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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발달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5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7월
평점 :
문태준 시인의 시집은 사실 그 시보다는 그 이름 때문에 샀다. 그 전에도 그랬던 것 같고, 이번에도 그렇다. 어떤 특정한 시가 좋다기 보다는 그 사람 전체의 느낌 혹은 그가 쓰는 글들이 좋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회지향적인 그런 시들이 좋았고, 그런 시들이 참여적인 시들이 많았는데, 요즘 나오는 시집들은 인간지향적인, 탈도시화된 그런 시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사회현실을 피해, 자유스럽고, 구애받지 않는 그런 삶을 그리는 시들이 말이다.
그늘의 발달.
이 시집에는 이별이나 혹은 원형을 둘러싼 단어들이 많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젖’도 눈에 띈다. 떨어졌다가 다시 붙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멀리갔지만 결코 멀리가지 못하고 그 자리로 돌아와야 할 그런 인간의 삶을 반영하듯 말이다. 흙에서 태어나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말이다.
이 시집에서 눈에 들어오는 시 한 편이 있다면 나는 ‘百年’이라는 시라고 생각한다.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문태준 시인의 시는 시골 외로움 가득하 마당앞에 내리는 비처럼, 슬프기도 하고, 그 떨어지는 빗소리처럼 맑기도 하다.
시인은 좀 더 천천히, 더 천천히 걷기를 소망하며, 그 외로움을 연기로 태운다.
저 저녁 연기는
마당에서 놀다 가는 군
저 저녁 연기는
저녁밥을 얻어먹고 가는군
저 저녁 연기는
손이 늦군
나만큼
힘이 약하군
근심하지 말렴
내 놀던
건초더미야
헛일로 바쁘게 살고 있는 내 일상에 멈춤을 외쳐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