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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 나의 첫 양자 수업 ㅣ 프린키피아 2
채드 오젤 지음, 이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채드 오젤 교수는 복잡한 과학 개념을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반려견 에미(Emmy)와의 유쾌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엮어냅니다.
미국 유니온칼리지의 물리학 교수이자 『1초의 탄생』, 『우리집 강아지에게 상대성이론 가르치기』 등으로 대중과학 글쓰기로 이름난 저자답게 그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강아지는 냄새, 소리, 뼈 같은 감각적 자극에 반응합니다. 이 부분이 오젤의 전략입니다. 고전적인 물리학의 추상 개념을 간식 찾기나 토끼 쫓기라는 친숙한 행동으로 비유하여, 읽는 이의 머릿속에서 양자역학이 살아 움직이게 만듭니다. 강아지처럼 생각하라는 말은 개그가 아니라 기존의 인식 틀을 깨뜨리려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략인 셈입니다.
마침 2025년은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입니다. 스마트폰, 반도체, 레이저, MRI 등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온 기술들의 기저에는 양자 물리가 있습니다. 저자는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교양으로서 양자역학을 들려줍니다.
양자역학의 근본 문제인 입자냐, 파동이냐라는 고전 물리학의 대립부터 다룹니다. 고전 물리학은 빛을 파동이라 보았지만, 광전 효과 실험은 빛이 입자의 성질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어떤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려견 에미가 숨겨둔 뼈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이 부분을 설명합니다. 과학적 개념이 일상적 감각으로 번역되는 순간, 추상에서 직관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이어서 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로 옮겨갑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은 유명하지만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저자는 슈뢰딩거의 강아지로 재해석해 중첩 상태의 신비를 설명합니다.

"내가 간식을 먹었을까요, 안 먹었을까요?"라는 질문 속에 양자 중첩 상태의 아이러니가 들어 있습니다. 다중 세계 해석에서는 강아지가 간식을 먹은 세계와 먹지 않은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며, 측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두 세계 중 하나가 현실로 확정됩니다.
반면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입자는 모든 가능한 상태의 중첩으로 존재합니다. 에미의 간식이 여러 상자에 동시에 들어있다가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 하나의 상자에서만 발견되는 것처럼 말이죠.
고대 철학자 제논의 역설에서 착안한 양자 제논 효과도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관측하면 양자 상태의 변화가 억제된다는 이 개념은 항상 감시당하는 상태에서 강아지가 행동하지 않는 상황으로 재현됩니다.
이 챕터는 측정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역학의 철학적 함의를 보여주는 동시에 실제 양자 시스템 제어 기술로서의 응용 가능성까지 언급합니다. 정보과학이나 양자 컴퓨팅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흥미로울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신기한 현상을 만나게 됩니다. 입자가 에너지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장벽을 뚫고 지나가는 현상, 이것이 바로 양자 터널링입니다. 반려견 에미가 울타리를 통과하지 않고도 반대편 뼈를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개념을 설명합니다.
강아지가 순간이동이라도 한 건가 싶은 이 농담 같은 상황은 터널링을 일상적으로 번역한 예시입니다. 이 개념은 반도체와 주사 터널 현미경 등의 기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신비로운 개념 중 하나인 아인슈타인이 유령 같은 원격 작용이라고 불렀던 양자 얽힘도 다룹니다.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순간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는 이 현상은 실험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두 마리 강아지가 떨어져 있음에도 동시에 반응하는 설정을 통해 이 개념을 들려줍니다.

더불어 SF 영화의 상상 속에서나 벌어질법한 양자 텔레포테이션, 즉 공간이동 현상이 등장합니다. 고전적 복사와 양자복사의 차이를 보여주며 양자 기술이 미래의 통신과 보안 분야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들을 하나씩 훑고 있어 입문서로 제격입니다. 양자역학에 대한 궁금증을 강아지 에미가 대신 질문하고, 비유와 상황극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매력적입니다.
반려견 에미와의 대화를 통해 양자물리학의 핵심 개념들을 풀어낸 <우리집 강아지에게 양자역학 가르치기>. 양자역학을 잘못 해석하거나 오남용하는 사례들까지 다루고 있어 유사과학의 주장들이 왜 말이 안 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시 세계의 신비를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