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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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점 종갓집 둘째이자 딸로 태어난 정순임 저자. 둘째 딸이 직접 그렸다는 표지 그림이 제목이 가진 묵직함을 유쾌함으로 바꾸고 있어 책장을 얼른 펼쳐보고 싶었던 책입니다.


15대에 걸쳐 400년을 내리 한집에서 살아온 가문. 일 년에 열다섯 번 조상 제사를 지내는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상주 우복종가입니다. 태어나보니 세상을 다 가진 오빠가 있습니다. 종갓집이라는 말만으로도 갑갑함이 쏴~ 몰려오는데 가부장제의 상징과도 같은 곳에서 저자는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꿈을 꾸었을까요.


"어떡하지! 내가 할 수 있을까? 괜찮다 괜찮다 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러려니 덮어두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죽는 날까지 살아질 줄 알았다." - 책 속에서


환갑을 향해 가고 있는 정순임 저자. 50년 세월 입다물고 살아왔지만 괜찮아지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뭐 대단하게 살았다고, 너만큼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유난을 떠냐는 생각에서 이젠 해방하기로 합니다. 혼자에게만 일어난 일이라면 넘겼을 수도 있었겠지만, 두 딸을 키운 엄마의 입장에서 보니 자신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아트 회사를 차린 큰 딸은 아가씨 말고 이야기할 남자를 찾는 고객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독일에 유학 간 둘째는 혼자 사는 집에 친구들끼리 남자 구두 사주는 게 유행이라고 하니 여전히 차별은 일상 속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종손인 오빠를 두고 태어난 가시나에게 차별이란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어린 시절의 몇몇 에피소드가 아닌 전 생애를 관통하며 자신을 옭아맨 차별입니다. "나는 사람 정순임이다."라는 한 마디에 담긴 서글픔과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 아이들대로 인정할 뿐, 집에서처럼 차별하지는 않았기에 오히려 학교에서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안도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대학생 때는 학생 운동도 치열하게 하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갈망했습니다.


사랑은 받기보다 주는 것이란 명제에 심취해 있던 그에게 급히 와버린 큰아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스물넷에 시댁살이를 시작하게 됩니다. 사랑 하나만 믿고 한 결혼이었지만 온갖 모순과 차별이 이어졌고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만 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헤어지기까지도 참 파란만장했습니다. 이혼을 하면서 '탈출'했다는 표현이 가슴 저립니다.


우리 엄마는 그렇게 살았는데 너는 왜 못하냐고 칼날을 꺼내 드는 못난 남자들이 있습니다. 딸은 그렇게 엄마가 살아온 인생을 따라 삽니다. 저자는 여러 성차별 이슈를 꺼내들며 변화의 목소리를 드러냅니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든가, '여자가 말이야'라는 말이 존재하는 한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낼 거라고 합니다.





결혼 종료 후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번역일로 밥벌이를 하며 아이들을 잘 키워낸 저자. 오빠와 남동생이 고향에 자리를 잡아가던 시점에 저자도 귀향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대대로 내려온 장 담그는 일을 배워 상품화하고 회사를 꾸려나가고 집에서만 먹는 여러 음식도 익혀 두어야 하는데, 그걸 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는 겁니다.


귀향 후 역시 엄마와는 계속 티격태격입니다. 그럼에도 전통이라는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래된 한옥보다 더 가치있는 건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조차 큰소리를 내는 법 없이 생각을 전달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뭉클합니다.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엄마가 겪어 낸 부당한 일들을 딸에게는 덜 하려고 애썼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자신은 상처받았는지 써야만 했고, 갱년기에 가출을 감행해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정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의 관계를 재정립합니다.


어린 순임이의 마음에 난 생채기들을 보듬어주면서 엄마와의 화해, 치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상처 입은 곳에서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고 있습니다. 고향 집 산수헌을 지키며 전통의 가치와 정신을 이어가는 저자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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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행복지도를 그려라 - 그 누구도 행복을 빼앗길 이유는 없다
노애정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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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결혼생활을 종료하고 실버노마드로 살고 있는 노애정 저자를 만나보세요. <당신의 행복지도를 그려라>는 인생 제3막을 새롭게 일궈나가는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았습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답게 살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안겨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겁니다.


젊은 날부터 치열하게 도전의 삶을 살았던 노애정 저자입니다. 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간호사로 일하기도 했을 만큼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국제결혼 후 호주에서 딸 셋을 키우며 간호사로 살았던 세월. 낯선 땅에서 육아와 직장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았지만,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단기 기억상실증을 두 번이나 겪기도 했고, 척추 협착증으로 간호사 일을 그만둬야 하기도 했습니다. 여느 가정처럼 최대한 이혼을 늦추려는 노력도 하면서 40대에는 요양원 사업에도 뛰어듭니다.


<당신의 행복지도를 그려라>는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으로 다문화 가정들이 갖는 갈등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그리스인 남편과 한국 여성이 제3국인 호주에서 살다 보니 그야말로 다문화의 쓰나미 안에서 빠르게 적응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국제 커플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 되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오롯이 담은 에세이이면서 자기계발서입니다. 수많은 장애물을 헤쳐나갈 때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지, 선택의 책임을 어떻게 감당해나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노애정 저자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고 그 도전에서 우리는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됩니다.


더 이상 가정에서 행복한 얼굴을 지을 수 없었던 저자는 "더 이상 존중하지 않아!"라는 말을 뱉음으로써 결혼을 종료하게 됩니다. 나의 행복을 남편에게 온전히 맡겼던 결혼생활을 내려놓고, 나답게 살기 위해 내가 삶의 주체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일은 저질러야 진행이 된다. 알맞은 때는 없다. 멈추어야, 속도를 늦추어야 방향을 제대로 꺾을 수 있다." - 책 속에서





독립선언 후 마음을 다독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가지고 온 멍에를 내려놓습니다. 그 길을 걸으며 저자는 내면의 정체성을 조금씩 단단하게 굳힙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성장이 멈추면 행복도 멈춘다고 합니다. 매일 행복 습관을 실천하기로 합니다. 한계를 뛰어넘는 발전을 하려면 임계점을 높여야 합니다. 그동안의 습관을 점검해 허들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독서, 온라인 강의 등 인생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다운 여행 스타일과 철학을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자신을 위해 투자할 줄 몰랐던 '나'는 사라졌습니다.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깨달음을 얻고 매일을 축적해나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행복할 자격을 박탈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 나선 노애정 저자. 홀로된 이후 내 몸은 내가 돌봐야 하고 내 행복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걸 실천하고 있습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을 하고, 삶을 발견하고 노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섭니다.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도 희생하지 않는 사람으로 말입니다.


캠핑카를 타고 홀로 1년 동안 했던 호주 대장정은 무슨 꿈이든 이루기 위해서는 직접 손을 대어야 하고(차를 산 일) 그렇게 다음 날은 한 발자국 더 전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실감하게 해준 프로젝트였습니다. 꿈을 계획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실로 이룰 수 있게 한 실천력의 힘을 보여줍니다.


행복은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의 가치와 목적이 이끄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당신의 행복지도를 그려라>. "그 누구도 행복을 빼앗길 이유는 없다."는 저자의 한 마디가 가슴을 두드립니다. 매일 행복하라고, 매일 절박하게 행복하라고 응원하는 노애정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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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oaejoung 2023-05-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간결한 액기스가 궁금해서 책을 사서 일고 싶어지게 하네요. 정성과 솜씨를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해시태그 아이슬란드 자동차여행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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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아이슬란드를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해시태그 아이슬란드 자동차 여행 가이드북. 방송에서 접한 이후 아이슬란드 여행을 버킷리스트로 삼은 분들이 많을 거예요. 화산, 빙하, 호수 등 다채로운 자연으로부터 힐링을 받을 수 있는 환상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책으로 먼저 만나봅니다.


반지 모양의 링을 닮아 링로드라고 불리는 아이슬란드를 둘러싸고 있는 1번 도로를 따라가면서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를 소개합니다. 아이슬란드는 겨울에는 낮의 길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중요한 아이슬란드 여행은 계획을 잘 세워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유럽인들의 단기 여행 코스부터 장기코스, 그대로 따라 하면 되는표준 일정이 실려 있어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놓쳐서는 안 될 필수 관광지와 다양한 액티비티, 투어 등 여행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일정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슬란드에서는 자동차 여행을 추천합니다. 운전이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일부 비포장도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가이드북에서는 도로사정 및 셀프 주유법, 유료 주차장 주차법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동 루트를 세밀하게 소개되어 있어 전반적인 이동 여정을 미리 알 수 있어 도움됩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으로 알아서 이동할 수 있지만 지역을 입력할 때 영어 철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내비게이션도 있다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소한 깨알팁까지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이동 중에 식사는 언제쯤 어느 지역에서 하면 좋은지도 알려주고 있어요.


아이슬란드에서 꼭 즐겨야 하는 액티비티 best 10, 초현실적인 관광지 best 5, 각종 투어 등 즐길거리가 가득합니다. 여름과 겨울 아이슬란드 여행법은 조금 차이 나는데 계절에 따른 액티비티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깊은 빙산 호수 요쿨살론도 절경입니다. 영화 007시리즈의 <뷰 투 어 킬>의 오프닝 장면과 <다이 어나더 데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신이 지구를 만들기 전에 시범 삼아 만들어놓은 곳이라는 아이슬란드답게 자연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파도와 바람이 조각한 동부 피요르도 매력 있고, 가는 길은 힘들지만 눈은 즐겁게 해줄 서부 피요르에서 유럽의 서쪽 끝을 만나고 올 수도 있습니다. 아이슬란드 제2의 도시 아쿠레이리는 북유럽 바이킹의 감성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


트래킹의 천국 란드만나라우가도 놓칠 수 없습니다. 상세한 일정이 소개된 란드만나라우가 트레일 코스로 따라 하기만 해도 든든한 일정이 됩니다. 광활한 지평선을 만날 수 있는 내륙 하이랜드는 거친 화산 도로여서 오프로드 자동차가 필요한 곳입니다.


아이슬란드 전문가의 노하우와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장소들을 직접 찾아가며 아이슬란드 여행을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해시태그 아이슬란드 자동차 여행 가이드북. 아이슬란드를 가장 잘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실린 최고의 정통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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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불안하다면 - 불안감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트레이시 데니스 티와리 지음, 양소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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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사전적 의미로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몸이 편안하지 않은 신체적·정신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신체적 감각과 생각에 모두 작용합니다. 두려움은 현재 위협에 대한 감정이고 그 위협이 사라지면 즉각적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불안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감정이라는 데서 두려움과는 차이 있습니다.


불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감정입니다. 특히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필수불가결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불안의 원인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생존 메커니즘으로 유용하게 작용하지만 미친 듯 끈질기게 울려대는 경고음처럼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뉴욕시립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 트레이시 데니스 티와리 저자는 불안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불안이 불안하다면>에서 알려줍니다. 왜 불안을 느끼는지 이해하고 불안의 경고 시스템에 귀 기울였을 때 불안을 추진력으로 바꿀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불안 그 자체를 고치는 게 아닙니다. 불안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입니다. 불안할 때 기분 좋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대신 불안감의 멈춤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는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합니다.


불안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계속 우리를 괴롭히지만, 문제를 해결하면 불안은 저절로 폭파되는 시스템이니까요. <불안이 불안하다면>에서는 불안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불안감을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 책 속에서


불안감이 삶을 방해하는 상태인 불안장애에 이르면 가정, 직장 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불안장애의 증상은 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방해합니다.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하는 생각과 행동이 불안을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 잘못된 방법의 바탕에는 불안감을 몹쓸 것으로만 생각해서 빨리 없애버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불안의 정체와 존재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인간 진화에서 왜 불안이 뿌리 뽑히지 않고 살아남아있는지, 우리가 느끼는 불안으로 무엇을 성취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문제는 현대에 이르러 불안을 장점에서 단점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가벼운 불안감조차도 원치 않는 부담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불안을 회피하고 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만 합니다. 불안이 질병이 된 겁니다.





심리적이든 생물학적이든 불안은 표준화된 치료법과 약물로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는 움직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안을 의학화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불안을 다루기 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결과 끊임없이 불안을 없애려 노력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불안이 항상 질병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잊게 되었습니다.


<불안이 불안하다면>에서는 불확실성이 가능성이기도 하다는 걸 일깨웁니다. 우리 뇌는 불확실성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작용합니다. 우리 뇌는 불확실성을 감지하는 레이더로 진화해 온 겁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불확실성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위생 장갑을 사용하는 등 대비하게 되었습니다.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때 사람은 아주 작은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고 통제력을 얻게 됩니다.


전염병의 대유행 동안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행동을 취하도록 자극했습니다. 불안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예리한 상태로 만들어 전에 상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합니다.


고통스러운 불안이 창의적이기까지 하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 깊은데요. 자기감정으로 끌려가는 게 두려워 대충 넘어가지 말고 마음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깊게 파헤칠 때 불안은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고 합니다.


불편함을 경험하도록 자신에게 허락한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고 원하는 미래를 창조하는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불안감에 대한 우리 반응이 창의적일 때 나오는 긍정적인 선택지는 불안으로부터의 선물이 되는 셈입니다.


완벽주의와의 관련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완벽주의는 우리를 멈추게 합니다. 완벽주의는 불확실성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 하니까요. 우리가 가는 길을 좁혀버립니다. 완벽주의는 건강하지 못한 불안과도 같습니다. 저자는 건강한 불안을 위해 완벽보다 완성을 추구하라고 합니다. 완성주의자가 되는 겁니다.


어떤 것이 불안이고 불안이 아닌지 또 불안이 무엇에 좋은지 그리고 불안이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불안이 불안하다면>. 불안은 극복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불안은 미래에 관한 정보이기에 불안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불안이 매번 유용한 건 아닙니다. 때때로 불안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불안감이 견디기 힘든 수준으로 느껴졌을 때조차 어떻게 올바른 방법으로 불안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지 저자의 경험을 통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유용한 걱정거리인 그 불안으로 목적성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조언합니다. 불안을 목적의식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쪽으로 향할 때 불안이 용기가 된다는 걸 경험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습니다.


"불안을 구제함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구제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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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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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문학과 예술의 르네상스를 연 아버지라 불리는 앨러스데어 그레이 작가의 소설 <가여운 것들>. 소설 속 소설 형식을 취하는 독특한 구성이어서 읽는 내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소설인지 독자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합니다.


올해 공개 예정이라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Poor Thing>의 원작 소설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윌렘 데포, 마크 러팔로 등 인상 깊은 배우들이 출연한다니 더욱 기대가 큽니다.​​


앨러스데어 그레이 작가는 이 소설에서 편집자 역할을 자처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소설 속으로 풍덩 뛰어든 겁니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답니다. 우연히 빅토리아 시대 맥캔들리스 박사의 저작물을 창고에서 발견됐는데 그 내용이 기막히게 놀랍습니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사실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나름 조사해 보니 믿을만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제 우리는 맥캔들리스 박사의 시점으로 빠져들 시간입니다. 『스코틀랜드 공중보건 담당관 아치볼드 맥캔들리스 박사의 젊은 시절 일화들』이란 제목으로 쓴 글은 맥캔들리스가 스코틀랜드의 도시 글래스고에서 의대생 시절부터 한 여자를 만나 결혼에 이르는 시기까지를 다룹니다.​​


글래스고 의대생인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궁핍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남겨준 돈으로 간신히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반듯한 옷차림에 신경 쓸 여력조차 없습니다. 가난이 발목을 붙잡는 느낌입니다. 빈약한 교우 관계 속에서 그나마 있는 친구 백스터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백스터는 유명한 외과의의 사생아로 태어나 현재 부유한 상속인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커다랗고 위협적인 몸을 가진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존재를 모른 채 자라난 탓에 결핍을 안고 살아갑니다.​​


백스터의 유일한 낙은 넓은 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술을 개선시키는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연구가 놀랍습니다. 외과적으로 조립된 인간을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성공합니다. 강에 투신해 사망한 임산부의 육체에 뱃속 태아의 두뇌를 결합해, 20대 여성이지만 정신 연령은 아기인 여성 벨라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탄생한 벨라는 백스터의 교육을 통해 하루가 다르게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갑니다. 그런 벨라를 마주하게 된 '나'는 단숨에 벨라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꿈속 여인과도 같은 벨라에게 결국 청혼을 하기에 이르는데...​​


그런데 벨라의 연애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너무나도 프리~합니다. 백스터가 '나'에게 보낸 편지에는 지금 얘가 다른 남자와 눈 맞아 도망갈 준비한다며 당장 오라고 난리입니다. 결국 '나'와 약혼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의 도피를 떠나버린 벨라. 그런데 소설 초반에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라고 했으니 분명 해피엔딩일 거란 말입니다. 네. 벨라는 결국 돌아옵니다. 문제는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과정도 골 때린다는 겁니다. 벨라가 워낙 호색한이라 남자가 감당 못해서 도망갔... 이쯤 되면 이건 코미디 소설인가요? 근데 너무나도 진지하게 스토리텔링이 이어지니 웃을 타이밍을 자꾸 놓칩니다.​​





'나'에게 다시 돌아오기까지 벨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교육, 역사, 실업, 자유, 정부... 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합니다. 떠날 땐 어린아이였는데 돌아올 즈음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 옵니다. 처음엔 기생하는 사람으로만 살았다가 이제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벨라입니다.


하지만 돌아온 이후에도 순탄치 않습니다. 벨라의 진짜 남편이라는 사람이 등장한 겁니다. 지금의 벨라가 아닌 강에 투신한 여성 말입니다. 당시 투신할 정도로 절박했던 그녀의 남편이라면 앞으로의 일이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독자가 벨라의 탄생에 얽힌 의문 따위는 생각도 못 하게 자꾸 사건이 몰아칩니다.​​


한편 맥캔들리스의 저작물과 함께 발견된 편지가 있었습니다. 벨라가 후손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벨라는 이후 빅토리아라는 이름으로 그 역시 의사가 되어 살아갑니다. 맥캔들리스가 죽은 후에야 그 책을 읽고는 모조리 불태워버리고 싶었지만 "그 가엾은 바보가 존재했다는 것의 유일한 증거가 아니겠니."하며 남겨두기로 합니다.


대신 조목조목 남편의 글을 반박하는 편지를 남깁니다. 이제는 빅토리아의 시점으로 빠져들 시간입니다. 빅토리아는 백스터의 외모, 아내의 실체에 대해 맥캔들리스의 이야기 대부분이 허구란 것을 지적합니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다 보니 허구도 실제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말이죠. 아내의 입장에서 맥캔들리스는 "그는 나 외의 다른 사람들에겐 그리 쓸모가 많지 않았다."라고 할 정도로 무능력한 인간이었음을 이야기하면서 백스터, 맥캔들리스, 빅토리아의 관계를 재정립해나갑니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 걸까요? 작가는 편집자의 역할을 또다시 발휘합니다. 맥캔들리스와 빅토리아의 글을 모두 실은 다음 조목조목 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주석을 달고 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독자는 속아넘어가게 되지요. 주석조차 일부는 허구거든요. 이런 깨알재미들이 가득한 <가여운 것들>입니다.


읽는 내내 불편한 요소가 곳곳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빅토리아 시대 여성관에 대한 사회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장면에서 말이죠. 버지니아 울프는 빅토리아 시대의 유령과도 같은 여성성을 죽인 후에야 글을 쓸 수 있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당시 여성에 대한 생각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작가는 이 부분을 벨라를 통해 신랄하게 비꼽니다. 당연스럽게 정부를 둔 남성들을 상대로 한낱 파트너로 전락시켜버리는 벨라의 행동으로요. 빅토리아 시대의 성 도덕률을 전복시키는 벨라입니다. 가여운 것들!


그저 따뜻한 포옹을 원하는 벨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들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아내를 노동하는 남자가 집에서 부리는 노예와 같은 도구로 취급하는 빅토리아 시대 사고방식을 꼬집습니다. ​​


<가여운 것들>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포스트모던적 재해석이라는 평을 받습니다. 메리 셸리의 가족사가 슬쩍 들어있기도 하고, 프랑켄슈타인 소설처럼 진행하는 구조는 물론이고 허세 섞인 말투까지 모든 것이 흥미진진합니다. 엽기적이기까지 한 삽화도 예술입니다.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줄 소설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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