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리버보이 작가 팀 보울러의 2013년 출간작 Sea of Whispers 가 10월 중순 출간예정이네요. 가제본으로 읽은 책입니다. 팀 보울러는 10대들의 꿈, 가족애, 사랑, 우정 등을 초자연적 이야기와 버무리길 좋아하는 독특한 스타일의 작가인데 <속삭임의 바다>도 팀 보울러만의 특색이 고스란히 나타난 책이었어요.

 


열다섯 살 헤티의 이야기입니다.

유리병이나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다에서 오랜 세월 파도와 모래에 깎여 매끈해져 보석 같은 형태가 된 바다유리를 좋아하는 헤티. 바다유리 안에서 다양한 형상을 보는 소녀입니다. 바다가 감추고 있는 비밀인냥 자연의 모습이 보이기도, 어떤 얼굴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녀가 보는 형상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죠.


 

아흔일곱 명이 거주하는 작은 바위섬인 모라 섬. 본토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입니다. 그나마 가까이 있는 다른 섬에 가서 필요한 것을 구하려면, 험난한 바다를 헤쳐갈 큰 배도 있어야 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모라 섬에서 가장 나이 많은 퍼 할아버지가 심상찮은 꿈을 연속으로 꾸며 모라 섬에 무언가 위험이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며칠 내내 몰아치는 폭풍우. 모라 섬의 자랑인 배가 부서져 버리는 데다가 그 폭풍우를 헤치고 온 노파를 태운 작은 배가 섬에 들어오면서 모라 섬 주민은 동요하기 시작합니다.


수수께끼 인물인 노파는 바로 헤티가 바다유리에서 본 얼굴이었어요. 헤티는 노파가 자기를 찾으러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퍼 할아버지는 노파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퍼 노인에게 맞선 헤티에게도 강한 적대감을 내비칩니다. 하지만 헤티는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없이 노파를 살뜰히 보살피지요. 사실 아랑곳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일부러 센 척할 뿐이지요.


 

중반까지 읽으면서 그 상황이 어찌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갑갑하던지.

읽다가 책 집어 던질 뻔 했어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에서 보여준 일부 기성세대의 행태와 어쩜 그리 닮았던지 말입니다. 불운을 가져오는 노파라고 믿은 섬 주민들. 살려두면 더 큰 악이 올 거라며 정신이 오락가락한 노파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라고까지 합니다.


“ 악은 말이지, 무지와 냉소와 어리석은 가슴에서 오는 거야. ” - p229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모라 섬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외롭게 만듭니다. 소중한 가족을 바다가 데려간 경험을 겪어 본 섬사람의 상실감은 어느새 섬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강해지는 것. 죽은 자는 빨리 묻고 산 사람은 계속 사는 겁니다. 하지만 헤티는 그런 방식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바다에 부모님을 뺏긴 헤티는 상상 속의 부모님의 이미지를 그려보기도 하고 바다유리에 소망을 담으며 살지요. 


바다유리속에 나타난 여러 얼굴 형상은 누구이며, 현실에 나타난 유일한 사람인 노파의 정체는 무엇일지 궁금하게 합니다. 결국 헤티는 노파와 함께 섬을 떠나기로 합니다. 고립의 세상에서 벗어나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를 찾기보다 앞으로 나가려는 꿈을 키워보기도 합니다.


“ 바다에서 다시 속삭임이 들리기 시작했다.

헤티는 그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아련하고 부드러웠다. 속삭임은 수시로 멈추었다. 마치 바다가 숨소리를 낮추기라도 하듯 가녀린 침묵이었다. 그럴 때면 헤티는 속삭임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리듯 자신도 숨소리를 낮추었다. 그러고 있노라면 정말로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로부터 속삭임을 들으니 위안이 되었다. ” - p233


바다의 아름다움과 포악함이 동시에 묘사되는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은 그저 자연의 작은 일부처럼 느껴질 만큼 웅장한 자연 묘사가 멋졌어요. 바다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을 귀기울여 듣는 헤티야말로 자연에 힘없이 절망하거나 애써 넘어서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입니다. 고립의 세상이란 틀에 끼워 맞춰 살지 않고 그 너머 세상을 향해 나선 헤티의 성장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 소설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링 1 - 바이러스 밀리언셀러 클럽 45
스즈키 코지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즈키 고지 작가의 1991년작 <링>. 98년에는 영화화해 호러 열풍을 일으켰던 그 링!

영화만 기억하고 있어 원작소설이 있는 줄 몰랐어요. 황금가지 출판사의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에 있네요. 이번에 링 원작소설이 새 옷 입고 나와 이참에 원작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호러 소설 방식인 희생자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링>.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잠식되는 부분을 읽다보면... 불 꺼진 밤에 방 밖으로 나가기 무서워지더라는 ㅠ.ㅠ


“ 생각해 보면,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나 우연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 - p18


처조카 도모코의 죽음을 겪은 신문 기자 아사카와 가즈유키는 우연히 듣게 된 또다른 희생자 이야기를 통해 뭔가 촉이 옵니다. 도모코를 포함해 젊은 애들 4명이 심장마비로 죽었고, 죽음을 맞이한 형태가 극도의 공포에 질린 모습이었다는 것은 그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기엔...


한날 한시에 발생한 원인 불명의 돌연사.

과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 그들의 죽음을 연결시킬 객관적 인과관계가 없는지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네 사람이 어느날 동시에 특정 장소에 있다가 심장을 멎게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까는 예상을 하며, 마침내 수수께끼의 죽음을 풀기 일보직전.

 


 

심장 약한 놈들은 이것을 보지 마라는 글을 발견한 아사카와.

그리고 제목이 없는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되는데, 의미 불명인 장면들이 나열됩니다.


“ 그리고 마치 소리조차 사라지고 잔향만 약간 귀에 남았다. 그대로 잠시 동안 화면은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아사카와는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치 자신이 정신없이 비난당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 - p87


“ 이 영상을 본 자는 일주일 뒤 이 시각에 죽을 운명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을 실행하라. 즉......”

게다가 마지막에는 죽음을 예고하며 뭔가를 실행한다면 죽음에서 벗어날 방법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쓸모가 없어졌어요. 여기서 다른 녹화가 덧씌워져 죽음을 피할 방법이 지워져버린 거죠. 제일 중요한 부분이 지워진 상황에서 공포가 현실이 되어 목을 조이는 현실에 직면한 아사카와. 정체불명 악령의 말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하필 아내와 딸마저 봐버려 더 필사적이 됩니다.

 


어떤 기계적인 장치없이 염사와 같은 염상 능력으로 만들어진 영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세상사람들의 조롱과 질시 때문에 죽어간 여인의 저주 영상이란 것을 알게 된 후, 그 여인의 혼을 달래주면 저주는 풀릴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아사카와의 데드라인이 막 지난 시간. 그는 결국 살아남게 됩니다.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드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마지막 반전이 남아있죠. 함께 사건을 파헤쳤던 친구 류지는 죽어버리면서 끝난 게 아니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링 1권의 부제가 바이러스라는 것. 사멸된 천연두 바이러스 이야기가 악령의 저주와 맞물려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본능은 증식이라는 걸 생각하면 악령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섬뜩해지네요.


 

<링> 영화에서는 TV화면 밖으로 기어나오는 장면이 임팩트 있었는데, 원작소설에는 안 나옵니다. 이때는 뭔가 허전하긴 했는데 결말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그 장면은 소설에서 나올 이유가 없긴 하더군요. 그러고보면 영화에서는 그 장면 외에는 기억나지 않을만큼 다른 장면은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에 없네요 ;;


원작소설 <링 1>은 <링 2>와 연결해 꼭 읽어야겠더라고요. <링 2> 읽고 있는 중인데 <링 1>에서 궁금했던 부분이 설명되더라고요. 영화에서 보여준 대박 임팩트 장면은 원작소설에 없지만, 뒷목 서늘하게 만드는 <링> 원작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맘에 드네요. 영화보다 나은 원작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일즈런너 나타부한 부수한자 11 테일즈런너 나타부한 부수한자 11
이정태 그림, 이준범 글, 정규돈 감수 / 천재코믹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교과서 만드는 출판사 천재교육이 만든 초등한자 학습만화입니다.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자주 출제되는 한자들을 부수한자 중심으로 배울 수 있어요.

테일즈런너 나타부한 부수한자 11권에는 부수한자 17개와 부수한자로 만들어지는 한자 13개를 익힐 수 있네요. 부수한자는 한자의 기본! 수많은 한자들 중 공통된 것끼리 모아 그걸 대표하는 글자로 내세운 것이 부수한자입니다. 부수가 같은 한자는 서로 의미도 관련있고요. 부수한자 개념을 파악하면 한자의 원리가 쉽게 이해됩니다. 테일즈런너 나타부한의 나타부한은... 나타나라 부수한자 줄임말이예요.

 


 

부수한자 쇠 금 金의 기운을 타고 태어난 금동이.

부수한자를 독차지하려는 한마황에 맞서 테일즈런너의 나르시스, 밍밍, 러프와 함께하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1권 읽었을때만해도 울애가 테일즈런너에 푹 빠져있었는데, 요즘은 또다른 게임으로 넘어가 요건 안하고 있지만, 단 익숙한 캐릭터들이 나오니 처음부터 이 책 흥미있게 보더라고요.

테일즈런너 나타부한 부수한자 본책에서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 속에서 한자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데다가 한자성어도 배울 수 있어요.

 

 

본책 하단에는 한자 필순도 있고, 부수한자는 빨간색으로 강조해뒀네요.

OX 퀴즈로 바로바로 확인도 가능~

 

 

 

테일즈런너 나타부한 부수한자 책은 총 3가지로 구성되었는데 본책과 워크북, 미니북이 있어요.

워크북은 그야말로 한자학습하기 딱 좋게 되어있답니다. 생활 속 한자어와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를 워크북에서도 간단한 스토리텔링으로 학습 할 수 있어요.

한자능력검정시험 유형문제를 만화와 함께~ 그 외 한자 파자 놀이, 부수한자 색칠하기, 필순 미로 탈출 등 다양한 게임으로 한자를 익히게 되어 있어요.

자그마한 미니북도 쏠쏠한 재미가~
대사채워넣기 같은 것도 있어 친구들이랑 같이 본다고 미니북은 학교에 들고 가기도 하네요.


 

테일즈런너 나타부한 부수한자 시리즈로 214자를 익힐 수 있다고 합니다.

생활급수한자를 아이들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로 보니 줄거리는 줄거리대로 흥미진진해서 재미있어하고~

공부는 해야겠는데 애들 할 게 많아 학습형태로 뭔가를 더 하기 애매할때 도움되더라고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눕기의 기술 -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베른트 브루너 지음, 유영미 옮김 / 현암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독특한 제목에 훅 끌린 책입니다.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 눕기의 기술.

책은 무조건 엎드려서 또는 누워서 읽는 저로서는 침대와 한 몸일 때가 많아 제목만 보고 이건 꼭 읽어야 해!!! 외쳤다는.

 

표지를 벗겨내면 표지 뒷면에 저렇게 "눕는 게 메리트" 포스터가 있네요.

표지마저도 센스만점입니다.

 


 

요즘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깨어있는 매순간 움직이며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누워 있으면 게으르고 무능력한 인간으로 여기는 세태죠.


하지만 <눕기의 기술>에서는 누웠을 때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너무 과하게 오래 누워 있는 것은 제외하고요.


 

누워 있는 것은 짙은 안개 속에서 산책하는 것과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다 해요.

보통 우리는 재충전 하려고 또는 지쳐 나가떨어졌을 때 눕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합니다. 눕기는 에너지 재충전의 의미뿐일까요?


<눕기의 기술>에서는 눕기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네요.

눕기에 대한 철학적 의미, 사회 문화적 변화, 수면과 관련한 잡다한 상식, 작품 속에 표현된 눕기와 관련한 문장들, 편안히 눕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가구와 기술 등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었어요.


영국의 사회비평가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은 <침대에 누워> 에세이에는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누웠을 때 천장을 바라보다가... 침대에 누워 천장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다린 색연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그러다 미켈란젤로 역시 누워 있는 걸 즐겼기에 그 유명한 천장화가 탄생하지 않았겠냐는 기발한 생각마저 나오네요.

 


누워서 책을 쓰던 작가들처럼 누웠을 때 창의적 활동을 하는 사례도 소개합니다.

미국의 여류 소설가 이디스 워튼은 거추장스러운 의복을 걸칠 필요가 없어 글을 쓸 때는 침대로 피신했다고 하는군요. 누워서 책을 읽는 경우 책 내용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될까? 누워서 읽어야 제맛이 나는 작품은? 같은 호기심도 나옵니다.


 

잠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와는 상관없이 몸을 편안히 하는 눕는 자세는 127도 정도 편히 기댄 자세가 앉아 있을 때 나타나는 척추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알맞다고 하는군요. 

물론 주관적인 느낌에 따라 편안함을 느끼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듯, 눕기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기술이기도 하지요. 어쨌든 이런 욕구를 충족시기 위해 라운지체어, 침대, 소파 등 눕는 데 도움이 되는 가구, 시설이 탄생했습니다.



 

잠에서 깨어날 때 고통스러운 경우도 언급하는데, 이 부분도 공감 많이 했어요.

낮잠을 자거나 낯선 곳에서 자고 일어날 때 특히 이런 일을 겪었는데 말로는 뭐라고 표현할지 몰랐던 부분이 <눕기의 기술>에서 정확히 인용해 뒀더라고요.

마르셀 프루스트가 잠에서 깰 때의 감각을 예리하게 포착한 장면입니다. " 한밤중에 깨어나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첫 순간에 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 단지 존재한다는 단순한 느낌만이 있을 따름이었다. 그것은 피조물 깊은 곳의 전율 같은 것이다. 나는 원시시대의 동굴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특징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뒤 기억이 찾아와...... 나를 무(無)의 상태로부터 끄집어내었다. 나 혼자 그곳을 빠져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독특한 지각 장애가 나타나는 몇 초 정도의 순간은 의식의 기초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눕기에 관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인용하는데, 눕기에 관한 찬반 나뉘더라고요.

프로이트는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카우치에서 환자를 치료했었고요. 니체는 "잠자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자기 위해 온종일 깨어 있어야 하니 말이다." 라는 말을 남겼고, 그루초 막스는 "침대에서 할 수 없는 일은 가치 없는 일이다." 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반대로 수면 그 자체를 하찮게 여기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헨리 포드는 아예 쓸데없는 것이라 했고, 알렉산더 대왕, 나폴레옹, 에디슨, 처칠 등도 수면시간이 극도로 짧았지요.


 

“ 눕기의 기술은 인간의 확실한 행동 레퍼토리에 속한다. 눕기는 다양한 장소, 공간, 배경에서 다양하게 실험될 수 있다. ” - p203


“ 누워 있는 행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결코 눕기에 대한 정당화나 복잡한 철학적 논문 같은 것이 필요치 않다. 그것은 세상에 발을 굳게 딛고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행동이다. ” - p205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게으름에 부치는 목가>라는 글에서 "걷는 법을 알고 있는 건 이탈리아인들뿐이고, 눕는 법을 알고 있는 건 동양인들뿐이다"라고 적었듯 다양한 문화에 따라 눕기의 의미가 다르고, 역사적으로는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에게 눕기란...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만 가능해진 상황 때문에 점점 눕기와는 멀어지기 시작했군요. 하지만 누운 자세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자세란 걸 생각하면 눕기의 재발견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입니다.


눕기에 대해 역사, 문화인류학, 의학, 과학, 철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으로 살피는 <눕기의 기술>은 자신에게 쉼을 허락하는 눕기의 매력을 끌어올리며 눕기 문화의 재발견을 촉구합니다. 눕기를 예찬하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개의 사자 1 블랙 로맨스 클럽
송주희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2권까지 포함한 리뷰입니다.

 

블랙로맨스클럽 신간 <안개의 사자>는 신들의 전쟁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취향저격.

판타지소설에서는 보통 북유럽 신화가 강세인데,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북유럽신화 쪽이 더 전투적이고, 음침하면서도 뇌쇄적인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안개의 사자>는 가장 오래된 수메르 신화와 거인과 신들의 전쟁을 다룬 북유럽 신화 이야기를 섞어 새롭게 창작한 소설이라는군요. 이 책 읽으면서 북유럽 신화를 좀 더 알아봐야겠단 생각이 들 만큼 북유럽 신화 매력적이더라고요.


<안개의 사자> 세계관부터 간략히 언급하자면, 혼돈에서 태어난 모든 신의 아버지 아누와 아누만이 머무르는 공간이 있고, 거대한 물푸레나무가 모든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세계수 가지마다 신, 거인, 난쟁이, 인간의 영역이 자리 잡고 있어요. 인간의 영역은 우리가 흔히 알듯 에덴이라 불리고요.


여러 신 중에서 안개와 얼음의 나라를 지배하는 여왕 헬과 태양신 카옐을 주축으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흉측한 몰골로 태어난 실패작 헬. 제 미색에 도움된다면 무엇도 가리지 않고 야만적이었던 헬은 아름다움을 얻어낸 방식이 경악스럽더라고요. 괴물들 위에 군림하는 여왕으로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죽음의 여신입니다.

하지만 헬은 처절한 외로움을 겪고 있어요. 태어나자마자 아버지 아누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순간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합니다. 흉측한 외모였을 때는 다른 신들에게 비참한 놀림감이 되기도 했고요.


 

그러던 중 모든 신의 아버지 아누가 만든 인간인 아담을 헬이 탐냅니다. 다른 신들처럼 에덴이란 영역을 뺏고자 하는 나쁜 마음을 먹고 접근했다기보다는 아담의 순수한 호감에 매혹당하면서 소유욕이 불타오르죠. 얼마나 순수했냐면 헬이 미색을 동원해 아담을 꼬드겨도 아담은 그저 순진무구한 눈망울로 '난 몰라요~' 표정만 짓습니다 ^^


“ 작은 동물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않으니 저가 아름다움을 위해 수많은 희생자를 낸 까닭을 이해해 주지 않을 게 뻔해 보였다. 그렇기에 그저 아담이 지금의 제 모습만 알아주길 원했다. 분명 언젠가는 진실을 알게 될 테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것들이 끝나 있겠지. 헬은 영원한 사람을 믿지 않았다. 아담은 그저 대가를 받고 나와 어울리는 것뿐이야.


평생 상처 입어왔던 헬은 아담 역시 영원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미색을 위해 저질렀던 악행을 알게 된다면 이런 아담도 제 곁에서 떠날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래도 다행히(?) 아담은 자신의 의지로 헬의 곁에 머물길 원하네요. “ 속은 미쳐가고 있는데, 외로워서 죽을 것만 같은데라며 아담은 헬의 외로움을 공감합니다. 아담이 보기에 헬은 그저 상처 입은 순결한 백합처럼 보입니다.


“ 그저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만 존재할 뿐입니다.


 

헬에게는 쌍둥이 오라버니가 있어요. 바로 신들의 왕, 태양신 카옐입니다.

1권 첫 장면이... 카옐이 헬을 안고 오열하는 장면인데, 아버지 아누에게 내쳐진 헬을 카옐이 살리려 애쓰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2권 초반 내용을 1권에서 프롤로그처럼 앞세워 보여주고 있는 거였어요.

 


 


“ 힘이 있다고 해서 좋은 부모인 것은 아니며, 약하다고 해서 나쁜 부모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은 혼란스러웠다. 제게 잘해 주지 않는단 이유만으로 아버지가 틀렸다고 보는 건 온당하지 못한 처사처럼 느껴졌다.


카옐이 헬을 아끼는 마음은 맹목적 사랑 형태를 띱니다. 냉혹하고 침착한 군주이자 소름 끼치도록 무정한 카옐이지만 언제나 헬의 편입니다. 헬이 아버지의 사랑을 한 번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을 보며 안타까워하죠. <안개의 사자> 중심축인 카옐과 헬의 비밀은 나중에 반전처럼 짠~ 나와요.


 

이쯤에서 아담의 여자 이브는?

<안개의 사자>에서는 릴리트 라는 이름의 인간 여자가 등장해요. 그런데 아담보다 먼저 태어났었더라고요. 릴리트 역시 아버지 아누에게 버림받았습니다. 아담을 만들기 전 실험 삼아 한번 만들어 본 인간에 불과했거든요. 그래서 아담의 영역인 에덴에 들어가지 못한 채 신들을 향한 증오를 품고 계략을 꾸미지요.


 

헬을 향한 절대적인 애정을 품고 천년의 세월을 지내 온 카옐의 비밀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헬에게서 아버지 아누를 죽여달란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천 년의 기나긴 세월을 인내하며 보낸 카옐. 악당을 자처하며 헬을 지키기 위해 카옐이 해 온 일들이 하나둘 밝혀질 때 정말 두근두근했네요. 더는 줄거리 풀어놓으면 안 된다는~! ㅎㅎ


표지 일러스트를 보면 얘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데,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 보인다 싶었건만 볼수록 매력 있네요. 책에서 성인의 모습이기도 하고 소년 소녀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말이 나오니 어린 모습이 수긍되고요. 책 속에도 흑백 일러가 몇 컷 있는데, 책 내용대로는 완벽한 모습의 일러인데 그래도 좀 더 성숙한 이미지를 풍겼으면 딱 내 취향이었을 거야 하는 이 아쉬움은 ㅋㅋ

헬과 카옐의 관계, 아담이라는 인간과 신들의 관계... 모두 흥미로웠어요.

헬을 지키기 위한 카옐이 계획한 신들의 전쟁 <안개의 사자>, 꿀잼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