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그랬다'며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하지요.
여기까지는 안나의 입장이고, 그림책의 진짜 내용.

하지만 내 눈엔 엄마의 입장이 확연히 들어옵니다.
전업주부인지 직장맘인지 모르지만 안나의 엄마에게 오늘 하루는 유독 피곤한 하루였어요.
그런데 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인사도 빼먹고 목도리와 가방을 이리 휙 저리 휙 집어던집니다.
대체 누구보고 치우라는 걸까요?
게다가 (이 썩을까봐 걱정되어) 사탕을 못 먹게 했더니 삐지고,
(눈 버릴까봐) 텔레비전 좀 제발 그만 보라고 해도 삐지고,
(저녁 먹을 시간인데) 친구를 불러 놀겠다고 하여 말렸더니 아예 삐져버립니다.
뭐든지 아빠에게 해달라며 이제 막 퇴근한 아빠를 들들 볶는 거로 모자라,
(피곤해 하는 엄마 대신) 설겆이하는 아빠마저 훼방합니다.
심지어 잠자리 이야기와 뽀뽀까지 아빠하고만 하고 엄마는 따돌리는 거에요.
안나의 엄마가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화가 났겠어요?
그래도 안나의 엄마는 꾸욱 참습니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안나를 위로하고 되려 사과하고 이야기도 해주고 뽀뽀도 해주고 꼬옥 안아줍니다.

매일같이 마로와 내가 치르는 일상의 전쟁을 그림책으로 옮긴 듯 하네요.
마로는 안나와 동화하고 전 안나의 엄마와 동화하며 열심히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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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9-2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이랑도 비슷하네요. 다만 저는 자주 못참습니다. 그러므로 사과는 자주합니다....^^
 
빨간 끈으로 머리를 묶은 사자 콩콩꼬마그림책 13
남주현 지음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3년 3월
구판절판


들에 핀 꽃을 꺾지 않아도 향기를 맡을 순 있지.
숲 속의 벌레를 잡지 않아도 귀여운 모습을 볼 순 있지.
반짝반짝 예쁜 별은 따 갈 수 없지만 해가 뜨기 전까진 오래오래 볼 순 있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그리고 언젠간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하지만 이 모든 걸 즐길 순 있지.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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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09-1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눈여겨 보고 있어요..
샀나 안샀나.. 갑자기 헷갈림... ㅠㅠ;

조선인 2006-09-19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샀다면 꼭 사세요. 소장가치 있어요. 흐흐

ceylontea 2006-09-19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샀더라구요... ^0^

그럼 도대체 어디다 둔걸까요? ㅠㅠ; OTL

조선인 2006-09-1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학교에 꼭 가야해?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3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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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시민 학교 2권에 살짝 실망했지만 1권이 좋았던 터라 3권도 마저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 역시 2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교에 꼭 가야해'와 '우리 아빠야'가 그것.

'학교에 꼭 가야해?'는 아이가 학교가기 싫어할 때, 공부하기 싫어할 때
부모가 살살 달랠 수 있는 말들을 적어 두었다.
2권 못지 않은 잔소리 백과사전이라 하겠다.

'우리 아빠야' 역시 자녀 보다 부모에게 유용한 내용이긴 하지만, 수준의 차원이 다르다.
최근 읽어본 그 어떤 육아서보다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격구를 일러주는데,
아빠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라 엄마 역시 새겨야 할 훈계이다.

아빠들은 아이들한테 어른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주지요.
아빠는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알려 줘요.
아이들은 아빠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 잡고 있어요.
아빠는 우리가 뭘 하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아빠의 꿈은 자식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거예요.

나는 아이에게 층계가 되어주고, 이정표가 되어주고, 둥지가 되어주고,
신호등이 되어주고, 받침대가 되어주는 부모일 수 있을까?
아이에게 나의 복제판이 될 것을 강요하지 않고 넌 나와 다른 존재라고 등을 두드려줄 수 있을까?
참으로 쉽지 않은 부모의 길이다.

기본적으로 나도 아이도 이 책에 대해 만족하지만 그래도 살짝 불만 한 가지.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빠라고 단정하는 건 이 세상 모든 가정이 유토피아라는 환상과 같다.
다행히 몇 장 뒤에 모든 아이가 아빠와 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슬쩍 양보해주긴 한다.
하지만 '네 엄마는 일단 이 이빠 거란 말씀!'이 영 눈에 거슬린다.
번역의 잘못인지, 원문의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난데없이 등장하는 소유격이 몹시 거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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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날아간 운동화
노영주 글 그림 / 사파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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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수수께끼 블루>의 블루즈 클루스 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기 때문일까?
그림이 3D 애니메이션 같기도 하고, 꼴라쥬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이야기는 조금 평이한 편.
운동화로 아기거위의 둥지를 만들겠다는 거위와, 자기 집으로 삼겠다는 게와,
창고로 쓰겠다는 두더지가 승훈이의 벗겨진 운동화를 서로 가지겠다고 싸운다.
승훈이는 창고에 있던 낡은 신발을 동물 친구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그 보답으로 거위는 예쁜 깃털을, 두더지는 싱싱한 당근을, 게는 알록달록 소라껍데기를 선물한다는 것.

그림은 귀엽지만, 글 맛이 떨어져 딸아이에게 총애받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글이 짤막짤막하고 이야기 구조가 쉬워서
막 이야기 그림책을 시작했거나, 한글 읽기를 완전히 떼고 혼자 읽기를 시작하는 아이가 접하기
딱 좋은 수준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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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공주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5
김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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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을 전공한 신동흔은 <살아있는 우리신화>를 통해 '우리 겨레가 섬겨온 가장 중요한 저승 신은 단연 바리'라고 주장한다. 하긴 그의 말대로 언뜻 먼저 떠오르는 저승신은 염라대왕과 저승사자지만, 그들은 명부전 불화 속의 평면적 존재일 뿐이다. 우리 조상이 죽은 넋을 위로하기 위해 신들린 몸짓과 흐느낌으로 부른 이는 다름아닌 '바리공주'.

바리공주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 받는다. 게다가 그냥 버려진 게 아니라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다. 더워 죽으라고 여름에는 솜저고리에 솜바지를 입히고, 얼어 죽으라고 겨울에는 베저고리에 베바지를 입힌다. 뱀에 물려 죽어라, 대나무에 찔려 죽어라, 바리공주를 죽이기 위해 부모가 들이는 공은 소름끼칠 정도이다. 온갖 수를 다 써도 바리공주를 죽일 수 없자 기어이 상자에 집어넣어 바닷물에 띄워보내는 야박한 부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리공주는 병든 부모를 살리기 위해 살아있는 인간으로서는 갈 수 없는 길을 자처한다. 무쇠신과 무쇠지팡이가 다 닳도록 삼천리 땅을 걷고, 열두 바다를 지나, 가시밭길을 건너, 귀신 우글거리는 지옥 너머, 간신히 수양산에 도착해도 고생은 끝날 줄 모른다. 밑빠진 독 물붓기 삼년에, 불씨없는 불 때기 삼년에, 무동자의 세 아들 낳기 삼년, 도합 9년의 고난을 더 거치니 그 한 많은 사연은 가히 눈물을 자아낸다.

여기서 잠깐. 왜 우리의 선조들은 바리공주에게 이토록 수많은 시련을 주었던 걸까. 어떤 경우에도 부모를 위해 효를 다하라는 유교의 효사상은 아닐 것이다. 내 사랑하는 이가 나를 떠나 가버린 저 세상이 어둡고 춥고 삭막하고 외로운 곳이라 한다면 남겨진 이들의 억장은 끝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저승에 바리공주가 있다면? 이 세상 그 어떤 인간보다도 모진 수난과 고초를 겪은 바리공주라면 어떤 상처를 가진 존재가 저 세상에 오더라도 따스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지 않겠는가. 서럽게 죽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밑바닥의 밑바닥인 바리공주를 만들어낸 것이다.

현대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무가 속에 살아있는 우리 신화 바리공주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김승희 시인의 맛깔스러운 말씨도 훌륭하지만, 최정인씨의 화려하면서도 처연한 그림의 공이 크다. 왜 이렇게 무서워, 왜 이렇게 슬퍼, 왜 이리 어려워, 끊임없이 되물으면서도 5살 아이가 끝까지 책을 놓지 않았던 건 단청빛 고운 그림 덕분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표지. 서럽고 서러운 어린 바리공주의 우는 모습 대신 무조신으로 화한 온화하고  빛 충만한 바리여신을 표지 삼았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 무가이다 보니 본에 따라 구전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이 책에서는 바리공주가 무동자의 일곱 아들을 낳고 이들이 나중엔 북두칠성이 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3년 동안 세 아들을 낳았다는 게 더 원본이 아닐까 싶다. 칠성신은 저승신이라기 보다 무병장수를 비는 살아있는 자들의 신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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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9-1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리공주 얘기는 아이들에게 읽혀주기에 참 난감하다 싶어요. 전래동화들이 다 좀 그렇긴 하지만 특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