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 - 차이와 차별을 넘어 모두에게 이로운 생존 가치, DEI
정현천 지음 / 트로이목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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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분열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적 맥락에서 정현천 저자의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는 도덕적 당위를 넘어서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DEI를 바라보는 책입니다.


DEI는 Diversity (다양성), Equity (형평성), Inclusion (포용성)의 약자입니다. 이 세 가지는 조직, 사회, 국가 차원에서 서로 다른 배경, 정체성, 능력을 지닌 개인들이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사회적 가치 원칙이자 실천 전략입니다.


정현천 저자는 SK그룹에서 38년간 전략기획, CSR, ESG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책임지며 축적한 실무와 통찰을 바탕으로 DEI를 단순한 도덕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습니다. DEI는 수많은 사례와 역사적 전환점 속에서 입증된 성공과 실패의 분기점이라는 점을 일깨웁니다.


인류사의 굵직한 사건과 흐름을 통해 포용의 유무가 한 문명의 존망을 갈랐다고 설파합니다. 착취적 제도와 포용적 제도의 대비 사례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가 DEI를 왜 절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조명합니다.


한 예로, 유방의 포용적 인재 등용이 어떻게 초나라 귀족 출신 항우를 이기고 400년 한나라의 기틀을 만들었는지를 통해 출신을 가리지 않는 포용이 얼마나 강력한 전략이 되는지를 들려줍니다.


유방의 사례는 오늘날 기업의 인사 전략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외형적 이력보다는 잠재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사 시스템이 곧 DEI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짚어줍니다.


정치와 리더십에서 DEI는 더욱 뚜렷한 실천 기준이 됩니다. 링컨이 정적을 포함한 라이벌 팀을 만들어 미국 내전을 극복하고, 오바마가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사정책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갔던 사례는 포용적 리더십이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경영에 있어 DEI는 선택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DEI는 구조적 생존전략임을 역설합니다.


조직 내 다양성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을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위기 앞에서 다각도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이자 미래를 감지하는 레이더입니다. 팔라디움 선물 거래로 인해 큰 손실을 본 포드자동차의 사례는 동질화된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 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흔히 포용은 문화적, 사회적 가치로만 여겨지지만 저자는 생물학적 진화의 관점으로까지 확장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원, 유성생식의 다양성 확보 메커니즘, 면역체계의 라이브러리 전략 등은 모두 다양성이 생존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이라는 근거가 됩니다.


포용이란 진화를 위한 구조라는 이 시각은 DEI에 대한 편협한 도덕주의적 접근을 탈피하게 합니다. 생명체조차 다양한 데이터를 내부에 축적하고 유연한 대응체계를 갖출 때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점은 조직과 사회가 포용을 통해 적응하고 진화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하지만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DEI를 방해하는 8가지 덫을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연고주의에 대한 통찰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지점입니다. 연고주의뿐만 아니라 완벽주의, 타성, 도그마(독단), 휴브리스(오만), 동조화, 편견 등이 복합적으로 DEI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조직문화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유도합니다.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는 DEI의 구현을 위한 10가지 가치를 소개합니다. 자아 확장, 여유와 기다림, 뒤섞기, 경청과 관찰 등 구체적 실천으로서의 체크리스트가 펼쳐집니다.


인상적인 건 '나를 포용하기'입니다. 먼저 자신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자신의 한계와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다름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DEI는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 책은 그 도구를 어떻게 설계하고 작동시키는지를 설명하는 사용설명서와 같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법으로 전개하고 있어 읽기 편했습니다.


8가지 덫을 피하고 10가지 가치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포용성은 크게 향상될 겁니다. 기업 실무자뿐만 아니라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다양성 감수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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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명상록 - 마음의 평화를 찾는 가장 쉬운 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필로소피랩 엮음 / 각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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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멘탈 관리가 생존 스킬이 된 시대. 직장에서는 상사의 지적에 마음이 무너지고, SNS에서는 타인의 화려한 일상에 위축되고,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2000년 전 로마 황제가 이미 겪었고, 그 해답까지 메모로 남겨놓았다면 어떨까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그런 책입니다. 필로소피랩에서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초역 명상록>은 인생 명언과도 같은 고전의 지혜를 일상으로 가져옵니다.​


자기 성찰과 감정 조절, 인간관계, 생의 본질에 이르기까지 스토아 철학의 정수를 만나보세요. 스토아 철학의 핵심은 내면의 평정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자신이 다스릴 수 없는 외부 상황보다는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에 집중할 것을 반복해 강조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을 구분하라. 또한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맞서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라" (p.20)라는 문장은 번아웃, 불안, 스트레스와도 직결되는 실용적 처방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감정 조절의 핵심이 통제 가능성의 구분에 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가 실제로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 원칙들을 적용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전쟁, 전염병, 정치적 음모가 끊이지 않던 시대에 제국을 통치하면서도 내적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타인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받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무너지는 우리는 이 조언 앞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감정은 통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입니다.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감정의 반응을 자각하는 순간, 이미 절반은 다스린 것입니다. <초역 명상록>은 이러한 내면의 움직임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철학적 처방전도 등장합니다. 평정심은 내 안의 권리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타인의 행동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책임이며, 나는 오직 내 본성에 충실할 뿐이다.” (p.37) 라며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갈등을 바라보는 기준을 재정립합니다.


우리는 타인이 바뀌기를 바라며 감정의 주도권을 넘겨버립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인간관계를 나의 선택 가능한 반응으로 환원시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경계 설정의 고전적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자율성과 존엄성의 문제입니다. 비교, 비난, 시기심 등 사회적 맥락에서 유발되는 감정의 실체를 밝히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행복을 해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아우렐리우스는 이미 간파했습니다. 그는 비교의 목적을 남을 이기는 것에서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전환하라고 조언합니다.


소유와 욕망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빛납니다. 지속 가능한 삶, 환경적 미니멀리즘, 필요한 만큼의 삶이라는 개념은 과잉 욕망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합니다. <초역 명상록>은 집착을 줄이는 것이 곧 자유와 평온으로 가는 길임을 이야기합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시간의 본질에 대해서도 자각하고 있었습니다. "행복의 열쇠는 현재에 있다"라는 문장은 마음챙김의 클리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일기를 보면 매일의 실천으로 행했습니다.


하루를 의미 있게 시작하는 법부터 흩어진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태도, 그리고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삶은 디지털 시대의 산만함과 무의미함 속에서 중심을 잡는 단서가 됩니다. <초역 명상록>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미뤄진 일과 후회의 반복으로 소모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스토아 철학은 도덕적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정의로운 일이라면 그 길을 따른다”, “옳은 일에 반드시 칭찬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문장들은 원칙의 가치와 책임의 태도를 일깨워 줍니다. 직장생활, 시민의식, 공동체 참여 등 다양한 실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초역 명상록>은 도덕적 이상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스스로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세우도록 유도합니다. 그 과정에서 말보다 행동으로 살아가는 자세가 강조되며, 철학이 삶의 구체적 윤곽을 그려내는 방식이 전해집니다.


“기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의 선함 속에 항상 숨 쉬고 있다.” (p.127)라는 문장에서 알 수 있듯 신뢰, 공동체 안에서의 책임과 존중은 아우렐리우스가 중시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분열과 혐오, 불신의 사회에서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을 잃지 말라고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존엄성을 지키며, 어떻게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철학이란 결국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학문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죽음은 단지 우리의 존재가 다른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일 뿐이다.” (p.149)라며 죽음을 자연의 질서로 받아들이는 시선은 허무주의가 아니라 유한성이야말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조건이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현재의 삶을 더욱 온전히 살도록 돕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하고, 미루고 있던 일들에 대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초역 명상록>은 나이 듦과 상실, 이별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안겨줍니다.


원전의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그 메시지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낸 인생 명언 <초역 명상록>. 필로소피랩은 본문 곳곳에 아우렐리우스의 철학을 실용적 삶의 도구로 재구성했습니다.


하루에 한 꼭지씩 읽기 좋은 분량입니다. 아우렐리우스 자신이 매일 자기 성찰을 위해 일기를 썼던 것처럼 스스로의 내면을 정돈하는 삶의 루틴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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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하루 만에 영상 만들기 with 런웨이 - 어비와 레드라쿤과 함께 배우는 생성형 AI 제작 노하우 가이드북
어비(송태민).레드라쿤(서광민)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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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제작 경험이 전무한 초보자도 콘텐츠 기획 능력만 있다면 생성형 AI와 함께 단 하루 만에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비전문가도 하루 만에 가능한 AI 영상 제작 노하우를 알려주는 <AI로 하루 만에 영상 만들기 with 런웨이>. 유튜브 크리에이터 어비와 레드라쿤이 챗GPT, 런웨이, 미드저니, SUNO, CapCut 등 주요 AI 도구를 활용한 영상 제작 전 과정을 알려줍니다.


AI가 영상 제작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는 놀랍습니다. AI 영상 생성 플랫폼 런웨이(Runway)는 텍스트로 영상을 만드는 마법이라 불리며 영상의 시대를 살아가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줍니다.


텍스트로 영상을 생성하는 기능부터 시작해서 그림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변환하는 효과, 배경과 피사체를 지능적으로 분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음성에 맞춰 입 모양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립싱크도 가능합니다.


미드저니에서 생성한 인물 이미지를 런웨이에 연동하면 입 모양을 음성에 맞춰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립싱크 기능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수작업으로 몇 시간씩 걸려서 하던 작업을 몇 분 만에 해결해버립니다.


평면 이미지를 입체로 변환하는 3D Capture 기술도 흥미롭습니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3D로 복원해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상된 부분을 매끄럽게 복원하는 Inpainting 기능과 시간의 흐름을 극도로 느리게 표현하는 Super-Slow Motion 기능까지 더해지면 SF 영화에서나 봤던 기술이 현실이 되는 겁니다.


본격적인 제작 과정이 펼쳐집니다. 런웨이 Gen-3 Alpha의 프롬프트 구조는 생각보다 체계적입니다. 영화 연출가가 되어 장면을 묘사하듯이 카메라 앵글부터 조명, 분위기까지 세밀하게 기술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해변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라고 쓰는 것과 '황금빛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골든 리트리버가 파도를 향해 신나게 뛰어가는 모습을 저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라고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다행히 프롬프트에 사용할 영상 관련 용어를 꼼꼼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도움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한 명령어 입력이 아니라 문맥 기반의 사고 구조입니다. 영상의 흐름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감정, 톤, 분위기를 설계하는 언어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 책은 도구 사용 설명서가 아니라, AI를 매개로 콘텐츠 기획을 구체화하는 창작 전략서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AI 영상을 '하루 만에' 배울 수 있다고요? 실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AI 영상 제작의 전 과정을 안내합니다. 완성작까지의 여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런웨이 기능들을 습득할 수 있는 겁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만들어보고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환경보호 홍보 영상, 화장품 광고 CF 등을 만드는 과정이 세세하게 소개됩니다. 이 과정에서 챗GPT, 런웨이, 미드저니, ElevenLabs, SUNO, CLOVA Dubbing, CapCut 등 AI 도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시나리오 작성, 장면별 프롬프트 구성, 이미지 생성, 효과음과 배경음악, 내레이션, 편집을 거쳐 완성된 영상을 출력하는 과정이 마치 오케스트라의 합주처럼 조화롭게 진행됩니다.


AI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창작 파트너입니다. 그렇기에 AI가 창작 영역에 미치는 철학적, 윤리적 영향도 잊지 않고 언급합니다. 딥페이크와 가짜 콘텐츠 문제를 다루며 창작자로서의 책임감도 커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부록에서는 AI 영상 생성의 원리를 탐구하며 기술적 내용의 깊이감을 더합니다.


영상 제작에 관심은 있지만 기술적 허들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복잡한 전문 용어나 어려운 기술 개념을 친근하게 풀어서 설명해줍니다. 영상 제작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실용적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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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 - 리더의 말이 달라지면 회사는 성장하기 시작한다
고구레 다이치 지음, 명다인 옮김 / 갈매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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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리더가 마주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팀원에게 더 창의적으로 해봐, 퀄리티를 높여줘라고 말했는데 돌아오는 건... 알잘딱깔센은 꿈일 뿐입니다.


언어화 컨설턴트 고구레 다이치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을 언어화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화는 말을 잘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언어화가 되었는가는 그 말이 얼마나 명확한지에 달렸다라고 합니다. 진정한 언어화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정확한 그림을 그려주는 것입니다.


언어화 컨설팅을 3,000건 이상 진행하면서 축적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이론과 실무 사이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메워줍니다.





팀을 하나의 목표로 이끌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자는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선수들이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을 할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면?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 '스스로 생각해서 경기를 운영해봐'라고 말하는 감독이 있다면 바로 해고될 것이다"라는 비유로 많은 리더들이 놓치고 있는 맹점을 짚어줍니다.


리더가 우선 해야 할 일은 팀원이 '할당받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언어화해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동기부여나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팀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리더의 1차적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2023년 일본능률협회 조사에서 일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상사가 이상적인 상사 1위(79.0%)에 올랐다고 합니다. 팀원들이 원하는 것은 카리스마나 인간적 매력보다도 명확한 업무 가이드라인입니다.


<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처럼 모호한 목표를 구체적 행동으로 변환시키는 체계적 방법론을 알려줍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문장으로 완성하기입니다. 표현이 모호해지는 이유는 단어나 명사만으로 목표를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겁니다.


고객 최우선주의라는 추상적 개념을 '아이와 함께 온 손님'이 '아이가 큰 소리를 내도 주변 시선이나 이용 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상태를 목표로 한다'로 구체화하는 방식입니다.


목표가 명확해질 때 비로소 달성 방법도 명확해지고, 팀원들의 행동도 일관성을 갖게 된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명확해 보이는 표현도 실제로는 각자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방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때 너무 세세하게 지시하면 팀원의 자율성을 해치고, 너무 포괄적으로 지시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방법도 소개됩니다. 목표에서 행동까지의 연결고리를 단계별로 명확히 하는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업무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부분입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지는 '하지 않았을 때 누구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는 조언은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무의미한 업무들을 걸러내는 유용한 필터가 될 수 있습니다.





실무에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 도구가 가득합니다. 사장님이 주주총회에서 참고하실 수 있도록, 영업 담당자가 고객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도록처럼 기대치를 이야기할 때도 명확한 가이드를 안내합니다.


심리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팀원의 마음을 여는 기술도 흥미로웠습니다.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팀원, 자기 의견만 고집하는 팀원 등 리더들이 흔히 마주하는 상황들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법을 보여줍니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만 받아들인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을 기존 경험과 연결시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해했어요'의 착각을 좁히는 마지막 퍼즐은 전달의 언어화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해했다고 착각하고 엉뚱한 일을 하는 경우가 무척 흔합니다.





저자는 효과적 소통의 원리를 분석합니다. '이해하기 쉽다'는 건 파악할 수 있고, 수긍할 수 있고, 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수긍하고 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현대 리더의 핵심 역량은 명확한 소통 능력입니다. 리더의 언어 사용이 정보 전달을 넘어 조직 전체의 사고 패턴과 행동 양식을 형성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알잘딱깔센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대신 명확한 기준과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팀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입니다.


리더십 전반을 언어화라는 렌즈로 재해석한 <알아서 잘하라고 하지 않고 명확하게 일 맡기는 기술>. 알아서 잘하라는 말은 리더의 회피일 뿐이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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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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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당신의 뇌가 망가지면 당신도 사라진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신경학자 마수드 후사인은 뇌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아웃사이더>에서 인간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뇌질환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삶이 무너진 일곱 명의 환자들을 통해 우리의 자아가 얼마나 취약하고 변화 가능한 존재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환자들은 사회 속에서 역할을 가지고 살아가던 '인사이더'였지만, 뇌 손상은 순식간에 이들을 '아웃사이더'로 만들어버립니다.


동파키스탄(현 방글라데시) 출신인 저자는 영국에서 이민자로 생활하면서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피부색과 출신 때문에 겪은 차별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갖게 했고, 책 전반에 걸쳐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환자 데이비드의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의욕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바닥핵 뇌졸중 이후 그는 병적인 무관심 상태에 빠졌습니다. 집안일을 하지도, 친구들과의 만남은 물론이고 자신의 건강조차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데이비드의 경우 뇌의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 치료로 회복될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그가 얼마나 빠르게 사회적 관계망에서 소외되었는지는 충격적입니다.


두 번째 환자 마이클은 의미 치매 증상을 보이며 점차 단어들을 잃어갔습니다. 농담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던 유머러스한 성격의 그가 열쇠나 의자 같은 일상적인 물건의 용도까지 잊게 되었습니다. 뇌 손상이 의미와 감각을 지우면서 그는 언어적 유희의 세계에서 추방당합니다.


마이클의 사례는 우리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근본적인 틀입니다. 언어를 잃어가면서 동시에 사회적 관계에서도 멀어지는 과정은 인간이 얼마나 언어적 존재인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기억 상실의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는 트리시. 잘못된 기억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증상도 보였습니다. 기억이 무너지면 인간관계도 무너지며 자아도 서서히 해체됩니다. 다행히 트리시가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사회적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소외가 질병 자체보다는 질병에 대한 태도와 더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문화적 편견이 질병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와히드의 사례도 독특합니다. 파키스탄 출신 버스 운전사인 그는 밤마다 두건을 쓴 귀신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환영 증상 자체도 괴로웠지만 더 큰 문제는 주변 사람들의 기피, 배제 반응이었습니다.


와히드의 경우는 뇌의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이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그가 겪은 사회적 고립은 의학적 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와히드의 사례는 의학적 치료만큼이나 사회적 이해와 수용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왼쪽에서 오는 정보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된 윈스턴, 온화하고 배려심 깊던 성격에서 자제력을 잃고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악담을 퍼부으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수, 갑자기 자신의 오른쪽 팔다리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 애나의 사례까지 뇌 기능 손상의 결과는 무시무시했습니다.


이처럼 일곱 환자들은 서로 다른 인지 과정의 손상으로 인해 자아의 한 조각을 잃었고, 그 결과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신경 퇴행 질환이든 외상성 뇌 손상이든 간에 이들이 겪은 질환들은 결국 자아를 잃게 만들었습니다.





<아웃사이더>는 우리의 정체성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자아는 뇌의 다양한 기능들이 조화롭게 작동할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고 합니다. 기억, 언어, 감정, 주의력, 충동 조절 등 각각의 기능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우리가 '나'라고 인식하는 일관된 정체성이 유지됩니다.


특히 정체성의 사회적 측면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자아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된다고 말입니다. 뇌질환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곧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일곱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얼마나 쉽게 소외되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질병 자체보다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아웃사이더>는 보여줍니다. 우리는 타인의 인정과 수용을 통해 자아를 확인하고 유지합니다. 사회적 소외는 질병만큼이나 개인의 정체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아, 정체성의 비밀을 밝힌 뇌과학 책 <아웃사이더>. 결국 연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뇌의 다양한 부위들이 연결되어 작동할 때 정상적인 인지 기능이 나타나고, 사회적 관계가 연결되어 있을 때 건강한 정체성이 유지된다는 것을요.


일곱 명의 환자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연결이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뇌의 신경 연결이 끊어지기도 했고,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지지를 통해 다시 연결될 수 있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된 존재입니다. 뇌의 신경세포들이 연결되어 있고, 사회의 구성원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연결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는 것이 건강한 개인과 사회를 만드는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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