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 -전반전
김호식 지음 / 시와사회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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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앞서가는 친구를 하나 둔 덕에, 저는 엽기적인 그녀를 초창기부터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컴퓨터도 없는데다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 친구들, 그 애가 프린트해오던 엽기적인 그녀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하지만 우리가 너무 귀찮게 했던 걸까요, 친구는 얼마 안가서 '이제 안 해!'하며 배달 불가를 선언했습니다. 감질나게 맛만 보여줘놓고는...TT

그래서 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을 때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릅니다.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있더군요. 혼자서 미친 사람처럼 끅끅거리고 있는데, 그 표지 또한 가관이라~ '엽기적인 그녀'라니. 저를 바라보는 직장 동료들의 눈빛 자체가 엽기였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저를 따라 모두 끅끅거리며 웃게 되었죠.

김호식님은 인터넷 용어들을 참 감칠맛나게 쓰시는 분입니다. 엽기적인 그녀가 국어사전의 검증을 거친 표준어로 쓰였다면 이만큼 재밌지는 못했을 거예요. 어설프고 심약하지만 순수한 '견우'라는 이미지는 이 인터넷용 표현들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엽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좀 쳐지는 기분입니다. 두 권을 끌고가기에는 소재도, 표현도 좀 쉽게 물리는 편이지요.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전반전만 읽으셔도 이 책의 재미를 80%는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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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지음, 이영진 옮김 / 진명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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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들 열광하는데 나만 뻥한걸 보면 나는 바보인가보다. 두꺼운 하드커버를 뒤집어쓰고 큼직큼직한 글자에 어이 없는 그림으로 채워진 이 책이 그냥 '돈 벌려고' 출간된 책으로 보이는 걸 보면 나는 탐욕덩어리 인가 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서양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도학을 열심히 공부했나보다. 이런 수준 높은 선문답(?)을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우매해서 도통 그 뜻을 깨닫지 못하겠다.

게다가 미국은 아직 참 살만한 나라인가보다. 생쥐들의 치즈 이야기를 읽고 머리 다 큰 어른들이 모여 앉아서 진지하게 인생을 논했다 하니, 그런 해맑은 마음 가진 사람들이 사는, 미국은 참~ 좋은 나라인가보다.

아, 빌려 읽은 돈 800원도 아깝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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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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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를 처음 만난게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그 동안 1~2년에 한 번씩 연례행사처럼 비천무를 읽었고, 이제는 장면 연결과 명대사 쯤은 줄줄 읊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통달(?)을 했으면 그만 울 때도 됐는데, 알면서도 또 왜 우는 건지. 그들이 나누는 눈빛 하나, 말 한마디에도 흠뻑 젖어서 뚝뚝 눈물이 흐른다. 설리의 결혼식, 수정갑사 고운 옷을 입고 훨훨 춤을 추는 설리, 그리고 (이 만화의 질을 한 층 더 높였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 진하와 설리의 첫만남의 회상은 그 어떤 절절한 장면보다도 눈물을 많이 뽑아낸다.

많은 다른 독자들이 분개했으니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신현준은 상당히 진하와 닮아 있었다. 머리카락 휘날리는 것까지 신기하게 똑같았다. 하지만, 김희선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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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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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엉뚱한 얘기지만, 한 500년이 지난 후면 이 책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중요한 고서가 될 것이다. IMF 시대를 겪는 평범한 직장인의 애환을 이렇게 생생하게 고증해주는 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는 '무대리'를 먼저 봤다. 친구가 '홍대리'라는 만화를 재밌게 봤다고 했을 때 '홍대리가 아니라 무대리'라고 잔뜩 면박을 줬다.(미안해 향미야~) 지금와서 평가를 내려보면, 개인적으로 홍대리가 훨씬 났다. 현장에 몸 담고 있는 이의 르뽀, 다큐멘터리, 논픽션이 아닌가. 게다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어설픈 그의 그림은 남의 그림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풋풋한 재미를 더해준다. 그 회사 부장님은 안 짤리고 잘 계신지. 홍대리의 다음 행보가 아주아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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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지마 1
후지사와 토루 / 학산문화사(만화)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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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한 남고생이 반항하지마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열라', '절라' 재미있대나. 이런 류의 거칠어보이는(?) 만화는 취향에 안 맞지만, 신세대 감각을 따라가 보겠다는 일념(!)하에 만화를 읽기 시작했다.

...!!! 충격.

만화야말로 그 세대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꿈을 풀어내는 매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럼 이것이 정녕 요즘 아이들이 꿈꾸는 교사상이란 말인가. 왕따 시키는 아이들은 잡아서 창피한 사진을 찍어주고, 폭력배가 괴롭히면 폭주족을 끌고가서 혼내주는 이런 어마어마한 막가파 선생이? 초등에서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래, 어쩌면 이런 일탈을 꿈꾸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감옥같은 현실에서야 선생이 간수같이 보이는 것은 당연하겠지. 이렇게 오롯이 몸을 던져 자기 편이 되어 주는 교사. 슈퍼맨이 이만할까.

맞다, 어쩌면 이런 일탈은 학생들만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문제 사회에서 만든 문제 가정 속의 문제 아이들을 앞에 두고도 아무런 지원 없이 한숨만 쉬어야 하는 선생님들이야말로 영길의 일탈이 시원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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