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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서양고전 독법
윤은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읽어야 하는데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고전, 내용이 어려워서 누군가의 설명 없이는 읽기 힘든 고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의 변명도 허용되는 고전. 다들 공감하시죠. 소설 고전도 손이 잘 가지 않는데 무려 철학, 역사, 교육, 경제, 정치 분야 고전이라면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기 일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전 읽기에 로망은 있기 마련이고요.
아직 고전 읽기에 발을 들이지 못한 이들에게 골치 아픈 고전에 쉽게 접근하게끔 도와주는 책이 있어요.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은 삶, 정치, 앎에 대한 서양 고전 15편을 뽑아 각 고전의 내용과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고리타분한 인상을 주는 서양 고전을 소개하는 책치고는 윤은주 저자의 말솜씨가 세련되고 재미있어서 지루할 틈 없이 꼼꼼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 양식의 곳간이 비면 열심히 일해서 쌀가마니를 차곡차곡 쌓듯, 마음의 곳간이 비면 고전 읽기를 통해 지혜의 깊이를 다져가야 한다. 』 - p9
저자는 수많은 번역본 중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도 소개하는데 고전 읽기에 도전하는 초보 독서가에게는 이런 부분도 참 유용하더라고요.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은 크게 삶, 정치, 앎에 대한 가르침으로 분류해 15편의 명전을 소개합니다.
그중에서 명색이 철학가들의 수다라는 플라톤의 「향연 」은 사람으로 하여금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인 사랑에 관해 철학적 사유를 보여주고 있어요. 철학 역시 지혜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철학가의 사랑 담론 흥미롭더군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상당히 관심을 끄는 책이었어요. 전범재판 과정에서 그저 복종하며 사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산 아이히만을 고찰하며 무사유의 위험성을 이야기합니다.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에는 고전이라고 불리기에 낯선 책도 있고, 이름은 숱하게 들어 본 책도 있네요.
플라톤의 대화편 중에 사랑을 이야기한 「향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니코마코스 윤리학」, 칸트가 이야기하는 착하게 살자! 「도덕 형이상학을 위한 기초 놓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본질을 담은 「사랑의 기술」, 한나 아렌트가 이야기하는 무사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토마스 홉스의 정치와 지도자 이야기 「리바이어던」, 정작 자기 밥그릇은 못 챙긴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왜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한가 생각한다면 이미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1844 경제학 - 철학수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시민의 불복종」을 통해 실천하는 정의를, 선택의 갈림길을 이야기하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면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능동적 인간을 위한 교육을 이야기하는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 지식인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깨달으려면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
이런 고전을 왜 읽어야 할까요. 현대 사회 문제의 발생 원인을 알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앞선 세대를 살았던 이들의 지혜에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 해요. 고민의 벽에 부딪쳤을 때 지난 세기 현인들의 가르침이 그 벽을 넘어갈 사다리를 제공해준다는 거지요. 물론 시대가 다르고 삶의 주체가 다르고 그 적용 방식이 다르더라도 다양한 삶 속에서 뭔가 중요한 것들을 끄집어내 내 삶에 도움이 되도록 바꿔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전이란 우리 삶을 고민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저 옛이야기 읽듯 필요한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찾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으로 족하지요. 우물 안 개구리 같았던 시야를 넓혀주고 사유를 풍성하게 해주며 우리 삶의 스스로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을 얻게 해줍니다.
일단은 내 책장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 고전부터 찾아보며 고전 읽기를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고전을 읽기 전에 그 시대적 상황 이해가 필요하다 하며, 고전을 읽는다는 의미는 그저 과거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것, 즉 재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서양고전 15편을 참 맛깔나게 설명하고 있어 고전 읽기에 도전하는 초보자에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선택의 길잡이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