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휴가일정을 사수하기 위해 정말 가열차게 일했다. 덕분에 지난주 7월 업무를 몽땅 끝내버렸고, 이번주 들어서는 설렁 설렁 8월 업무를 준비했는데 그마저도 어제 오전에 끝나버렸다.
실컷 알라딘에서 땡땡이를 치고 싶었지만, 날이 더워 그런가 낮에 올라오는 글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내가 글발 세우는 건 무리고.
새로 일벌리기는 뭐하고 오늘 내일 간단한 소일거리를 찾다가, 미뤄왔던 명함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안하게도 꽤 수북한 명함을 버리게 되었다.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명함이라서가 아니라 언제, 왜, 누구에게 받은 명함인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명함들이기 때문이다.
큼직한 새 명함첩에 가지런히 명함을 꽂다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띈다.
예전에 받은 명함은 '서울'을 제외하면 한글이 단 한자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명함은 이름 석자를 빼면 한글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둘 다 영 꽝이다. 명함의 용도가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한 건데 가독성이 영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일 웃었던 명함. 한 회사이고, 시차를 두고 건네받은 게 아니라, 처음 인사를 나누며 동시에 건너받은 건데도, 디자인이 죄다 달랐다.
좀 심하게 잘 웃는 나에겐 이게 배꼽잡고 눈물날 정도로 웃겼다.
상대방도, 그들을 소개해줬던 사람도 그런 나를 황당해했고, 양쪽 모두에게 난 실없는 사람으로 찍혔을 뿐 아니라, 그 후과로 업무에도 지장이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다시는 명함보고 웃지 말아야지.
이건 내가 제일 맘에 들어했던 명함 2가지.
내가 받아본 명함 중 점자가 있는 건 근로복지공단 것밖에 없다.
덕분에 난 근로복지공단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한솔텔레콤은 마케터로서 참 인상깊은 명함이다. "이 종이는 한솔제지에서 개발한 응용 한지입니다"라는 문구가 하단에 기입되어 있다. 한솔제지의 영업능력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