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 가까운 자연 - 조경이란 인간에게 자연을 돌려주는 일이다
전진형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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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상을 다시 보게 만드는 조경의 놀라운 반전 『조경, 가까운 자연』.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늘 자연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전진형 교수는 뜻밖의 사실을 들려줍니다. 우리는 이미 자연 한가운데 살고 있었다고. 다만 눈을 뜨지 못했을 뿐이라고.


『조경, 가까운 자연』은 그 눈뜨기를 시작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나무 한 그루, 벤치 하나, 골목의 빛과 바람까지 모든 일상이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익숙함의 장막 뒤에서 묵묵히 인간을 돌보고 있던 조경을 다시 보게 하는 것. 숲과 공원 이야기를 넘어 도시가 어떻게 우리 마음, 건강, 이동, 역사, 공동체를 형성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냅니다.


매일의 풍경을 다시 보라고 권합니다. 출근길의 가로수, 점심 산책길의 작은 녹지, 퇴근길의 공원 벤치. 이런 공간들이 왜 편안한지를 설명하려면 설계된 자연이라는 개념을 떠올려야 합니다.





가로수의 수종 선택, 계절별 빛의 각도, 발걸음의 흐름, 소음의 분산까지 모두 조경의 영역입니다. 사람의 감각을 계산한 디자인이 도시의 피로도를 조절하고 삶의 호흡을 만든다는 사실은 조경을 있으면 좋은 것 정도로 생각해왔던 인식을 흔듭니다.


경의선숲길을 걸으면 흙, 자갈, 목재 데크 등 다채로운 바닥 질감이 발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이렇게 다양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도시인이 상실한 감각을 되찾게 하는 일이 조경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설명합니다.


북촌의 지루함은 이 지역이 조경적 관점에서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지나친 관광지화로 인해 주거·길·상업·문화의 동선이 흐트러지면서 감각적 긴장감이 사라진 겁니다. 도시의 활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묘한 조정 위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저자는 보존적 재생을 강조합니다. 기존의 구조물을 존중하면서 그 위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히는 가능성 말입니다. 선유도는 정수장의 콘크리트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의 주요 구조로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공간은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투명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울 곳곳에서 이어진 경의선숲길, 문화비축기지 등은 바로 이 실험이 남긴 파급효과입니다.





저자는 도시를 여섯 개의 층위로 해독합니다. 하늘공원과 포틀랜드 일본 정원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감각의 회복을 보여줍니다. 바람 소리, 물 흐름, 잎의 떨림 같은 미세한 감각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감정의 진폭을 완화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머물고 싶은 공간의 비밀입니다.


이어서 도시 속 보이지 않는 생명 네트워크인 생태적 기능을 조명합니다. 한 마리 새가 남산에서 북한산까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가며 서울 전체의 생태 네트워크 구조를 분석합니다.


그 외에도 공유 정원과 커뮤니티 조경을 통해 공동체를 자라나게 하는 문화 기능을 소개합니다. 순천만국가정원, 미국 밀 크릭 프로젝트, 영국 토드모든의 인크레더블 에더블 운동은 정원이 교육과 참여, 나눔의 장으로 확장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폐허를 보존하며 과거의 층위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 로마의 포로 로마노와 역사적 장소를 복원하며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택한 경주, 두 관점을 융합시킨 베를린 신 박물관을 소개하며 조경이 다루는 시간의 깊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가 어떻게 정원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조경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본 결과 다층적 이익을 얻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대장 아파트일수록 전체 공사비 대비 조경비 비율이 높다는 분석은 흥미롭습니다. 조경의 질이 곧 부동산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가로수의 증산작용이 주변 온도를 낮추고, 잎이 미세먼지를 흡착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를 수치로 증명하는 것. 이런 과학적 접근이 '조경은 있으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조경은 도시 생존의 필수 인프라'로 바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 도시 열섬, 정신 건강 악화 등 도시가 앓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조경적 해법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도시의 회복력을 중심으로 감각, 생태, 사회, 역사, 경제, 과학의 층위가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도시는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제주 곶자왈이 개발 위기를 겪었을 때 시민단체가 결성되어 세대와 지역을 잇는 연대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사례를 통해 도시의 구성원과 공간, 자연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더불어 2022년 강남역 침수 피해를 상기시키며 기후적응형 조경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능적 효과를 분석합니다. 세종대로 빗물정원 사례를 통해 충분한 빗물정원과 투수성 포장이 갖춰졌다면 침수 피해를 상당 부분 줄였을 것이라고 합니다. 조경이 미래의 손실을 줄이는 보험이자 저축이며, 하나의 시설이 다층적 이익을 창출하는 스마트한 인프라임을 보여줍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조경가의 해법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생활 속 운동량을 늘리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과 노약자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설계가 공공보건 비용을 감소시키고 병원 방문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만들어가는 풍경은 다음 세대가 살아갈 환경이 되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조경이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유산임을 되새기게 합니다. 『조경, 가까운 자연』은 도시를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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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 - 칼릴 지브란에서 에크하르트 톨레까지 우리의 생각을 깨운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30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오강남 옮김 / 센시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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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500년에 걸친 인간 사유의 여정을 50권의 고전으로 압축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적 실천 매뉴얼을 보여주는 『이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


장자에서 에크하르트 톨레까지 영성, 철학, 문학, 종교, 심리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사유의 지도는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돌아오는 기준점을 마련해 줍니다.


50권의 고전 시리즈로 유명한 지식 큐레이터 톰 버틀러 보던 저자는 각 책의 메시지를 단순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상가가 어떤 깨달음을 거쳐 지금의 통찰을 얻었는가, 그 통찰이 오늘의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소개합니다.


고전 목록을 선별해 한눈에 보여주는 이 책은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고민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줍니다. 완독의 부담이나 두꺼운 원전을 당장 파고들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하루 10분 혹은 짧은 시간만으로도 고전의 핵심 사유를 접하도록 설계되어 부담 없이 두 번째 독서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친절한 사전 안내서로 기능합니다.





영성 고전의 첫 관문은 눈에 보이는 것 너머를 감각하는 능력입니다. 정보에 과포화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영역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부의 책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시 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부터 로버트 M. 퍼시그의 『선과 오토바이 정비술』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시도를 담은 책들이 등장합니다.


특히 프리초프 카프라의 『물리학의 도』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양자역학이 동양철학과 만나는 지점을 탐구한 이 책은 과학과 영성이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학적 세계관과 영적 세계관의 충돌을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과학은 세계를 설명하는 언어이고, 영성은 세계를 살아내는 방식입니다. 이 두 축이 만나는 순간,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더 넓은 답을 찾게 됩니다.


2부는 영성 고전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지금, 여기'를 탐구합니다. 간디, 칼릴 지브란, 틱낫한, 에크하르트 톨레 같은 이름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저자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통해 우리가 생각을 다스리지 못하면,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데 중독된 상태라고도 말합니다. 저자는 톨레의 메시지를 이렇게 재구성합니다. 생각을 멈추는 것이 명상이 아니라,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상태가 명상이라고 말입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사랑, 자유, 고통 등 인간 존재의 모든 주제를 시의 언어로 압축한 영적 텍스트입니다. 저자는 지브란의 문장을 자기 삶을 감각하는 법을 연습시켜 주는 도구로 소개합니다. 격정적인 시대를 살았던 지브란은 자유란 무엇인가, 슬픔은 왜 오는가를 치유의 언어로 바꿔 담았고, 그의 말은 지금도 우리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3부는 종교와 우주의 실체에 대한 탐구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신학적 설명이 아니라 체험적 종교성을 강조합니다.


정신분석학의 대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의 『기억, 꿈, 성찰』에 대한 인용은 현대 심리학이 영성을 어떻게 재해석해야 하는지 일깨워 줍니다. 에픽테토스의 『엔키리디온』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분리하라고 말합니다. 그 구분만 명확해도 삶의 고통 절반이 사라진다는 겁니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을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정신적 갑옷으로 소개합니다.





4부는 이론이 아닌 삶으로 입증한 영성을 보여 줍니다. 이슬람으로 개종하여 『메카로 가는 길』을 쓴 무함마드 아사드, 젊은 시절 건달에서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적 지도자가 된 말콤 엑스, 하버드 교수직을 버리고 영적 지도자 람 다스가 된 리처드 앨퍼트의 사례 등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도피가 아닌 수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건, 생각, 관계들로 가득한 우리의 삶은 때로 수없이 파편화되어 보이지만, 강둑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결국 한 줄기로 유유히 흐르는 경험의 강일뿐이라고 합니다.


이 하나 됨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신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이 줄어들고 더 큰 삶의 흐름 속에서 정체성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겪는 고난과 혼돈마저도 경험의 강이라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의 파편화된 자아는 더 큰 삶의 목적 속에서 정체성을 회복합니다. 


5부에서는 기독교·이슬람·유대교·힌두교·수피즘 등 종교 전통을 초월한 보편적 영성을 보여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테레사의 『내면의 성』, 릭 워렌의 『목적이 이끄는 삶』, 시몬 베유의 『신을 기다리며』 등을 통해 실천적 영성의 힘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6부는 우리가 당연시해 온 물질 중심 세계관을 넘어서는 관점을 들려줍니다. 통합적 영성을 제시한 켄 윌버의 『모든 것의 이론』, 삶과 영혼의 결합을 이야기하는 개리 주커브의 『영혼의 자리』 등이 있습니다.


2,500년 전 장자도, 2천 년 전 에픽테토스도, 100년 전 헤세도, 그리고 지금의 에크하르트 톨레도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답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여기, 내 안에 있다고 말이죠.


문제는 우리가 너무 바빠서, 너무 시끄러워서,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나에게 힘이 되는 고전 필독서 50』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방대한 고전을 한 권의 영적 지도로 요약하는 동시에, 각 책의 맥락과 현대적 의미를 짚어줍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며,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 되는 영성 고전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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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
김치형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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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복잡한 경제 뉴스를 명쾌하게 해설하는 경제 전문 큐레이터, 김큐 김치형 앵커가 안내하는 매혹적인 인문학적 경제 교양서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딱딱한 숫자와 그래프 대신,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명화 속에서 자본과 산업의 비밀을 읽어냅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 작품을 통해 오늘날의 투자와 경제 원리를 이해하는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을 만나보세요. 저자가 15년 넘게 취재한 경제 현장의 감각은 미술의 서사와 결합되어 독특한 서사형 경제 스토리텔링으로 선보입니다.


국가 권력의 핵심이자 모든 경제 주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세금과 무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모네의 〈세관 오두막〉 시리즈에서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령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소환합니다. 프랑스 혁명 후 혼란기를 수습하고 유럽을 제패했던 나폴레옹의 몰락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영국과의 교역을 끊으려 했던 대륙 봉쇄령은 오히려 유럽 전체 경제를 붕괴시키고, 프랑스 해안에는 모네가 그린 듯한 세관 오두막들만 우후죽순 들어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보호무역 조치라는 거시적 정책이 결국 밀무역과 세관 오두막 같은 미시적 풍경을 만들어냈음을 모네의 그림이 증언하고 있는 겁니다. 정책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늘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나 보호무역주의가 가져올 파급 효과를 예견하는 듯합니다.


왕가의 상징이었던 루이 14세의 붉은 하이힐은 국가의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던 구조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프랑스 구체제의 재정 위기는 소금세(Gabelle)라는 악명 높은 세금으로 귀결되었는데, 소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했고 그 가격의 10배에 달하는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귀족과 종교인에게는 이 세금이 면제되었고요. 세금의 부과 기준뿐 아니라 그 구조적 불균형이야말로 민심을 폭발시키는 뇌관이었음을 짚어줍니다.


세금이 공정성을 잃을 때 어떤 정치적 폭발을 유발하는지 보여줍니다. 경제 뉴스 속의 조세 논쟁은 과거 절대왕정의 가혹한 세금제도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무역·금융·공급망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그림 속 작은 요소로 설명합니다. 쿠엔틴 마시스의 그림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그가 그림 속의 물건 배치나 인물의 표정으로 돈을 향한 인간의 탐욕을 풍자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인간의 욕망과 금융 시스템의 원형을 포착합니다. 환전상을 전당포·대부업자로 비교하며 금융업이 어떻게 사회적 불신의 장벽을 뚫고 현대적 금융 구조로 진화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쇠라의 점묘 기법이 FOMC의 금리 전망 점도표와 연결된다는 해석도 참신한 관점입니다. 개별 점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든다는 구조적 유사성을 통해 금리 정책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저자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왜 우리의 배달비, 전기요금, 주유비로 직결되는지 설명하며, CPTPP·관세·연준의 정책을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묶어냅니다.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노동과 에너지의 역사를 산업 혁명의 서사 안에서 명화 속 장면을 통해 재해석하기도 합니다. 반 고흐의 노란빛 가로등 그림은 공공 인프라 구축의 대가로 부과된 세금의 역사를 품고 있었습니다.


1600년대 후반, 밤의 어둠을 몰아낸 암스테르담의 가로등 시스템은 범죄율을 낮추고 상인들의 활동 시간을 늘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했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세금 인상으로 충당되었습니다.


도시의 편리함과 안전, 즉 사회적 편익은 결코 공짜가 아니며, 그 이면에는 늘 세금이라는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는 경제 원리를 고흐의 노란빛 아래에서 깨닫게 합니다.


에너지 전환의 역사를 다룬 부분 역시 흥미롭습니다. 인류가 어둠을 몰아내고 산업을 움직이기 위해 얼마나 잔혹한 대가를 치렀는지를 향유고래의 기름을 얻기 위한 포경 산업을 통해 보여줍니다. 이는 곧이어 폭발하는 유전 그림과 연결되며, 자원 탐욕의 역사가 석유 시대에도 반복되었음을 보여줍니다.


프랑스 혁명기의 초커 목걸이와 단두대를 연결한 이야기는 사치와 몰락, 그리고 사회적 긴장이 빚어낸 역사적 아이러니를 통해 소비의 윤리성까지 생각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기술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왔는지를 명화와 유물 속에서 찾아냅니다. 진주 목걸이가 삼성의 애니콜 신화와 연결되는 과정, 그리고 오페라 글라스가 반도체 노광 장비 회사 ASML의 기술 독점력과 비견되는 분석이 돋보입니다.


특히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하메르스회이가 그린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 그림에 담긴 제작비 조달의 비밀은 자본 시장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작품에 그려진 인물들의 위치에는 일종의 자릿세가 책정돼 있었는데, 증권거래소가 기부 명목으로 이들에게 돈을 받아 그림의 제작비를 충당한 것이라고 합니다.


앞쪽 가장 눈에 띄는 자리는 800크로네, 사람이 몰려있는 중앙 자리는 500크로네 그리고 그 뒤쪽은 300크로네. 이렇게 말입니다. 명화 속 인물의 위치가 자릿세라는 기부금, 즉 자본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예술 작품마저도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증명합니다.


오늘날 대형 투자나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노출과 영향력이라는 대가를 주고받는 철저한 자본 논리 위에 서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저자는 난해한 경제 용어들을 명화 속 서사와 연결하며 경제 기사를 맥락 있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는 예술 교양서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읽는 깊이 있는 경제 지침서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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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리커버 에디션) - 하루 10분 필사, 당신의 미래가 바뀐다
케이크 팀 지음 / 케이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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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180일 후 달라진 나를 발견하게 하는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완전펼침제본을 적용해 필사하기 좋게 만든 리커버 에디션입니다.


매일 10분, 180개 문장을 적습니다. 이 과정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뇌에 입력하는 과정이고, 그 입력은 곧 새로운 행동 패턴의 생성으로 이어집니다. 뇌는 나의 생각을 데이터로 받아들입니다. 부정적인 입력은 부정적 행동을, 긍정적 입력은 긍정적 성장을 불러옵니다.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은 문장을 읽으며 자기 확신 강화, 필사를 통한 잠재의식의 방향성 수정, 반복 루틴을 통해 새로운 인지 습관 형성과 장기적인 리추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가. 뇌에게 새로운 좌표를 입력해 보세요. 


정신이 번쩍 드는 확언의 힘을 만나게 됩니다. 삶을 당기고, 끌어올리는 말들로 시작해 봅니다. 읽기만 해도 동력이 살아나는 문장들이고, 쓰면 훨씬 강력해집니다.




"나는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지 않고, 스스로 성장시키기를 선택한다."라는 확언을 통해 변화는 상황이 아니라,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나는 ~한다."라는 문장의 힘은 남다릅니다. 명언이 아무리 좋아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사고 습관이 그동안 갖춰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80일 동안 자기 주도성을 회복하는 문장 구조를 반복해서 접해보세요.


작지만 지속 가능한 힘이 인생을 바꾼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지만, 이렇게 직접 적으며 자신에게 천천히 새겨 넣는 경험은 흔치 않습니다. "나는 ~한다." 문장은 행동에 초점을 맞춘 확언이어서 생생합니다. 스스로에게 지금 바로 움직여라고 요청하는 트리거 역할을 합니다.


자기 위로는 외부에서 얻는 동정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주체적인 행위임을 강조합니다. "나는 무조건 버티는 것이 강함이 아님을 안다"라는 문장은 강박적인 인내심에 브레이크를 걸어줍니다.


때로는 놓아주는 것이, 모든 것을 억지로 붙잡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용기와 강인함을 필요로 합니다.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나에게 해로운 관계나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건강한 이기심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또한 "나는 때로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라는 문장으로 완벽하지 않은 나의 불완전함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자기애를 완성합니다.


자기계발서가 개인의 성장에만 머무른다면 반쪽짜리입니다.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은 '나'를 주어로 한 확언이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관계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기지 않고, 나의 행동과 태도를 통해 관계를 적극적으로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과거와 미래라는 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인식하는 지혜를 심어주는 확언들도 만납니다.


스스로의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자기비판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부정적인 자아 대화를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확언으로 대체해야 합니다. 이 책과 함께 180일의 여정을 완주한다면 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코딩될 겁니다.


필사로 잠재의식을 재설계하는 180일의 실험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 3인칭의 지혜를 1인칭의 확신으로 만드세요. 긍정확언을 직접 손으로 쓰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 일상에서 실천하려 노력한 사람. 분명 지금의 당신과는 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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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인문학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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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실천 인문학 교과서, 국내 1호 기록학자 김익한 교수의 『원 페이지 인문학』.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다운 삶을 설계하는 하루 5분의 사유 훈련서입니다.


베스트셀러 전작 『하루 한 장, 작지만 큰 변화의 힘』을 오늘의 생활 리듬에 맞춰 개정 증보한 실천 교양서입니다. "읽고, 사유하고, 기록하고, 살아간다." 인문학을 아는 것에서 사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가치입니다. 인문적 통찰을 12개의 자기 계발 주제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하루 5분이면 충분한 한 페이지 분량으로 응축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사유의 기술은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인문적 자극입니다. 이 간결함이야말로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가장 효과적인 리셋 버튼으로 작동합니다.


아침 루틴의 도킹 포인트로, 점심시간의 5분 환기 장치로 또는 잠들기 전 하루를 정리하는 체크아웃 도구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글을 읽으며 머리를 맑게 하고, 오늘 나에게 던지는 질문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며, 그 과정이 자연스레 행동 재정비로 이어지는 사유-정리-실천의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현대 사회의 피로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라기보다는,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상실하는 데서 옵니다. 『원 페이지 인문학』의 주제들은 지친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집중합니다. 김익한 교수는 거창한 계획이 아닌, 하루 한 장의 집중을 통해 내적 회복의 루틴을 보여줍니다.


빠름보다 단단함 선택하기 편에서는 자신만의 성장 리듬을 신뢰할 것을 강조합니다. 속도보다 방향을 회복하는 인문학을 가르치며, 속도를 늦추면 보이는 것들을 발견하는 지혜를 안겨줍니다.


모소대나무가 4년간 땅속에 뿌리만 내리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듯, 인간의 성숙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음을 짚어줍니다. 우리의 삶에는 필연적으로 하락기와 고난이 찾아오지만, 그 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인문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삶에 지친 몸과 마음의 균형 편과 비울수록 단단해지는 삶 편에서는 내면을 정렬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비움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정신적 잡념을 해소하는 정신적 미니멀리즘을 의미합니다. 모든 사유와 기록의 궁극적인 목적을 현재에 두고, 오늘의 삶에 충실할 것을 주문합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생각의 속도를 조절하고 나만의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돕습니다.





『원 페이지 인문학』은 작은 행동의 축적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의 원리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해설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노력이 어느 순간 폭발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임계점을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거인들의 사고방식을 체화하게 되는 겁니다.


이 변화의 핵심 도구가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아줄 기록의 습관 편에서 다루는 기록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기록은 사유의 흔적입니다. 이 기록의 습관을 통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견주며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는 이타적 자기계발로 나아가게 합니다.


매일 5분의 짧은 사유를 통해 작은 성공과 내적 회복의 루틴을 구축하고 싶다면 『원 페이지 인문학』을 만나보세요. 작은 노력의 복리가 쌓여 어느 순간 거인의 격차를 만드는 비밀 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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