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컨티뉴 - 직장을 잃고 이혼도 했는데 저승사자를 만나 부자가 되었다
최해직(권영신) 지음 / 노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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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생의 부침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 최해직(권영신)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이어 이혼이라는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필명 최해직은 최근에 해고당한 직장인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밑바닥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독서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겁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버는 크리에이터로 거듭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죽어도 컨티뉴>는 소설처럼 스토리를 갖춰 저자의 경험을 들려주는 자기계발서입니다. 그동안 부에 대한 소설형 자기계발서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특별한 여정이라 신선하면서도 낯설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삶과 죽음은 현실을 보는 방식과 무의식적으로 끌어당기는 방식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해직이 인생 최악의 순간에 저승사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저승사자는 해직을 저승으로 바로 데려가는 대신, 인생을 돌아보며 심판을 예상하게 합니다. 이 인생 수업을 통해 해직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첫 장면은 전처와 싸우고, 이혼 후 만나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와도 싸우는 장면들로 시작합니다. 물론 이 사건을 되돌아본 해직은 별것도 아닌 일로 싸우는 자신을 보는 게 힘겹다는 감정을 느낀 게 다입니다. 이래서야 발전이 없지요.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났는데 똑같이 행동했던 해직에게 필요했던 건, 똑같은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해직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두 사건을 보여 준 저승사자는 해직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까요?





내가 가진 모든 감정이 담긴 거울방 수업으로 현실은 나를 어떻게 비추는지 인식하게 합니다. 수많은 감정을 가진 수많은 자아에 대한 개념이 독특합니다. 이 자아들이 내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오히려 원하는 것과 현실로 보이는 것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지게 된다고 합니다. 자아가 이루지 못한 것들은 잘 안 보이는 곳으로 멀리 치워버리고, 그렇게 쌓여갑니다. 그게 바로 무의식이라고 합니다.


재밌게도 과거의 해직을 되돌아보는 것만이 아닙니다. 3127년 미래 사회의 영신도 등장합니다. 집단 깨우침을 얻은 인간들이 신이 된 미래 세계입니다. 감정 상쇄 기계를 사용하며 감정을 정화시켜버리는 겁니다. 무료함을 느낀 영신은 인간의 감정을 체험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작한다는 설정이 판타지 소설 뺨치네요.


복권 1등 당첨처럼 생각만으로 현실을 창조하는 방법, 세상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법칙 등 정말 가능할까 싶은 주제들이 다뤄집니다. 우리가 흔히 부자가 되고 싶다면서 '내가 정말 이만큼 벌 수 있을까?' 하며 바라는 것을 스스로 상쇄시키는 생각 습관을 짚어줍니다. 절실하게 바랐는데도 왜 이루어지지 않는건지, 저승사자가 어찌나 명쾌하게 풀어내는지 입이 떠억 벌어질 지경입니다.


결국 요점은 그저 생각만 하면 되는 건데, 문제는 그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들마저 생각하니까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방해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승사자의 인생 수업이 이어집니다.


"내면이 성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은 마음공부를 하는 것과 같다. 너희 인간들은 내면 성장에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놓았다. 내면 성장은 스스로 여유를 갖는 것을 말한다. 남을 돕는 따뜻함은 그 다음이다. 자기보다 먼저 남을 돕는 것은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자기를 버리는 행위가 된다. 성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41


자기 자신을 먼저 채우고 성장시켜야 타인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다는 관점은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이처럼 놀라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목표 설정의 중요성과 접근법도 재밌습니다. 단순히 원하는 것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인식함으로써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게다가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 우주가 그것을 이루도록 돕는다는 법칙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를 넘어, 우리의 생각과 에너지가 현실 창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두려움을 놓아주는 과정이 성장의 핵심이라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두려움을 내려놓을 때 그 자리를 사랑이 채운다고 합니다. 결국 부정적 감정이 사라질 때 긍정적 에너지가 그 자리를 채운다는 겁니다.


감정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우주 에너지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 돋보입니다. 우리가 어떤 감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현실이 달라진다는 메시지는 감정의 주인이 자신임을 일깨웁니다. 부정적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의식적으로 긍정적 감정을 선택해야겠다는 인식이 생기게 됩니다.


해직과 영신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중년이 된 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의 끝을 향해갑니다. 저자는 인생을 주식 차트처럼 우상향하는 그래프로 비유하며, 비록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항상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단기적 좌절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저자가 실제로 체험한 명상 효과와 참고 도서 정보도 있어 도움됩니다. 명상이 저자에게 준 영향을 공유하며,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파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쉽지 않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접근하니 흥미롭게 읽힙니다. 명상을 통한 의식 확장에 관심 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도전하지 못했다면 <죽어도 컨티뉴>를 추천합니다. 이론적 개념을 넘어 실천적 지혜를 담아, 당신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깨울 책입니다.


고난과 실패를 독서와 명상을 통해 삶을 재건한 저자의 경험이 공감과 위로를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인생의 비밀을 담은 책 <죽어도 컨티뉴>. 인생의 재정비를 위한 힘을 몸소 보여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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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우리나라 도별 여행지도 컬렉션 - 경기남부, 경기 북부, 강원특별자치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도 에이든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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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을 세우면서 시작됩니다. 스마트폰부터 꺼내들면 막막하기만 했는데,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로 갈지 고민할 땐 설렘이 퐁퐁 샘솟더라고요.


디지털 시대에 종이 지도의 가치가 점점 잊혀가는 요즘, 에이든 여행지도는 아날로그적 감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은 보물 같은 여행 필수품으로 다가옵니다.


여행지도 제작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타블라라사의 에이든 여행지도. 저는 이미 국내여행 가이드북과 우리나라 지도를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한정판은 놓치기 힘듭니다. 기존 지도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제작되었고, 지역별로 한 장씩 분리되어 있어 유용합니다.





<에이든 우리나라 도별 여행지도 컬렉션>은 도별 지도 10장을 한 패키지에 담았습니다. 국내여행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필수템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10개 권역으로 나누었습니다. 목적지에 따라 필요한 지도만 가져가면 됩니다.


수도권 근교 여행을 가고 싶다면 경기 남부 지도와 경기 북부 지도, 산과 바다를 동시에 품은 강원도로 떠나고 싶다면 강원특별자치도 지도,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충남 지역과 행정수도 세종과 과학도시 대전으로 간다면 충청남도 지도, 내륙에 위치한 충북의 자연과 역사 명소를 방문하고 싶다면 충청북도 지도를 펼치면 됩니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전북 지역의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전북특별자치도 지도, 남도의 풍요로운 자연과 문화를 맛보려면 전라남도 지도, 대구 명소와 함께 경북의 역사 유적지를 보려면 경상북도 지도, 울산과 부산 해안 도시부터 경남 내륙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확인하려면 경상남도 지도를 펼치세요. 무엇보다 우리의 보물섬 제주도 지도까지 있습니다.


이 지도 컬렉션의 가장 큰 장점은 실용성에 있습니다. 양끝을 편하게 잡을 수 있는 크기의 A2 사이즈에, 방수 종이로 제작되어 있어 갑작스러운 비에 노출되어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책자 크기로 접을 수 있어 휴대하기 좋습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보다 작은 섬이다 보니 A4 사이즈 스노우지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지도라고 하면 전통적으로 지리적 정보인 위치 확인 정도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에이든 여행지도는 지도 위에 깨알 같은 정보가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지도만으로도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게 거짓이 아닙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아들과 함께 가볼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차로 어느 정도 올라가고 조금만 걸어도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코스가 다른 곳은 또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거든요. '봉래산 전망대' 설명에 '별마로 천문대 주차장에서 1분만 위로 올라가면 봉래산 정상. 도보 등반 없이 영월의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보고 이곳도 찜해뒀습니다.


이처럼 쉬엄쉬엄 지도를 훑어보면서 숨은 명소들을 꽤 많이 찾게 됩니다. 평소 가보지 않았던 지역의 지도를 펼쳐보면서, 이름도 생소한 마을이나 산, 강을 발견하는 순간 저기 한번 가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인근 지역의 다양한 명소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하나의 여행지만 방문하는 대신 주변의 다른 명소들을 함께 둘러보는 효율적인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이나 검색 엔진을 통해 단일 목적지만 찾아가는 여행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입니다. 길 찾기 도구를 넘어, 국내여행의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반자 에이든 우리나라 도별 여행지도 컬렉션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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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 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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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울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 한강. 그저 그곳에 있었기에 한강과 한강 다리의 특별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폭 1km가 넘는 거대한 강이 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파리의 센강, 런던의 템스강과 비교하면 한강의 규모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강 위에는 2025년 1월 개통한 고덕토평대교까지 합쳐 총 33개의 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윤세윤 공학박사의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에서는 한강과 서울에 중요한 역사적, 공학적 의미가 특별한 다리 8개를 선정해 소개합니다.


한강 다리의 공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고, 한강 다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한강이 서울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 살펴봅니다.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양화대교부터 올림픽대교까지 8개의 다리를 한강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다리마다 역사와 기술적 특징을 살펴보는데, 단순한 교량 이야기가 아닌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과도 같습니다.


한강이 어떻게 서울로 흘러들어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는지 물줄기를 살펴보는 시간도 흥미롭습니다. 서울만의 한강이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충청북도, 경기도를 아우르며 광활한 지역을 관통하는 무려 514km에 달하는 물줄기인 겁니다.


서울 서부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양화대교. 저는 자이언티의 노래로만 알고 있던 양화대교입니다. 이 교량은 순수 우리 기술로 제작된 최초의 한강 다리라고 합니다. 한국의 토목공학 발전의 상징적인 교량인 겁니다.


원효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에서도 특히 미적 면에서 주목받는 다리입니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이 숨었던 곳이죠. 단순함 속에 숨겨진 수려함을 가진 원효대교는 콘크리트 기술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합니다.





한강철교는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교량입니다. 한강에 건설된 최초의 근대식 다리로, 1900년 7월에 완공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 다리는 한반도에 철도를 놓기 위한 일본과 미국의 경쟁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러다 6·25전쟁 당시 폭파되었다가 복구되는 등 사회 격변기마다 변화를 함께한 상징적인 다리입니다. 에펠탑과 유사한 트러스 구조로 교체 복구 후 1969년에 개통되었습니다. 당시의 기술적 도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포대교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반포대교와 그 하층부인 잠수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2층 교량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하층부인 잠수교는 군사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합니다.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반포대교의 달빛무지개분수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문화행사가 되었습니다.


각 다리별로 주변 답사 포인트도 소개하고 있어 실제 한강을 찾아가는 여행 가이드로도 손색없습니다. 양화진과 절두산의 순교자박물관, 사육신역사공원, 반포한강공원, 서울숲공원의 위령비 등 다리 주변의 역사적, 문화적 장소들을 방문하며 한강 답사의 깊이를 더해보세요.





한강 다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성수대교 붕괴 사고입니다. 1994년 붕괴 사고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다리입니다. 저자는 교량 유지 관리 부재를 지적하며, 이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일깨웁니다.


그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 서울의 교통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강대교, 강남 개발의 촉매제 역할과 현대 서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한남대교, 다양한 구조적 혁신을 보여주는 올림픽대교까지 서울의 심장, 한강 다리의 숨겨진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각 교량의 역사적 배경과 기술적 발전 과정을 통해, 서울이 어떻게 현대적인 대도시로 성장했는지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다리의 미적 가치와 실용성을 알게 됩니다.


왜 그 다리가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시원시원하게 느껴지는지 다리의 구조나 기술적 특성을 알게 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거기에 역사적 스토리까지 듣고 나니 무심코 지나쳤던 한강 다리들의 가치와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토목공학자 윤세윤 박사의 <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는 한강 다리들이 서울의 역사, 문화,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한강을 바라볼 때, 그 위에 놓인 다리들이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시민의 일상과 기억, 역사의 상징이라는 것을 일깨웁니다.


한강을 따라 걸으며 느끼는 바람과 함께, 그 위에 놓인 다리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윤세윤 박사의 스토리텔링으로 한강 다리 전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벽돌책도 나오면 좋겠다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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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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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역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소설 <밤의 학교>. 주인공과 친구들이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독립운동가들을 만나면서 역사적 사실을 몸소 체험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단순한 시간여행이 아닌, 시대를 뛰어넘는 교감이 울림을 줍니다. 읽는 내내 역사적 현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두에게 유의미한 감정을 안겨주는 소설입니다.


지환, 기웅, 은서는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실체 엽서(누군가 이미 사용한 엽서로 오랜 세월 잠들어 있다가 다시 세상에 나온 것)를 모으는 지환은 어느 날 흐릿하게 사연만 남은 엽서 한 장을 마주합니다.





중국 쿤밍에 도착했다며,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이 엽서를 본 이후 지환에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어느 날 자정 시간에 학교에 남아있던 지환은 기이한 현상을 겪으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은 1909년입니다.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 매일 밤 일어납니다.


한 장의 빛바랜 엽서를 통해 시작된 여정. 밤의 학교는 일제강점기의 결정적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지환, 기웅, 은서 세 친구가 밤의 학교에서 경험하는 초현실적 경험은 우리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는 생생한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맡게 됩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권기옥 지사의 비행사 훈련, 윤동주 시인의 북간도 생활 등 역사의 현장을 직접 경험합니다.


"채가구는 작은 역이야. 하지만 하얼빈에 가는 모든 열차는 여기서 일단 멈춰야 해. 열차 선로를 바꿔야 하거든. 우덕순 동지와 조도선 동지는 그때를 노렸던 거야."라는 대화는 안중근 의사의 거사가 단독 행동이 아닌 여러 독립운동가의 협력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 여성 비행사였던 권기옥 지사가 다닌 숭의여학교의 비밀결사대 송죽회, 1907년 헤이그 특사 이야기, 김구 선생의 일화 등에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되살려냅니다.


<밤의 학교>는 독특한 서사 구조로 끌어갑니다. 현재의 고등학교 생활과 과거의 역사적 순간들을 교차시키며, 여기에 학생들이 준비하는 연극 대본까지. 이런 액자 구조 덕분에 지루할 새 없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연극 형식으로 삽입된 장면들은 아이들이 역사적 인물들의 입장을 체험하고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역사를 주체적으로 탐구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연극이라는 결과물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동아리가 협력하는 모습은 독립운동가들이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았던 과거의 모습과 연결됩니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현재의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밤의 학교>는 그저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지키고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역사의 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닌,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전의 나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라고 생각한 지환이처럼 주인공들은 역사적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현재 삶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게 됩니다.


과거의 선택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비로소 실감하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각자가 가진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아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용기를 직접 목격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합니다.





"안중근 의사와 윤동주 시인이, 윤봉길 의사와 송몽규 지사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수많은 애국지사의 희생과 신념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닿아 있습니다." - 작가의 말 中


작가가 '백범 김구 선생이 유관순 열사를 안아준다'는 문장을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서 떠올린 것처럼, 유관순 열사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잘 담긴 소설입니다.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을 넘나드는 역사 판타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오늘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고 말이죠. 밤의 학교에서 마주한 역사의 현장, 그들의 희생과 용기가 오늘의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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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치유의 도서관 ‘루차 리브로’ 사서가 건네는 돌봄과 회복의 이야기
아오키 미아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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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조용한 열람실, 정갈하게 정리된 책장, 정숙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곳, 일본의 '루차 리브로'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서가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이 이루어지는 삶의 거점입니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는 루차 리브로를 운영하는 아오키 미아코의 자전적 기록이자, 책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 나라현의 작은 산촌, 인구 1,700명의 히가시요시노무라. 이곳에 70년 된 고택에 자리 잡은 인문계 사설 도서관 루차 리브로는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다릅니다. 이용자들이 대출한 책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자유롭게 메모를 남기는 것이 허용되며, 개인 장서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아오키 미아코가 이런 특별한 도서관을 열게 된 배경에는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그는 정신질환을 앓게 됩니다. 자살 시도 후 3개월 넘게 병원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그를 붙잡은 건 '나만의 도서관을 열겠다'는 꿈이었습니다.


자신을 '불완전한 사서'라고 소개합니다.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차용한 표현입니다. 보르헤스의 작품에서는 도서관(책)의 완전성과 무한성에 대비되는 사서(인간)의 불완전함과 유한성을 의미했지만, 아오키 미아코는 문자 그대로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데 사용합니다.


약을 복용하며 개관 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눈을 뜰 때도 있고, 도서관을 혼자서 관리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SNS에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불완전한 사서라는 표현은 단순히 개인적 한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존재라는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며, 동시에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보여줍니다.


아오키 미아코에게 책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체가 아닌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창문입니다. 이 창문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왔고, 이제는 그 창문을 다른 이들과 함께 바라보고자 합니다.


도서관의 서가는 근사한 창문을 잔뜩 낸 벽이 되고, 사서는 누군가를 그 창가로 초대하는 사람이 됩니다. 루차 리브로의 본질은 이 '초대'에 있습니다.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달라는 진심 어린 초대입니다. 이런 간절함에 응답하듯 산골 마을의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이 본질은 함께 읽는다는 행위로 연결됩니다. 루차 리브로의 책엔 밑줄이 그어져 있고 포스트잇이 붙어 있습니다. 대출해 간 이용자들도 자신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이곤 합니다. 저자는 이를 '나눔'이라고 표현합니다. 책을 읽는 흔적을 공유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이고, 이를 통해 서로의 취약함을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이 됩니다.


독서의 치유적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고 공유하기도 합니다. '책 이야기 나누는 저녁' 모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독서 토론을 넘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치유의 시간이 됩니다.





특히 타인이 열어주는 새로운 창에 대한 묘사가 와닿습니다. "누군가가 건네준 책을 펼치면 등 뒤에서 창문이 열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제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장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녹슨 창문이 반강제적으로 삐걱삐걱 열리며 바람이 들어오고 방 안이 밝아지는 기분입니다."라고 말이죠.


혼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책과 사상을 다른 이들의 추천을 통해 만나게 되고, 그것이 마치 등 뒤에서 창문이 열리는 듯한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이야기합니다. 루차 리브로는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창문을 열어주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는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많은 가치들을 되새기게 합니다. 서비스가 아닌 나눔의 정신, 경쟁이 아닌 공존의 가치,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불완전하고 취약한 존재이며, 그 취약함을 인정하고 나눌 때 진정한 치유와 회복이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부끄러움 없이 나눌 수 있을 때 진정한 연결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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