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관문...도련님의 출퇴근 시간.
우리 집 컴은 도련님이 산 거다. "하숙비라고 생각하고 컴퓨터 한 대 사라!"는 식구들의 압력 하에.^^ 울 도련님은 청원경찰. 그래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한다. 오늘 새벽에 출근하면 저녁 늦게 퇴근하고, 다음날 저녁에 출근하면 고 다음날 아침에 퇴근하는...옆에서 맨날 지켜봐도 한참 따져봐야 하는, 그런 스케쥴이다. 고로 도련님이 야근을 대비해서, 혹은 야근을 마치고 낮잠을 자고 있으면 컴이 있는 방에 잠입하기란 어렵다. 도련님이 야근 나간 저녁이라던가, 놀러 나간 낮, 혹은 퇴근 전의 새벽...그런 시간을 교묘히 뚫어야 한다.
2차 관문...강적, 조예진.
원조 엄마 중독 예진. "놀아줘~"의 대가이다. 이런 그녀를 물리치고 컴 앞에 앉기는 매우 힘들다. 게다가 요새 야후 꾸러기에 빠져서는 자기도 컴퓨터 한다고 난리다. 엄마 먼저 하고 예진이 시켜줄께~ 겨우 구슬린 후에도 내 옆에서 비비적거리며 오타를 유도하거나 몰입을 방해하기 일쑤이다. 어린이집에 간 9시 30분~5시까지가 예진이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그녀의 취침시간은 대개 <엄마 잠들고 10분 후>이기 때문에, '재우고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3차 관문...그다지 강적은 아니지만, 신경쓰이는 조연우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슬그머니 무릎 앞에 들이민 다음 컴 방으로 내 빼면 된다. 그런데, 요즘 나와 하루 종일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연우도 엄마 중독이 심해졌다. 또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기 때문에...칭얼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컴 앞에 앉기는 매우 힘들다. 낮잠을 자면 편안하게 할 수 있는데, 요새는 30분도 안 자고 깰 때도 있다. TT
일시적인 경쟁자, 아가씨.
친정 나들이를 온 아가씨. 도련님의 야근 날, 진/우를 가까스로 재운 뒤 기쁜 마음으로 컴 방에 뛰어왔는데 잠이 안 온다며 가끔 컴 앞에 앉아 있다. 헉...그러나 같은 애엄마로서 나의 고충을 이해해 주기 때문에 거의 알아서 양보해 준다.
컴 앞에 앉을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멀고도 험하다. 그럼에도 이 정도 시간을 서재에 쓰는 건...하루 내 호시탐탐 컴을 노린 나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이다. 오늘 저녁, 도련님과 아가씨는 외출 중이고 진/우는 왠일로 초저녁 잠(거의 낮잠이다. 있다가 일어나서 새벽까지 설치겠지...TT)에 빠졌다. 거의 의무감으로 컴 앞에 앉았는데...감기약 때문에 졸린다. 어흐흐흐...안 돼에....
...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