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창비시선 333
도종환 지음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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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무, , 별 등등 자연을 놓지 않고서는 살 수 없음을 도종환 시인은 강조한다. 그곳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사람이 아닌 자연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늘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할 것들을 우리는 너무도 무심하게 짓밟고 파혜치고 죽이고만 살았다. 지금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의해 일어나는 그러한 결과들을 저항하고 지키기위해 애써보지만 그 힘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일어서 그것을 지켜야 할 이유들을 찾게 한다. 도종환의 시는 그래서 좋다. 격렬하지 않으면서도 격렬하다. 삶의 저 밑바닥에서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삶들을 자연의 그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시로 풀어낸다. 삶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늘 시를 찾는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그것을 전한다. 내 살아가는 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그는 잊지 않는다.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게 존재의 이유다.

 

 

비존재가 죽은면 존재도 죽는 것이다. 우리 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수액이 저를 토해내고 흙에서 난 것들을 차마 먹을 수 없는 날이 오고 그대 몸을 빠져나간 바람이 그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날이 찾아와도 그대 살아 있다 할 것인가 목련꽃 흔들던 바람이 그대 영혼을 흔들지 못하는 날이 와도 그대 살아 있다 하겠는가

 

천변지이 중에서, 도종환의 시집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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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 사람의 전쟁
윤성근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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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픈 책이다.

 

삶의 끝에서 힘을 다해 남긴 시들이다. 삶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원치 않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누구나 건너가야 할 그곳. 그곳으로 가는 이의 외침이며, 기도이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에서도 그 고통을 참으며 이겨내려 애써보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한 한 시인의 투병기이다. 오랜시간 시를 쓰지 않아 폐업시인이라 칭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생의 마지막 순간에 시를 남겼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 사람들을 만나 말을 하고 듣는 일들이 소중하고, 귀찮고 짜증내며 상대를 탓하고 나의 부족함을 탓하는 이러한 하루의 일들을 돌아본다. 좀더 따뜻한 미소와 마음으로 다가가고 주어진 일들에 감사하며 살아갈 일이다. 시인이 그토록 소망한 하루하루를 돌아본다.

 

살길 하나 주시지

관용의 눈길로, 연민의 말 한 자락 들려주시지

예뻐질 수는 없어도 한 번만 허락해주시지

아님 안된다는 말이라도 한 번 들려주시지요.

 

‘살길 하나 주시지’ 중에서 일부

 

숱한 길들 가운데 삶의 길도 하나

내려주소서.

숱한 과오들 가운데 한두 가지만

사멸시켜주소서.

 

‘기도’ 중에서 일부

 

삶을 향한 기도들이다. 바람이다. 삶을 향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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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봇대
함민복 지음, 황중환 그림 / 대상미디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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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의 글은 따뜻하다. 그래서 좋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삶도 그러하다. 욕심내지 않으며 주어진 환경에서 있는대로 산다. 그도 사람이기에 욕심이 없을 수 있겠냐마는 그의 글에서는 그것을 찾을 수 없으니 그렇게 믿을 따름이다. 또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사람좋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니 말이다. 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친구, 그의 지인들이 그를 그렇게 말한다. 강화에 가면 그의 식구들이 하는 가게에도 가보고 싶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지친 일상에 위로를 주고, 마음의 텃밭을 일구도록 해주는 책이다. 마흔에 관한 글과 꽃에 관한 글들이 더욱 와닿는다. 아무래도 지금 내 삶의 지점이 그러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가져야 할 이유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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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 좋은 날 - 그날, 그 詩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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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용으로 혹은 교과서에 등장한 시들은 부담이 크다. 괄호안에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시인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왜 그러했는지 말이다. 시는 시험문제로만 생각을 했던 시절. 그러나 지금은 마음의 위로와 치유를 위한 시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말들. 그 때는 그 말들이 뭐야 했지만 시대가 팍팍해질수록 더 단조롭지만 깔끔한 단어들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슬픔과 기쁨, 희망과 절망이 모두 들어 있는 시들. 시인들의 고통의 시간은 이렇게 시를 통해 극복되고, 다시 그 시는 읽는 이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마음의 길을 열어준다. 익숙한 시도 있고, 낯선 시들도 있다. 두고 두고 읽어볼 일이다. 앞뒤로 이 책의 저자가 풀어준 이야기가 단조로움을 비켜나가게 한다. 시 읽기 좋은 날, 좋다. 삶을 돌아보게 하는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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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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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죽기를 바라던 내가.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운다

 

 

떠나기만 하고 도착하지 않은 삶.

여기에서 저기로,

이 남자에서 저 여자로 옮기며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젊음.

후회할 시간도 모자라네

 

 

문장부호를 붙이는 즐거움은

내게서 빼앗지 못하리.

 

 

그래.

접을 수 있을 때

실컷 접어라.

펼칠 수 있을 때

실컷 펼쳐라, 네 꿈을

 

 

누구와 자느냐고,

그들은 내게 감히 묻지 않았다

 

 

가지 말라는

길을 갔다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람들을 만나고

 

해선 안 될

일들만 했다

 

그리고 기계가 멈추었다

 

 

길을 잃어본 자만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치명적인 시간들을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

 

 

시인의 시를 통해서 낯선 단어에서 새로움을 찾고, 익숙한 단어에서 나를 찾는다. 문장에서 삶을 들여다보고, 상대를 보고 나를 본다. 머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모습, 여행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고, 지난 시간드을 떠오르게 한다. 흔적 없는 삶이란 없다. 그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추억을 다시 불러오며 아픔을 치유하고 털어내고 간다. 시가 그 역할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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