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 남인숙의 여자마음
남인숙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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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어느 단계에나 선물이 숨어 있다.

 

20대 청년 시절만 삶의 절정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만으로도 30~40대 여자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네요. 40대 남인숙 작가가 말하는 젊음을 잃어가는 대가로 얻고 있는 좋은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저 나이 먹음에 우울해 하지 말고 앞으로의 행복 성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밝고 열린 생각을 북돋게 하는 책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그 시절이 좋았지.' 하는 생각보다는 '요즘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남인숙 작가는 경험의 축적이 전에는 무관심하던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하더라고 합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며 만끽하는 기쁨을 누리라고 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여자 공감 에세이에요. 묵직한 제목이지만 커피 한 잔 놓고 수다 떠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답니다. 조언이랍시고 무게 잡지도 않고요. 그녀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재미와 감동, 공감을 건져내는 맛이 아주 좋았던 책입니다.


제목에 담긴 의미는 이번 생을 충실히 살고 있기에 다음 생에서까지 똑같은 역사를 이룰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의미더라고요. 다음 생에는 카사노바처럼 살 수도 있을 테고,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연애를 할 수도 있고. 그게 더 재미있지 않겠냐고요. 그만큼 지금 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소소한 행복감을 누리며 사는 일상이 모여 내 삶이 되는, 일상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창시절 친구가 평생친구라는 말. 약육강식 성적순 학교에서 정말 그게 가능한지 묻기도 합니다. 실상은 억지로 맞춘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고요.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 관심사가 맞아 알게 된 사람 중에 평생친구가 생기더라는 말에 저도 살포시 공감하네요.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학창시절 이후의 삶이 더 긴데, 굳이 우정친구라는 이름으로 스트레스받거나, 그걸 내 아이에게도 강요하거나... '나는 동창생 중에 마음에 맞는 사람이 없어' 하며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마음을 나눌 친구는 학창시절에만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황금기라는 말이 와 닿네요.


일하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답답한 현실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남인숙 저자는 이왕이면 두 개의 방을 가지라고 합니다. 직장과 가정 두 군데서 동시에 스트레스받기도 하겠지만, 말 붙이기도 조심스러운 아이, 내 맘 같지 않은 남편. 이럴 때 나만의 방이 두 개 이상 있으면 생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이죠. 하지만 워킹맘으로서 살아내는 삶, 만만찮은 일이긴 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매일같이 눈물 쏙 빼는 일이 다반사죠. 그럼에도 하나의 방보다는 두 개의 방이 낫다는 것. 젊은 여성분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어찌 보면 우리는 우리가 바랐지만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아쉬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알고 보면 우리의 손에 닿는 것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온 결과로 지금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책 속에서


 

후회 없이 삶을 사는 비법은 바로 후회하지 않고 사는 것이겠죠.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 순 없지만. 후회를 안 한다는 것은 내 선택이 능동적이어야 하고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생각에서 가능한 겁니다.

 

"예전에는 목표, 꿈이라는 말과 여가 시간, 자유, 치열함 등의 단어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겠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해서 그 속도에 맞춰 뜀박질하기보다는 반대로 천천히 가며 핵심을 거두어들이는 것. 그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무색하게 만들 우리만의 지혜일 것이다." - 책 속에서

 

 

곱게 나이 드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표정, 자세, 손의 움직임, 걸음걸이, 목소리, 말투 등 애티튜드의 힘을 강조합니다. 이건 오히려 경험이 쌓여 중년의 매력녀들이 갖춘 아름다움이기도 하죠. 스스로를 대접하며 자신감 있게 사는 삶, 40대에 그게 제대로 발휘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 것인가, 나이'만' 들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 책 속에서

 

 

 

 

"'좋은 사람'이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의도하는 대로가 아니라 부모의 됨됨이를 따라 자란다." - 책 속에서


사춘기 딸을 키우며 아이에게는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원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의 에피소드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피곤하고 짜증 나는 일도 많지만,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들을 찾아 실천할 줄 아는 게 어른이라는 것. 그런데 이런 생각조차 왜 남편들은 덜 하는 걸까요 ㅎㅎ 남편들에게도 꼭 쥐여주고 싶은 책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육아, 남편, 친구, 직장 등 여자의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권태로운 삶이라 하지 말고, 결혼기념일을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날이라 생각하지 말고. '사는 의미가 없어'를 달고 사는 지긋지긋한 이 삶에 숨어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려는 마음. 그거야말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잘 살아낼 첫 발걸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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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N 빨강머리N
최현정 지음 / 마음의숲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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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세대를 살아가는 어른아이를 위한 에세이 빨강머리N.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강도는 다르겠지만, 무조건 어딘가에서 빵 터지거나 눈물 찔끔 포인트 있는 책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역경을 헤치고 살아내는 빨강머리 앤이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을 오마주해 빨강머리N을 탄생시킨 저자는 직장 생활하는 카피라이터입니다. 을 of 을이라고 밝힌 프로필을 보니 이 시대 우리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게 눈에 보이네요. 9의 고통에서도 1의 짜릿함 때문에 사는 빨강머리N 이야기. 그 1이라도 가지고 싶어 열정 쏟는 청년들은 이마저도 부러울 테지만요.

 

 

 

소심하게 앙탈 부리는 거라지만 그래서 더 공감됩니다.

참아야 했던 말, X팔려서 못했던 말, 스스로도 외면했던 말을 빨강머리N은 기어코 하니까요.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포부는 가당키나 한 것일까. 주인공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대신 특별한 조연이 될 것이라는 빨강머리N. 흙수저로 이 세상을 살아내는 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세상에 위로를 건네겠다는 분수 넘치는 목표가 있던 것도 아니다. 팍팍한 당신의 일상 속에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 책 속에서
 

 

 

직장, 연애, 꿈, 가족, 인간관계에서 을 of 을인 빨강머리N.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결혼은 무슨 돈으로 할까, 줄지 않는 마이너스 통장, 믿을 구석도 없으면서 공부는 왜 안 했는지, 금수저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이런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녹록잖은 세상을 살아갑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씁쓸함. "솔직히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어야만 한다."는 말에 격공하게 되네요.

대책없는 긍정론으로 세상을 살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들어져 버리고, 도대체 평균은 어디에 있는 건지, 중간이 없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빨강머리N의 목소리에는 시니컬한 매력이 있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알잖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말하는 빨강머리N.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닌,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이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빨강머리N의 파격적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자기비하 발언 같을 때도 있어 그렇게까지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게 현실이니까. 그게 지금의 우리니까. 그래서 더 공감하게 되는 이 웃픈 현실. 에라이~

 

"괜찮아. 너만 병신이 아니란다." 이 시대 어른아이들에게 하는 이 말은, 괜찮지 않은 어른아이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하는 일말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빨강머리N은 지금 이 시대를 이해하는 코드입니다. 한편으로는 말괄량이 삐삐가 이 시대로 온다면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기성 사회에 일침을 놓았던 엉뚱하면서 기발한 매력을 뽐내던 삐삐에게는 더 힘든 세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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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철학사전 - 한눈에 보고 단숨에 읽는
다나카 마사토 지음, 이소담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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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을 읽고 싶긴 한데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고, 이해될듯하다가도 점점 꼬이며 정리 안 된다면 <일러스트 철학사전>이 보조역할 톡톡히 해낼 것 같아요. 철학 사전이라는 역할 외에도 철학 입문서 그 자체로도 만족스러운 책입니다.

 

 

 

고대 탈레스에서 시작한 철학이 중세, 근세를 거쳐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철학자 87명, 그들의 사상 187개가 600여 컷의 일러스트로 설명된 책 <일러스트 철학사전>.

크게 인물 편과 용어해설 편으로 나뉘었고요. 철학자 소개와 철학자를 대표하는 명언, 주요저서를 소개한 인물 파트에는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해설 페이지를 덧붙여 찾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요.

용어해설편에서는 용어 의미, 어원, 구체적 예, 대립 개념이나 사상을 소개합니다. 모든 설명이 일러스트화 되어 있어 직관적으로 와 닿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 또는 아리송한 개념을 일부러 먼저 찾아보며 이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아... 이렇게 공부했었더라면 ^^ 고대 철학으로 가면 현재 패러다임과 다른 상태에서 나온 사상이 많아 추상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지금까지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았어요. 그런 추상적 개념을 일러스트로 만나니 꽤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네요. 중세 철학에는 예수도 등장하는데요. 중세 특성상 종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용어와 이전 철학자들의 용어를 비교 설명하기도 해 도움되었어요.

 

그러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용어가 나오며, 철학이 신학의 시녀에서 벗어나는 근대적 철학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기존의 보편적 진리 대신 내게 진리인 진리라는 사상이 팽배해진 시기입니다. 평소 문학책을 읽다 보면 도스토옙스키, 카프카, 카뮈는 실존주의 작가니 뭐니 하는 말, 잘 이해 못 했어요. 읽을 때는 이해되는 척하다가도 돌아서면 설명 못 하겠고 ^^; 도대체 실존주의가 뭐니? 그럴 땐 실존에 관한 부분을 찾아 읽으면 끝. 일반 사상과 무관하게 지금 현실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실존'이라 합니다. 객관적으로 세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리를 추구하는 입장이라는 거죠.

 

읽다가 지쳐버리는 철학으로만 생각했다면, <일러스트 철학사전>이 그 꼬리표를 많이 없애줍니다. 일반 사전처럼 용어설명만 간략히 했다면 그것도 더 이해하기 힘들었을 텐데, 이 책은 그 중간쯤에서 잘 자리 잡고 있어요.

 

 

 

철학 한번 알아볼까? 하는 일반인이라면 고대 철학 초반만 열심히 파헤치다 흐지부지해져 3천 년 서양철학사에서 현대 철학 쪽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예요. <일러스트 철학사전>은 현대 철학 비중도 적절히 맞춰 요즘 철학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파악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유전자 조작, 장기 이식, 인공 장기, 존엄사 등 기존의 인간, 가족, 자유, 죽음 등의 개념을 새롭게 생각해 볼 시기인 만큼 현대 철학 상식 전반을 접할 수 있는 책입니다.

 

단편적으로만 습득하다가 전반적으로 쭉 흐름을 살펴보니 고리타분한 철학이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하는 철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직관적인 일러스트가 이 정도라면 읽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고요. 긴 세월의 철학사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일러스트 철학사전>. 한 권쯤 소장해두면 써먹을 데 있을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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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문장 - 책 속의 한 문장이 여자의 삶을 일으켜 세운다
한귀은 지음 / 홍익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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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의 인생에 숱한 장애물이 있지만, 그것을 뚫고 나갈 '자아'를 성장시키는 것. 바로 책 속의 한 문장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여자의 문장>은 한귀은 교수의 성장일기와도 같아요. 그녀가 위로받은 책 속의 한 문장은 어떤 것이고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그 과정에서 사유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삶에서 피하려고 책 속으로만 묻혔었다는 고백. 제가 책에 몰입하게 된 이유와도 닮아있어 더 끌렸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삶의 결정적 순간은 고요히 시작되었고, 텍스트의 문장이 진실이 되는 때는 그것이 읽는 이의 삶과 만났을 때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여자의 문장>은 행복, 관계, 분노, 사랑과 이별, 노화, 일상의 사물, 숙명에 관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실제 삶 속으로 가져온 책 속의 한 문장으로 등장하는 책들은 철학,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에요. 읽어 본 책이 나오면 더 반갑기도 했는데, 그녀의 밑줄은 어느 부분에 그어졌는지 비교해보는 맛도 있었네요.

 

 

 

삶에도 실험이 필요하다는 말은 사랑과 일로 꽉꽉 채워 빈틈없는 생활을 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이야기하려고 꺼낸 말입니다. 성취감 자체도 삶을 즐기게 하는 데 한몫하지만 <파우스트>, <담론> 등 책 속의 한 문장을 소개하며 지나친 노력을 버릴 줄도 아는 삶의 태도를 누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100퍼센트를 모두 채우려고 허덕이는 사람은 중요한 진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고 해요. 오히려 모자람 때문에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문장을 통해 유희 정신을 발동시켜 내 삶에 작은 실험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하고요. 생각외로 그 작은 실험은 지레짐작했던 불안의 수치에서 벗어나 '별것 아니네' 하며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행복이든, 관계든, 사랑이든... 자신의 아픈 역사와 상흔에 내재한 의미를 찾으면 훌륭한 피드백이 된다는 것. 두려워서 피할 게 아니라 그 속으로 들어가서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태도로 사는 것 (p93), 그런 피드백을 얻으려면 역시 사유와 성찰의 과정을 얼마나 잘 겪어내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전 손택은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서로 어긋나지 않고 균형을 이룬 사람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산 인물들을 이야기하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가할 수 있는 에너지는 미미하지만, 자신의 삶을 바꾸는 매치포인트는 될 수 있다고 해요. 수많은 가면을 갖추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인간. 자신의 내면과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되겠어요.

 

이것은 나이 든 여자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노화와 관련한 주제에서도 일맥상통하는데요. 글에 문체가 있듯 사람에게 내재된 문체는 외적인 것과 더불어 내적인 어떤 것이 겉으로 배어 나오는 것이기에... 아름다움의 영역은 방대하다는 것,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것도 삶에서 필요한 것 같아요. 성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짓는 얼굴과 주름진 얼굴로도 멋진 아우라를 뿜었던 오드리 헵번 중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지는 말할 필요 없겠죠.

 

"삶의 결정적인 순간은 방향이 영원히 바뀔 때 항상 드라마틱하거나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삶의 순간들은 가끔씩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목을 끌지 않는다. 조용히 진행된다. 그리고 이 환상적인 침묵 안에 특별한 고결함이 있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 외에 영화의 한 문장이 소개되기도 합니다. 내면의 진정한 변화는 겉으로 보이는 신체 나이도 바꿔버리는 것을 이야기  하는데요. 나이가 들어도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데 필요한 것은 내면의 변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일상의 사물이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을 이야기한 파트도 신선했어요.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 내면의 일기 대신 동물, 사람, 사물 같은 외적인 세계 쪽으로 눈을 돌린 일기를 써 보라는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 구절을 인용하는데요. 저자는 팬티, 베개, 머리핀 등을 통해 일상의 단상을 읊습니다. 고결한 무엇인가로부터만 깨달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자의 인생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시기에 겪는 다양한 문제도 언급하는데요.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아이로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워 겪게 되는 이중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임 기너트의 <부모와 십대 사이>를 인용하며 내 생각을 투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어요.

 

​그저 책을 읽어내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내 삶에 끌어들이는 것. 책을 읽고 사유, 성찰한다는 것이 막막한듯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여자의 문장> 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 간접체험을 이제 직접 느껴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네요.​ 삶이 문장과 만나는 순간을 느껴보는 것,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하는 문장을 만나려면 먼저 책부터 가까이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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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 12가지 실험으로 파헤친 소비 속 감춰진 욕망
강한나.김보름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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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심리 실험으로 파헤친 소비 속 감춰진 욕망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

소수의 취향이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아 트렌드로 떠오르는 이것을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맥락 속에 존재하고, 맥락을 바탕으로 주어진 정보를 해석한다. 따라서 '무엇'이 아니라 '왜'와 '어떻게'가 문제다." - 책 속에서

 

먼저 요즘 전체적으로 따르는 소비 일반론부터 이야기합니다. 주어진 대상 이외에 함께 제시된 모든 정보를 컨텍스트, 맥락이라고 부르는데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통해 내 머릿속에 각인된 정보를 해석하면서 동시에 현재 상황에서 습득한 것을 이해하는 거죠. 컨텍스트에 따라 주관적 해석과 감정이 매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컨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끌린다는 거예요. 이거 센스있네~! 라고 평가하거나 일명 뭔가에 꽂히는 것처럼요.

 

이제 단순한 콘텐츠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사용할지 모를 빅데이터가 아닌 이 모든 정보를 컨텍스트의 단서로 제대로 사용해야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고, 소비자도 관심 두게 됩니다.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은 12가지 심리학 실험과 분석, 이것을 반영한 트렌드 사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인사이트를 제시합니다. 이 책에 소개한 마이크로 트렌드는 누군가에게는 취향저격 코드일 텐데, 요즘 세대는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좀 벗어나는 부분도 발견했을 정도로 저도 구세대가 되어 버렸나 봐요. 우리 아이처럼 Z세대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잘 반영된 책입니다.

 

일상의 기록화라는 부분은 경험 자체보다 경험의 기록을 중시하는 시대의 해시태그가 아닐까 싶네요.

이런 마음을 읽은 마케팅은 인기가 높습니다.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을 허용한 대림미술관, 셀피들이 좋아하는 갤러리아 백화점 화장실 파우더룸 등이 대표적으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경험보다 기록을 우선시하게 되면 부작용도 사실 만만찮다고 해요. 실제 경험에 악영향을 준다는군요.

하긴 저도 경험을 위한 사진이 아닌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어야 했던 순간을 되살려 기억해보면 오롯이 온몸으로 경험했던 때보다 기억도 잘 안 나는 것 같아요. 그저 사진으로 아, 이랬었지... 기억나는 척할 뿐.

 

"디지털에 남길 기억을 위한 체험은 경험하는 그 순간 우리가 음미할 수 있는 행복을 앗아간다." - 책 속에서

 

한편 자신의 멋진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뇌섹남, 뇌섹녀를 열망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카드 뉴스, 도서 요약 서비스, 스낵 컬쳐 등 지식 피로 사회에 알맞은 형태의 지식이 대세가 되었는데, 반대로 짧은 호흡에서 벗어나 긴 호흡의 텍스트를 충족하게 하는 SNS 플랫폼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긴 호흡이 필요한 플랫폼 속에서 숨은 욕망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디지털 DNA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 Z세대.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뇌가 8초의 짧은 주의력을 유지하도록 주의력 최소화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어요. 그들에겐 이미지가 주가 되고 텍스트가 이미지를 보충 설명하는 보조 성격을 띱니다. 이제는 어휘력 대신 이미지력이라는 말이 그들에게는 중요하게 작용하죠.

 

해시태그만으로 문장 맥락을 이해해버리는 Z세대.

SNS를 사용하는 방식도 이전 세대와는 좀 다릅니다. 온, 오프 경계를 구분해서 포장하지 않고 오히려 실제 삶이 온라인 모습인 날 것 그대로인 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새로고침 무한반복 시대, 우리 뇌는 피로한 상태입니다.

뇌가 원하는 휴식에 알맞은 컬러링북, 필사 붐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멍때리기, 상상하기는 몸이 아닌 뇌를 쉬게 하는 방식이어서 권장하고 있네요. 디지털 기기도 연결이 아닌 단절로 나아가는 형태가 새롭게 출시되는 등 불규칙하고 변화무쌍한 트렌드 면모를 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트렌드 책보다 훨씬 더 소수의 취향저격을 다룬듯한 느낌이면서도 그게 또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 공감한단 뜻이겠죠. 디지털 시대를 반쯤 걸친 세대의 이야기 외에도 Z세대의 현실을 적극 반영한 부분이 많아 신선하게 읽었네요.

 

소수의 취향저격이었지만 결국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들을 보면 인터넷 세상 덕후들의 힘, 그들의 취향이 다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취향과 소신을 소비로 연결하는 요즘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 현재진행형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마이크로 트렌드 심리학>으로 요즘 세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 중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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