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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칠 용기 - 나를 지키는 현명한 선택
와다 히데키 지음, 심지애 옮김 / 한가한오후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살기 위해 도망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이 무너져가는 사람들을 위해 버티지 말고 도망쳐라고 외치는 책 <도망칠 용기>.
도망이 회피가 아닌 생존 전략이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가 전하는 절박하면서도 따뜻한 생존의 조언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믿음과 함께 버텨야 한다는 강박이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운 조직문화, 도태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경쟁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외면한 채 살아갑니다.
이 책은 그 틈에 파고들어 말합니다. 당신이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도망치는 것이라고 말이죠. 위험이 감지되면 바로 도망칠 것, 살아있는 사람이 승자. 여기서 위험이란 단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 모든 상황을 말합니다.

괴로운 직장, 상처만 남는 인간관계, 일상을 파고드는 스트레스와 불안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회피하지 말고 과감히 벗어나라고 조언합니다.
"나의 소중한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는 게 괴롭다면, 지금 당장 괴롭지 않을 환경으로 옮깁시다." p34
단순히 힘들면 쉬어라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은 단호한 선택이자 생존을 위한 행동입니다.
우리는 도망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웁니다. 실패, 포기, 책임 회피. 하지만 저자는 도망이 오히려 더 전략적이고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도망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에는 맞지 않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적응이라는 미명 아래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태가 다르고 살아가는 리듬이 다릅니다. 맞지 않는 곳에 억지로 적응하려다 보면 결국 마음이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성공하려면 더 노력하라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비판합니다.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개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물어야 할 때입니다.
와다 히데키 저자는 우리가 도망치지 못하는 내면의 이유들을 샅샅이 파헤칩니다. 패배자로 보일까 봐,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찍힐까 봐 혹은 도망친 후의 삶이 더 막막할까 봐. 현대 사회가 나약한 소리를 편히 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불안감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옭아매게 만듭니다.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상태에 있다고 짚어줍니다. 심한 경우는 마치 세뇌당한 듯 상대의 말과 평가에 휘둘리게 됩니다. 이런 심리적 구조 속에서는 자기결정권이 사라지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도 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생존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스트레스의 축적이 어떻게 자살이라는 극단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의학적 설명도 덧붙이며, 사회가 개인에게 보내는 암묵적 강요들을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그저 버티는 게 미덕이라는 식의 문화는 생명을 갉아먹는 독이라고 말입니다.
도망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이제 어떻게 도망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두 가지 접근법으로 알려줍니다. 하나는 '그 자리에 머무르며 도망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를 두고 도망치는 방법'입니다.
그 자리에 머무르며 도망치는 방법으로는 글쓰기, 인지치료, 과제의 분리, 완벽주의 버리기, 내 편 20퍼센트에 집중하기 등이 있습니다. 내부에서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이며, 자기 축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설명됩니다.

자기축이란 자신의 가치관과 원칙 그리고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의미합니다. 이 자기축이 확립되면 외부의 압력이나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물리적으로 벗어나는 도망에는 생각 그만하기, 휴직이나 산재보험 활용 같은 제도적 방법도 소개됩니다. 이 기술들은 모두 실용성과 심리치유 두 측면을 아우릅니다.
피곤하다 느껴지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도 좋다며,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뭐든 괜찮다고 조언합니다. 가볍고 일상적인 탈출구도 도망의 하나로 수용합니다. 그 자체가 생존을 위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도망이 필요한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도망치는 데 성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 사이엔 주변의 역할이라는 변수가 존재합니다. 도망치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법도 유용합니다. 우울증 초기 증상과 신호를 알아보는 법,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등을 다룹니다.
무조건적인 긍정이나 억지 위로가 아닌,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이야말로 도망의 출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힘든 사람에게는 "도망쳐도 괜찮다"라는 말보다 더 절박한 위로가 없다고 합니다.
<도망칠 용기>가 말하고자 하는 건 생존의 본능을 존중하라는 겁니다. 도망은 포기가 아니라 전환이고, 회피가 아니라 재정립입니다. 무엇보다 도망은 살기 위한 행동입니다.
도망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미래를 바꾸는 힘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도망을 말하는 것조차 꺼립니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도망치는 기술을 배운다면 우리는 모두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지금 버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직장, 학교, 가정, 인간관계 속에서 매일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사람, 도망치고 싶지만 방향을 찾지 못한 사람, 그런 이들을 곁에서 돕고 싶은 사람. <도망칠 용기>는 심리적 피난처가 되어줍니다.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도 좋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안과 함께, 지금보다 조금 더 가벼운 내일을 맞이할 전략을 얻게 됩니다. 도망은 패배가 아니라 가장 용기 있는 자기 구출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