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으로 걷다
브라이언 토머스 스윔 외 지음, 조상호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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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보석이 빼곡히 박힌 채 간간히 빛줄기를 떨구며 사라지는 별빛의 밤하늘을 제대로 본 것은 대학생일때 지리산 산장 툇마루에 누워 바라보던 그 때 뿐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세상살이에 찌들린 기억 너머에 남아있는걸 보면 별, 우주라는 것은 신비로운 환상의 한편의 꿈 같은 느낌을 주나보다. 인간은 우주의 한 부분인 것을 우리 몸은 기억하고 있는것일까.

 

인류의 역사속에서 우주의 진화 과정을 이야기하는 우주 이야기는 16~17세기 무렵 처음 나타났다고 한다. 19세기에는 생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스스로 중요한 변신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고, 20세기에는 별 또한 변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신 또는 인간 중심의 이야기에서 우주의 무한한 여정을 인지하게 된 이후 우리 인간의 존재는 변화하는 우주에서 창조의 본질에 대한 고뇌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고뇌는 우리가 우주의 근본적인 모습을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고 곧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가? 등의 방향으로 연결된다.

 

우주의 탄생은 거대한 팽창과 끌어당기는 수축이라는 상반된 두개의 역학이 작용된 힘의 결과이다. 팽창과 수축은 생물의 호흡과 혈액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우주의 거대한 호흡 덕분에 생명과 인류가 출현했고 지금도 그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

불과 일세기전만해도 우리 은하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천억개 이상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우리가 이러한 광대함 속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인간의 근원, 중심에 대한 생각이 크게 지배하던 세상에서 우주의 중심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자신의 삶의 의미가 매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뇌가 이 책의 바탕이다.

 

수많은 은하는 소멸될 운명인 타원은하와 새로운 별을 창조하는 창조성을 가진 나선은하가 있는데 우리는 나선은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하고 무한히 창조적인 세계에 진입해 있다는 것. 우주 이야기의 본질은 별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별의 중력의 힘과 핵융합의 힘이 조화가 유지될 때 별은 존재 가능하다. 이런 상호작용이 우주의 다른 영역에도 반영되는지를 알아보며 지구, 우리 인간의 조화에 대해 풀어나간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반복해서 일어나는 별의 폭발에 의해 우리의 행성과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소를 태어나게 하는 창조의 의미는, 파멸과 창조라는 극렬한 변환 과정이 결합이 유지될 수도 붕괴가 될 수도 있기에 위험과 유혹의 상반된 가능성에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p 50

 

우주의 이러한 파멸과 창조의 변화 속에 태양계가 탄생하고 화성은 응고되어 버렸지만 완전히 응고되지 않은 지구가 형성된다.

이런 지구에 생명의 출현과 지속적인 활동은 바다와 대기의 화학적 구성 성분을 바뀌게 했다. 태양의 온도가 40억년동안 약25% 높아졌건만 지구는 생명의 가장 본질적인 능력인 적응력때문에 스스로 적응해 왔던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적응 방식은 지구에 대한 관념을 변화시켰다. 생명체의 적응 능력은 DNA분자가 임의적으로 변화하는 사건에 의존한다. 세포가 모인 작은 덩어리가 최초의 동물로 변환되었고 그 순간에는 자기가 나중에 코끼리나 독수리를 출현시키는 과정의 핵심이 될 거라는 의식은 없었을 것이므로 생명의 창조는 우리의 권함 밖이며 어렴풋한 흔적만 알 뿐이다.

 

별은 원소를 창조한다. 바다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기를 산소로 채워 주어 동물 호흡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우주에서 우리가 마땅히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 글은 작가가 우주속의 인간의 존재 근원을 찾는 고뇌를 잘 알려준다.

우리는 여전히 고민한다. 우리 삶의 에너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지질학적으로 또 우주론적으로 심오한 시간이 여기에 통찰력을 제공해 주는가? 만일 우리가 이 무한한 여정으로부터 탄생했다면 우리의 죽음이 회귀로 귀결되는 것은 불가능한가? 우리의 작은 몸이 죽어 거대한 우주 자체가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열정과 꿈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괴로움과 상실도 우주의 뼈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p101

 

우리과학은 인간의 기원에 대해 어떠한 유전적 변화로 발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주요 요인은 규명해내었다.

초기 지구에서 분자들간의 새로운 조합에 의해 생명이 탄생되었고 단세포 생물 사이에서 동물의 의식이 탄생되었으며 직립보행, 뇌용량 증대, 행동의 유연성은 인류의 기본 토대로 작용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문화를 발명하면서 오직 유전자의 변형에만 의존하는 경우에 비해 새로운 환경에 더욱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는 이제 본래의 지구가 아닌 인간의 의식에서 만들어진 지구인 것이다.

오늘날의 현대 인류는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지상에서 천국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인간의 출현은 우주와 생명의 거대한 진화경과에 비하면 무시될 정도였으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인간의 결정에 의해 대기권과 생물권이 만들어지는 지구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자연선택의 우위에서 문화적 선택의 우위로 넘어선 것이다. 즉, 생물의 종과 생태계의 생존은 이제 인간의 활동에 의존하게 된다. 6천5백만년전에 시작된 신생대 시대가 끝을 맞이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의 삶에서 파멸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자의식은 무엇일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오로지 조건이 맞아떨어진 그 해당 시기에 은하가 생겼고, 별과 행성이 생성되었고, 창조의 순간이자 광역적 파괴의 한 중간에 인간이 서 있다. 한 나라의 국민이 아닌 우주의 인간으로 지구 공동체를 번영되게 하는 의식적인 자기인식으로의 도전이 필요하다. 지구의 패턴에 적합한 방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질서를 향해 우주의 에너지가 발현되도록 말이다.

 

우주의 탄생, 은하의 생성, 태양계의 탄생, 지구 형성, 생명의 출현, 인간의 기원의 주 흐름 속에 나의 의미를 우주 속에서 찾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과학교양서 <우주 속으로 걷다>. 이 책은 우주의 직접적인 과학설명에 인문학적인 사유를 더해 풀어나간다. 지식정보를 알려주는 책의 서술과는 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이 초반에는 읽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들었지만 곧 적응이 되어 저자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순수한 과학적 의문을 넘어선 보다 근원적인 의문에 대해서는 철학적 사고만으로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사유를 하는 과정 자체에서 벅차오르는 뭔가가 있다. 내 아이가 청소년기에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 리스트로 남을만큼 신선하면서 충격적으로 와닿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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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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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숲이 울창하고 습지가 많은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한다. 

글을 쓴 작가의 유작으로 1955년에 초판이 나온 <비밀의 강>은 흑인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동화책에 반감을 가지던 시기여서 일부러 커피색 종이를 사용해 검은 얼굴색을 감추는 방법을 쓰며 출간되었고 다음해 뉴베리상을 수상하게 된 책이라고 한다.

 

▲ 초판본

반세기가 지난 2011년 주로 토속적인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작업하던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 부부의 (대표작으로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가 있다) 그림으로 재탄생되어 2012년 볼로냐 라가치상 명예상을 수상하게 된, 글과 그림에서 명실공히 고전 반열에 오를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한국어판 진행중 레오 딜런이 세상을 떠나 앞으로 부부의 합작은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시 짓기를 좋아하는 꼬마 숙녀 칼포니아는 어느 날, 생선가게를 하는 아빠의 고민을 듣게 된다. 물고기가 더이상 잡히지 않아서 장사도 안 되고 마을 전체가 불경기라는 걱정어린 한숨에 아빠를 돕기 위해 이웃 알버타 아주머니가 일러준 말에 따라 순수한 열망으로 직접 <비밀의 강>을 찾아 나선다.

 

이 그림에 압도당했다.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물고기 미끼로 뭘 써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

판타지적 요소와 순수함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그림이다.

이런 요소들은 그림 곳곳에 숨어있다. 한번 보고.. 두번 보고.. 그림만 쭉 다시 보고..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 그림속에 숨어있는 묘사들

  

알버타 아주머니의 조언대로 코끝이 가리키는대로... 따라가다보니 <비밀의 강>이 나온다.

찾는 과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삐딱선을 버리고 순수하게 함께 따라가보자.

대자연은 칼포니아에게 나눔을 선사한다. 조건 없이 물고기를 베푼 대자연의 마음을 칼포니아가 배신할 리는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곳곳에서 만나는 무섭고 두려운 동물에게 가장 튼실해보이는 물고기를 아낌없이 내준다.

 

 ▲ 무섭고 두려운 동물의 이미지는 대공황의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이 투영된 것이 아닐까..

 

이 조건없는 나눔은 칼포니아 뿐만 아니라 칼포니아의 아빠에게로 이어진다. 불경기로 당장 돈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외상으로 물고기를 내주고 그 물고기를 먹고 힘을 내서 일을 한 품삯을 천천히 받는다. 인간에 의한 파괴, 절망은 인간의 마음먹기에 따라 나락으로 더 깊숙히 빠지거나 또는 이겨내거나이다.

<비밀의 강>을 다시 찾고 싶지만 찾을 수 없는 칼포니아. 마을이 제법 살 만한 상황이니 더이상 <비밀의 강>은 찾지 못할 것이라는 알버타 아주머니의 말씀에 대자연이 주는 허락의 의미를 다시한번 새겨본다. 인간이 불러 온 대공황으로 삶도 정신도 팍팍하던 시기에 대자연과 인간의 순수함과 조건 없는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이 책은 어느 연령대가 봐도 입맛 맞는 내용이라 생각된다.

배경시대를 모르면 모르는대로 글과 그림만으로 충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배경시대를 알면 아는대로 좀더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든다.

엄마는 판타지적인 그림 요소에 필이 꽂혔었지만 9살 아이는 물고기, 낚시라는 코드에 일단 필이 꽂혀서 집중해서 봤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가 절로 생각나는 사건진행은 아이의 호기심을 계속 붙잡아둔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빵! 제대로 감동을 먹는다. 바로 아래 그림이다.

한참을 말없이 보더니 "아.................. 마음이 좋다......." 라고 한다. 눈물 나도록 감동적이야라는 의미를 가진 녀석만의 표현이다. 녀석의 입담에서는 그 이상의 최고의 찬사 문구는 아직 없다.

『비밀의 강은 네 마음속에 있단다.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그곳에 갈 수 있지.

자, 눈을 감아보렴. 그럼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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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는 법 - 인간의 모든 가능성에 답하는 과학의 핵심 개념 35가지 사이언스 씽킹 3
알록 자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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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대국 영국 쿼커스 출판사의 <사이언스 씽킹> 시리즈의 세번째 책.

수학과 물리 개념을 앞에서 다뤘다면 이번에는 폭넓은 기초과학의 대명사격으로 한마디로 인간의 놀라운 상상력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과학 저널리스트로 현재에 있기까지의 저자의 경험담이 과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가슴 와 닿을듯하다. 과학은 복잡한 법칙들과 사물의 작용 원리들에 대한 설명이 가득 들어 있는 블랙박스로만 보였지만 진짜 과학이 어떤 것인지 고등학교때 선생님을 통해 그 블랙박스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고 그의 상상력이 바로 그것을 여는 열쇠였다고 한다.

우리 주위에는 불과 백년 전만 해도 상상속에서만 가능했던 것들이 많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든것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문제를 풀려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는게 필요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 책에서 과학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질질 끌지 않고 중요한 부분을 핵심 요약하듯. 하지만 너무 생략하지 않은, 과학교양 입문자들의 수준에 맞게 진행되는 서술방식으로 나같은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에게 편하게 손에 잡을 수 있는 과학교양서이다.

 

실제 우리 삶에서 적용되는 과학원리는 물론 영화나 기타 매체를 통해 언저리쯤 알고 있는 주제가 많이 나온다.

각 챕터별로 지금까지의 과학성과를 서술하고, 앞으로 과학이 펼쳐낼 변화된 삶의 모습도 좋은쪽으로든 우려할만한 쪽으로든 짐작해본다.

나는 과학분야중에서는 생물학쪽으로 관심이 있는 편인데 이 책을 통해 다윈의 <종의 기원>을 제대로 밑줄치며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연선택에 대한 오해로 사람이 원숭이의 후손이라는 개념을 들먹이며 다윈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다윈은 역사의 어느 시점에 사람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이 존재했고, 그 공통 조상에게서 사람과 유인원이 갈라져 나와 각각 다른 경로로 진화했다고 서술했다고 한다.

연구나 실험을 일반적으로 지식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보다는 그 믿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뤄지는탓에 증거의 질, 확증이 편향적인 사이비 과학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외침도 나온다.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의학, 생물, 우주, 물리,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보면서 내 앎의 수준이 편협하고 국소적이었다는 것을 처절히 깨닫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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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나 - 잔혹한 여신의 속임수
마이클 에니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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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실험의 과학수사와 인간본성을 탐구하는 프로파일링이 역사속에서 이미 존재했었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가 한 팀이 되어 살인사건을 파헤친다니, 이 기막힌 소재를 어떻게 감당하며 설렌 마음을 진정시키고 읽어야하지?

 

이 책의 배경인 보르자 가문이라는 이름만 얼핏 알고있는 수준으로 역사에도 약하고 역사추리소설류라고 하면 <다빈치 코드> 정도만 아는 (그마저도 읽어보지도 않은) 고전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책만큼이나 손길이 닿지 않을만한 분야의 책이었지만,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에니스는 역사추리소설의 세계적 거장 스티븐 세일러와 <장미의 이름으로>의 작가 움베르트 에코와 비교될만큼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으로 강점을 가진 저자라는 것과 인문분야에 살짝 발을 들이려하는 내 독서취향의 시기와도 맞물려 소재만으로도 이 시대 역사의 스키마가 전무한 나조차도 호기심을 일으킬 만큼의 것이었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려가게 되었다.

실제 역사 속에 있었던 그들이 행한 일들을 어떻게, 왜 라는 의문을 남긴 채 모두 역사 속에서 증거를 찾을 수 있는 전적으로 사실에 근거한 역사추리소설이라는 것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실화 영화가 등장할때마다 그 이면에서는 이런 저런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론제기에 영화는 영화일뿐으로 일축하는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봐와서 그런지 사실에 근거한 역사추리소설 역시 실제와 허구 어느 부분에서 독자가 혼돈하게 될 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일 뿐인것인지 이런 류의 소설은 접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초반에 난감하기도 했었다.

 

간디아 공작 암살 사건을 파헤쳐라.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말은 타로카드를 모르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을것이다. 도박판의 룰렛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사건들로 인해 우연이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운명의 수레바퀴로 표현한다. 의문투성이 간디아 공작 암살 사건 역시 운명의 여신의 수레바퀴에 얽매여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이탈리아 역사상 큰 의문으로 남아있는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아들 후안의 살인과 후안의 유품을 간직한 채 살해된 여인, 그리고 용병대장들 사이의 연관성, 서로 얽혀있는 운명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쓴 서신에서 이 글을 끝까지 다 보아야만 <군주론>의 행간에 교묘하게 묻어 두었던 비밀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부분은 군주론의 모델이었던 체사레(발렌티노 공작)에 대한 이면이 나올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이었다. 운명의 여신인 포르투나 (Fortuna)는 본성 자체가 변덕스럽다는 것, 사랑하는 신비의 여인 마리아를 찾으러 라벤나로 가서 그녀를 만났지만 끔찍한 비밀을 알게 되어 죽음에 이른다는 의미의 '네가 찾는 진실을 조심하라'는 유명한 경고의 문구 등 이런 암시는 책 곳곳에 등장한다.

 

군주론의 모델인 체사레와(발렌티노 공작) 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의 대화에서 군주론의 바탕이 되는 인간 본성의 연구에 대한 생각이 펼쳐지는 장면들은 저자가 마키아벨리의 대변인이 된 듯 마키아벨리가 나와 마주앉아 직접 변명을 하는 듯한 사실감에 빠져들기도 했다. 운명의 여신이 몸소 거대한 바퀴를 굴리기 전에 운명의 여신을 이기려면 과거를 이해하면 앞으로 올 일을 예상할 수 있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면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할 지 예상할 수 있다고 하는 마키아벨리의 말은 철저한 인문학적 사고방식인 것이어서 그 시대의 사상을 접해볼 수 있는 역사 인문학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만들기도 한다.
동시대에 함께 살고있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마키아벨리의 대화에서도 이런 부분은 강조된다.
인간의 마음속에만 있다는 욕망들을 재기 위해서 당신은 어떤 도구들을 갖고 있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질문에 마키아벨리는 역사를 관찰하고 거기서 교훈을 이끌어 내는 지혜, 이것이 바로 자신의 에스페린짜(실험적 관찰)라고 말한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바탕을 둔 마키아벨리의 사상은 간디아 공작 암살사건과 연관된 살인사건들의 살인범을 찾는 과정에서 이를 고스란히 적용시킨다. 살인범은 상당히 희귀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가설을 세우고 어릴때부터 이미 이런 본성을 암시하는 징조를 보였을 거란 결론을 일찌감치 내리며 사건을 진행시킨다.
의문이 많이 남아있는데 결말처럼 스믈스믈 끝내는 느낌이 다가오는 찰나에 일어나는 반전들은 긴장감을 다시 증폭시켜 중간에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든다.

 

서신 형태의 문체는 독자로 하여름 직접적으로 책에 바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졌다.

『순간 나는 독수리가 발톱으로 내 어깨를 잡아 하늘로 수천 피트 올라간 다음 성벽으로 둘러싼 이 도시를 내려다보게 하는 듯한 기분에 빠졌어』 라는 문장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제작한 이몰라의 지도를 보며 다미아타가 느낀 장면을 서술하는 부분인데 그 문장이 정말 생생하게 와 닿아서 필사를 해보기도 했다. 

체사레(발렌티노 공작)의 참된 본성을 본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 적은 내용에 대해서 선한 목적을 위해 자신이 만들어  낸 예술적이고 정교한 속임수지만 이탈리아의 구원을 위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은 우리야말로 이 책의 저자의 예술적이고 정교한 속임수의 늪에 빠져 의문으로 남은 진실을 정답으로 곡해하게 되는것은 아닐지, 소설은 소설일뿐인가라는 스스로의 의문과 함께 책장을 덮는다.

유주얼 서스펙트 영화가 스쳐 지나간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은 스토리다.

역사소설에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사상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야기, 보르자 가문에 대한 좀더 넓은 배경지식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것으로 나 스스로에게는 아주 만족스럽게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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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도서관 여행 - 하루 동안의 행복! 도서관에서 꿈꾸는 아이
이윤나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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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도서관은 힐링 장소다. ※ healing (몸이나 마음의) 치유

그래서 이 책의 제목대로 <엄마표>를 벗어나 아이가 주체가 아닌 나의 동행자로 아이가 함께하기도 하는 의미로서의 <엄마>의 도서관 여행으로 나는 받아들이며 읽었다. 이 책 역시 단순히 아이와 함께 하는 도서관 여행만을 다루기보다는 두루 소개된 부분도 많았고.

 

서울 시내 도서관 17곳을 소개한 책이다.

서울이라는 한정적인 장소라서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에겐 그저 부러워할만한 시샘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한정공간의 특화된 컨셉북이니 장단점이 분명 있는 책이긴하다.

 

인테리어 잡지책을 보는 느낌처럼 가볍게 이곳저곳 안내를 받다보니 그동안 몰랐던 형태의 도서관도 많이 있어서 놀랍기도 했다.

점자도서관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비용부담이 큰 점자책 대안으로 일반책에 점자를 새긴 투명라벨을 붙여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며 새 책을 기증하는 기부의 마음을 싹틔워주기도 한다.

세계를 소통, 교류할 수 있는 다문화 도서관, 한옥도서관..등 탐방하고 싶은 도서관이 참 많다.

 

나에게 도서관의 의미는 힐링이라고 했다.

도서관에 책만 대출,반납하러 다녀오기보다는 짧은 시간이어도 오가는 길에 있는 작은 공원의 자연을 사계절 만끽하는 느낌도 좋고

책이 많이 쌓여있는 서가의 모습 자체도 좋고, 지긋한 연세의 어른께서 바지런히 책을 탐독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의 책 고르는 모습,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좋다.

오로지 책을 탐독하는 시간만큼은 그 무엇에서도 벗어나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 좋다.

그리고 그 힐링을 나의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겪게 해 줄 수 있어서 좋다.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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