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고전 필사 노트 - 하루 한 장 일상이 빛이 되는
용윤아 지음 / 솜씨컴퍼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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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수많은 텍스트를 소비하는 시대. 하지만 정작 우리 마음에 남는 문장은 얼마나 될까요? 하루 한 장. 너무 작아서 쉽게 넘길 수 있는 단위입니다. 그런데 그 한 장을 고전 문장으로 채운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하루 한 장 일상이 빛이 되는 영어 고전 필사 노트>는 고전의 문장들이 지닌 세계관, 언어의 리듬, 정서의 결을 손으로 직접 느끼게 해주는 영문학적 체험의 장입니다.


<하루 한 장 일상이 빛이 되는 영어 고전 필사 노트>는 사랑, 성장, 행복 키워드로 구분해 총 10개의 세계 고전 문학 작품의 명문장을 수록했습니다.





이 필사 책은 영어 공부에 지친 이들, 고전을 멀게 느끼는 이들, 일상 속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100일간 매일 한 문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루틴입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은 책이지만 영어 문장으로 다시 만나니 완전히 새로운 감정이 샘솟더라고요. 그냥 쓱 읽는 것보다 꾹꾹 써 내려갈 때 그 감성은 더 깊어집니다.


왼쪽에는 원문과 해석, 어휘 설명이 배치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직접 쓸 수 있는 넉넉한 필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 장의 편지를 쓰는 듯한 정성으로 써 내려가 봅니다.


이 책의 장점은 딱 한 문장으로 끝이 아니라, 문맥 가늠이 가능한 문단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의 작품마다 몇 페이지씩 다루고 있어 풍성한 느낌입니다. 문장 전체의 흐름과 정서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경험에 중점을 둡니다.


감정을 정돈하는 문장의 온도를 보여주는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그리스인 조르바』, 성장과 관련한 문장을 담은 『데미안』, 『노인과 바다』, 『작은 아씨들』 그리고 문장이 주는 조용한 위로를 맛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캐럴』, 『제인 에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인간의 대지』까지.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문장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필사란 결국 타인의 문장을 베껴 쓰는 일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내 삶의 문장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필사 노트를 펼치는 아침 혹은 밤은 단순한 루틴이 아니라 감정과 언어의 정돈이 이뤄지는 성찰의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영어 문장을 써보는 것에 집중하지만, 점차 문장 속에 담긴 작가의 철학과 감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에서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을 만나며 원작을 읽어보고 싶게 만듭니다.


영어 필사는 처음 해봤지만 예상치 못한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영어는 공부로서 바라봤다면, 영어 필사를 하면서 문학적 감수성과 언어의 아름다움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용윤아 저자는 고전을 사랑하고 교육 현장에서 언어와 문장의 가치를 가르쳐온 사람입니다. 그가 엄선한 10권의 고전과 100개의 명장면을 담은 이 필사 노트에는 그간의 노하우와 문장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사랑, 성장, 행복이라는 세 가지 테마는 누구나 경험하고 추구하는 것들입니다. 필사를 마친 후 그 페이지를 다시 펼쳐보는 순간, 그 문장은 내 안에 쌓인 문장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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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삼국지 - 4050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삼국지
허우범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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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4050세대가 맞닥뜨린 인생의 전환점과 위기 상황을 삼국지의 지혜로 풀어내어 삶의 방향과 용기를 재정립하도록 돕는 인생 지침서 <초역 삼국지>.


4050의 시선으로 돌파구를 모색한 인생 전략서입니다. 내면 성장과 실천, 인간관계 그리고 지혜로운 삶의 방식까지 폭넓게 아우릅니다.


불확실성의 연속과 혼란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생존과 성장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초역 삼국지>는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급할수록 뛰지 말고, 불안할수록 여유를 가져라는 지혜를 전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는 마음의 평정이 아니라 창의적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는 적극적 자세입니다.





삼국지에서 조조는 예측 불가능한 정세 속에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며 변화를 주도합니다. 4050세대가 직면한 경제·사회·가족 문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모든 주인공은 난세를 이겨냈다'라는 메시지는 현실에 좌절하는 이들에게 어둠 속에도 빛은 있다는 희망의 등불이 되어줍니다. 난세를 바라보는 태도가 삶의 질과 방향을 결정하는 셈입니다.


<초역 삼국지>는 준비된 자만이 변화의 파고를 탈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4050세대는 특히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새로움이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라며, 인생에서의 경험과 지혜가 무기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삼국지 속 유비가 보여준 끊임없는 자기 성장과 준비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입니다. 약점은 나태와 자만을 경계하게 하여 자기성찰을 불러오고, 변화의 흐름을 읽는 감각은 곧 생존의 필수 조건임을 일깨웁니다. 특히 사소한 이익 추구에 발목 잡히지 말라는 조언은 목표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성숙한 전략의 필요성을 짚어줍니다.


용기는 중년 이후 삶의 전환점에서 더욱 빛나는 덕목입니다. 저자는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하고 창조할 것인가, 계승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도록 합니다. 지혜로운 새는 아무 곳이나 앉지 않는다는 말처럼 전략적 판단과 환경 선택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때가 왔음을 알고 그때를 놓치지 말라는 구절은 기회를 감지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결단력을 강조합니다. 삼국지의 영웅들이 수많은 위기 속에서 보여준 태도이기도 합니다.


또한 불가능도 의지에 좌우된다는 문장은 현실의 벽 앞에서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도전 정신을 북돋우며,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어라는 목표 지향적 자세 역시 중년의 커리어와 삶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용기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통해 무모한 용기와 자기 과신은 독이 될 수 있음을 냉철하게 일깨워 줍니다. 결국 용기는 절제와 지혜가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관계와 리더십에 관한 통찰이 이어집니다. 저자는 진정한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여 마음을 얻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삼국지에서 조조, 유비, 손권 등이 각각 다르게 구현한 리더십 유형과도 연결됩니다.


공을 나눌수록 기쁨은 더해진다는 문장을 통해 협력과 상생의 가치, 나눔의 의미를 설파합니다. 반면 자만은 절대 금물이라며 삼국지에서 흔히 목격되는 영웅들의 몰락 사례와 연결해 경종을 울립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역설적인 진실은 강한 카리스마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관계와 성공을 담보하지 못함을 일깨워 줍니다. 4050세대가 사회와 가정에서 갖추어야 할 새로운 리더십 모델로 읽힐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삶의 기준부터 건강의 중요성, 명예와 이익의 가치 판단까지 포괄하는 인생철학이 펼쳐집니다. 저자는 삶의 만족이 흥망을 결정한다며, 외적 성취보다 내적 평화를 우선시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빛나되 드러내지 말라는 문장을 통해 겸손과 자기 절제의 미덕을 일깨워, 명예와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실적 딜레마에 대한 실마리를 줍니다. 결국 미래는 오늘의 나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지로 지금 당장의 선택과 노력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깨달음을 심어줍니다.


<초역 삼국지>는 고전 재해석을 넘어 4050세대가 자신의 내면과 삶을 새롭게 조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입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기 쉬운 이들에게 불변의 진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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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운데에 선 마지막 20세기 인간
임홍택 지음 / 도서출판11%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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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10년대 중반 한국 사회에 이상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명문대 졸업생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까지 9급 공무원 시험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임홍택 저자의 <90년생이 온다>는 바로 이 현상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을 원해서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사회적 변화의 신호였을까요?


이 책은 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가 2010년대를 거치며 드러낸 행동 양식과 가치관을 분석한 사회 관찰서입니다. 저자는 90년대생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운데에 선 마지막 20세기 인간이라고 정의하며, 이들이 기성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포착했습니다.


기존 세대들이 경험한 에스컬레이터 같은 사회적 상승 경로는 90년대생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들 앞에는 유리계단이 놓여 있었습니다. 언제든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계단 말입니다.





저자는 이 세대가 태어날 때부터 경험한 사회적 불안정성을 지적합니다. IMF 외환위기, 카드 대란, 리먼 쇼크 등 경제적 충격을 성장 과정에서 목격한 그들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9급 공무원이라는 최소한의 안전망에 매달리게 된 겁니다.


90년대생의 세 가지 특징을 일컫는 키워드는 간단함, 재미, 정직함입니다. 줄임말로 재구성된 소통 방식, 병맛 문화와 드립력, 신뢰의 시스템화를 뜻합니다.


90년대생들의 언어는 '좋아'는 '조아'가 되고, '재미있다'는 '잼있다'가 됩니다. 정보 과부하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이 나타납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이들은 스압(스크롤의 압박)을 거부하고 세 줄 요약을 요구합니다. 책을 읽는 뇌 구조 자체가 변했습니다. 비선형적 사고에 익숙한 앱 네이티브 세대로, 기존의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 새로운 문화 코드를 만들어냅니다.


구직자가 면접관을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관찰도 흥미롭습니다. 잡플래닛, 블라인드 같은 플랫폼을 통해 기업의 실상을 파악하고, 면접 점수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한 세대입니다. 이들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조직 충성도에서 개인 충성도로 권력의 이동 현상이 등장합니다.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헌신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대신 자신의 커리어와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세대의 등장은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칼퇴라는 말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는 예리합니다. 정시에 퇴근하는 것이 칼같이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입니다.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의 변화를 관찰한 저자의 시선이 흥미롭습니다. 90년대생들의 퇴근 후 시간을 두고 기업들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분석이 인상적입니다.


저자는 강한 통제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대임을 강조합니다. 이들은 참견이 아닌 참여를 원합니다. 적절한 참여를 통해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존의 인내심 담론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무작정 버티라고 하지 말고,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명확한 기한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이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조언입니다. 이직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를 입증하라는 역발상적 접근법도 보여줍니다.


소비자로서의 90년대생은 어떨까요?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이들은 더 이상 호갱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양극단적 태도도 갖고 있습니다. 가치 있다고 판단되는 것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철저히 인색한 모습을 보입니다.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지 않는 세대라는 관찰도 공감됩니다. 실시간 채팅, 카카오톡 상담 등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세대입니다. 연결이 권리가 된 세대라는 표현이 이들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단순히 비용 때문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거부하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들에게는 콘텐츠 접근성이 품질보다 우선될 수 있습니다.


이런 90년대생도 결국 기성세대가 됩니다. 이제는 2000년대 출생자들이 사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급변하는 사회에서의 적응과 공존의 문제라는 관점을 짚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한' 행동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변화된 환경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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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의 맛
그림형제 지음 / 펜타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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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퇴근의 맛>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서는 다큐멘터리만큼 생생합니다. 20편의 이야기 속 20명의 인물들은 변호사, 교사, 세일즈맨, 간호사, 군인, 배우, 엄마 등 다양한 직업군에 걸쳐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퇴근 후 식탁 앞에 앉는다는 점입니다. 식사는 일종의 정서적 해방이자 존재의 진심이 드러나는 무대가 됩니다.


저마다의 이야기는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합니다. 하루치의 피로를 해체하고, 감정을 조리하며, 자기 자신에게 조용히 말 거는 순간. 그 모든 과정이 라면, 짬뽕, 된장찌개, 떡볶이 그리고 카레 한 그릇 등으로 형상화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회사원의 우동」은 피로감을 느끼는 직장인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효율로 판단하지만 정작 비효율의 결정체인 회사 시스템, 고달픈 현실에 이골이 난 주인공은 바보 같은 결정의 여파가 자신에게 미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우동은 그런 그에게 잠깐의 위로를 안겨줍니다. 맑은 국물, 익숙한 탄수화물, 반복적인 씹는 행위. 그의 하루는 그 맛을 통해 정리됩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지닌 사명감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인간 존엄성과 직업 안정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상미는 자극적인 짬뽕 한 그릇에 그 모든 갈등을 잠시 맡깁니다.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결정하지 못하는 삶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는 임시방편이 되기도 합니다.


옴니버스 구조 속 은밀하게 이어진 캐릭터들의 서사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습니다.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조연으로 스쳐 지나간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전환됩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야기를 수놓는 방식은 일상의 연결성과 우연의 힘을 떠올리게 합니다. 내 삶도 누군가의 에피소드 안에 들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유쾌한 상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감정의 파고가 특히 깊었던 꼭지 중 하나는 「수의사의 똠얌꿍」입니다. 민아는 안락사 시켜야 하는 동물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요리에 빗대어 토로합니다. 매운 똠얌꿍은 그날의 울음을 삼키는 동시에 고통을 통과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씁쓸한 위로의 맛을 상징합니다.


엄마라는 직업은 정규직도 계약직도 아니며 업무 매뉴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떡볶이」 편에서는 소정이 육아에 지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떡볶이와 맥주 한 캔 그리고 TV라는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되찾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유후!"라는 외마디 감탄은 단순한 기쁨이 아닌 한 인간이 다시 자신으로 회귀하는 복원력의 징후입니다.


「작가의 카레」는 퇴근 이후에도 이어지는 업무 피로와 사회적 억압에 대한 냉소적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일상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 노동의 핵심을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카레 한 접시에 기대어 그 모든 정신적 피로를 털어냅니다. 이 카레는 현실의 고단함을 직시하되 그것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고자 하는 마지막 저항이자 의식입니다.





이 책은 말 많은 위로보다 더 효과적인 침묵의 온도를 알고 있습니다. 대놓고 감정 소비를 강요하지 않고, 작은 디테일과 단단한 묘사를 통해 진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각각의 꼭지는 하나의 짧은 소설처럼 읽히면서도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직장과 삶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책 말미에 소개된 작가 추천 맛집은 이야기의 여운을 현실로 연장시킵니다. 실제로 그 장소를 찾아가 주인공이 되었던 인물의 기분을 간접 체험하게 만듭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라고 묻는 모든 직장인을 위한 <퇴근의 맛>. 직업의 종류나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삶의 언저리에서 위로 한 숟갈이 필요한 이들에게 공감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음식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관계, 자아, 정체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감정의 여백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이 잘 어울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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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라이언 풀패키지 - 스스로를 찾아가는 라이언의 모험, 캐릭터 포토카드 + 포스터 + 캐릭터 북마크 + 컬러링 엽서 세트 + 이모티콘 캐릭터 스티커 + 박스
카카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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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카카오프렌즈 프리퀄 웹툰 <그래도, 라이언>. 하나의 정통 서사를 품은 첫 오리지널 웹툰이자 그래픽노블입니다. 단행본과 굿즈 구성의 풀패키지로 만나봅니다.


<그래도, 라이언> 풀패키지는 단행본 + 캐릭터 포토카드 4매 + 미니 포스터 + 둥둥섬 캐릭터 PET 북마크 4매 + 컬러링 엽서 세트 10매 + 라이언 이모티콘 캐릭터 투명 스티커가 박스 포장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라이언이 갈기 없는 사자라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자 갈기를 씌운 라이언 인형을 본 기억이 납니다. 갈기 없는 것이 라이언의 콤플렉스였고, 이렇게 라이언의 장대한 스토리가 펼쳐지니 정말... 카카오프렌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싶어요.


프렌즈를 만나기 전, 우리가 알기 전의 라이언은 사실 왕위 계승자라는 놀라운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둥둥섬 왕국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치 동화처럼 전개됩니다. 하지만 그 내부에 담긴 갈등 구조는 꽤나 현실적입니다. 갈기가 없다는 설정은 그저 외형적 특징이 아닌, 이야기 전체의 심리적 토대를 이룹니다. 라이언은 외형적 결핍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의심받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결핍이야말로 라이언이 타인과 다르게 세상을 보는 이유가 됩니다. 오히려 더 유연하고 용기 있게 선택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결핍은 단점이 아니라 질문과 성장의 출발점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완벽한 주인공 대신 불완전한 존재로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래도, 라이언>. 갈기가 없다는 설정 하나로 ‘나는 자격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타인의 기대와 자기 욕망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자기 삶의 주도권을 쥐고자 떠나는 이 작은 사자의 여정은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어른들에게도 울림을 줍니다.


자기 삶의 모험가로서 떠나는 라이언. 우리가 알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세계관과 연결되면서 캐릭터 서사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의 선으로 이어줍니다.


<그래도, 라이언>은 도망이라는 행동을 비겁함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면 용기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라이언의 행동을 회피가 아닌 선택,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대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페이지를 넘기며 감정을 읽고 상황을 해석하면서 서사를 따라가는 방식입니다. 일러스트의 섬세함과 장면 간 전환의 연출력 덕분에 재밌습니다.


카카오프렌즈는 말 그대로 브랜드의 얼굴입니다. 그리고 라이언은 그 대표 캐릭터이자 가장 인간적인 사자로 사랑받아왔습니다. <그래도, 라이언>은 캐릭터 상품 이상의 정서적 연결 고리를 안겨주면서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의 라이언은 그저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깊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거쳐 온 존재로 바라보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다른 캐릭터들의 과거사도 궁금해집니다.


갈기가 있든 없든, 왕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어떤 세계를 선택하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삶을 이어가느냐를 보여주는 <그래도, 라이언>. 선택의 무게를 고민하는 모두에게 따뜻한 응원이 되어줍니다.


성장이란 결국 자신만의 모험을 시작하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라이언의 여정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각자의 둥둥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프렌즈 시티를 찾아갈 용기가 아닐까 합니다. 불완전한 자신을 껴안고 또 한 발짝 나아가는 모든 이들의 성장담.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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