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주안전
차오리화 지음, 김민정 옮김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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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큰 대문호 루쉰. 중국 최초의 신소설 <광인일기>와 중국 젊은 지식인 세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중국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자리 잡게 한 대표 작품 <아Q정전>을 쓴 문학가이자 사상가, 혁명가입니다.


덕분에 루쉰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루쉰 연구에서 언급하지 말아야 할 금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본처 주안입니다. 구 시대의 관습을 타파하고자 했던 루쉰 본인은 중매결혼을 했고 본처가 아닌 쉬광핑과 함께 살았습니다. 위대한 루쉰을 돌본 공은 쉬광핑에게 돌아갔고, 연구가들은 주안을 배제합니다. 루쉰 전기에서 주안의 이름이 누락되었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이후 루쉰 다시보기 붐이 일어나고 주안은 루쉰의 감정과 사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로 등극합니다. 그런데 루쉰조차 주안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시피해서 주안이라는 인물에 대한 미스터리만 가득합니다.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주안전>은 루쉰의 그늘 속에 방치됐던 주안의 유일한 평전입니다. 상하이 루쉰기념관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루쉰 연구를 해온 저자 차오리화가 이 여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립니다.​


왜소한 몸집, 좁고 긴 얼굴, 전족을 하고 있어 걸을 때 조금씩 비틀거린 여자 주안. 당시 노처녀인 29세에 루쉰과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리고 37년간 루쉰의 생모를 모시며 삽니다. 명목상의 남편과는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바로 각방을 썼고 하루에 거의 세 마디 할까 말까였다고 합니다. 


루쉰은 애초에 이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주안은 전형적인 구 시대 여성이었습니다. 그가 결혼을 하겠다며 내건 조건은 주안이 전족을 풀고 글을 배웠으면 한다는 조건이었지만, 주안의 집안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한 애정 없는 결혼은 주안을 비운의 여성으로 만듭니다. 루쉰이 주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가 남긴 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었을 뿐입니다. 부양의 책임만 할 뿐 남남과도 같습니다. 재일유학생이던 루쉰은 결혼식 후 수일 내 다시 혼자 일본으로 돌아가버립니다.​


루쉰이 바란 건 대화가 통하는 아내였지만, 주안은 그 기대에 못 미친 여성이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관습은 전족에 문맹인 여성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주안 자신의 열등감도 깊었습니다. 주안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결국 그 고통을 주안이 오롯이 안은 채 비참하게 살게 됩니다. 루쉰의 일기에는 주안의 이름이 거의 언급되지 않을 만큼 아내를 애써 회피했고, 오히려 루쉰의 동생 일기에서 형수를 언급한 일들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주안전>에서는 주안을 통해 중국 여성사, 윤리사를 다시 바라봅니다. 더불어 신문화운동의 선봉적인 역할을 한 루쉰의 이후 사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루쉰의 모순은 그가 한평생을 희생해 무고한 여성과 함께 살기로 했으면서도, 주안의 결점과는 타협하지 않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된 자상함"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 p227


1920년대의 베이징은 점차 변화합니다. 신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루쉰과 교류를 했던 여성들은 베이징으로 공부하러 온 지식 여성이었고, 시대의 걸출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안은 더욱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쉬광핑은 루쉰에게 보낸 편지에서 기탄없이 주안을 '유산'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루쉰은 새로운 길을 보여준 쉬광핑과 함께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에서 동거를 시작합니다.


"나는 담장 밑에서 조금씩 조금씩 위로 기어오르는 달팽이처럼, 느리긴 해도 언젠가는 담장 위로 오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구나. 더 이상 기어오를 힘이 없어. 내가 아무리 그분께 잘해도 소용이 없구나." - p233


사랑의 힘을 빌려 도망친 루쉰은 쉬광핑과 아이와 함께 따스한 가정생활을 합니다. 이때 심리적으로 여유롭고 자유로운 루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론 대가족의 장남이었던 루쉰은 가정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은 있었습니다. 루쉰과 주안의 연결고리는 무미건조한 가계부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생활비는 주안이 유일하게 위로를 느끼는 부분이었을 겁니다.​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루쉰의 죽음 이후에야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던 주안의 이름이 언론에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한편 쉬광핑은 이후 루쉰의 저작물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루쉰의 유물을 보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합니다. 이 당시 주안과 쉬광핑 사이에 오간 편지들이 소개되어 있어 둘의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나도 루쉰의 유물이라네! 나도 좀 보존해주게나!"라고 말했을 정도로 비통했던 주안의 삶. 봉건 혼인의 희생자임에도 스스로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주안은 죽을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박복한 삶을 살다 간 주안은 위대한 루쉰의 흠결로 치부되면서 역사로부터도 버림받았습니다. 루쉰 사후 60여 년이 흘러서야 나오게 된 주안 전기는 그래서 더 값집니다. 2009년 초판 발행 후 보강된 자료로 2017년 개정판을 낸 원서의 번역본으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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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속햇살한줌 2023-05-2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에 출간된 도서였군요. 신채호나 루쉰이나 둘 다 마음에 안들어요. 처가 글을 모르면 본인이 조금씩 가르치면 될 일이지. 본처 한명 바꾸지 못하면서 무슨 혁명?!
 
두 뇌, 협력의 뇌과학 - 뇌와 마음,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유쾌한 탐구
우타 프리스.크리스 프리스.앨릭스 프리스 지음, 대니얼 로크 그림, 정지인 옮김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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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과 조현병, 편견과 공감 및 협력에 관한 연구를 해온 신경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우타 프리스와 크리스 프리스 교수 부부가 아들 앨릭스 프리스와 그래픽 노블 작가 대니얼 로크와 협력해 탄생한 책 <두 뇌, 협력의 뇌과학>.


원제 Two Heads는 '두 뇌'입니다. 하나일 때보다 둘이 협력하는 게 더 낫다고 알고 있는데 정말 그럴까요? 짝을 이루거나 팀의 일원으로 행동할 때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비밀을 파헤칩니다. 사회적 상황에서 작동하는 뇌에 관한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내용이 결코 쉽지는 않아서 이걸 텍스트로만 읽었다면 이만큼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더라고요.


협력에 대한 책이지만 이 사회에 속한 내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살펴봅니다. 인간 상호작용의 경이와 신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먼저 뇌에 대해 살펴봅니다. 우리가 '나'(나의 마음)라고 부르는 감각은 뇌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뇌는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줍니다. 뇌는 우리 몸에 있는 신경계의 통제센터입니다. 뇌 안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뉴런. 뇌가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걸 멈추면, 그게 바로 치매의 신호입니다. 뇌는 스스로 재프로그래밍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르는 그것입니다.


런던 택시 운전사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이죠. 이 책에서 그 연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봅니다. 협력을 주제로 하는 책인 만큼 공식적인 논문 제1저자뿐만 아니라 연구한 이들까지 언급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뇌가 사람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실제로 변한다는 것을 증명한 택시 운전사 실험으로 밝혀진 가소성에 관한 이야기는 학습 주제로 이어집니다.


보통 우리는 스스로 실수를 하며 직접 해보지 않고는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하지만, 틀렸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빠른 학습법이라고 합니다. 타인들의 실수에서도 배울 수 있고요. 시행착오보다 모방을 통한 학습이 더 효율적인 학습인 겁니다. 





알면 알수록 모방이란 게 심오하게 다가옵니다. 모방을 하려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관계의 표지는 의사소통입니다. 핵심은 자기 머릿속에 있는 모든 생각을 파트너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겁니다. 무의식적 모방인 감정이입은 거울 뉴런의 역할이 큽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감각을 느끼고 있다는 걸 우리가 알 때 우리도 그 감각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그냥 아무나 모방하지 않는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이는 이후 내집단과 외집단을 가르는 편향과도 연결되더라고요.


과거엔 개인의 뇌만 초점 맞춰 연구했습니다. 이젠 다른 뇌들과 함께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뇌에 관해 연구합니다. 본격적으로 사회 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머리 둘은 머리 하나보다 낫다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게 항상 참은 아니라고 합니다. 협업은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을 짝지었을 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과제를 훨씬 더 잘할 때, 두 사람 다 자기 능력을 잘 평가하지 못할 때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 사람이 과제를 더 잘하는데 다른 사람이 더 강력한 확신을 드러내면 더 잘하는 사람이 자신의 확신도를 더 못하는 파트너에게 맞춰 조정한다는 겁니다. 유능한 사람 혼자 했을 때보다 결과가 저조해지는 겁니다.


이처럼 협력에 숨은 비밀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의 결정에 관해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봅니다. 특히 젠더, 문화, 가족사, 교육 등 다양성이 미치는 영향은 놀랍습니다. 대부분 큰 집단에 속해 있을 때 이타적인 쪽으로 프라이밍 된다고 합니다. 팀의 의견에 찬성하도록 프라이밍 되어있는 내집단보다 다양성 있는 팀이 결과는 더 좋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협력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협력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기적인 선택을 내리는 거죠. 뇌는 어려운 문제를 푸느라 바쁠 때 도덕적 딜레마를 깊이 생각할 용량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다른 많은 뇌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뇌가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는지 들려주는 <두 뇌, 협력의 뇌과학>. 우리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짚어줍니다. 협력은 결국 세상의 다양성을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학습, 모방, 경쟁, 협력, 편견, 확신, 후회, 평판 등 우리의 행동과 사고 경향에 관한 신경과학과 사회 인지과학의 개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경제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뇌를 설명하는 방대한 지식에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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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셀프 트래블 - 호이안.후에, 2023-2024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김정숙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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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여행의 지혜로운 나침반이 되어줄 다낭 셀프트래블. 인기 있는 베트남 여행지 다낭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다낭을 포함해 호이안, 후에 정보까지 담긴 가이드북입니다.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다낭을 중심으로 호이안, 후에 지역과 미썬 유적지 등을 소개하는 다낭 셀프트래블. 아름다운 바다와 여유로운 리조트, 신나는 테마파크 등 이국적인 다낭의 매력을 아낌없이 소개합니다. 여름휴가는 쨍쨍하고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물놀이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자녀가 있을 때의 일정, 부모님과 함께 여행할 때의 일정, 친구와의 여행 등 동행자에 맞춰 다양한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다낭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재방문 여행자를 위한 코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베트남의 전반적인 기본 정보와 함께 다낭에서 꼭 즐겨야 할 미션이 가득합니다. 다낭 자체는 사실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대로 다낭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관광도 휴양을 완벽하게 누릴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다낭 여행자의 버킷리스트 10을 하나씩 섭렵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놓치면 아쉬운 여행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테마파크가 있어 가족여행으로 많이들 떠나는데요. 다낭 최고의 놀이동산인 바나힐, 시내 중심에서 즐기는 썬 월드 아시아 파크, 호이안 최초의 올인원 복합 휴양 리조트 빈원더스 남호이안을 비교해서 보여줍니다.





베트남 음식은 한국에서도 워낙 많다 보니 메뉴가 낯설지 않지요. 현지 맛집에서 즐기는 베트남 음식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음식도 다채롭게 맛볼 수 있으니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커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아들도 베트남 커피 맛을 좋아하는지라 베트남 커피를 항상 집에 채워둬야 하거든요. 코코넛커피, 소금커피, 에그커피 등 색다른 맛이 가득한 베트남 커피입니다. 동남아를 갔는데 마사지를 받지 않고 오는 건 뭔가 아쉽습니다. 베트남 전통 마사지 외에도 다양한 마사지 전문 숍이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해 보세요.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몇백 년 전 속으로 데려다 놓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이안. 쨍한 색감의 사진을 한가득 찍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풍경이더라고요. 수백 년 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올드타운과 농촌 풍경과 함께하는 에코투어를 경험하기 좋습니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 후에. 베트남의 마지막 왕조였던 응우옌 왕조의 옛 도읍이었던 만큼 역사적 장소가 가득합니다. 후에 관광 핵심은 왕궁, 왕릉, 사원들입니다.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여유 있게 둘러봐야 할 곳이라고 합니다.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다낭이어서 가이드북에서 알려주는 대로 준비하면 무리 없이 여행 초보자도 잘 따라 할 수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체크해야 할 필수 사이트와 유용한 앱도 소개하고 있고, 똑똑하게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방법부터 다낭 입국 및 도착하면 해야 할 일들까지 순차적으로 알려줍니다. 다낭 셀프트래블로 즐거운 다낭 여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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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인문학 -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교양 수업
김성연 지음 / 서사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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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술에 둘러싸인 Z세대. 편리한 기술의 장점만큼이나 디지털 중독의 악영향도 만만찮습니다. 거대한 디지털 세상의 파도는 피할 수 없는 법! 그렇다면 그 파도를 잘 탈 수 있어야겠죠. 10년간 디지털 경험을 설계하고 디자인한 김성연(우디) 저자의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 수업 <GEN Z 인문학>. 나를 지키며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배워보세요.


수많은 플랫폼들은 중독적인 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재방문율을 높여야 하거든요.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의 중독이나 심리적인 건강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잠깐 들여다본다며 켠 SNS도 눈 깜짝할 새 시간이 흘러가버립니다. 쓱 스와이프 하면 새로고침되어 무한 피드가 뜨고, 무한 스크롤 때문에 멈출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 시간들은 진정 나에게 쓴 걸까요.


청소년의 미성숙한 뇌는 중독적인 경험에 더 취약합니다. 프랑스는 15세까지 스마트폰을 소지한 채 등교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대만은 18세 미만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부모에게 벌금이 부과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런 앱을 만드는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자녀의 학교는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학교입니다.


<GEN Z 인문학>에서는 디지털 세상이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고 디지털 중독에 이르게 하는지 짚어줍니다. 탈퇴가 안 되어 그대로 내 정보가 남아 있는 사이트도 있을 테고, 무료 사용 후 자동 결제되는 서비스에 가입해 보기도 했을 겁니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서비스에만 이득이 되도록 설계한 다크패턴이 흔한 세상입니다.


이 책에서 짚어줘서 비로소 그 중독성을 이해하게 된 게 많습니다. 무한 스크롤링은 더 보기 버튼과 비교할 수 있는데요. 그러고 보면 제가 얼마 전 쇼핑앱에서 상품 세 줄 정도 보니 더 보기 버튼을 눌러야 해서 순간 귀찮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귀찮아하는 그 심리를 이용한 게 바로 무한 스크롤링이었습니다. 


이 무한 스크롤 인터페이스를 만든 에이자 래스킨은 정작 후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뺏고 있다며 말이죠. 그래서 이제는 정지 신호를 (더보기 버튼) 복원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GEN Z의 세상은 생성 AI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챗GPT뿐만 아니라 각종 AI 프로그램들이 하나둘 대중에게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은 사람의 작업이 아닌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의 작품입니다. "우주에 있는 오페라 극장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을 르네상스식 화풍으로 그려 줘."라고 입력하면 그림이 나옵니다. 이 그림은 약 80시간 가까이 다양한 텍스트를 입력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앞으로는 AI가 만드는 창작에 개입하는 사람의 권리를 인정해 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관련 저작권법도 개정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많은 영역에 활용되는 챗GPT 역시 우리의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로 활용해야지 과하게 의존하는 순간 우리의 비판적 사고는 멈추고 획일화된 답만 내놓게 된다는 문제점도 인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루 평균 2600번가량 스마트폰을 터치한다고 합니다. 늘 수많은 서비스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루 세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한다는데 그 정보들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좋아요를 많이 누르다 보면 뭔가 친구는 많은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현실에서는 정작 소통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공간 제약 없이 24시간 내내 괴롭힐 수 있게 된 사이버불링, 메타버스 세상 속 아바타 간 사생활 침해도 문제입니다. 모든 기술 발전에는 빛과 어둠이 함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이 다양한 상황과 만나면서 처음의 의도를 잃어버리게 될 때가 많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키오스크는 화면이 위쪽에 있었습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이용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노안이 온 사람이나 정보 약자에겐 작은 글씨의 빽빽한 화면이 혼란을 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시니어, 장애인 등을 위한 차별 없는 디자인을 하는 기업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디지털 세상이 만들어준 취향과 선택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게 됩니다. 이 책은 알고리즘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힐 수 있게 도와줍니다. 청소년도 읽기 쉽게 설명한 <GEN Z 인문학>. 젠지세대에게 필수 교양 인문학이란 바로 디지털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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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빛
마이클 온다치 지음, 아밀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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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쉬 페이션트>로 부커상 수상,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오스카상을 휩쓴 데다가 역대 부커상 수상작 중 최고 작품에 수여하는 황금 부커상까지 받은 마이클 온다치. 그의 또 다른 소설 <기억의 빛>을 만나봅니다. 두 소설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결은 확연히 다른 느낌입니다.


원제 Warlight를 기억의 빛으로 번역한 부분이 맘에 쏙 듭니다. 전시에 등화관제로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울 때 길을 밝히기 위해 쓰이는 희미한 빛. 그 희미한 빛을 따라가며 기억을 더듬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945년, 부모님은 범죄자 비슷한 두 남자에게 우리를 맡기고 떠났다."는 첫 문장은 뭔가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론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벌어질듯한 기대감을 안겨줍니다. (다 읽고 나니 그 기대감에 뜻밖의 반전을 주는 게 이 소설의 핵심이었더라고요.) 누나가 열여섯 살,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열네 살일 때의 일입니다.


3층에 세 들어살던 남자와 권투선수 출신의 남자가 남매의 보호자가 됩니다. 남매는 그들에게 나방과 화살이라는 별명을 붙입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제법 보호자 역할을 해냅니다. 기숙사를 도망 나오며 방황하던 남매의 문제를 해결해 준 것도 화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실에서 어머니의 트렁크 가방을 발견합니다. 싱가포르로 간다며 열심히 짐을 꾸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한데, 그 가방이 고스란히 지하실에 놓여 있었던 겁니다. 짐도 없이 어머니는 어디로 사라진 거죠? 그리고 연락조차 없는 아버지 역시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이 사건은 남매로 하여금 부모와의 세계로부터 떨쳐진 고아가 된 느낌을 안겨줍니다.


나방과 화살은 부모님의 상황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저 안전하게 있다고만 합니다. 나방과 어머니의 대화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어머니가 생각보다 훨씬 전쟁에 깊숙이 관여했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전쟁이 다 끝난 지금, 이 상황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집에 드나드는 온갖 지인들의 정체도 미심쩍습니다.


그렇게 남매는 나방과 화살, 그리고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스며듭니다. '나'는 화살의 조수로 개 밀수 사업을 돕기도 합니다. 은밀하게 템스 강을 누비고 골목들을 누비는 화살과 함께 십 대의 시기를 보냅니다. 물론 로맨스도 하고 말이죠.





그러던 어느 날 남매가 납치를 당할 뻔한 사건이 벌어졌고, 보호자들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 일은 남매의 삶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일로 어머니는 다시 남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예전과 같은 삶을 살기 힘들어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스물여덟이 된 '나'는 정보국 기록보관소에서 일하며 옛 흔적을 따라갑니다. 기록보관소에는 전쟁과 전후 시기를 다룬 서류들이 가득합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보복과 보복이 이어지는 시기가 이어졌고, 대중이 알아서는 안 될 작전들의 자료를 폐기하는 작업이 계속됩니다.


이 일이 어머니의 수수께끼를 밝혀낼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하는 '나'는 기록을 살펴보며 집을 드나들던 이들의 정체의 힌트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부모보다 그의 성장에 더 영향을 끼친 그들이 그립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삶도 조금씩 엿보게 됩니다. 여전히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뿌연 흔적들뿐이지만 전쟁 당시 치열하게 활동한 비밀 요원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도 비밀스러운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십 대의 우리는 어리석다. 잘못된 말을 하는가 하면, 겸손하게 처신하는 법도 모르고, 수줍음을 덜 타는 법도 모른다.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 그런 우리에게 주어졌던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변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배우고 또 성장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게 일어났던 일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 책 속에서


세월이 흘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완전하지 않은 기억을 더듬으며 기억 속에 숨기고 내버려 둔 감정들을 되살리기도 합니다. 어른 버전용 성장소설입니다. 한편으론 당시엔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을 뒤늦게 깨달으며 독자에게까지 반전의 충격을 안겨줍니다.


전쟁 기간에 활동했던 스파이는 전쟁이 끝난 후 어떤 생활을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해소되는 느낌은 유쾌하진 않았습니다. 음지에서 활동한 그들은 저마다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나'와의 인연은 철저하게 끊겨버렸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나도 슬프게 다가오더라고요. 아드레날린 치솟는 액션 스파이물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기억의 빛>에 나오는 비밀 요원들은 현실 속 평범한 이웃을 엿보는 기분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페이지를 넘기니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많습니다. 재독이 필요한 소설입니다. 여전히 미스터리하게 남아 있는 부분도 많지만 그래서 warlight라는 제목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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