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사서 - 3천 년 역사를 이끈 혁신, 전략, 인재, 소통의 비전
김원중 지음 / 민음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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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삼성경제연구소 인기 인문학 강의와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300여 차례 인문학 강연을 바탕으로 수천 년 전에 고민했던 문제들이 오늘날에도 지속하고 있는, 여태껏 고민해 왔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

혁신, 전략, 인재, 소통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선현들이 국가를 경영하고 인재들을 다스린 지혜가 스며있는 한비자, 손자병법, 사기, 정관정요 네 권의 고전과 함께 살펴보는... 세계 최초 <사기> 전체를 완역했고 고전의 한국화와 현대화에 이바지한 동양 고전의 대가 김원중 교수의 인문 고전 완결판 <경영사서 經營四書> .

 

경영이라고 해서 CEO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좁은 의미의 경영이 아닌, 시경에서 비롯된 설계하고 측량하여 집을 짓는 것을 의미하는 경지영지의 준말로서 모든 정치는 백성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믿음이 전제되어야 설 자리를 얻는다는 오늘날의 경영 의미보다 훨씬 큰 뜻을 품고 있다.

 

한비자를 통해 혁신 경영, 손자병법을 통해 전략 경영을, 사기를 통해 인재 경영, 정관정요를 통해 소통 경영을 단순히 중국 고전에 대한 면만 다룬 게 아니라 중국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풀어낸다.

 

 

1부 혁신 경영을 다루는 <한비자> 편에서는 전국시대 말기 한비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시대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로 덕이 아니라 법을 내세우며 혼돈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능력 위주의 국가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동이 되었다.

다만 법가 사상이 진나라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중국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불과 15년도 못 되어 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모든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모든 인간을 불신의 대상으로 본다면 그 정신은 오래갈 수 없지만, 온갖 현실 정치가 난무하는 힘과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현실에선 필요악으로서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제공함은 틀림없다.

이 책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 현실에는 어느 조직이나 상하 관계가 있고 그 관계를 아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기관리와 리더십에 적용 가능한 <한비자>는 설득의 심리학이나 자기관리서 따윈 버려버려! 라고 할 만큼 이미 처절한 자기관리의 기술을 터득하게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명한 불신을 통해 인간과 인간, 군주와 신하들 간에 엄존하는 이해와 갈등 관계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왕적 리더십의 전형이므로 읽기에 따라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한다.

 

2부 전략 경영을 다루는 <손자병법> 편. 

손자병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이해하며 중국의 지혜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코드로 손색없는 고전이라고 한다. 손자병법에 대한 해석이 많고 대중화된 면이 있는 고전이지만 그런 손자병법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독해력을 높여주는 계기를 저자는 잘 드러내고 있다. 손자에게 오왕의 궁녀들로 시험 삼아 지휘해 보라고 했다가 아끼는 궁녀 둘을 잃은 유명한 일화는 잘 알고 있겠지만, 여기에 저자만의 해석이 정말 탁월하다. 회사라는 조직으로 생각해보고 궁녀들, 오왕, 손자 각각의 입장에 대해 하나의 거대한 심리전으로 본다. 즉, 하나의 고전 속 일화도 개인과 조직, 최고 권력자가 취할 수 있는 처신이라는 틀에서 봤을 때는 아주 다양한 비유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그 해석은 다를 수밖에 없고 각자 의미를 취해 보는 것이 바로 고전이 주는 진정한 묘미라고 한다. 고전을 읽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해 주고 있다.

 

 

3부 인재 경영을 다루는 <사기> 편에서는 휴머니즘으로 읽는 인간학의 최고봉으로 <사기>를 꼽으며 과거 인물들의 생각과 지금의 사고를 접목하여 재조명하고 있다. 어떻게 과거의 리더들이 조직을 이끌고 인재를 활용했는지, 그 밑에 있는 인재가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인지, 또 인재가 커갈 수 있는 토양이 무엇인지, 역사 속 양상을 살펴 현재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미래의 인재를 상상해 본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CEO보다는 오히려 장군, 모사, 협객, 장사꾼 등으로 우리가 늘 부딪치는 다양한 인재들인데 이런 인물들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천변만화하는 인생을 느끼며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모든 지혜를 잘만 한다면 얻을 수 있는 <사기>는 한마디로 개개인 고유의 사람 냄새가 나는 인간의 이야기다.

세상의 승자와 패자, 성공과 실패를 엄격하게 구분 짓지 말고 둘 사이의 경계에서 진리를 찾고,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진실을 찾아보라는 메시지와 더불어 여러 사례를 들여다보며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디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포용력을 기르는 길을 알려준다.

 

4부 소통 경영을 다루는 열린 리더십의 고전 <정관정요> 편.

오늘날의 국가경영이나 기업 등 각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접목해도 손색없는 조직 운영과 리더십의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 <정관정요>는 한비자의 불신과는 다르게 신뢰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인문학적 토대를 쌓아야 한다는 확고한 의식으로 자기관리를 중요하게 여긴 군주인 당태종의 끊임없는 소통의 노력이 담겨있는 이 책을 통해 요즘 유독 인문학 열풍인 이유를 당태종에게서 엿보기도 한다.

 

<경영사서>는 단지 최고경영자만을 위한 통치 지침으로 읽히기엔 아까운 책이다.

무엇보다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 책에서 명쾌하게 답을 내리고 있고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읽어 낼 수 있을 것인지 그 문제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는 것. 무엇을 읽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읽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얻어야 할 모든 인문학적 질문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강연식 글쓰기 문체로 풀어내고 있어 족집게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정말 제대로 된 책을 읽은 뿌듯함을 안겨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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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3.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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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8월호에도 펼치자마자 나오는 발행인의 여는 글은 신난다~

98년형 차를 타고 다니는 사장님은 추억과 항상 함께하시는 듯, 그 모습이 고집스러우면서도 참 따뜻한 분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호에도 여러 명사의 진솔한 이야기가 가득한데 그중에서 정찬우의 글은 요즘 내가 느끼는 생각이 들어있어서 공감 만 배.

너무 욕심부리지 말라는 의미로 "세상을 너무 많이 보지 마라." 라고 하신 그의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난 후, 문제는 여전히 똑같은 상태로 있지만, 마음이 풀리니까 그냥 괜찮아지더라는 그의 말은 굳이 해법을 찾는 쪽보다 그냥저냥 위로를 받고 싶더라..는 요즘의 내 느낌과 비슷했다.

 

지긋지긋한 비에, 무더위에...더운 여름이다 보니 날씨에 지쳐 날씨 탓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양희 작가의 행복일기 <아프리카 사람들이 기다리는 시간>을 읽으니 투정이 쏙 들어갈 수밖에 없을 듯 ㅠ.ㅠ

아프리카에서의 소중한 해와 비는 한국에 돌아오니 비가 와도 그만, 햇빛이 찬란해도 그만이었다며

누군가에겐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콕 찌른다.

 

얼마 전에 읽었던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의 저자인 정신과 의사 고든 리빙스턴이 말하는 용기의 조건에 대한 기사도 반가웠고, 지혜 나누는 장터 코너에서 나온 여름철이니만큼 모기약에 대한 글은 역시 얼마 전에 읽었던 <모기 소녀>가 오버랩된다. 동물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여우숲 김용규 대표의 글도 관심 있게 읽게 되었는데 숲과 인간의 경계를 허물며 정성스레 사는 모습이 눈에 선해 여우숲에 대해 좀 더 찾아봐야겠더라는. 여우숲 오두막이 궁금해져 나도 한번 발길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번 8월호에는 유난히 아~ 떠나고 싶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맘에 쏙 드는 곳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더 몸이 근질거린다.

 

 

8월은 타오름달.

7월의 지리한 장마가 끝나면 활활 타오르는 듯한 8월의 무더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해지지만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글들을 읽으며 그 순간만큼은 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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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진짜 인생 찾기
김이율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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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

완성이란 없는 인생에서 그저 인생의 한 시점에 있을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겪을 갈등과 의문 앞에서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이 담긴

김이율 저자의 <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책 표지만으로 달달한 감성이 전해지듯 이 책은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녹여 낸 글들의 집합체다. 

외로움은 길어야 제맛이라며 저자가 글을 쓰는 것으로 외로움을 온몸으로 흡수한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다 소중한 에너지가 되어 돌아오더라고...

 

 

물론 좋지 않은 상황과 마주쳤을 때 절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절망의 지속성이다.

독을 품은 뱀에게 물렸을 때 독이 부은 상처 부위를 재빨리 치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뒀다간 독이 온몸으로 퍼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미 찾아온 절망이라면 어쩔 수 없으니 그 절망의 독이 온 마음을 지배하기 전에 빨리 도려내야 한다.
- <위험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절망의 지속이다> 중에서

 

소녀 같은 감성이 어려진 느낌으로 읽어내려가다가도

'동굴의 우상론'을 언급하며 협소한 주관적 사고와 경험을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듯

한 번씩 현실적인 문제를 탁탁 쳐내고 있다.

하나의 주제를 넘어갈 때마다 <타인에게서 빌린 깨달음 하나> 코너를 통해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한단다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독설은 없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커피 한 잔 놓고 카페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것쯤은 알고 있는 거야 라며 어찌 보면 뻔한 주제를

저자만의 경험과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걱정투성이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소소한 감정들을 들춰내게 한다.

 

정답도 없고 처방전은 더더욱 없다.

잠시 책장을 멈추고 그가 툭 던져낸 화두를 생각해보게 하고 지금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거창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고, 평범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해준다.

고단한 현실 속에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희망을 주는 책 <청춘, 홀로 서면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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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상대를 따뜻하게 사로잡는 힘 - 내면의 슈퍼스타를 끌어내는 실천적 행동 지침
올리비아 폭스 카반 지음, 이세진 옮김 / 갈매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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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라고 하면 권위적이거나 고압적인 느낌이 사실 먼저 드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카리스마는 상대를 따뜻하게 사로잡는 힘이라고 말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사람들도 원하는 것. 그것이 카리스마라고 한다.

 

이러한 카리스마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는데 일상에 가장 유용하고 접근하기 쉬운 카리스마 유형이 바로 포커스 카리스마이며 그 외에 선견지명, 친절, 권위 카리스마.. 이렇게 네 가지의 카리스마 유형에 대해 여러 인물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상생활은 물론 비즈니스에서 특히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 카리스마가 사실은 천성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훈련의 산물로서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탄생하게된 배경... 카리스마를 스위치 누르듯 끄고 켤 수 있는 특정한 비언어 행동양식의 결과로 보고 있다. 매일매일 매순간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는 못한다. 선천적이라고 오해하는 이유는 어린시절에 습득되기 때문에 이것이 배우는 행동양식이라고 의식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

 

카리스마를 만드는 법칙은 힘과 정. 이 두가지가 모두 차고 넘친다는 인상을 주기만 하면 되고 이들의 바탕이자 카리스마의 핵심적인 정수이자 근간은 바로 존재감이라고 한다.

존재감 있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현재에 충실한 존재가 된다는 것. 하지만 현재에 온전히 일하는 사람들 드물다. 때때로 아주 잠깐이라도 온전하게, 아주 약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 효과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카리스마> 책은 검증된 수단을 이용하여 일부러 성격을 바꿀 필요도, 자신의 본성에 위배되는 일을 할 필요도 없이 카리스마를 향상 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기술 (보디랭귀지, 말, 행동)을 의식적으로 훈련하여 계발해 실생활에 사용가능하게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법을 배워볼 수 있다.

 

우리가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우리의 몸은 정신상태를 표현한다. 이런 변화는 순간적으로 나타나지만 보는 사람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때문에 카리스마 있는 행동이 제대로 되려면 반드시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것. 즉, 내면세계를 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단계며 보디랭귀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카리스마 있는 자아에 방해되는 다양한 종류의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을 알고 다스리는 실전 방법을 조언해주고 있는데 사실 꽤 어려울 수도 있지만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한걸음 다가서게 되지 않을까. 여러 훈련 방법 중 특히 인상 깊었던것은 내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로 결심하라는 것. 플라세보 효과처럼 자신을 좀더 이로운 심리상태로 이끌어줄 만한 시나리오를 글로 써 보는 방법이다. 특히 원망이라는 감정을 해소하며 충족감을 얻기에 유용한 것이 글쓰기라고 한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카리스마 있는 존재감을 잃지 않도록 감각을 파고드는 연습도 필요하고. 한마디로 어느 정도의 뻔뻔함이 필요해 보였다.

 

책에서 소개하는 카리스마의 방해물을 처리는 법을 익히고나면 카리스마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올바른 정신 상태 조성 차례가다. 즉, 어떠한 심리상태라도 원하는대로 힘과 정을 발산하는 법을 익힐 차례. 자신감 있고 행복한 상상만으로도 불안을 떨치게 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우리 뇌의 놀라운 플라세보 반응을 믿으라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자기평가나 사회적 비교에 휘둘릴 수 있는 자존감보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자기공감에 집중하는 편이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하다고 한다.

 

     
 

나의 인상을 심어주려고 하지 마라.

반대로 남들에게 인상을 남길 여지를 주면 그들은 나를 좋아하게 되어 있다.

반드시 똑똑하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

단지 다른 사람을 스스로 똑똑하다고 느끼게 만들어라.

p 189

 
     

 

카리스마 있는 이들은 놀랍도록 쉽고 유창하고 자연스럽고 본능적으로 말하는 것 처럼 보여도 사전작업은 어마어마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고 있다. 인간적 매력이 삶의 성공으로 이끈다. 연습을 통해 단련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으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불편하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내뿜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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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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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소설 [64]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서점가와 독자들을 기억한다. 일본소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도 덕분에 작가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작가가 2004년에 발표 <클라이머즈 하이>가 북폴리오 출판사를 통해 재출간되었다.

치밀한 구성력과 현실감 넘치는 서술을 자랑하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계의 거장이자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출세작이라니, 게다가 실제 일어난 사상 초유의 여객기 추락 사건 이야기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터라 기대감이 컸다. 물론 그 기대감은 흡족하게 마무리되었고.

 

 

1985년 8월 12일 JAL 123편 보잉 747기는 탑승인 524명, 사망자 520명, 생존자 4명.

군마현 우에노우라 야산에 추락한 역사상 단독 항공기 사고로는 최대의 사망자를 낸 항공 사상 최악의 추락사고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책 표지는 암벽 등반하는 산악인의 모습인데 항공기 사고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클라이머즈 하이>에는 두 개의 큰 사건이 줄기를 이루고 있다.

항공기 사고로 긴박했던 군마현 긴타간토 지방신문사를 배경으로 하는 신문사 내부조직과 기자로 사는 삶을 주축으로, 신입 후배의 사고사에 대한 죄책감으로 승진도 거부하고 일선 기자의 자리에 머물고만 있는 사회에서도 집에서도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유키'와 인생을 즐기는 달인이지만 암벽을 오를 때만큼은 웃음도 허튼소리도 없이 빛나는 눈을 가진 기자 '안자이'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된다.

 

겨우 해발 2천 미터대의 산등성이지만 거부하기 위해 자연이 강한 의지로 거대한 성벽을 쌓아 올린 양 수많은 암벽으로 산악인에게는 불가능의 대명사, 최종과제로 불리며 최악 중의 최악,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쓰이타테이와' 산.

그 산에 오르기로 약속한 사내 산악모임의 초보 산악인 유키와 능숙한 산악인 안자이. 하지만 떠나기 전날 발생해버린.. 과거에도, 앞으로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사건인 항공기 사고로 총괄데스크를 맡게 된 유키는 결국 산행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그와 동시에 안자이의 등반사고도 아닌 새벽에 유흥가 길에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고 만 미스터리한 사고. 수술 후 내뱉은 마지막 말은 "먼저 가 있어." 라는 마지막 말 한마디뿐. 산행 약속을 할 때 왜 산을 오르느냐는 유키의 질문에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 안자이의 말이 유키의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악마의 산에서 에베레스트도 등정했던 동료를 잃은 후 그 누구와도 다시는 자일을 묶지 않겠다며 산에 오르지 않겠다던 안자이가 유키를 자일 파트너로, 다시 쓰이타테이와에 가도록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매 순간순간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결정되고 같은 상황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현장을 밟지 않으면 실감하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오늘'을 매일매일 편집하는 자들과 기자의 서명이 들어가는 현장르포를 위한 취재기자들의 대립, 총괄 데스크의 막중한 책임, 1면 톱기사 자리를 놓고 벌이는 암투, 정치세력과의 관계... 그야말로 전쟁터이다. 현지신문의 관할범위에 여객기가 추락했는데도 '날아들어 온 사고', '장소대여'의 감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해가는 분위기로 전개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취재와 편집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마음은 다음 사건을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

 

 

생명의 무게란 것이 있을까.

커다란 생명과 작은 생명, 무거운 생명과 가벼운 생명, 중요한 생명과 그렇지 않은 생명...

어떤 생명도 모두 소중하다고 입으로 말하면서도 미디어는 인간을 선별하고 차별하고 생명의 경중을 판단해서 그 가치관을 세상 속에 밀어붙인다.

그 지역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 있는 신문이 가장 자세하게 보도할 것이라고 당연히 믿는 유족들을 보며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와 흐름을 중요시하는 살아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을 지닌 기자로 사는 삶의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려간다는 것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맞으며 아마도 내려가고 싶어 하는 유키의 내면을 안자이는 꿰뚫어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 유키.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 보내는 인생도 잘못된 인생은 아니라는 유키의 또 다른 생각은 오로지 위를 바라보며 곁눈질도 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오르는 '클라이머즈 하이(Climbers High)' 상태 바로 그것이 아닐까.

 

조직 내 비열한 암투, 질투, 특종에 대한 욕망, 저널리스트로서의 고뇌, 신세대와 구세대 기자들 간의 대립, 데면데면한 유키의 아들 준과의 관계, 안자이 아들 린타로와의 인연 등이 얽히고설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실제 기자 시절의 경험을 살려 더욱 현실적인 상황을 끌어내는 저자의 이력과 암벽 등반가의 심리가 잘 맞물려 진행된다.

미친 듯이 고도를 높여가며 아드레날린을 뿜는, 흥분상태가 극한까지 달해 공포감이 마비되며 홀린 듯이 산을 오르는 상태인 <클라이머즈 하이>. 울컥울컥 뜨거운 뭔가가 두둥두둥, 요동치는 듯한 심장 박동 음이 들리는 것 마냥 박력 있는 속도감과 묵직한 고뇌감이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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