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목적어 - 세상 사람들이 뽑은 가장 소중한 단어 50
정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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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페이지든 펼치면 손길을 멈칫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가득한 책,

언제 어디서나 옆에 놔두고 되새김질하기 딱인 책,

국민이 광고주라고 말하는 카피라이터 정철의 내 인생의 소중한 단어 50 《인생의 목적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세 가지씩 알려달란 질문에 쏟아져 나온 단어들을 가지고 정철만의 언어와 감동으로 재탄생시켰다.

상위권에 든 단어를 살펴보면 1위는 가족, 2위는 사랑, 3위는 나, 4위는 엄마... 그 외 순위 안에 든 단어들도 그렇고 이 단어들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단어지만 너무 흔해서 오히려 소중함을 놓치고 살았던 단어들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단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단어란 곧 인생의 목표가 되는 목적어일 것이다.

통계순위 안에 든 44개의 단어와 저자가 생각하는 특별 단어 6개가 추가되었다. '술' 이란 단어가 그중 하나인데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술 한잔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넣어도 괜찮겠다는 결론이 나와 넣었단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먼저 마음 가는 단어에 멈춰 생각을 머금어도 좋다.

가볍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글, 코끝이 시큰해지는 글, 아스라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글, 빵 터지게 만드는 글...

읽는 내내 아~~ , 아!!!! 하며 공감을 하게 된다.

 

 

 

각각의 단어를 정의한 짤막한 시적인 문장은 예술이다. 창의적으로 독특하면서도 진리를 담고 있다.

절대 빨리 읽고 해치워버릴 책은 아니다. 여유로운 행간을 그대로 느껴보자.

읽는 사람마다 50가지 단어 중에서 유독 특별히 와 닿는 단어도 있을 테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해석과 다르다 해서 시시콜콜 지적하지 말고 '그냥 괜찮아' 하며 헐렁하고 넉넉하고 가볍게 대하라고 저자 정철은 말한다. '그냥 괜찮아'에서 조금 더 애정을 담아 '쫌 멋진걸?!' 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책.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 이 순간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내가 왜 살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내 인생의 목적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오롯이 안겨 준 《인생의 목적어

 

"죽는 날까지 가져갈 당신의 단어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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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 부모만 모르고 있는 아이의 스포츠 잠재력을 찾아라
21세기교육연구회 지음 / 테이크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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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나 박태환 같은 걸출한 스포츠스타 덕에 '체육 붐'이 일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의 일이다. 아직도 많은 부모는 체육을 등한시하며 운동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스포츠라는 것은, 무의미한 몸놀림의 가벼운 운동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이 있는 양질의 신체활동을 의미한다. 스포츠가 아이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알아보고 공부를 잘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느니라~ 라는 게 바로 주제이기도 하겠다.

 

운동이 단순히 신체발달을 위해서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이의 신체발달은 뇌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는데 운동을 하면 증가하는 두뇌 신경 촉진인자라는 물질이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뇌와 공부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제시해 공부 두뇌를 만드는 운동의 힘을 알려준다.

운동을 통해 뇌 발달의 기본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다지고, 학습을 통해 이 네트워크의 활용 능력을 높이게 된다. 인간의 뇌는 결코 공부하는 뇌와 운동하는 뇌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뇌를 작동시키는 연료는 산소와 혈당이 혈액을 통해 뇌로 잘 전달되어야 하는데 운동으로 인해 심박수가 높아지고 혈관이 확장되면서 많은 양의 혈액을 뇌로 유입시킬 수 있다.

즉, 공부할 만한 머리로 만드는 작업이 바로 운동이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로 이어져 뇌 발달에 나쁠 수도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어떤 방식으로 운동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운동을 선택해 주3, 4회로 한번 할 때 30분 이상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친구나 부모와 함께하면 더욱 좋다. 문제는 꾸준히! 라는 것.  

아이에게 맞는 스포츠 종목을 고르는 것은 유년기 아이들일수록 철저히 '성향'에 맞는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체로 우리 부모들은 아이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종목을 찾지만, 유년기에는 반드시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운동을 접해줘야 한다.

 

우리가 아이에게 접해주는 스포츠 개념은 기계적으로 기능만 뛰어난 운동선수를 키우고자 하는 게 아니다. 스포츠는 오감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다. 운동이 지닌 의미와 가치 이것은 아이의 도덕적, 윤리적 성격을 좌우하는데 영향을 준다. 취미의 스포츠 또는 진로의 스포츠로 접할지, 다양한 스포츠의 직업 세계 소개와 더불어 공부와 스포츠를 병행한 아이들의 사례를 들어 운동에 대한 편견이 심한 우리나라 부모들의 기우를 해결해주고 있다.

 

스포츠 교육 육하원칙 실전 가이드 코너에서는 축구, 야구, 골프, 수영, 스케이트에 관한 세세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현실적으로 궁금한 비용은 물론 각 스포츠 종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특기사항 등 다양한 궁금증을 다루고 있다.

 

공부머리와 운동머리는 별개가 아니다. 예체능을 배우며 마스터하는 '과정'속에 무수한 감정을 만나게 되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경험한 과정은 공부근성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스포츠와 아이의 인성, 공부 관계를 제대로 알게 되면, 유년기 시절에는 그나마 선심쓰듯 하게 해줬던 운동을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운동을 그만두게 하기 보다는 횟수를 조금 줄이더라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역할을 해 주는 부모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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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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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독일 최우수 경제경영 도서상 수상

 

경제 전문 기자로 독일의 최고 언론인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할 만큼 경제전문가라고 자부했던 저자는 주식투자로 밑도 끝도 없이 손해를 보며 비이성적으로 행동했던 충격 이후 자신을 비롯해 그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는 심리적 오류에서 벗어나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번 돈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부자들의 생각법》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전통 경제학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본주의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문을 심리학과 경제학을 합쳐 놓은 행동경제학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자본시장에서 최후의 승자는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사람의 시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쳐 자본시장의 진실과 인간의 심리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기술적 분석이라고 알려진 것조차 각종 심리적 오류를 갖고 있으며 증권시장에는 기술적 분석 덕분에 성공한 사람보다는, 기술적 분석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사람들만 남는 것이다. 주가가 운명처럼 미리 정해져 있다면 차트분석가는 현대판 점쟁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런 기술적 분석에 대한 신뢰는 경제학보다 오히려 심리적 요인에 가깝다.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규칙이나 인과관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우연의 함정에 걸려드는지 예를 들어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했던 날 보름달이 떴다면 보름달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설들이 부지기수였다.

 

'4년 연속 수익률 1위'라는 말이 내포한 것은 '4년 동안 운이 가장 좋았음' 이라고 한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많은 사람이 결정을 할 때 뒤를 돌아본다. 그동안 들인 돈, 시간, 노력에 미련이 남아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는 '매몰 비용의 오류'의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모든 오류의 바탕은 수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아픔을 더 강하게 인지해 수익보다 손실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를 부자로 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라는 생각. 그것이야말로 최악의 생활비 파괴다.

스마트폰을 사는데 스마트폰 가격의 3분의 1에 가까운 돈을 보험, 액정보호필름, 케이스를 사는 데 쓴다. 이미 큰돈을 썼기 때문에 뒤이어 소비되는 것은 푼돈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상대성은 소비와 저축을 심리학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해결책은 '망설임 전략'. 큰돈을 썼다면 그와 관련한 지출은 일단 며칠 뒤로 미뤄야 한다. 부자들은 상대성이 만드는 착각에 잘 속지 않는다는 것. 손실회피심리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부자들의 생각법을 따라잡게 된다.

 

언어유희, 말장난을 의미하는 '프레이밍 효과'는 표현의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실적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80퍼센트 무지방이란 표현이 20퍼센트 지방함유보다 매력적이듯 말이다. 프레이밍 효과를 활용할 줄 알면 프레이밍 효과에 속지 않을 수 있다. 사건이나 사물의 여러 측면을 모두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손실회피심리, 상대성, 프레이밍 효과 등을 잘 인지해서 안정적인 부를 쌓으려면 무엇보다 손실회피심리를 극복하고 바람직한 투자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인간의 심리적 성향이라 보기에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오죽하면 인간의 이런 성향을 규명하여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심리학자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으니... 

 

행동경제학의 대부이자 《넛지》 저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가 체계화한 개념인 '심적회계'라는 것은 재산을 관리하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정신적 보조 수단을 말하는데 한마디로 마음의 회계 장부다. 이를 우습게 봤다가는 등골이 휠 수 있다. 소액지출을 '기타'계정으로 관리하는 우리의 습관 때문이다. 푼돈을 목돈으로 바꾸어 생각해서 앞에서도 언급한 최고의 전략인 '망설이기' 전략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비즈니스 기업, 금융회사가 인간 심리를 이용하는 각종 방법은 그야말로 '사기 치고 있네!' 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우리 스스로 그 상황에서는 인지하지도 못한 채 오류에 걸려들어 행동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약점에 맞서 싸우고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시장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돈을 관리하는 방법, 돈을 벌기 위해 꼭 알아야 할 18가지 투자 원칙을 통해 성공과 실패는 아주 작은 생각의 차이에서 갈린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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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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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도서관 전쟁》 시리즈로 인기 높은, 일본 연애소설의 여왕 아리카와 히로의 신간 《고양이 여행 리포트》.

이 책 감상을 글로 적기엔 어떤 단어를 써도 5% 부족해지는... 동물을 사랑하거나 집사라면 무조건 직접 읽어봐야 할 책!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에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그러거나 말거나 눈물 펑펑 쏟게 만드는 감성 소설이다. 《곰곰묘묘 이야기》 고아라 작가의 일러스트도 사랑스럼을 한몫 더하고 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빵 터진다.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첫 문장을 따서 '나'를 소개하고 있다. 자기는 이름이 있으니 소세키의 유명한 고양이를 일단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겼다고 우쭐댄다. 하물인간을 풍자하는 비유도 그럴싸하다.

 

『 고작 직립보행이 가능하다는 것뿐, 커다란 원숭이의 일종인 인간이라는 생물은 교만하기 짝이 없다. 』 - p7

『 하여간 인간이란 참 불편하다니까. 자기들 말밖에 모르니. 실은 동물이 훨씬 멀티링구얼이지만.』 - p14 

 

 

길고양이로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냥 아는 사람. 딱 그 정도의 거리감을 둔 사토루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와의 인연은 그의 은색 왜건이 주차된 자리를 좋아하면서 시작되었다. 사토루의 1일 1식을 챙겨 받으며 생활해 온 '나'. 그러다 교통사고로 인해 이제 끝이구나 싶었을 때, 떠오른 게 그 남자였고 다행히 절박한 울음 소리에 잠이 깬 사토루가 와 줬다. 그렇게 '나'는 그 남자의 고양이가 되었다. 엄연한 수컷이지만 꼬리 모양 때문에 숫자 7을 뜻하는 '나나'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토루와의 동거는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그러다 사토루의 개인 사정 때문에 나나의 입양처를 찾게 되는데...... 그 말 못할 개인 사정이란 게 무엇인지, 나나의 새 입양처가 될 사토루의 옛친구들을 만나며 몇 군데 돌아다니는 과정이 바로 여행 리포트가 되는 셈이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과 친구들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사토루의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와 대학교 친구들을 만나며 밝혀지는 사토루의 과거...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이야기는 잔잔하다가도 유쾌하게, 앙금이 있었다면 모두 날려버리기도 하고 그렇게 추억을 되새김질함과 더불어 새롭게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그들 모두 '나나'를 맡아주겠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나나를 계속 데리고 다니는 사토루. 나나 역시 아직 사토루와 헤어질 생각은 없다. 사토루 역시 속내는 나나와 헤어지기 어려워한다. 나나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주인을 찾아다니지만, 맞선이 깨질 때마다 안도하며 돌아오는 사토루의 마음.

 

『 이봐, 사토루.

여행이 시작된 뒤 사토루가 자란 마을을 두 군데 보았어.

농촌을 보았어. 바다도 보았어.

앞으로 우리 이 여행이 끝날 때까지 또 어떤 풍경을 함께 볼 수 있을까. 』 - p141

 

 

나나도 사토루도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을 둘이 함께 바라보는 장면은 애잔하다.

사토루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를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겨우 열두 살이었던 사토루를 독신이면서도 맡은 이모네 집이 이 여행의 종착지다. 13년 만에야 다시 함께 살게 된 이모와 사토루. 이모는 나나를 위해 애완동물 금지 맨션을 팔고 이사를 해야 했고 어설픈 집사 이모 때문에 여러모로 나나도 이모도 고생이 많다.

 

 

왜 사토루는 그렇게도 사랑하는 나나의 새 주인을 만들어주려 했는지, 이모와 함께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 깊은 사연은 아리카와 히로 작가의 섬세하고 유연한 글로 직접 읽어보며 촉촉 감성에 빠지길.......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데 이건 너무 슬퍼서 운다기보다는 정말 행복하면 감동의 눈물이 나는 것처럼 그런 감정이 컸다.

슬픈 대목이 아닌데도 감성을 툭 건드리는 문장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 사토루의 룸메이트로서 더할 나위 없는 고양이었던 나는

사토루의 여행 동반자로도 더할 나위 없는 고양이일 것이다. 』 - p20

 

언제나 사토루의 동반자가 되어 준 나나. 읽고 또 읽어도 눈물샘을 자극할 책이다.  

이 책은 날 참 힘들게 한다. 스포를 자제하며 적느라 힘들었던 책 소개이기도 하거니와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감정 주체를 못 해 글을 적기 힘들 지경이었다. 말이 필요없는 책. 읽고 감동하시라. 고양이 집사에게는 필독서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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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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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도련님》.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틀려먹은 녀석이라 불렀고, 어머니도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데다, 부모님께 예쁨 받는 형과는 자연스레 사이가 좋지 않은 말썽꾸러기 악동 도련님. 하지만 기요라 불리는 할멈 하녀만은 '나'를 애지중지해준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형에게 얹혀살기 싫어 집을 판 돈 중에 600 엔을 끝으로 형과의 인연마저 끊고 그 돈으로 공부를 더 하고 수학선생이 된다.

 

 

 

 

『 그런데 신기하게도 3년이 지나자 마침내 졸업을 했다. 스스로도 의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불평을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일단 얌전히 졸업은 해두었다. 』 - p25

 

『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월급 40엔을 박도 이렇게 먼 촌구석까지 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 - p32

 

『 친구 집도 싫은데 학교 숙직실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것이 40엔 안에 포함되어 있는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참고 해 주자. 』 - p51

 

 

비교적 만사태평한 시절을 보내고 시골 학교로 부임하는데, 도쿄 토박이에 가냘픈데다 몸집을 가진 도련님으로서는 시골구석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첫날 교장 선생님의 교육정신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를 들으며 하는 생각이나, 다른 선생들과 첫인사 나누면서 바로 생김새로 어림짐작하며 별명을 붙여주는 장면, 숙직을 서야 하는 장면 등을 보면 입발림 소리는 싫어하고 단념은 빨라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치고는 그래도 제법 시크하게 군다.

 

좁은 동네다 보니 시시껄렁한 일상도 교실 아이들에게 회자되고 다른 선생들의 쓸데없는 참견도 받다 보니 하는 타고난 기질이 서서히 발동걸리는듯하다. 너구리 교장선생은 살아있는 교육의 신이나 되는 양 체면치레용 번드레한 말만 하고, 빨간셔츠 교감선생알랑쇠 미술선생이 하는 말들도 하나하나 비위에 거슬릴 지경이다.

  

 

 『 정직하게 살면 누가 이용하든 두렵지 않습니다. 』 - p75

 

교감 빨간셔츠가 말하는 정신적 오락이라 부르는 고상한 취미생활이 실상 물질적 오락과 별반 차이도 없고 실제로는 뒤에서 몰래 물질적 오락을 취하는 그의 이중적 행동을 비꼬며 오래된 연못이여,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 에 빗대 그가 말하는 정신적 오락을 비꼬기도 한다.

'마돈나'라고 불리는 근방에서 제일 예쁜 아가씨를 두고 원래 약혼자였던 끝물호박과 마돈나를 차지하기 위해 술수를 쓰는 빨간셔츠와의 관계를 두고 우리의 도련님은 점잖은 끝물호박을 불쌍히 여기며 더욱 빨간셔츠에 대한 혐오감이 짙어진다.

 

 

『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 - p76

 

『 세상이 이런 곳이라면 나도 지지 않고 남들처럼 속이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 - p98

 

『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빌 때 진지하게 받아들여 용서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정직한 바보라고 할 것이다. 용서를 비는 것도 가짜로 하기 때문에 용서하는 것도 가짜로 용서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 - p144

 

 

 

그러다 빨간셔츠의 책략에 '나'와 산미치광이라 별명 붙인 주임 수학선생도 걸려드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로써 불의를 응징한다는 목적으로 빨간셔츠를 나름의 방법으로 응징하려고 계획을 짜는 둘의 모습은 한편으론 우스꽝스러울 지경이다. 그들이 결국 취한 응징이라는 것이 결국엔 폭력이었으니까.  "아무리 교묘한 말로 변명한다 해도 정의는 용서하지 않으니까." 며 빨간셔츠와 알랑쇠를 두드려 패는 장면을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100년 전 도련님 작품에서 B급 코드를 느낄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 본인은 심각하게 대사 치는데 그걸 보는 이는 픽픽 웃음이 날 지경이다. 이 장면을 보며 의협심 충만한 오! 쾌남~ '다찌마와 리'가 생각났다.

 

 

《도련님》에 나오는 대사는 리드미컬하다. 전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때에는 서사적 묘사였다면 《도련님》은 1906년 작품이건만 현대소설 같은 느낌도 충만하고 사실적인 체험적 소재가 잘 녹아든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쓰메 소세키가 교사생활 중 심한 신경쇠약 증세 때문에 시코쿠의 마쓰야마 중학교로 전근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쓴 《도련님》이기 때문이다. 도련님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정직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정의를 표창하면서도 결국 '싸우는' 모습에서 완력의 세상이라는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대변하고 있다. 게다가 착각 대장이란 말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도련님의 행동은 사실 겉모습으로 상대방의 인품을 결정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싫은 소리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대응하며 단칼에 거절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물쭈물 말을 내뱉지 못하는 도련님의 모습은 온갖 행태로 찌든 현실의 세상에서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으면서도 수동적인 행동을 이면에 가진 풋풋함과 당참을 안고 세상에 뛰어든 신참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년 이미지의 '도련님'인 것이다. 도련님이 빨간셔츠와 싸운다 한들 결국 학교를 떠난 쪽은 빨간셔츠가 아니라 도련님이다. 결국, 변화는 없다. 이것이 소세키가 말하고자 한 '진실'이 아니었을까.

 

 

 

△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가 마쓰야마에 있던 시절을 배경으로 했던지라 <도련님> 소설에 등장하는 온천이라든지 온천을 가기 위해 탄 열차 등이 현재 마쓰야마에 재현되어 관광상품으로 운영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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