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 - 읽고 쓰는 사람을 길러내는 아주 특별한 세계에 관하여
이용훈 외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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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도서관의 위상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울산대학교가 27만 권의 장서를 폐기했고, 고양시는 공립작은도서관 5곳을 줄줄이 폐관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 명의 지식인이 모여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는 도서관의 현재 위기 상황에서 출발해 도서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분석합니다. 책과 도서관의 진짜 쓸모를 풀어낸 대화록입니다.


초대 서울도서관장을 역임한 도서관 전문가 이용훈, 《출판저널》 편집장을 거쳐 도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권우, '과학책방 갈다'를 운영하는 천문학자 이명현, 15년간 과학관장을 지내며 과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이정모 저자까지 지식인 4인방이 전하는 책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입니다.





네 사람은 학문과 분야는 서로 달라도 인생을 가로지르는 중요한 축으로 도서관을 꼽습니다. 이명현 저자는 "도서관은 인류 문명 전체에 걸쳐 굉장한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임계 국면을 넘어선 진화적 대사건의 산물"이라며 도서관을 단순한 지식 저장소가 아닌 인류 문명을 이어가는 중간 기지로 묘사합니다.


이정모 관장은 독일 본시립도서관의 사서가 중세 장식체로 된 책을 타이핑까지 해주며 정보를 건넨 덕에 첫 책을 집필했습니다. "달력에 관한 책을 몇 번 빌렸더니, 사서들 사이에서 저에 대한 소문이 돌았나 봐요 … 그 책을 읽었으면 이제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요." 이 작은 친절이 결국 한 사람의 작가적 정체성을 만들어낸 셈입니다.


이처럼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우연한 발견을 통해 삶을 바꿔 놓는 곳임을 보여줍니다.


도서관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권우 저자는 무상의 독자에서 유상의 독자로 전환시키는 과정이야말로 도서관의 숨은 쓸모라고 말합니다. 독서를 통해 성장한 시민이 결국 책을 사고 출판 생태계를 지탱한다는 겁니다.


이명현 저자는 도서관을 DNA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지식을 축적하는 아카이빙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리적 장소 그 이상, 인류 문화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동력원이라는 겁니다.


이용훈 저자는 도서관의 공간적 가치에 주목합니다. 보스턴공립도서관이 도심 한복판에 있어서 보스턴 마라톤의 결승 지점 역할도 한다는 사례를 들며 '큰' 도서관보다 '가까운'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도서관의 쓸모는 이처럼 사회적, 개인적, 문화적 차원에서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서 관리와 수서 정책에 대한 논의도 흥미롭습니다. 모든 곳에 모든 책이 있을 필요는 없다는 원칙을 제시하며, 도서관 간 네트워크를 통한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강조합니다.


최근 각종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장서 폐기 사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기도 합니다. 우리 지역 도서관들도 지역 내 도서관끼리 시스템을 연결해 가까운 도서관에 책이 없어도 상호대차 방식으로 타 도서관 책을 대출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책 vs 도서관에 필요한 책이라는 딜레마를 다루면서 저자들은 도서관이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도서관의 공공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AI 시대에 과연 도서관이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논의합니다. 이정모 저자는 "챗GPT나 유튜브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 포인트만 딱 짚어요. 변두리 이야기들이 없죠. 반면에 책은 상당히 많은 변두리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라고 답합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책이 제공하는 변두리 이야기들, 즉 핵심 정보 주변의 맥락과 부가 정보들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덥니다. 이런 변두리 이야기들이야말로 독자가 저자의 의도를 넘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이용훈 저자는 서경식 선생의 '도서관적 시간' 개념을 인용합니다. "간단히 답을 얻을 수는 없는 질문(대체로 인간에 관한 질문은 모두 그러하다)에 침잠하면서 끝없는 문답에 몰두한다. 그 사고 과정 자체가 풍요와 기쁨에 차 있는 시간"이라는 겁니다. 즉답을 추구하는 AI 시대에 도서관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입니다.


사서의 역할 변화에 대한 논의도 흥미롭습니다. 저자들은 AI가 정보 검색을 대신해 줄 수 있지만, 사서의 참고정보서비스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정모 저자의 독일 경험담처럼 사서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잠재적 관심사를 발견하고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독서 인구 감소라는 현실적 위기 앞에서 도서관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저자들은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이권우 저자는 민주주의와 도서관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지식과 교양에 바탕을 두지 못한 민주주의는 허약할 수밖에 없다며 도서관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이 아니라 민주 시민의 양성소입니다.


라이프러리(lifrary)라는 새로운 개념도 등장합니다. 도서관(library)과 삶(life)을 결합해 도서관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책과의 느슨한 연결을 지향합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주제입니다. 도서관을 찾는 노인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독자층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서관이 전통적인 젊은 독자층 중심에서 벗어나 더 포용적인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도서관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흔드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 네 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펼치는 대화는 때로는 학술적이고 때로는 일상적이며 흥미롭습니다. 도서관이 단순한 책 보관소가 아니라 지식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만나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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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 철학 영어 필사 101 (원어민 MP3 무료 제공) - 삶의 이정표를 밝히는 하루 한 장의 지혜
퍼포먼스 코치 제이 지음 / 넥서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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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삶의 고비마다 마음을 단련하는 101가지 질문 <스토아 철학 영어 필사 101>. 스토아 철학의 문장을 영어와 한글로 필사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욕망, 삶의 목표를 성찰하고 내면의 평정을 회복하는 자기 훈련의 도구로 기능합니다. 지금 당신의 삶이 불안하고 소란스럽다면 이 책을 펼칠 타이밍입니다.


에픽테토스,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스토아 철학자들은 성찰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기르는 방법을 강조했습니다.


<스토아 철학 영어 필사 101>은 스토아 철학을 사상적 지식으로 끝내지 않고 매일의 실천으로 체화하도록 돕습니다. 퍼포먼스 코치 제이 저자는 손으로 직접 써가며 내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 근력을 키우도록 도와줍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현재에 집중하며 감정의 낭비를 멈추고 매 순간을 자발적으로 살아내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먼저 하루를 설계하고 감정이라는 도둑에게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시간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시간을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분노, 후회, 걱정 같은 감정이 어떻게 생산성을 갉아먹는지 설명하고, 그것을 인식하고 멈추는 훈련이 필사 과제로 주어집니다. 철학적 자기성찰에 기반한 일종의 자기 돌봄 기술로 느껴집니다.


스토아 철학은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명확한 기준을 갖는 삶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목표 없는 삶은 무작위로 떠도는 배와 같습니다. 저자는 목표를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스토아 철학 명문장들을 소개합니다.


'복잡한 목표는 실패한다'라며 욕심이 만들어낸 복잡한 인생 설계도 대신 단순하고 명료한 목표에서 출발하는 지혜를 알려줍니다. 특히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데 집중합니다.


더불어 자기 이해를 통해 나만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실제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쓰게끔 유도합니다.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개인적인 욕망을 넘어선 더 넓은 비전과 연결시키는 사유의 폭을 제공합니다. 이 필사노트는 자신만의 삶의 궤도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나침반이 되어 줍니다.


두려움은 대부분 우리가 만든 환상에서 비롯됩니다.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 움츠러드는 자신에게 필요한 내적 에너지를 명문장들과 함께 써내려가봅니다.


손으로 옮겨 적는 순간, 슬로건을 넘어 자기 암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거창한 결심보다 지금 당장 가능한 작고 구체적인 실천을 강조합니다. 용기란 결국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분노, 슬픔, 불안에 휘둘리는 대신 감정을 하나의 정보로 받아들이는 연습도 스토아 철학에서는 중요합니다. 저자는 감정과 반응 사이에 틈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데 도움되는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특히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It's not what happens to you, but how you react to it that matters."는 꼭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이었습니다. 결국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로 반응하느냐라는 깨달음을 일깨워 줍니다.





문제 자체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전환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을 다루는 스토아 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듭니다. 정신적 근육을 단련하는 데 이만한 게 없습니다. 매일의 필사는 이성적 사고를 습관화시키는 일상의 연습장이 됩니다.


철학의 언어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실용 철학서가 되어주는 <스토아 철학 영어 필사 101>. 영어와 철학, 감정과 목표가 연결되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딱딱한 철학 용어 대신 일상에서 쓰는 표현들을 사용해 접근성을 높인 퍼포먼스 코치 제이의 해설이 만족스럽습니다. 원어민 MP3를 다운로드 할 수 있어 출퇴근길이나 운동할 때 들으며 반복 청취할 수 있어 실용적입니다.


철학적 통찰의 에센스 문장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안하고,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까지 포함되어 있어 읽기를 넘어 성찰과 실천을 끌어냅니다. 철학은 머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살아내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다시 출발점에 선 이들을 위한 친절한 배웅처럼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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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 조용히 서재로 숨다 - 책 읽고 글쓰기에 빠진 부녀의 ‘180일 작가 프로젝트’
김기훈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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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가 함께 써 내려간 성장 드라마 <아빠와 딸, 조용히 서재로 숨다>. 가족이 다시 숨을 고르고 성장하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온기가 전해집니다.​


저자 친절한 기훈씨가 20년 전 『연금술사』를 읽으며 품었던 작가의 꿈을 육아휴직이라는 삶의 전환점에서 다시 꺼내 든 순간,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속도감 있게 커리어를 발전시켜왔던 저자는 결국 쓰러지고 나서야 육아휴직을 통해 강제 휴식과 안정을 취하게 이릅니다. 제목의 '조용히 서재로 숨다'라는 표현 속에는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진짜 자신과 마주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서 '숨다'는 도피가 아니라 재충전이고,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라 딸과 함께하는 성장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육아휴직 중 만난 가장 큰 선물은 딸과의 연결이었습니다. “아빠, 놀아줘”에 응답하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린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아이들의 문해력 문제를 해결할 때도 저자는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 도구가 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냅니다. 하루 한 권씩 짧은 동화라도 책을 함께 읽는 방법으로 말이죠.


처음엔 습관 만들기의 일환이었지만 뜻밖에 창의력의 씨앗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가 책을 읽은 후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한 줄, 한 장씩 기록이 쌓여가기 시작했고 독서와 글쓰기를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이 모든 여정들이 부녀의 관계를 새롭게 엮어 줍니다.


저자는 AI와의 협업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기술은 가족을 단절시키는 벽이 아니라 소통을 돕는 다리가 됩니다. 챗GPT를 활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화책을 만드는 법을 딸과 함께 배웁니다. 부녀의 상상력이 만나는 장이자 작가라는 이름을 현실로 바꾼 무대가 됩니다.


저자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상상력과 아빠의 관심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아이의 그림에서 소재를 찾고, 챗GPT가 완성하는 스토리 라인은 가족의 창작물을 작품으로 승화시킵니다.


실용적인 글쓰기 노하우도 가득합니다. 잡탕 블로그라 불리던 공간은 어느새 나만의 글쓰기 연구소가 되었고, 삶의 글을 채우게 됩니다. 생각을 확장하고 더 나다운 글쓰기를 추구하며, 글 한 줄이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블로그 10분 글쓰기를 위한 7가지 전략처럼 저자의 비결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블로그는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나를 드러내고 성장시키는 무기가 됩니다.





마지막 여정은 작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15일 만에 전자책을 완성하고, 종이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겪은 현실 팁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이 여정의 진정한 가치는 글을 쓰며 만드는 자아실현에 있습니다. 매일 한 줄을 써 내려간 끝에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허락한 순간, 비로소 삶의 무게가 의미로 바뀝니다. 나를 브랜딩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글을 쓰는 일, 그 자체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독서와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관계를 잇고, 자아를 회복하며,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지금 당신의 서재는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지요.


작가의 꿈을 딸과 함께 이루어가는 과정을 남의 이야기로만 끝내긴 아깝습니다.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친절한 기훈씨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세요. 육아휴직이라는 현실적 상황을 창작의 기회로 전환시킨 발상의 전환이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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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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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응급실 의사의 시선으로 풀어낸 인체 탐험 <몸, 내 안의 우주>. 응급실에서 만난 수많은 생과 사의 순간을 바탕으로 우리의 몸을 탐험하는 독특한 방식의 의학교양서입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저자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과학적 통찰을 펼쳐냅니다. 복잡한 의학 지식을 어렵지 않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몸에 대한 대중 의학 교양서로 단연 추천합니다.


37조 개 세포의 경이로운 드라마 <몸, 내 안의 우주>. 응급실이라는 생사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인체의 신비를 탐구합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임상의 사례들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 기대하며 읽어도 좋습니다.


먼저 우리 몸의 파이프라인 소화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의 소화기관이 매일같이 수행하는 놀라운 작동 과정을 경이롭게 비춥니다. 무려 6.5m에 달하는 소화관. 음식물이 이 긴 관을 지나며 어떻게 분해, 흡수, 배출되는지 이야기합니다.


소장이 융모 구조를 통해 표면적을 거의 원룸 하나 크기로 확장한 설계 방식은 신비로울 따름입니다. 개와 고양이처럼 장이 짧은 동물은 분변을 다시 섭취해 영양분을 보충한다는 비교를 통해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소화기계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생명의 진정한 첫 징후는 혈액의 순환이라는 말처럼 심장은 존재의 출발점입니다. 저자는 심장을 단순히 펌프로만 보지 않습니다. 심장의 탄생부터 죽음 직전의 현장까지 연결 지으며 순환계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키는 최전선임을 증언합니다.





숨을 쉰다는 행위조차 생물학적 경이로 풀어냅니다. 폐가 테니스코트만 한 면적을 확보하고, 하루 2만 5000회의 호흡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는 사실은 숫자만으로도 놀랍습니다.


대사 쓰레기의 배출구인 신장의 경이로운 공학도 놀랍습니다. 혈액 1500L를 여과해서 130L의 원뇨를 만들고, 이를 다시 걸러 1.5L의 소변을 만든다고 합니다. 당뇨,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이 신장 기능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그리고 투석이나 이식 같은 마지막 수단이 왜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도 짚어줍니다.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은 몸을 지휘하는 지휘자와도 같습니다. 내분비 시스템은 단순한 조절장치가 아닙니다. 인슐린, 렙틴, 성장호르몬 같은 호르몬이 어떻게 신체 전반에 신호를 보내고 우리의 감정, 식욕, 대사까지 좌우하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면역의 서사도 흥미진진합니다. 바이러스와 인체의 공진화를 통해 면역이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설명은 의학을 역사적 관점에서도 바라보게 합니다.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감각기관이자 방어막인 피부에 대해서도 해부학적, 문화적 관점 모두에서 설명합니다. 피부가 외부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재생하고, 동시에 감각수용체를 통해 세상을 인지하게 하는지, 감각기관으로서의 피부가 우리의 세계를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어주는지 알게 된 시간입니다.





그 외에도 인간의 형태를 만드는 뼈와 근육, 유전과 진화의 교차로인 생식기, 인간다움의 근원으로서의 중추신경과 감각에 대해 짚어줍니다. 인간이 얼마나 섬세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각 장기의 구조와 기능뿐만 아니라 진화 과정, 의학사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데다가 40여 컷의 인체 구조도, 50여 개의 팁 박스 등 풍부한 시각 자료까지 만족스럽습니다. 긴박한 의료 현장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하는 남궁인 저자의 문체도 매력적입니다.


몸은 완벽한 우주이고 의학은 그 우주를 탐험하는 여정입니다. 의학 상식을 넘어서 인체라는 우주를 탐험하고 싶다면, 의학 드라마보다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만끽하고 싶다면, 현실의 건강관리와 질환 예방에도 실용적 통찰을 얻고 싶다면 <몸, 내 안의 우주>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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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글쓰기 : 실전편 - 싸움의 기술 - 박종인의 장르별 필승 글쓰기 특강 기자의 글쓰기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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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34년 베테랑 기자가 공개하는 글쓰기 전쟁 승리 매뉴얼, AI 시대에도 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기자의 글쓰기 : 실전편 싸움의 기술>. 스테디셀러 전작 <기자의 글쓰기>에서는 글쓰기의 기본 원칙을 다뤘다면, 이번 실전편은 그 원칙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글쓰기는 단순한 서술이 아니다. 목적 달성을 위한 작전이다"라며 글쓰기를 전투로 재정의한 그의 선언이 강렬합니다. 키보드는 칼이고, 문장은 총알이며, 독자는 정복해야 할 상대인 겁니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 한 장이 인생을 바꾸고, 칼럼 하나가 여론을 뒤집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글쓰기를 예쁜 단어와 예쁜 문장으로 포장하려고만 합니다.


박종인 기자는 이런 안일한 접근을 비판합니다. "잘 쓴 글에는 전략과 전술이 있다. 그 총합이 전투력이다"라는 말은 글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꿔놓습니다.





저자는 글을 쓰는 이가 가져야 할 전투적 태도를 짚어줍니다.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짧고 강렬하게, 팩트에 기반하라는 원칙은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로 쓰기 시작하면 지켜지기 쉽지 않은 법입니다.


팩트야말로 감동을 만드는 무기입니다. 특히 "수필은 흔히 ‘감정의 글’이라 오해받는다. 맞는 말인데 틀린 말이다.… 감동은 팩트를 통해 전달된다"라는 말이 흥미로웠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감동이 전달되는 과정을 망각하고 감동 자체만 느껴버리기에 오해가 생긴다고 합니다. 분석적으로 수필을 읽어보면 감동 포인트는 팩트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영상적 글쓰기에 대한 조언 역시 문장을 장면화하라는 주문으로 이어집니다. "글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잘 쓴 글보다 ‘영상이 보이는’ 글이 독자 마음에 오래 남는다"라고 합니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서술하라는 이 방식은 글을 읽는 독자가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듯한 인상을 받게 만듭니다. 단순히 묘사 기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각화된 글의 위력은 곧 정보 전달의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요즘 세대들이 긴 텍스트보다 짧은 영상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각적 자극이 강한 콘텐츠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시대적 변화를 글쓰기에 어떻게 적용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자의 글쓰기 : 실전편 싸움의 기술>은 장르별로 다른 글쓰기 전략을 보여줍니다. 인물은 디테일로, 수필은 복선과 반전으로, 기행문은 영상으로, 역사는 칼날처럼, 칼럼은 송곳처럼. 장르가 바뀌면 무기가 달라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인물 글쓰기부터 자기소개서까지 7개 장르를 각개격파합니다.


인물 글쓰기에서는 단 한 줄로도 그 인물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독자의 심장을 가격하는 제목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본문 속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수한 인물 인터뷰 중 단 한 명을 독자 마음에 남게 하는 기술, 그것이야말로 기자의 싸움 기술이자 작가의 전술입니다.


수필에서는 감정을 증명하는 팩트를 선택하고, 기행문은 독자 머릿속에 선명한 장면을 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역사 비평에서는 의심으로 시작해 사료로 끝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실제 예시문에서는 영조의 내로남불을 해부하며 역사적 사건을 현재적 시각으로 다시 읽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칼럼은 매워야 한다."라며 독자의 막연한 불만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찌르는 글이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칼럼 한 편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신감이 박종인 글쓰기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선 유연한 전략도 필요합니다. AI를 새로운 무기로 소개합니다. 박종인 저자는 AI를 애증의 파트너로 규정합니다. 특히 "AI와 협업과정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 ‘불신’이다… 자꾸 묻고 첨삭해서 최종본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AI의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인식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남깁니다.


사진은 글보다 더 강력한 무기라고 설명하면서 삼분할 구도, 사람을 넣어 스토리를 만드는 법,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활용하는 전술까지 짚어줍니다. 여기서 글쓰기를 단순한 텍스트 작업으로 보지 않고 독자에게 총체적 경험을 주기 위한 전략으로 확장한 저자의 시야가 돋보입니다.


<기자의 글쓰기 : 실전편 싸움의 기술>은 단순히 잘 써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글로 싸우는 전쟁터라며, 글을 통해 승리하길 바라는 저자의 진심 어린 응원이 담겼습니다.


박종인 저자는 글쓰기 실력을 단숨에 끌어올려주겠다 약속하지 않습니다. 대신 수많은 예시문과 분석, 실습을 통해 직접 쓰고 부딪치며 성장하길 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략과 전술을 익히고, 결국 자기만의 무기를 갖추게 됩니다.


팔리는 글을 쓰고 싶은 작가, 기자, 크리에이터, 블로거뿐만 아니라 한 장의 자기소개서나 SNS 글로도 상대를 설득하고 움직이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권합니다. 이 책은 글쓰기를 취미가 아닌 무기로 바꾸고 독자를 설득해 승리하는 기술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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