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 열어줘?" 내 말을 들은 아기의 얼굴에 'Why?'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넌 우리 동지야.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 어리광부리면 안 돼." '동지'라는 말이 너무 기분 좋아 시트벨트를 풀며 물었다. "왜 동지에게서 돈을 받아?" 아기는 어린애처럼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생각해 봐. 그놈들하고 정말 친구처럼 지내는 게 얼마나 민망한 줄 알아?" 뭔가 뒤틀려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놈들이 너무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문을 닫을 때, 아기는 다짐을 하듯이 말했다. "그놈들, 잘 부탁해."-84쪽쪽
"원래부터 신호란 놈은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닐까?" "……." "어쨌든 나는 내 머리로 생각하고, 눈으로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 다른 차에 부딪힐 가능성도, 사람을 칠 가능성도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까. 그렇지만 대개 놈들은 그 장면에서도 신호가 파랑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려. 그게 세상에서 말하는 상식이고, 백 퍼센트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고, 또 신호를 무시한다고 누군가에게 비난받지 않을 테니까. 요컨대,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귀찮지 않고 편한 거야." 차가 다시 빨간 신호를 받았다. 이번에는 사람도 있었고, 앞을 지나는 차도 있었다. 아기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신호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야. 나카가와는 그 조작을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나와 미나가타, 순신, 가야노, 야마시타는 자신들의 눈과 머리로 올바르다고 판단하면 빨간 신호라도 그냥 건너. 너는 어떡할 거야?"-181쪽쪽
이렇게 동지들과 달리는 건 정말 즐겁다. 그렇지만 그들과 나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필사적으로 달리는데도. 점점 더 멀어진다. 나도 허벅지를 높이 들어올리고 달리는데도. 더 멀어졌다. 나도 열심히 팔을 흔들며 달리는데도. 더 멀어졌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데도. 기다려, 나를 두고 가지 마. 너희, 너무 빨라. 야마시타, 부탁이야, 제발 좀 넘어져. 아, 출구가 보인다. 그들이 어딘가로 날아가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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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울었다. 다시 야마시타의 머리에 꿀밤 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들의 비상을 방해하고 말았다. 나는, 여러분의 바람이 될 수 없어.-260쪽쪽
"그래서 가나코는 어떡할 거니? 그애들이 그래도 좋으니 같이 놀자고 손짓할 때까지 기다릴 참이야?" "……." 아기 어머니는 강렬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나코, 여자라고 얌전하게 그냥 기다려서는 안 돼. 먼저 술래잡기를 하자고 나서서 술래가 되는 거야. 놀이를 시작하는 게 늘 남자여야 한다는 법은 없잖니?" 내가 얼굴을 들자 아기 어머니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가나코의 기분도 알 것 같아. 그애들은 좀 특이하니까. 그리고 터프하지. 그렇지만 가나코, 그애들도 처음부터 터프하지는 않았어. 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나 추락하고, 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강해져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져 가는 거야." 아기 어머니는 일단 거기서 말을 끊었다가 두 손을 날개처럼 펼치며 말을 이었다. "가나코 짱도 조금씩 강해져서 그애들이 있는 세계로 날아가 같이 놀아봐. 정말 즐거울 거야."-275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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