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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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근질근질거리게 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극강의 반전이 제대로 살아있는 소설 <비하인드 허 아이즈>를 읽고 나니 딱 그렇네요. 반전 결말을 맞으며 받은 충격을 다들 겪어봐야 해요!!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 벤저민 프랭클린

 

 

 

<비하인드 허 아이즈 Behind her eyes> 제목은 올여름에 읽은 심리 스릴러 소설 <비하인드 도어 Behind the door>와 비슷한 데다 초반 분위기도 유사합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로 보이지만 실상은 살얼음판 같은 관계. 흠잡을 데 없는 아내가 남편의 눈치를 보며 긴장하는 모습까지 말이죠. 새 출발을 한다며 이사 온 데이비드와 아델 부부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싱글맘 루이즈는 바에서 만난 환상적인 남자에게 끌렸는데 알고 보니 새로 온 직장 상사! 게다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유부남이었다니. 그를 만나면서 다시 여자로 살아난 기분이었건만 빛 좋은 개살구였다며 스스로를 자아비판 수준으로 질책합니다.

 

유부남 직장 상사와 비서 관계. 너무 식상한 패턴인가요? 저도 솔직히 처음엔 그런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이처럼 흔하디흔한 뻔한 공식은 이 부분밖에 없으니 안심하세요.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내 상상력이 얼마나 부족했는가 하며 자아비판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은 남편의 통제를 받으며 생활하는 가운데 남편 몰래 루이즈와 친구 관계가 됩니다. 루이즈의 호감을 제대로 얻는 아델. 그런데 그들의 첫 만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불륜 상대를 두고 아델은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요.

 

"이제 계획은 다 세웠다. 그 사실에 배 속이 흥분으로 부글거렸다." - 책 속에서

 

 

 

미스터리 심령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제 벌어질 일들은 심드렁할 수 있겠지만, 일단 끝까지 보세요. 기막힌 반전을 두고 놓치기엔 너무 아까운 소설이거든요.

 

야경증이 있는 루이즈는 역시 같은 증세를 겪은 아델로부터 도움을 받게 됩니다. 아델이 알려준 방법은 꿈의 주인이 되는 자각몽을 위한 것이었는데, 루이즈는 이 방법이 잘 통하는 성향이었어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게 되자 꿈속에서 그다음 단계가 진행됩니다. 첫 번째 문을 열어 내가 원하는 곳을 가는 자각몽을 꾼다면, 어느 날부터인가 은빛 두 번째 문이 나타나면서 그 문을 통과하면 순간 내 자아가 몸과 분리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실체가 없는 '나'는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 다녀올 수 있기도 합니다.

 

 

 

아델은 남편 데이비드를 증오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하고 있고,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데이비드에게서는 아델을 향한 삐뚤어진 사랑마저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통제할 뿐입니다. 한때는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고요한 적과도 같습니다.

 

아델의 목적은 루이즈에게 데이비드에 관한 의심과 불안의 씨앗을 심어두는 것. 아델의 치밀한 계획은 루이즈로 하여금 상황을 엉뚱하게 바라보게 합니다. 아델은 사람들의 '성격'을 갖고서 도박을 하는 겁니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조율사와도 같습니다. 데이비드를 의심할 증거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 루이즈는 데이비드를 불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남편의 불륜 상대를 떨궈내는 수준이라면 너무 쉽잖아라고 생각할 즈음, 질투와 욕망이 가득한 불륜 소재 아침 드라마 분위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합니다.

 

아델의 이야기 중 거짓말을 눈치챈 루이즈.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면 이 모든 것이 바뀝니다. 그 여자는 연약하지도 상냥하지도 않고 그저 맛이 간 여자일 뿐이라는 걸 비로소 깨닫는데. 공격적이고 공감 능력 없는 소시오패스 아델에게서 데이비드를 구해내려는 루이즈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이 관점의 문제고 교묘한 눈속임이다. 절대로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진실이란 사람마다 다르다." - 책 속에서

 

 

 

결말을 알고 나면 초반에 등장한 '그 후' 편이 이해가 됩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그 때, 그 후, 현재 시점을 오가며 진행하는데, 아델과 데이비드의 과거를 이때 슬쩍슬쩍 보여줍니다. 후반부 반전을 보고 처음엔 짜증이 좀 났어요. 물론 그 상태에서도 결말로 훌륭한 스토리이긴 했지만 그 상태로는 제 취향에 안 맞는 결말이었거든요. 그러다가 와우... 진짜 1도 생각 안 했던 내용으로 극강의 반전을 안겨주는 겁니다. 그때의 놀라움이란. 충격이란 단어는 이럴 때 써야 하는 거였어요.

 

소설은 원래 소재나 문체 등 개인 취향을 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것저것 다 집어치우고 반전소설 제대로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비하인드 허 아이즈> 추천합니다. 스티븐 킹이 "사라 핀보로의 소설은 명확하고 감정적인 울림이 있다. 그녀의 소설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라고 평했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 보장합니다. 영화화되는 소설이라니 대단한 반전 스릴러 영화 탄생 예고네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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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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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골든 슬럼버> 등으로 일본 미스터리계를 장악한 이사카 코타로 작가. 최근에 읽은 책 <남은 날은 전부 휴가>에서는 범죄를 소재로 하면서도 뭔가 상큼발랄(?) 이미지를 보여줘서 인상 깊었는데요. 사회 비판 소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책도 엄지 척 세울만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비틀어 보여주는 데 상당한 재능있는 작가인 것 같아요.

 

 

 

위아래가 붙은 작업복,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와 고글, 목검을 든 남자. 고등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을 보고 도와주는 이 사람은 일명 '정의의 편'이라 불리는 남자입니다. 누명을 쓴 무고한 시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나타나 도와주며 자경단 역할을 하는데.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의 배경은 바야흐로 평화경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 위험인물로 적발되면 공개처형됩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형하는 게 아니라 미연에 막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런 일을 담당하기 위해 평화경찰 부서가 생겼고 그 위치는 어마어마해졌습니다.

 

미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권침해법이라 부르는 테러방지법이 있고, 일본에서도 테러대책법안과 관련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공모죄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이 법은 사전 모의만으로도 처벌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에서도 공포정치냐 범죄 예방이냐에 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소문의 위력과 군중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면서 긴장하고 공포에 사로잡히면서도 흥분하는 심리. 대부분은 효과가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 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안착된 후부터는 나름의 정의감 넘치는 시민들의 밀고가 이어지게 됩니다.

 

문제는 중세 마녀사냥처럼 되었다는 겁니다. 평화경찰에게 취조라는 행위는 죄를 자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학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한 오락처럼 변질됩니다. 위험인물로 지목당한 자가 평화경찰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취조를 당하면 차라리 처형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진심으로 도망치고 싶다면, 화성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리 불만이 많든, 지금의 이 사회를 살아가야만 해. 룰을 지키며 올바르게 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만 어느 나라에 가든 이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지. (중략) 이 나라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화성에 가서 살 생각이야?" - 책 속에서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 화성에라도 가서 살 것인가. 희망이 없는 선택지만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무고한 이웃이 연행될 때 방관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화경찰의 부조리함을 파헤치려던 사람들의 계획이 실패한 사건을 계기로 복면의 남자가 다시 등장합니다. 위험인물을 연행하거나 취조하던 중에 '정의로운 편'에게 당하는 평화경찰. 결국 유능한 수사관이 파견되고 본격적으로 평화경찰과 정의로운 편의 대결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이 유능한 수사관의 말과 행동을 보면 상당히 골 때리는 캐릭터입니다. 기타 하나만 들면 금방이라도 노래를 시작할 것 같은 외모이면서 그의 말에는 깊은 의미가 많이 숨어있습니다. 은근슬쩍이 아닌 대놓고 평화경찰을 비꼬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어쨌든 이 수사관 때문에 사건 해결에 한 발 한 발 다가섭니다. 복면 남자가 사용하는 자석을 이용한 무기의 정체를 쫓는 과정에서 드러난 평화경찰의 부조리한 사건은 경찰 내부의 권력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소설 중반부를 넘어서면 드디어 '정의의 편' 복면 남자의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정의감도 가족력이 있구나 싶네요. 보고 배운 게 그러하니. 곤경에 처한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한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비참한 결말을 겪었습니다. 한 사람을 구하면 다른 사람도 구해야 한다는 식,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위선으로 비치게 되는 현실을 경험한 그로서는 누군가를 도울 때마다 '조심해, 위선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어'라는 마음속 경고를 하며 삽니다.

 

그러던 그가 변화한 계기는 선량하게 살았는데도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은 아내와 평화경찰의 부조리한 사건에 휘말려 죽은 학생의 일을 목격한 이후부터입니다. 어떻게 자석 무기를 손에 넣어 평화경찰에 반격했는지 과정을 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세상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니까 그게 싫으면 화성에라도 가서 사는 수밖에 없지"라는 희망 없는 선택지 앞에서도 그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노력합니다.

 

과연 '정의의 편'은 무사할 수 있을지, 평화경찰 시스템은 이대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치열한 심리전이 볼만한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생존 본능이 인간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변질되는지 보여줍니다. 이사카 코타로 작가 특유의 비꼬기식 은유가 빛을 발휘하고, 통쾌한 반전도 어김없이 등장하면서 반전 스릴러의 대명사인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 분위기가 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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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빈 폰 - 나무, 바람, 흙 그리고 따뜻한 나의 집 캐빈 폰
스티븐 렉카르트 글, 김선형 옮김, 노아 칼리나 사진, 자크 클라인 기획 / 판미동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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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을 온전히 누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작은 집 200여 장의 사진이 가득한 환상적인 화보집 <캐빈 폰 Cabin Porn>.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언제라도 노력하면 지을 수 있는 집 한 채씩을 품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 책 속에서

 

자연과 함께라면 황야든, 나무 위든, 지하이든 그곳이 어디든 소박한 안식처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힐링하려는 이들에게 숲 속의 작은 집만 한 곳은 없는 것 같아요. 저도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지낸 이후 자연 속 나무집 매력에 푹 빠져버렸거든요.

 

<캐빈 폰>은 전 세계에 손수 지은 작은 집 2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숲 속의 쉼터를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농가, 통나무집, 나무 집 등 집 짓는 법이라는 목차가 있긴 하지만 순수하게 집 짓기의 전 과정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자연 속 집을 소개한 카탈로그 느낌이에요. 대신 환경에 따라 포인트 둬야 할 점을 짚어주고 있기에 자연 속 작은 집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와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뉴욕 배리빌 숲 지대에 만든 오두막 공동체 비버 브룩. 자원 보존과 지역 사회 활성화를 도모하는 모델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이후 캐빈 폰이라는 웹페이지를 만들어 우리가 꿈꾸는 집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진들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그 진액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꿈을 품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다가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마흔 살, 쉰 살이 되고 어느 날 문득 꿈을 다 길가에 버리고 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책 속에서

 

 

 

통나무집이라 하면 보통의 우리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게 되죠. 언제 어디든 도시와 오지를 오갈 수 있는 경계에 발을 걸쳐야 안심됩니다. 하지만 오두막 성애자들은 자연 속에 묻힐수록 더 열광합니다. 자동차로도 갈 수 없는 깊숙한 곳이나, 허허벌판 사막에 짓기도 합니다.

 

다행히(?) 펜션 분위기의 모던한 나무집도 있습니다. 숲 속의 집이라는 환상은 그대로인데 현대적인 분위기와 소재를 더했습니다. 우리가 익히 머릿속에 떠올리는 초원의 통나무집들도 있습니다.

 

휴양을 목적으로 하거나 실험적인 건축물을 지어보려고 혹은 아예 살기 위해 짓는 등 목적은 다양하지만, 소박한 삶의 철학이 건축에 고스란히 표현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생할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낡은 주택을 개조해 재생하기도 하고, 양곡 사일로를 개조하거나, 고물 폐기장에서 주워온 것들을 활용해 집을 짓기도 합니다. 집이 아닌 메이플 시럽 만드는 제조소, 사우나, 보트 창고, 대피소 등도 소개됩니다.

 

 

 

어린이 책 13층 나무집 시리즈 덕분에 저희 집에서도 나무집 로망이 불어닥쳤는데요. 이선 슐루슬러의 트리 하우스는 꿈이 현실화된 느낌입니다. 트리하우스에서 헛간까지 집라인을 설치해 액티비티를 즐길 수도 있고, 페달로 동력을 전달하는 자전거 엘리베이터까지. 장난기 가득한 상상을 실현한 나무집이었어요.

 

 

 

현대 문명의 이기를 버리고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사는 삶이 영적으로나 창조적으로나 충만한 삶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오두막 성애자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댄 프라이스에게 움막은 반지의 제왕 호빗의 집 분위기입니다. 순간순간 흐르는 대로 지은 움막들은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는 그의 삶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돔형 오두막집인 유르트는 몽골 게르와 비슷합니다. 유목민의 주거지 형태를 재현해 숲 속 보금자리를 짓기도 합니다. 현대화되고 한층 내구성 좋게 유르트 건설 방식인데도 채 9일이 걸리지 않고 만든 집이었어요.

 

<캐빈 폰 Cabin Porn>은 현대인에게 자연 속 작은 집은 새로운 삶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현장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 손수 지은 작은 집 200여 장의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산림욕을 하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버리기와 비움, 아날로그적인 삶의 탐구 등 현대인들이 꿈꾸거나 실천하는 행동의 마지막 행보는 바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판타지를 딛고 현실로 도약하는 건 어렵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고 영감을 찾는 데서 그것은 이미 시작된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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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언제나 사랑
니콜라 바로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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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작가 니콜라 바로의 로맨스 소설 <파리는 언제나 사랑>. 파리와 사랑은 언제나 찰떡궁합처럼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아요.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로 갈등보다는 낭만적인 사랑에 집중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파랑을 좋아하는 로잘리. 하늘과 바다를 보고 첫눈에 행복의 감정이 각인되면서 푸른빛이 행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늘색, 회청색, 담청색, 연회청색, 남청색, 청람색, 군청색, 수레국화색, 코발트블루, 청록색, 인디고블루, 실크블루, 사파이어블루, 나이트블루... 어쩜 이렇게 다양한 파란색이 있는지.

 

커피와 함께 하는 아침을 사랑하고, 저녁형 인간에 여유 부리며 시간 보내는 걸 즐기는 로잘리는 긍정적이고 호의적입니다.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고 미술을 전공한 후 파리 생제르맹 한복판의 아기자기한 드라공 거리에 작은 가게를 낸 로잘리. 포장지, 편지지, 펜, 카드, 엽서를 파는 선물가게입니다.

 

그중 가장 특별한 건 로잘리가 만든 소원 카드입니다. 손님들의 사연을 담아 수작업으로 글씨와 그림을 그려 만들어주는 카드. '나와 함께 날고 싶은 그대에게', '구름 뒤에도 태양은 있다.', '봄은, 겨울이 남기고 간 빚을 갚아주는 해결사가 되기도 한다.' 등 문구도 어찌나 창의적이고 예쁜지.

 

하지만 로잘리의 소원은 정작 이뤄지지 않습니다. 연례 의식으로 해마다 생일에 직접 그린 소원 카드를 들고 에펠탑에 올라가 카드를 공중에 날리지만, 올해마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에펠탑에 오르지 않겠다고 마음먹을 지경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한 동화책들을 낸 은발의 노작가 막스의 새 동화책 일러스트 작가로 찜 당하는 일이 생기면서 로잘리의 인생은 바뀝니다. 막스의 스토리 <파란 호랑이> 원고를 읽자마자 푹 빠지게 되고, 딱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내지요.

 

막스와 함께 작업한 <파란 호랑이> 동화책은 성공적으로 출간되어 유명세를 떨칩니다. 그런데 <파란 호랑이> 스토리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나타나는데.

 

 

 

대대로 내려온 로펌 회사를 이어받지 않고 영문학 대학 강사로 일하는 로버트.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예전에 함께 파리에 왔던 추억을 기리며 다시 한번 파리로 왔습니다. 파리는 언제나 굿 아이디어라던 어머니의 말 대신 파리에 도착하고 온통 재수 없는 일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파란 호랑이> 동화책을 보고는 표절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 놓게 됩니다. 그 이야기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들려준, 어머니와 자신만 아는 이야기였거든요. 원본 원고까지 가지고 있는 로버트로서는 막스와 로잘리의 책이 그의 소중한 기억을 빼앗아 가버린 느낌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로잘리와 로버트는 진실을 밝히려 함께 움직이게 되는데. 터키블루색 눈동자를 가진 로버트와 깊고 진한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로잘리. 앙숙 관계에서 뜻밖의 감정을 느끼게 되기까지 둘의 투닥거림조차 사랑스럽습니다.

 

 

 

<파리는 언제나 사랑> 본책과 함께 온 작은 책 <파란 호랑이>는 소설 속 막스의 동화책을 실물로 만든 동화책입니다. 초판 한정이라니 놓치지 마세요. 금발의 어린 소냐, 구름 호랑이. 그리움이 있어야 갈 수 있는 파랑 나라. 하늘색 조약돌, 물감이 묻은 손수건 등 동화책 <파란 호랑이>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그리움과 자신의 소원을 믿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파리는 언제나 사랑>을 읽는 내내 파리에 직접 있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파리 구석구석을 둘러보는듯한 묘사가 진국입니다. 유명한 영문학 전문 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서점도 등장해 반가웠어요.

 

갈등 후 재확인하는 로맨스 소설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라가고 있지만 그 부분은 무척 빠르게 진행해 당황하긴 했지만요. ^^ 그만큼 갈등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랑의 감정을 깨닫는 것에 포인트 둔 책입니다. 사랑마저 믿지 않는다면 너무 삭막한 세상이잖아요. 로버트의 어머니가 말했던 "파리는 언제나 굿 아이디어"처럼 파리와 사랑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사랑에 빠져있거나 사랑을 잃었거나 상관없이 파리는 언제나 옳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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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6개월에 끝내고 알리바바 입사하기 - 죽어라 영어만 파서는 절대 모르는 인생을 바꾸는 초특급 전략
김민지 지음 / 앵글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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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성장하는 중국 IT 시장. 과일 파는 노점상, 자판기에도 QR코드가 있어 신용카드 대신 모바일로 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합니다. 다들 글로벌 인재를 외치면서도 정작 중국으로 눈길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치열한 한국 취업 경쟁에서 벗어나 발 빠르게 중국에 발 디딘 김민지 저자의 경험담은 많은 자극을 줍니다.

 

 

 

6개월 만에 HSK 6급 합격하고 1년 만에 알리바바 인턴십으로 입사,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 상하이 테크노드 등을 거쳐 현재는 국내 IT 기업 카카오 입사를 앞둔 상태가 되기까지. 이 모든 것이 중국어 하나로 특별해진 경험입니다.

 

중국어 6개월에 끝낸다는 책 제목에 숨은 의미가 있습니다. 원래 중국어를 잘 하던 사람도 아니고 한자 1도 모르던 한자 바보였다고 해요. 중국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중국어 공부에 올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목표는 중국 땅을 무대로 만드는 것. 중국어는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언어 부담감을 오히려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어떻게 하면 빠르게 익힐 수 있을까'에 중점 뒀습니다. 얼른 써먹을 수 있는 중국어를 익혀야 했습니다. <중국어 6개월에 끝내고 알리바바 입사하기>는 비전문가가 중국어를 어떻게 공부했는지 가성비 갑 전략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중국어 구사 능력은 중국인들 속에 있을 땐 빛을 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중국 투자 열풍으로 외국인 사이에서 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중국어 한다 하면 위치가 달라질 정도라는군요.

 

이런 관점으로 보면 학생들이 하는 중국어 공부법 대신 직장인만의 중국어 공략법이 필요합니다. 어떤 업계를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가운데 어디에 얼마큼 집중할 것인지 계획이 나와야 합니다. 공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게 시작입니다. 이렇게 직업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떤 중국어 능력이 필요한지 집중하는 것은 자신의 목표에 최적화된 공부 계획 세울 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한마디로 엉뚱한 데 삽질하지 말란 소리죠.

 

 

 

김민지 저자의 중국어 단어 공부는 꼬꼬무 암기법.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공부는 나중을 위해 효율적인 공부법이라고 합니다. 성조를 위한 성조 공부 대신 단어 발음 자체를 계속 연습하고,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해 파악하는데 유용한 암기법입니다.

 

HSK는 급수를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HSK 시험 준비하는 과정을 하나의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활용했다고 해요. 그래서 HSK 시험공부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국어의 모든 부분을 커버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합니다.

 

 

 

HSK 6급 실력이면 실제 중국에서 생활할 때 어느 수준쯤 될까요. 중국인들끼리의 대화는 그래도 안 들리더라고 합니다. 회의 참석시 대충 알아듣는 수준이긴 했고요. 듣기조차도 완벽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고 합니다. 조금 안 들려도 기죽지 않는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일을 하면서도 중국어 공부는 계속됩니다. 이때는 방향이 조금 달라지네요. 소통을 위한 대화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문장을 집중 공략하고, 드라마 속 인물들이 쓰는 표현이 입으로 나올 수준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구글 역할을 하는 위챗과 유튜브 개념의 요우쿠를 일상화하기도 합니다.

 

 

 

중국어 실력은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되었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언어 공부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어요. 독학만으로 한 건 아니었어요. 현지에서 어학연수 받으며 현지 중국인과의 푸다오 수업, HSK 시험공부, 시청각 자료 공부로 6개월 동안을 중국어에 집중했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절실한가와 함께 중국어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목표 설정하는 거였습니다. 구체적 목표가 생기면 문장 하나 외울 때도 언제 어떻게 써먹을지 머릿속에 그려보게 됩니다. 추가적 노력을 통해 필살기로 삼을 만한 것까지.

 

<중국어 6개월에 끝내고 알리바바 입사하기>는 공부의 방향성을 결정해 공부 전략 세웠을 때의 효과를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학생 때 하던 방식 대신 직장인의 공부법으로 결국 취업 기회를 넓히는 것에 성공한 김민지 저자의 노력, 대단해 보였어요. 단순히 중국어 공부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중국 문화 속에서 외국인으로서 일하는 노하우들이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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