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삼국지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 지침서 대접을 받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그리스 로마 신화도 그냥 신화가 아닌 필독 참고서라는 듯한 분위기가 떠돌기 시작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런 시류를 딱 떨어지게 탄 히트작이다.

매스컴에서 연일 다뤄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짱짱히 버티기에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이 있는 줄 알았다. 멋진 예술작품 사진과 기분좋은 지질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냥 내가 알고 있던 신화 그대로였다. 어? 평범한데...... 퐁네프의 다리라는 영화가 이유 없이 공전의 히트를 쳤던 것 처럼, 이 책의 선전은 우리 사회의 지적인 허영심에 알맞게 편승한 결과인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향수'를 처음 읽었을 때는 엽기라는 말이 이렇게 보편화되어 쓰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생소한 전율에 적당한 이름을 붙일수가 없었다. 이제야 알겠다. '향수'는 엽기의 원조격이었던 것이다. 물론 요즘 횡행하는 막가파 엽기와는 거리가 멀다. 특이한 소재, 뒤틀린 듯하면서도 치밀한 구성, 애증이라는 흔치 않은 감정을 끌어내는 주인공이 조합된 고품격 엽기(?)라고나 할까.

나는 인간의 체취라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조향사의 손을 거치지 않은 향기 중 대부분은 그냥 '냄새'이고, 그 태반은 불쾌에 가까운 것들이라고만 느꼈다. 냄새가 없으면 참 깨끗하고 맑은 느낌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무취가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수 있다니...

살인을 통해 향수를 만드는 이 인물은 덮어놓고 미워할 수가 없다. 사랑 받고 싶은, 아니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그의 욕구가 우리가 잊고 있던 아주 기본적인 명제(인간, 사랑, 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좀머씨 이야기'를 쥐스킨트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굳이 장르별로 나눈다면, 그래서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성장 소설'이 참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성장 소설은 범위가 넓은 편이어서, 주인공이 어린이의 시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무언가 깨닫는 부분이 있으면 다 해당됩니다. '그 많던 싱아는...', '앵무새 죽이기',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뭐 그런 소설들이 이 범주에 들어가지요.

대부분 성장소설은 아이의 심리와 상황에 받침대를 세우고 그 주변을 훑어가며 이야기를 얽어갑니다. 그런데, 좀머씨 이야기는 좀 특별했습니다.

아이가 등장해서 자라나니 '성장 소설'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가 없지만, 그 무게중심이 주인공 아이가 아닌 타자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지요. 이야기의 전개와 아이의 성장은 '좀머씨를 만나게 되다'라는 특별한 모티브를 축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어쩌면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까지. 일상에서는 잊혀져 있다가 어느 순간 불쑥 고개를 드는 '좀머씨'라는 객체는 우리의 기억 중 '무의식'이라는 부분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기억의 침전물. 평소에는 아무런 역할도 않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면세계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무의식'. 아이에게 있어 좀머씨는 무의식에 속해 있고, 무의식을 자라게 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짧은 분량임에도 작가의 사고의 무게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그리고, 쥐스킨트의 글 못지않게 장 자끄 상페의 그림도 훌륭합니다. 자칫 칙칙해질 수 있는 글을 말갛고 천진한 동화처럼 포장해주는 그의 그림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반도 1
김진명 지음 / 해냄 / 199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정치가 참 어렵다. 사람들은 맨날 바뀌고 번번히 사고를 치는 정치인들의 이름을 어쩌면 그렇게 잘 외우고 있는걸까. 하긴, 결국 바뀌어봤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 외우기 어렵지는 않겠다. 여하튼,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한반도를 읽기 전에는 10.26.사태가 무얼 말하는지도 몰랐고, 대통령은 차지철이 죽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여러분 죄송합니다.^^;;;)

한반도를 좌지우지하는 힘의 근원이 미국의 군산복합체라는 주장은 가히 그럴듯했다. 그런데, 그러한 주장을 포장한 소설의 재미는 김진명의 다른 작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주인공 경훈은 그저 김진명의 앵무새일뿐, 그 자체의 생동감을 갖지 못하고 쉴새 없이 독자에게 설명을 늘어놓는다.

인남과의 러브스토리는 전개가 없으려면 아주 시작을 말던지. 제인스의 정체도, 그의 음모도 크게 대수로울 것이 못 돼고, 결말에 등장한 대통령은 평소 존경해마지않던 나조차도 낯간지러울 정도로 작위적이다. 이 모든 지루함이 내가 정치에 문외한이어서일까? 하고 싶은 열변이 너무도 많은 김진명에게, 두 권의 책은 너무도 좁은 그릇인가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텔미 유어 드림 -상
시드니 셀던 지음, 정성호 옮김 / 북앳북스 / 2000년 5월
평점 :
합본절판


다중인격장애라... 소재 자체가 다분히 추리소설감이다. 이런 소재에서라면 장편 소설을 몇 편이고 무한대 뽑아낼 수 있으리라. 이런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시드니 셀던 다운 천재성이다. 애슐리가(또는 그녀 안의 다른 이가) 범인임이 밝혀졌을 때는 순간 뜨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빛난는 재능은 '소재 선택'을 끝으로 어디론가 소멸해버렸나보다.

'법정 의학 스릴러'라고 이름지으면 될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존 그리샴의 치밀한 법정공방, 로빈 쿡의 예리하고 폭 넓은 의학 지식, 스티븐 킹의 압도적인 공포, 그 어느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비디오 하나 찍어왔다고 그 철옹성 같던 재판장이 180도 마음을 바꾸다니. 그럼, 배심원이라는 거추장스러운 들러리들은 오로지 책 분량을 늘려 인세를 더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인가? 초기작들에서의 빛나는 기지와 달콤하고 매력에 넘치던 주인공들이 그립다.

이 책의 장점은 시간 죽이기에 그만이라는 것이고, 이 책의 단점은... 말 그대로 시간 허비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