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 : 드로잉 기초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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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벽지나 바닥을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끄적이던 타고난 아티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과 정답 중심의 교육이 우리 손에서 연필을 빼앗아 갔습니다. 빈 도화지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막막한 공포는 고질적인 창의성 결핍 증상 중 하나입니다.


『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 드로잉 기초』는 대한민국 미술 교육의 대부이자, 수백만 명의 똥손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김충원 저자의 워크북입니다.





거창한 유화 물감이나 디지털 태블릿은 필요 없습니다. 연필, 펜, 종이, 지우개만 있으면 됩니다. 선의 느낌에 따라 연필을 쥐는 위치와 각도도 다릅니다. 우리가 숨을 쉬듯 선에도 호흡이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엔 겨우 이런 기초를 시키나 싶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기초 스트로크 연습을 통해 손 근육의 긴장이 풀어집니다. ASMR처럼 종이 위를 지나가는 연필의 질감을 느끼는 과정 그 자체가 명상이 되기도 합니다.





드로잉이란 대상을 관찰하고 손의 움직임으로 감각을 번역하는 훈련입니다. 기초를 다졌다면, 이제 눈앞의 대상을 관찰하고 이를 선으로 옮기는 윤곽선 연습 단계로 넘어갑니다. 초보자가 범하는 실수는 내가 알고 있는 이미지를 그리려 한다는 점입니다. 김충원 저자는 보이는 그대로의 형태를 포착하는 법을 훈련시킵니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길가의 잡초나 베란다의 화분이 드로잉의 소재가 되는 순간,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예술적 배경으로 탈바꿈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들을 기하학적인 기본 구조로 분해한 뒤, 점진적으로 세부 묘사를 더해가는 과정이 돋보입니다. 명료한 선으로 정돈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인물 그리기에 특히 취약한 저는 인물 파트가 유용했습니다. 유려한 곡선의 예술에 감탄하게 됩니다. 밑그림이 있어 따라그리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윤곽선이 대상의 뼈대를 만든다면, 톤 조절과 명암 표현은 그 뼈대에 생명력과 입체감을 불어넣는 작업입니다. 수직이나 사선으로 짧게 긋는 선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이루고, 그 밀도에 따라 빛의 강약이 결정되는 해칭의 리듬감을 배우게 됩니다.


저자는 어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명암 표현은 기술적인 숙련도를 당연히 요구하지만, 이 책 덕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연필 한 자루로 일상의 소소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분들, 나만의 감성 노트를 완성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드로잉을 하루를 정리하고 감정을 환기하는 생활의 기술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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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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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엘 파이스》의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이끄는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 직관의 늪에서 당신을 구원할 8가지 이성의 규칙을 소개합니다.


2024년 〈비센테 베르두 언론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한 저자는 수치 속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그는 데이터는 지루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낡은 사고 회로를 최신 데이터 리터러시 엔진으로 교체할 시간입니다.


복잡한 사건이 터지면 즉각적으로 범인을 찾거나 단일한 원인을 지목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직관과 객관』은 세상이 그렇게 명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객관성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특히 기후 위기나 사회적 갈등 같은 문제에서 우리는 책임의 분산이라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연루된 탓에 책임을 가볍게 넘겨 버리기 쉽다고 말이죠.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의 복잡성을 정확히 꼬집습니다. 만물은 변덕스럽고, 원인은 또 다른 원인을 낳으며 순환합니다. 이를 창발성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개별 요소들의 합보다 더 큰,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타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명료한 정답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본질을 꿰뚫어 볼 준비가 되는 거라고 말입니다.


데이터는 현대의 새로운 언어입니다. 저자는 숫자를 세상을 해석하는 강력한 문해력으로 정의합니다. 게다가 숫자를 다루는 기술이 거창한 고등 수학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보의 한가운데서 수치 놀음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감각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믿는 것입니다. SNS 피드에 올라오는 화려한 일상들이나, 특정 커뮤니티의 여론이 마치 세상의 전체 의견인 양 착각하는 선택 편향에 대해 경고를 보냅니다.


결국 낙관과 의혹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우리가 보고 있는 데이터가 과연 세상의 축소판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은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나면 살인 사건도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면, 아이스크림이 살인을 유발하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여름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을 뿐입니다.


리처드 맥엘리스는 어떠한 통계 기법도 원인 추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통계 기법은 연관성만을 이해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무엇이 어떠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가를 가정하고, 이에 따라 타당한 인과 모델을 구성하는 일이 인간의 몫인 겁니다.


숫자는 현상을 보여줄 뿐, 그 이면의 '왜'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통찰력입니다. 우리는 반쪽짜리 관점에 매몰되지 않도록 인과관계의 복잡성을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지만, 저자는 운이라는 변수를 무시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핫핸드 신화(한 번 슛을 성공하면 계속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나 소수의 법칙이 낳는 착각은 우리가 우연을 필연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서 실력과 운을 분리해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객관성입니다. 우리는 행간의 공백을 읽어내야 하며, 때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져 제로가 되는 우연의 장난 속에서 겸허함을 배워야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스타 예언자들을 경계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정해진 결말을 원하지만, 사실은 안개 자욱한 확률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과 같습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현대적 이성의 정수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며, 최선의 선택이란 결국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아주 빠르게 결론을 내리도록 진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직관적 오류를 범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잘못된 확신이라도 있어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묻는 저자의 질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키코 야네라스의 지적 탐험이 닿는 종착역은 인본주의입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정교한 지도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도구적 이성의 비정함을 경계하며, 정량적 분석이 인간 소외가 아닌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직관과 객관』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 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생존 지침서입니다. 누구나 데이터 리터러시를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합니다. 직관이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한 걸음 물러나, 데이터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세요. 그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겠지만, 동시에 훨씬 더 경이롭고 인간적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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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연명의향서 - 죽음을 인식하면 삶은 다시 정의된다
김지수 지음 / 북루덴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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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금 무겁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가벼워질 수 있는 방법 『나의 사전연명의향서』. 김지수 저자는 오랜 시간 대학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삶의 가장자리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생명들을 취재해온 기자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삶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다시 정의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묻는 듯 보이지만, 실은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적을 것인가에 대한 기록입니다.


젊은 나이에 중증 우울증이라는 벽에 부딪힌 김지수 저자. 기자로서 치열하게 질주하며 아버지의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채찍질해온 결과였습니다. 내면 깊숙한 곳에는 스무 살 무렵부터 목격한 아버지의 투병이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희귀 근육계 질환으로 서서히 육체가 감옥이 되어가던 아버지. 저자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짊어질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그 비극을 외면하고서라도 살아가야만 했던 청춘의 죄책감이 뒤섞인 감정으로 살아냅니다.





이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고백을 인용하며 무조건적인 행복 강박 대신 행복하지 않아도 존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지에 다가섭니다.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인생을 대충 살진 않는다고 말입니다. 행복이 필수가 아닌 세상, 하지만 나다운 존엄은 포기할 수 없는 세상. 저자는 우울을 통해 비로소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라는 식상한 질문을 버리고, 어떻게 존엄하게 살고 죽을 것인가라는 본질을 마주합니다.


『나의 사전연명의향서』에서는 기자 특유의 정교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은 생명을 연장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정체성이 가장 잔인하게 지워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묘사하는 병동의 풍경은 디스토피아 소설의 한 장면 같습니다.


"‘죽음이 이렇게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일인가?’ 이동용 베드가 화물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걸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가 사용한 병상은 어느새 정리됐고 하얀 린넨이 깔렸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넋 나간 듯 바라봤고, 다른 환자들의 보호자들도 비슷했다."라고 고백합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존엄의 거세입니다. 기계적으로 교체되는 하얀 린넨은 한 인간의 우주가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아무런 동요 없이 돌아간다는 상징입니다.


저자는 목에 관을 꽂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을 밀랍 인형에 비유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명 연장이 실제로는 고통의 연장이자 자기 결정권의 상실일 수 있음을 고발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합니다.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을 삶이라 부를 수 있는가? 나의 가치관과 방식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의 연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죽고 싶은 마음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게 생을 마칠지, 눈 감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은 당신의 정체성, 당신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립돼 있다면 삶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삶의 유한함,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저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법적 장치를 소개하면서도 여전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콧줄 삽입 같은 고통스러운 관행이 환자의 존엄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짚어줍니다. 더불어 스위스를 비롯한 해외의 의사 조력사망 제도를 소개하며 우리 사회의 경직된 논의에 균열을 냅니다.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우리 개개인이 나다운 얼굴로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의 강화는 결국 사회가 한 개인의 마지막 자존심을 어디까지 지켜줄 수 있느냐에 대한 척도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닐 때 비로소 질문이 날카로워진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어머니는 작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소망은 병실에서 딸 고생 안 시키고 잘 가야 한다는 그 마음뿐이셨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명의료 중단 제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간극이 컸습니다. 병실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게 현재 제도거든요. 저자는 한국 사회가 연명의료 중단의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도적 사각지대를 짚는 문제 제기입니다. 핵심은 선택권입니다. 누구도 존엄하지 않은 마지막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상상 속의 재회를 나눕니다. 상상 속 아버지와의 대화는 과거의 아픔에 대한 저자의 뒤늦은 위로이자, 동시에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약속입니다.


"나의 글이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더욱 존중할 수 있는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존엄한 삶의 출발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존엄한 죽음도 결국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 p221


생의 마침표를 미리 찍어보는 일은 남은 문장들을 가장 아름답게 수놓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철학으로 바꿔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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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라이트 2026 먼슬리 플래너 (스프링) 미니라이트 2026 플래너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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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연말연초에 두툼한 다이어리를 구입하며 장대한 결심을 하지만, 지금쯤이면 벌써 빈 공간으로 남긴 채 들여다보지 않는 분이 속출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2026 다이어리를 휴대성 좋은 미니 사이즈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 주제를 나눠 분리해서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솜씨연구소의 미니라이트 플래너 버전은 이런 제 기대에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손보다는 작은 크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록하기에 빡빡하지 않은 완벽한 사이즈입니다. 분명 크기는 작은데 폰트가 가독성이 좋은지, 숫자가 무척 선명하게 보여 완전 만족스러워요. 2페이지에 걸쳐 시원하게 펼쳐진 2026년 전체 캘린더와 연간 체크리스트는 일반 다이어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음력과 절기도 잘 표기되어 있고, 공휴일은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직관적입니다.





제가 탁상 달력을 살 때도 무조건 살펴보는 부분이 바로 직전달, 다음 달 달력이 보기 좋게 표기되어 있느냐입니다. 미니라이트 먼슬리 플래너가 이걸 충족하고 있어 좋았습니다. 단정한 레이아웃은 군더더기 없습니다. 먼슬리 페이지 다음에는 메모할 수 있는 페이지가 꽤 넉넉히 들어있습니다. 아래엔 페이지 넘버링도 되어 있어 독특하더라고요. 먼슬리 날짜칸에 p.10이라고 적어두기만 해도 되니 편리합니다.


PP 반투명 커버 덕분에 마찰과 오염을 막아주면서도 작은 수첩이 더욱 탄탄해지는 느낌입니다. 내지도 적당히 도톰해서 중성펜으로 써도 비침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메인 다이어리가 모든 것을 담는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면, 미니라이트 플래너는 서브 플래너로 자녀 스케줄 관리, 건강 관리, 업무용 프로젝트 등 용도별로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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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 -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새기는 의지의 문장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작, 박찬국 편역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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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쏟아지는 알림 설정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파도 속에서 나라는 작은 조각배를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계시진 않나요? 로마 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전장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써 내려간 생존 기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매일 아침 자신을 다독이고 채찍질했던 수련의 흔적입니다.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의 편역으로 재탄생한 『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은 황제의 문장을 내 삶에 새겨 넣는 필사책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2천 년 전 전장의 천막 안에서 등불을 밝히고 일기를 쓰던 황제의 마음으로 펜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은 불안을 바로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지만, 굴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요새를 짓는 정직한 설계도가 되어줍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라며 세상을 원망합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 반란,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황제라는 직책은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의 연속이었습니다. 박찬국 교수는 여기서 니체의 운명애(Amor Fati)를 소환합니다.


니체와 아우렐리우스는 시대를 달리하지만, 공통적으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 최선'임을 인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자포자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에게 닥친 고난을 삶이라는 예술 작품의 필수 재료로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긍정입니다. 필사를 하며 문장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날 선 원망이 가라앉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깁니다. 운명에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라, 운명의 고삐를 쥐는 주인이 되는 첫걸음인 셈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음'을 갈구합니다. 이번 승진만 하면, 저 차만 사면 행복해질 거라 믿으면서요.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행복의 거처를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찬국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빌려와 이 개념을 들여다봅니다.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할 때 찾아온다는 겁니다. 아우렐리우스에게 행복은 자족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짓는 일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전시하며 우리의 자족을 방해합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공포가 만연한 시대에, 아우렐리우스는 진정한 휴양지는 바로 당신의 영혼 안에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필사는 이 내면의 요새를 한 땀 한 땀 쌓아 올리는 작업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남들의 부를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판단력을 가다듬는 즐거움을 가르쳐줍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시끄럽습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현재를 갉아먹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평정을 유지했을까요? 그는 아파테이아(Apatheia), 즉 부동심을 강조했습니다. 박찬국 교수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와 연결합니다. 모든 것이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동양의 지혜가 로마 황제의 사유와 맞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불안은 대개 나의 이익이 침해받을까 두려워할 때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시야를 넓혀 공동체의 이익과 보편적 이성에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나라는 작은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평온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겪는 큰 고통 중 하나는 평판입니다. 좋아요 숫자에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타인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인정 비판'과 결을 같이 하는 아우렐리우스의 관점을 만나게 됩니다. 황제는 말합니다. 당신을 칭찬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곧 죽어 사라질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덧없는 입술에 내 가치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진정한 평가는 오직 자기 자신의 이성 앞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는 행위는 내 행복의 스위치를 남에게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필사를 통해 우리는 그 스위치를 회수해 옵니다. 나는 내 가치를 안다는 확신은 겸손하지만 강력한 방패가 되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담력을 줍니다.


『손으로 읽는 명상록』으로 박찬국 교수의 안내를 따라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원효, 쇼펜하우어라는 거장들의 사유와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을 교차하며 생각하고 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철학자로 성장합니다. 늘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책을 읽을 시간, 사색할 시간, 나를 돌아볼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묻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마음의 우선순위가 뒤엉킨 것일까요?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했거나, 정작 다스려야 할 내 안의 감정들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명상록 필사는 내 삶의 불필요한 소음들을 걷어내고 지금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가려내는 과정이 됩니다.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펜 끝에 마음을 실어 단단한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 빠르게 소비하는 문장이 아니라, 천천히 살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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