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아, 어서 와 - 너에게 선물하는 작은 기쁨 나태주·로로 웹툰 만화시집 3
나태주 지음, 로로 그림 / 더블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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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와 로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행복아, 어서 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와 웹툰 작가 로로의 만남은 멋진 예술적 실험입니다. 더블북 출판사의 웹툰만화시집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이번 책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몽글몽글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만화처럼 시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태주 시인의 바람대로 이 책은 만화와 시의 경계를 허물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시를 접할 수 있게 합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그저 일러스트가 있는 시화집이 아닙니다. 나태주 시인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행복 시의 시어를 로로 (김수완, 김수빈 자매) 작가가 스토리화해서 완결성을 갖춘 감동 이야기로 선사하는 웹툰만화시집입니다.


스토리가 있다 보니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속에 진한 울림이 남아있습니다. 시가 머리로 읽히는 것을 넘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만끽해 봅니다.





<행복아, 어서 와>에 등장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시의 정서가 스토리 흐름 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키우고, 가족을 이루고, 자녀와 함께 성장해가는 여정을 어쩜 이렇게 감동적으로 그려냈을까요. 로로 작가의 그림은 일상 속 스침, 따스한 눈빛, 나란히 걷는 발걸음 등 부드럽게 시각화되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웁니다.


행복은 가족의 탄생으로 깊어집니다. 『딸아이』, 『행복 1』, 『행복 2』 같은 시는 부모가 되어가는 변화와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예쁘게 그려냅니다.


가족의 서사는 점차 아이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며 설레는 첫사랑을 경험합니다. 이 과정이 무척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사춘기 아이의 마음결을 훑듯 지나가며, 쉽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감각적으로 포착합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 그러고도 남는 날은 /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사는 법」) 시처럼,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가득합니다. 


깨알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고양이의 존재입니다. 중요한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서사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이 고양이는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면에서부터 가족의 일상, 아이의 성장과 사랑까지 모든 순간에 함께합니다.


때로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살펴봐야 하는 장면도 있어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고양이는 사랑의 증인이자,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정서의 앵커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의 집합임을 알려줍니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내 감정에 솔직하고 그 순간에 충실할 때 비로소 피어나는 것입니다. 시는 말합니다. 행복은 '오늘'에 있다고요.


육아에 지치고, 현실을 살아내는 지금의 삶이 팍팍한 부모들에게 추천합니다. 조심스럽게 피어나던 설렘,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벅차오르던 기쁨, 말없이 번져가던 따스함, 웃음 짓게 만든 그 모든 순간들을 많이 잊고 지냈을 겁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잊고 있었던 그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글자로 느끼고 그림으로 보는 행복의 언어 <행복아, 어서 와>. 나태주 시인과 로로 작가가 전하는 마음의 선물을 받아보세요. 과장된 표현 없이도 감정을 뚜렷하게 전달하고, 평범한 날의 찬란함을 잘 포착한 시어와 그림이 깊은 여운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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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짝퉁전쟁
김종면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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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600조 원 규모의 거대한 그림자,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의 실체와 대응책을 명쾌하게 풀어낸 김종면 변리사의 <온라인 짝퉁전쟁>.


OECD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위조상품 유통 규모는 600조 원을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연간 7조 원의 매출 손실을 겪고 있다니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변리사이자 위조상품 모니터링 플랫폼 '위고페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위조상품의 역사부터 법적 개념, 경제적 영향, 실질적인 대응 방안까지 다루고 있어 브랜드 보호에 관심 있는 분들께 유용한 도움이 될 책입니다.





짝퉁. 단순히 모방이나 위조라고 치부하기엔 이 개념은 훨씬 복잡하더라고요. 짝퉁을 둘러싼 개념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모방, 위조, 정품, 진정상품 등 법률적·경제적 용어를 명확히 구분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짝퉁의 역사적 측면도 다룹니다. 특히 위조화폐와 위조 와인의 사례를 통해 짝퉁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문화적, 사회적 측면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언제나 진짜를 닮은 가짜를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짝퉁 시장에 어떤 판도를 가져왔는지 흥미롭게 파헤칩니다. 전통적으로 남대문이나 이태원 같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유통되던 위조상품은 이제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도달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짝퉁 유통은 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진화했습니다.


유럽과 한국에서의 위조상품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유럽에서는 위조상품 구매를 심각한 윤리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위조상품 시장의 규모와 단속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듀프(dupe) 트렌드에 주목합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정품보다 저렴하면서 유사한 성능을 제공하는 합법적인 짝퉁 제품을 찾는 흐름입니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며, 비슷하지만 정품은 아닌 제품을 자연스럽게 소비합니다. 짝퉁에 대한 사회적 인식마저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이름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저자는 브랜드의 법적 보호를 위한 상표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제 상표 분쟁 사례들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상표권은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저자는 초코파이 명칭을 둘러싼 상표 분쟁, 새우깡 상표에 대한 분쟁 등 유명한 상표 분쟁 사례들을 통해 상표권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사진저작물, 상품 상세페이지 도용 등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상표, 로고 지우기를 통한 위조상품 사례로는 불닭볶음면 사례가 소개됩니다. 포장지는 물론이고 호치 캐릭터까지도 유사한 제품이 있더라고요.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온라인몰에서 위조상품을 판매한 셀러 수백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브랜드 보호의 실전 전장을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는 BTS 상표권 분쟁 사례도 유명하지요.


짝퉁을 실제로 단속하고 대응하는 실무적 관점도 들려줍니다. 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병행수입 논란, 리폼 제품의 상표권 이슈까지 다양한 법적 쟁점을 구체적으로 다루며, 위조상품 유통의 회색지대를 조명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명품 리폼’ 논란입니다. 중고 명품 가방에 색을 입히고 리폼한 후 되팔 경우, 이 행위는 상표권 침해일까요? 명품 리폼은 정품을 변형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행위로,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을 해칠 수 있어 법적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문제도 날카롭게 다뤄집니다.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공간인가, 아니면 위조 근절의 공동 책임자인가?라는 물음은 현행법과 실무 관행 사이의 간극을 드러냅니다. 네이버, 쿠팡, 아마존 같은 거대 유통 채널이 짝퉁 근절을 위해 어떤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도 소개됩니다.


짝퉁을 발견했을 때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나는 소비자일 뿐이라는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 디지털 시장의 정의를 지키는 주체로 나서게 만듭니다. 알리바바, 타오바오, 쇼피, 토코피디아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마켓플러스 등 국내 채널의 신고 절차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위조상품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책 <온라인 짝퉁전쟁>. 위조상품이 브랜드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와 소비자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의 인식 제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이 책은 브랜드 보호에 관심 있는 기업인,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스타트업 창업자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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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 한 권으로 읽는 유럽 도시의 시공간
양진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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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건축의 언어를 풀어내는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 양진석 교수는 “현대 건축을 읽기 위한 키워드는 로마와 비로마로 나뉜다”라고 말하며, 이 책을 로마적 전통과 비로마적 혁신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했습니다. 한 권으로 정리된 유럽 건축사의 대서사는 건축학도뿐 아니라 역사, 예술, 철학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적 설렘을 선사합니다.


그 여정은 아테네에서 시작합니다. 고대 그리스 건축은 조각적인 미학과 비례에 바탕을 두었고, 파르테논 신전은 그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이에 반해 로마는 공간 구성의 천재였습니다. 아치, 돔, 콘크리트의 발명은 콜로세움과 판테온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그리스의 '조각적인' 건축, 로마의 '공간적인' 건축이라는 설명은 두 고전 문명의 미학적 철학을 극명하게 대비합니다.





로마는 도로와 상하수도, 도시계획을 최초로 정립한 문명으로, 건축을 단순한 예술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 격상시켰습니다. 고대 로마 건축의 혁신성과 실용성은 서양 건축의 표준이 되었고, 이후 모든 건축 양식은 로마를 따르거나 로마에 반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서로마 제국이 몰락하고 동로마가 남으면서, 건축은 비잔틴 양식으로 진화합니다. 돔 위에 돔을 얹는 형태, 모자이크와 이슬람의 영향이 결합된 건축이 태어났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대성당입니다. 비잔틴 건축은 고전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독창적인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양식으로, 현대 건축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어 등장한 로마네스크 양식은 수도원 건축에서 발전했습니다. 두꺼운 벽과 작은 창, 볼트 구조가 특징입니다. 이 시기의 건축은 고요하지만 위엄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며, 신앙의 공간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이탈리아의 피사 대성당이나 프랑스의 몽생미셸 수도원이 대표적입니다.





고딕 양식은 건축의 기술적 진보가 돋보이는 시기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과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끕니다. “신에게로 가까이”라는 명제 아래 발전한 고딕 건축은 성당을 거대한 기도문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과 독일 쾰른 대성당은 그 정수입니다. 두바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할리파도 고딕 건축의 상징성을 현대적 맥락에서 부각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르네상스에 이르러 인간 중심의 사고가 건축을 지배합니다. 고대 로마 양식의 부활로서의 르네상스 건축은 비례와 대칭, 인간의 합리성을 추구합니다.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두오모, 팔라디오의 빌라 로톤다는 이런 사조의 산물입니다.


바로크 건축은 정치적, 종교적 프로파간다의 도구였습니다. 대표적인 베르사유 궁전은 크기와 장식의 과시로 압도합니다. '비뚤어진 진주'라 불리는 바로크 양식은 직선보다 곡선, 대칭보다 비대칭을 강조하며 드라마틱한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로코코는 더 섬세하고 장식적인 경향으로 나아갑니다. 베르사유궁, 루브르궁, 상수시궁과 같은 공간은 사치와 감각적 즐거움을 추구한 귀족 문화를 잘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 시대 건축을 현실보다 사유가 앞섰던 시대라고 표현하며, 시대정신이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해석합니다.


마지막으로 19세기 이후 신고전주의, 고딕 복고주의, 아르누보 등 다양한 양식이 공존했던 시기부터 현대 건축까지의 흐름을 다룹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새로운 건축 재료와 기술이 등장했고, 건축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세기에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등 다양한 건축 사조가 등장했습니다. 모더니스트들은 건축은 Less is more 원칙 아래 과거의 장식을 탈피한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시 역사적 요소를 차용하며 과거와 대화했습니다.





<양진석의 유럽 건축사 수업>은 약 180여 개의 도판과 스케치가 압도적입니다. 저자가 직접 유럽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손으로 그린 스케치는 공간의 감각을 체험하게 합니다.


단순히 유럽 건축 양식을 나열한 백과사전이 아닙니다. 건축이라는 언어로 인류 문명의 흐름을 읽어내는 인문학적 접근이 매력적입니다.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 그릇은 시대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문화에 따라 색을 달리합니다. 한 사회의 종교, 철학, 정치, 경제, 기술의 총체적 결과물인 건축으로 시대정신을 읽는 시간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 속 건물조차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도시는 살아 있는 역사책이라는 걸 보여주는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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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 -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3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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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현대미술은 유독 낯선 언어처럼 느껴집니다. "이게 예술이라고?"라는 말이 나올 법한 작품들이 참 많습니다. 예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며 45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미술책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의 조원재 작가는 난해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친근하게 끌어옵니다. 방구석 미술관 3탄에서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방구석 미술관 3>은 20세기 이후 발전해 온 서양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탄이 모더니즘 미술의 탄생과 발전을 다루었고, 2탄이 한국 현대미술의 진수를 소개하며 동서양 예술 간의 균형 잡힌 시각을 선보였다면, 3탄은 피카소와 뒤샹 이후 미술계를 주도해 온 새로운 미술을 탐구합니다.


특히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하는 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 거장들의 작품 세계와 철학적 배경을 인문 드라마로 풀어냅니다. 가독성 좋은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하고 있어 현대미술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끕니다.





<방구석 미술관 3>에서는 추상미술의 대표 작가 피트 몬드리안과 잭슨 폴록, 20세기 현대 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 색면회화의 선구자 마크 로스코, 상업미술을 독창적인 예술로 승화시킨 살바도르 달리와 앤디 워홀까지 현대 서양미술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여섯 명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은 20세기 초 추상미술의 혁명적 발전을 이끈 핵심 인물입니다. 몬드리안 대표작의 네모반듯한 스타일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파면 팔수록 놀랍더라고요.


초기에는 자연주의적 풍경화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자연의 본질적 구조를 탐구하며 캔버스 위에 수직선과 수평선, 원색만을 사용한 순수한 형태의 추상에 도달했습니다.


3탄에서는 피카소와 뒤샹 이후의 현대미술을 다루고 있어, 방구석 미술관 1탄을 다시 펼쳐들어 보충해서 읽으니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들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했는지 이해가 쏙쏙 됩니다. 전문 용어를 가급적 배제하고, 핵심 개념은 이야기처럼 풀어냅니다.


파리에서 접한 큐비즘에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철학인 신조형주의(Neo-Plasticism)를 발전시켰습니다. 우주의 근본 구조가 수직과 수평의 관계에 있다는 믿음은, 그의 대표작 '컴포지션' 시리즈가 이 철학을 구현합니다.


검은 그리드 선으로 나눈 캔버스에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과 흰색, 회색, 검은색만을 사용해 균형과 조화 그리고 보편적 진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몬드리안의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어떤 철학적 사고와 시각적 탐구가 담겨 있는지 조원재 작가가 잘 짚어줍니다.


몬드리안의 미학은 현대 추상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고, 현대 디자인, 건축,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20세기 시각 문화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색면회화의 선구자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1940년대 후반부터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대형 캔버스에 부드럽게 경계가 흐려진 직사각형 색면들을 겹쳐 배치하는 독특한 화풍을 발전시켰습니다.


로스코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자신의 그림을 통해 인간의 기본 감정인 비극, 황홀, 운명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색채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감정과 정신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그래서 작업 여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마주하니 흥미로웠습니다. 로스코의 후기 작품들은 점점 더 어두운 색조로 변해갔는데, 그의 우울한 정신 상태를 반영한다고 합니다.


휴스턴의 로스코 채플에 있는 작품들은 그의 예술적 여정의 절정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들은 깊은 명상과 영적 성찰을 유도하는 공간을 창조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장소라고도 일컬어집니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색채의 깊이와 떨림 그리고 빛의 미묘한 변화를 경험하기를 원했던 로스코의 염원이 잘 드러납니다.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팝아트의 대표적 인물로, 20세기 후반 미술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혁명적 예술가입니다.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한 그는 대중문화의 아이콘과 소비재를 예술의 주제로 끌어들여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해체했습니다.


캠벨 수프 캔, 코카콜라 병, 마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유명인의 초상화 등 대표작들은 대량생산과 소비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워홀의 예술은 단순히 대중문화를 차용하는 것을 넘어, 미디어와 명성, 상업성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워홀의 영향력은 미술계를 넘어 대중문화, 패션, 광고, 디자인 등 현대 시각문화 전반에 미쳤습니다. 워홀은 예술이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고 현대 사회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외 물감을 뿌리는 드립 페인팅 기법을 개발한 잭슨 폴록, 가늘고 길게 늘어난 인체 조각상으로 유명한 알베르토 자코메티,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화폭에 담아내며 상업미술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로 승화시킨 살바도르 달리까지 현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 거장들의 이야기 <방구석 미술관 3>.


각자 다른 방식으로 20세기 미술의 발전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여섯 명의 거장들. 이들의 작품에 담긴 철학적, 사회적 의미까지 짚어주는 조원재 작가의 해설이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의 혁신적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도와줍니다. 미술 초심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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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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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의 밤 이후, 우리는 어떤 한국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영민 교수의 <한국이란 무엇인가>는 시국 평론도, 역사 교양서도 아닙니다.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능한 미래를 사유의 대상으로 밀어 올립니다.


대통령의 불법 계엄령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통해 우리가 당연시해온 한국 사회의 기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성찰하게 합니다.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 질문은 대개 위기의 순간에 제기됩니다. 김영민 교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은 현시대 한국 사회의 균열을 직시하며, 우리가 그동안 한국을 이해해온 방식 자체를 되묻습니다.


김영민 교수는 "21세기의 한국은 정치의 실패이자, 헌정의 실패이자, 법치의 실패이자... 한국을 이해해온 방식의 실패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한국을 설명해온 '안이한 언어'와 '게으른 상상력'을 넘어, 새로운 언어를 발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한국의 역사적 개념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합니다. 단군신화에 대한 분석이 신선합니다. 단군신화가 "외부 문명에 의해 정복당한 민족의 기억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신의 권위를 끌어온 정치적 서사일 수도 있다"라고 말합니다. 민족의 기원에 대한 단일한 내러티브를 거부합니다.


삼국시대라는 개념도 재고됩니다. 이 용어가 고려 시대 엘리트 김부식의 관점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수십 개의 소국이 혼재했던 시대였음을 상기시킵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온 역사적 용어와 개념들이 사실은 특정 관점과 권력이 구성한 선택적 기억임을 짚어줍니다.


"역사는 결국 오늘의 사태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이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오늘의 사태는 달리 보인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역사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과 욕망이 개입하는 선택적 내러티브임을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유교랜드는 과거의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현대 한국을 보여주는 곳이군."라는 문장으로 한국의 유교 전통에 대한 해석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개념을 빌려, 안동의 유교랜드는 한국 전체가 유교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있는 곳이라고 해석합니다. 우리가 과거와 맺는 관계가 얼마나 선별적이고 재구성된 것인지 보여줍니다.


노비 제도에 대한 고찰도 흥미롭습니다. 그토록 많은 노비가 실존했으나 현대 한국에서는 노비의 자손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며, 역사적 기억의 선택성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드러냅니다.





2부 한국의 현재에서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파헤칩니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언론의 무기력, 교육의 붕괴, 정당정치의 무능력 같은 진단에 머물지 않고, 그것이 왜 반복되는지 구조적으로 설명합니다.


그 중심엔 ‘언어의 고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개혁, 정의, 민주주의 같은 단어들이 관성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언어의 공허함 속에서, 시민의 참여는 무력해지고 공론장은 혼탁해지며,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를 구성하게 됩니다.


특히 쿠데타에 대한 분석은 날카롭습니다. "법을 어기는 것이 쿠데타가 아니라 법을 초월하는 것이 쿠데타다."라고 합니다. 미셸 푸코의 통찰을 빌려, 저자는 쿠데타의 본질이 단순한 위법이 아니라 "법 자체를 가능케 하는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합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반복된 군사 쿠데타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혁명의 종결 문제도 흥미롭게 다룹니다. "혁명은 일어났으나 혁명이 약속한 세상이 오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친다."라고 말한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 사회가 혁명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고 진단합니다.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한국 사회가 왜 계속해서 구조적 불안정성을 경험하는지를 설명합니다.


한국의 근대화, 대학, 청년, 어른, 이민 등 현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비판적으로 재검토됩니다. 특히 한국 청년들의 실존적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세대 간 단절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3부 한국의 미래는 그저 미래 전망이 아닌 한국이라는 이름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사유 실험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규정짓는 방식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갈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개혁에 대한 접근이 인상 깊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꾸준히 계몽에 의존해왔다. 너도 나도 외쳐왔다. 정신 차려! 머리에 힘줘!"라고 말하며, 의식 변화를 통한 사회 개선이라는 계몽주의적 접근이 한국 사회에서 실패했음을 지적합니다. 도덕적 우위에 선 계몽 담론을 비판합니다. 대신 지금과 다른 삶이 합리적이라 느껴질 때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김영민 교수는 주어진 이분법적 선택지에 갇히지 말 것을 조언합니다.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구성된 것'임을 강조합니다.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새롭게 상상하고 재구성할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감수성, 새로운 시선이 없다면, 한국이라는 이름조차도 미래를 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영화 그랜 토리노를 통해 보수의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합니다. 단순한 이념적 대립을 넘어, 보수와 진보가 함께 공존하고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한국이란 무엇인가>는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환상을 버리고 '지금 여기'의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책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이란 무엇인가>에서 과거-현재-미래는 단순히 시간적 구분이 아니라, 한국 사회 구조를 시간의 층위를 통해 해부하고 있습니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한 기억의 서사이며, 현재는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특정 언어와 제도가 구성한 살아있는 현실인 겁니다. 그리고 미래는 예측이나 전망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출발하는 상상의 지평입니다.


왜 우리는 반복적으로 무력한 정치를 선택하는지, 왜 공동체는 더 이상 연대하지 못하는지. 묵직한 주제이지만 다양한 문화적 사례를 통해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김영민 교수의 글은 한국이라는 공동체의 근본적인 성격과 가능성에 대해 사유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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