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오렐리 발로뉴 지음, 유정애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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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유럽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인공인 황혼라이프 소설 전성시대네요.

프랑스 소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도 괴팍한 이웃집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예전엔 사회적 문제로서의 노인의 삶을 그렸다면, 이제는 유쾌한 감정을 좀 더 드러내고 있다고나 할까요.

100세 고령화 시대를 맞아 더 고독해지고 경제적으로 힘든 노인의 삶이 현실이자 미래라면, 요즘 소설에서 그려지는 노인의 삶은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믹함이 더해져 스토리 자체는 가벼워졌지만, 그 가벼움 뒤에는 길어진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의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가족도 친구도 없는 여든세 살 독거노인입니다.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탓에 온갖 불행이란 불행은 다 자기한테만 온 것 같다며 삶에 그다지 의욕이 없습니다. 엄마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도 너무 빨리 돌아가시고, 평생을 함께한 아내와는 황혼이혼을 하면서 특히 여자와의 인연은 더더욱 없었던 페르디낭 할아버지. 하물며 혼자 살게 되면서 함께 한 반려개도 암컷이었는데 사고로 잃게 되었고요.

하나뿐인 딸과도 관계가 소원한 상태인데, 반려개를 잃고 혼자가 된 페르디낭이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되자, 결국 딸은 아버지에게 양로원 생활을 권유합니다.


아파트 이웃들과도 썩 좋은 관계는 아니었고 혼자 조용히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양로원에는 절대 가고 싶지 않은 페르디낭. 하지만 그를 쫓아내려는 아파트 관리인 노파와의 대립은 스토리의 갈등을 더해가기만 합니다.


무신경하면서 완고한 성격의 페르디낭 할아버지도 나름 수를 쓰긴 쓰는데, 그 과정이 코믹해요.

평화로운 연못에 짓궂게 돌멩이를 던지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페르디낭 할아버지. 이웃 노파들이 싫어할 만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모습에서 아이 같은 면을 볼 수도 있어요. 그런 페르디낭에게 조금은 뻔뻔한 어린 여자아이와 활기차게 노년의 삶을 사는 한 할머니가 다가오는데...


<페르디낭 할아버지 너무한 거 아니에요>를 읽으면서 딱 한군데 정말 분노가 치솟았어요. 아파트 관리인 노파의 악의적인 행동에서 정말 환장 팔짝~ 반려개의 비극, 자살 시도, 양로원행, 살인 누명 등 너무나도 많은 일이 벌어지니 "아니 젠장, 내가 대체 무얼 어쨌다고 인생은 날 이렇게 미워하는 거야?" 한탄할만한 페르디낭 할아버지.


위선과 동정심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꺼리는 페르디낭 할아버지의 마음이 한 편으론 이해도 되고, 친근함과 배려를 사랑의 신호로 착각하기도 하면서 애교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페르디낭 할아버지는 미워할 수 없는 존재였어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노년의 삶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내는지 그 나잇대의 하루를 들여다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누구와 함께 사는 것도 싫고, 사람도 싫은 그는 이제와서 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은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말로는 그저 조용히 지내고 싶다고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살 만한 인생.

무엇보다 즐겁게 지내려 노력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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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는 힘 - 처음 시작하는 관점 바꾸기 연습
이종인 지음 / 다산3.0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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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 TRIZ 트리즈.
트리즈라는 생각법으로 일상 생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책 <다르게 보는 힘>.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에게는 공통된 사고 패턴이 있다?
그동안 창조성을 발휘하는 사고방법에 관한 책은 흔히 봤지만, 그걸 도구로 명명한 트리즈라는 생각법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알츠슐러 박사가 창시한 트리즈 생각법은 기업에서 경영혁신도구로 주목받아왔는데, <다르게 보는 법>의 이종인 저자는 개인의 일상 문제에 트리즈를 도입했습니다.
자금난, 부부 갈등, 직장 내 왕따, 자녀교육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어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들 때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씩 짚어줍니다.
그중 심리적 타성과 관점의 오류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대부분의 창의성은 상식을 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면 반드시 오류가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문제 해결하지 못하는 경직된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리즈 생각법에서는 모순도라고 부르는 그림이 중요하게 작용하더라고요.
기술적 모순과 물리적 모순이 있는데 기술적 모순은 두 가지 목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 물리적 모순은 하나의 수단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타협해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어떤 선택을 해야 하거나 타협해야 하는 것을 문제라고 부르죠.
머릿속에서 엉킨 실타래처럼 있던 것이 모순도를 그려봄으로써 한결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근원적인 모순을 찾아 해결책을 유도하는 사고 원리. 말로 들으니 어렵지만, 원인을 뒤집는 생각의 그물 치는 연습을 하면서 문제의 본질에 한발 다가서는 모순도를 그려보는 것으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 출구가 보이지 않는듯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생각의 그물을 치면 문제 해결 방법이 명확해집니다.

<다르게 보는 힘>에서는 실제로 적용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데요.
카페 허가 나지 않던 장소에서 음료값 대신 공간과 시간을 비용으로 받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민들레영토 사업 모델도 트리즈를 적용해 따져보고, 야구장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해 바비큐 존을 설치한 야구장의 사례도 재미있었어요.

홍팀장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스토리 기법으로 진행한 <다르게 보는 힘>.
그래서 쉽게 읽히는 장점은 있었는데 대신 다양한 일상 문제에 트리즈 생각법 적용 사례를 알려주려다 보니 너무 쉽게 해결되는 분위기라 사례가 조금 가볍게 다가오는 느낌도 있긴 했습니다.

해결 방법이 없을 것만 같았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짜릿합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문제가 문제로만 남을 수 있거나 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요.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트리즈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읽으면 척척 해결하니 쉬워 보이지만... 실제 내 문제에 적용하려면 트리즈 생각법을 더 배워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르게 보는 힘>을 읽으며 이것 하나는 확실히 배웠습니다.
국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경험에 의해서만 생각하려고 하는 고정관념에 붙들리지 말고 문제를 의심해 보는 것 말이죠. 문제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 그것만으로도 긍정 에너지를 보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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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에서 찾은 자본주의 문제와 해법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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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던 애덤 스미스의 경제사상은 틀렸다?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에 대해 잘못 알려진 기존 통념을 비판하는 책,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사실상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원래 의도와 달리 왜곡된 상태라면? 자칭 스미스주의자 김근배 교수님의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은 애덤 스미스의 대표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하나로 통합해 그의 사상을 소개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오늘날 경제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며 21세기 자본주의의 해법을 고민하는 책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 달달 외우다시피 한 이런 경제 개념이 모조리 왜곡된 것이었다니. 이데올로기에 악용된 과학 사례 못지않게 경제도 그랬군요.

 

 


우리는 애덤 스미스를 자유방임주의자로 알고 있습니다. 능력과 이기심이 있으면 누구나 큰돈을 벌 수 있고, 시장에 맡겨두면 잘 돌아간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인용하며 국가는 간섭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죠.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기능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것. 이 단어가 사용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제대로 읽어보면 그제야 알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 경제사상의 핵심은 이기심의 자본주의가 아닌 동감의 자본주의라는 것. 이 사상은 <국부론> 출간 이후에도 개정을 거듭했던, 젊은 시절에 쓴 <도덕감정론>에 나와 있어요.

 

 

 


공감, 동정, 동료애 의미로서의 동감. 동감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 기초해 도덕의 일반준칙을 이야기한 <도덕감정론>에서는 자신을 타인의 처지에 두어 시인될 수 있는 행위는 하고, 부인될 수 있는 행위는 피하라고 합니다. 이런 도덕감정을 타락시키는 것은 만족하지 않는 부의 욕망이 있는데요. 부의 욕망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 마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애덤 스미스는 최소한의 부, 그 이상은 인간 행복을 높여주지 않으니 최소한의 부 그 정도가 동감도 얻고 도덕감정을 타락시키지도 않는 바람직한 부(富)라고 합니다.

 

여기서 '보이지 않는 손'이 등장하는데요. 부의 기반이 의도하지 않게 사회적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나오고 이것이 <국부론>과 연결됩니다. 현대경제학은 이 손을 자유롭게 놓아두면 스스로 조정이 되는 시장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도덕감정론>을 보면 전혀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애덤 스미는 '신의 섭리'에 대한 비유였을 뿐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오늘날 경제이론의 토대가 된 이론을 담고 있는데, 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생애를 살펴봐야 하더라고요. 18세기 만능지식인이었던 애덤 스미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국부론> 탄생 당시 스코틀랜드는 후진국이었고 정치경제적 소수자에 해당했습니다. 적대적 관계의 잉글랜드에 흡수되는 상황에서 정치제도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착취상태였기에 중상주의를 비판하고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자연적 자유주의 체제를 성토한 애덤 스미스. 그 당시엔 엄청난 진보주의자였어요.

 

김근배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경제불평등 문제 방안을 애덤 스미스의 기본 사상에서 찾습니다. 후대에 의해 왜곡된 것이 아닌 원래의 애덤 스미스 사상으로 말이죠. 사회적 통념에 의해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제대로 읽어보길 권하면서요. 현대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포장되어 있고 그걸 벗겨내면 애덤 스미스 사상 대신 자유방임주의가 들어있다고 해요. 문제는 애덤 스미스는 자유방임주의자가 아니라는 것.

 

 

 

<국부론>의 '자연적 자유주의'는 타인이나 사회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는 자유입니다. 자유방임의 자유가 아니라, 신중과 정의의 범위 안에서의 자유를 말해요. 정부 간섭없이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오늘날 자유주의자들과는 다른 입장이었습니다. 이건 당시 시대 상황을 알고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해석해야 알 수 있고요.

 

기본적으로 애덤 스미스는 경제학자가 아닌 도덕철학자였어요. 경제학이란 건 <국부론> 출간 후 130년이 흘러서야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경제학 관점으로 그의 책을 읽으면 도덕철학자로서의 윤리성 부분을 간과해버린다는 겁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독점이익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상인, 제조업자의 폐해가 커 애덤 스미스는 남에게 동감 얻는 범위에서, 법을 어기지 않고 신중히 정의롭게 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김근배 교수는 애덤 스미스의 중상주의 비판 주장은 오늘날 한국경제에 의미 있다고 해요. 소비자인 가계가 어려워 경제위기가 와도 생산자인 기업의 이익이 우선인 현실이니까요.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경영자란 물질적 이윤 동기 외에 비이윤적 동기는 없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경영자들은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니 그런 줄 알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 책 속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 극대화라는 명제 역시 애덤 스미스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한다고 했을 뿐. 이윤 극대화는 현대 경제학자들의 영향으로 나타난 개념이라네요. '자기이익'이란 단어는 이기심으로 번역해 애덤 스미스를 이기심의 옹호자로 만들기도 했고요. 애덤 스미스가 말한 '자기이익'은 타인과 동감하며 이익추구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을 읽어내려 갈수록 애덤 스미스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서민 교육 의무화 주장도 100년이나 앞선 진보 사상이었고요. 마케팅이라는 학문 탄생 훨씬 전에 명품브랜드가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최초로 설명한 학자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갖는 동감 본성을 이해했기에 설명 가능했다고 해요.

 

현대의 경제학은 과학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애덤 스미스의 정치경제학에서 분리된 셈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 가정해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이윤극대화 원칙을 만들었고요. 그로인해 우리 자본주의는 이기심의 자본주의가 되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현실에선 소수를 위한 탐욕의 손이 되었습니다. 공기업도 이익의 극대화만 추구하고 부의 양극화는 심각해졌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따뜻한 손>에서 따뜻한 손이란 바로 동감의 손, 정의의 손입니다. 경제성장 정체, 심각한 경제불평등, 청년실업 등의 문제는 애덤 스미스의 기본 사상으로 돌아가야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은 이미 애덤 스미스식 경제발전 중이라고 해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공자의 사상과 유사한데 이대로라면 중국식 시장경제의 앞날이 기대되기도 한다는 것을 슬쩍 비추기도 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경제 젬병인 제가 읽어도 이 책은 좀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만큼 쉽고 편하게 풀어가고 있는 책입니다. "타인이 설파한 자의적 해석에 의지하지 말고 직접 읽어봐야 안다."고 <도덕감정론>, <국부론>을 읽고 싶게 만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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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거짓말
게르트 보스바흐.옌스 위르겐 코르프 지음, 강희진 옮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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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정확할 거라는 믿음. 그 때문에 대중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사용되는 숫자. 하지만 조작된 수치는 전문적 정보라는 허울을 쓰고 중요한 결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통계의 거짓말>은 수치나 통계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관한 책 중 고전에 해당하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읽고서도 정말 놀라웠었는데, 신기하게도 50년 전에 나온 그 책이나 이번 <통계의 거짓말> 책이나 사례를 보면 달라진 게 없다는 거예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같은 방식으로 속이고 속는 세상이라니..... 이 방법이 먹히니 계속 쓰는 것 아니겠어요?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아무래도 사례가 더 와 닿는 느낌입니다. 실업급여, 국민연금, 선거 등 민감한 문제들을 다루며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불문하고 수치와 통계의 함정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의 통계는 누가, 왜, 어떻게 조작하는가.

긍정적 수치든 부정적 수치든 의문을 품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여론조사기관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설문조사의 중심은 설문 대상자가 아니라 설문 의뢰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이죠. 정치가들의 긍정적 수치는 특히 의심해봐야 하고요.

 

 

 

 

다양한 통계 오류와 수치의 허상을 소개하는데요.

그래프 조작, 인과관계 혼동, 백분율의 위력, 표본 추출 방식, 장기적 예측의 위험성 등 이 모든 것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게 하겠다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물론 악의 없는 실수나 정말 몰라서 오류가 생긴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조차 통계를 그저 맹신하는 사람들에 의해 슬쩍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사례 중 하나가 시금치는 철분 덩어리라는 연구 결과와 관련된 것인데, 중장년층 중에서 어렸을 때 시금치 억지로 많이 먹어본 분들 분명 있을듯해요 ^^ 시금치 100g에 철분 35mg 철분 함유라는 연구 결과는 사실 3.5mg으로 소수점 하나 깜빡한 결과라는군요. 문제는 이 연구결과에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고 믿었다는 거죠. 무려 40년이 지나서야 해결되었다네요.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통계를 함부로 활용하고 해석하는 통계의 오류와 수치의 허상을 스스로 밝혀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계의 거짓말>은 어디까지 믿고 어느 부분을 의심해야 할지 감 잡을 수 있게 몇 가지 원칙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 원칙 외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바로 배경지식을 아는 것입니다. 이슈를 다룬 통계를 해석할 때 최근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면 통계의 함정을 피해갈 수 있는 바탕이 되거든요.

 

 

 

<통계의 거짓말>은 통계를 유익하게 활용하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큰 도움이 되지만, 맹신하면 얼마나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계 뒤에 숨은 의미를 해석해내는 눈을 길러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어떤 통계는 생명과 연관된 것일 수도 있기에 그저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더라고요.

 

금융, 보험 등 일상에서 흔히 겪는 사회, 경제에 관한 사례에 집중하고 있어 뻔한 수법에 너무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인생 교훈을 가르쳐준다고나 할까요. 연습문제까지 있어 재미있었어요. 숫자와 통계의 함정에 낚이기 싫다면 (혹은 반대로 영업으로 활용하기도 하겠지만), 그리고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이슈와 공통된 부분이 많아 어떤 점을 눈여겨봐야 할지도 배울 수 있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숫자로 남을 속이는 가해자 중에는 선한 의도를 품은 사람보다는 부와 명예, 권력, 개인적 영달이 목적인 이들이 더 많다. 피해자 중에도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물게 순수하고 착해서 당하는 사람보다는 게을러서 혹은 편한 것만 추구해서 혹은 눈곱만큼의 비판도 없이 권위를 맹신한 탓에 속는 이들이 더 많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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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휴머니즘 - 스티븐 제이 굴드의 학문과 생애
리처드 요크.브렛 클라크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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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자연학자로서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연구와 삶을 다룬 책 <과학과 휴머니즘>. 2002년 작고한 고생물학자, 진화 이론가, 과학 사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과학자이면서 철학자, 사회학자, 인문학자 면모를 보여준 그의 평생 연구를 짚어보는 책 <과학과 휴머니즘>은 사회학자가 쓴 진화생물학자의 평전입니다. 굴드의 생물학 연구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등을 포함한 인류 역사와 과학과의 관계를 조명한 부분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온전하게 굴드의 생애를 다룬 느낌이었어요.

 

 

 

 

대중적 과학 저술가 스티븐 제이 굴드. 대중과학 글쓰기에 앞장선 그는 엄청난 편수의 과학 에세이를 썼는데, 한국어판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골라 펴내도 분량이 만만찮군요. 절판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책은 소장하고 싶어 원서로라도 갖고 있을 정도로 굴드의 글이 마음에 들었어요. <총, 균, 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처럼 역사와 문화, 과학을 넘나드는 분들을 평소 좋아해서 자연스레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헤겔의 변증법과 마르크스주의적 정신을 바탕으로 하버드 교수 신분으로도 반전 시위 맨 앞에 나섰을 만큼 좌파 정치학에도 전념했고, 과학의 오용과 남용을 극도로 경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과학의 발견, 논쟁을 대중이 알기 쉽게 상세하게 서술한 에세이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일조했습니다. 

 

 

 

고생물학자이자 진화 이론가로서의 굴드는 단속평형이론을 주장했는데요. 20세기 저명한 진화생물학자들의 이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대 종합설의 토대를 마련한 에른스트 마이어, 생물학적 결정론을 주장한 리처드 도킨스, 환원주의적 통섭을 주장한 에드워드 O. 윌슨의 이론의 한계를 꼬집었죠. 이분들의 저서도 굴드의 책과 함께 책장에 함께 꽂혀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론의 우위를 비교하려 들지 않고 그들의 관점 자체에 관심 있거든요. 다양한 현상에 대한 해석과 성격 규정이 자연학의 수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어 그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그중에서 굴드의 비판적 수용, 통찰력을 보이는 사고방식이 개인적으론 마음에 들었고요.


굴드가 주장한 단속평형설은 지질학적 기록 사실에 충실한 해석으로, 대부분의 시간동안 생물 종들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굴드가 바라본 세계는 일반 법칙과 함께 창발성과 우연성이 가득한 역동적인 장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계에서는 느리고 점진적인 과정을 거치는 점진론을 선호하는데, 굴드는 이를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극적인 역사 변화가 이따금씩 짧은 혁명적 순간에 일어난다는 관념을 반대하는 엘리트 집단의 이데올로기라는 거죠. 


 

 

 

점진적이냐 우연적이냐를 살피는 이유는 인류의 역사와 자연사에 진보가 존재하는가의 문제인데요.  

4월에 방한했던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도 이 부분을 제기했었습니다. 굴드는 제한된 진보는 있다해도 그 어떤 방향성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보편적 기조는 있되 사건 자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고요.

굴드는 그런 점진주의가 문화적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우리의 편향이 자연에서 관찰한 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까지는 그걸 이해하려 들지 않았어요. 굴드는 우리에게 편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편향에 관한 굴드의 분석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사로잡혀 있었던 IQ 수치 사례입니다.

IQ 수치는 곧 일반 지능의 지표이고 지능은 대물림된다는 것을 반격해 초토화해버렸는데요. 이처럼 IQ 사건이나 인종별 두개골 크기로 우열을 가린 사건 등 과학이 이념에 의해 왜곡되고, 과학이 사회적 무기로 악용된 사례를 비판했습니다. 

 

 

 

방향성 있는 진보만 있다면 절대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사례도 소개하며 이는 모두 인간 중심적 편향에 의한 것이라는 걸 굴드는 강조했습니다. 굴드가 비판한 현대 종합설의 핵심인 '진화는 방향성을 지니며 진보적'이라는 관념은 멸종하면 적자생존에서 도태된 열등한 존재라는 것인데요.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 종이 우리밖에 없기에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가장 진보된 사람 종이라는 편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겁니다. 호모 사피엔스보다 1,000배나 긴 시간을 지배한 삼엽충은 과연 그 시대 무엇보다 열등했기에 멸종했던 것일까 묻습니다.


인류가 진화의 필연적 결과라는 사고방식은 인간의 오만함이라는 것을 굴드는 경고합니다. 현재의 세계는 가능한 많은 세계 중 하나일 뿐. 현재가 미리 예정된 질서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인간은 반드시 존재의 의미를 찾기에 자꾸 인간 중심 사고를 하게 됩니다. 굴드는 생명의 역사란 향상이 아니라 다양화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강조해요.

 

 

 

인문학적 자연학 수립을 시도한 굴드는 예술과 과학, 사회학과 과학 등 통섭을 몸소 실천하기도 했는데요. 굴드의 통섭은 대등한 통섭이라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과학과 휴머니즘>은 굴드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은 사회학자가 쓴 평전인 만큼 굴드의 인생 후반에 활발한 활동을 한 다양한 분야와의 통섭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문학적 자연학자로서 굴드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논쟁으로 가득한 생물학 세계에 다양한 이론의 개념적 오류를 지적하며 끝없는 경고를 한 굴드의 생명관. 과학이 이념에 의해 왜곡되는 것을 경고하며, 진화과정은 인간 중심적 편향의 사다리가 아닌 관목 형태라는 것을 알리며 불평등 사회, 예술 등 인류에 대한 고찰을 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삶을 <과학과 휴머니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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