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1
김호경 지음, 정형수.정지연 극본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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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냐, 나도 아프다" 희대의 유행어를 남긴 드라마 다모의 정형수 작가와 정지연 작가의 극본으로 KBS1 방송 중인 <징비록>.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데요, 소설책으로 나오기 시작했네요. <낯선 천국>으로 제21회 오늘의 작가상 받은 김호경 소설가의 글로 다듬어진 책입니다.


 

 

21세기북스에 나온 소설 징비록 1권은 드라마 18회분 정도까지의 분량인 것 같아요. 총 3부작으로 소설책 나온다네요.

 

영화 명량이 히트하자 류성룡도 재조명되기 시작하면서 이후 그가 쓴 징비록에 관한 책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요. 역사적 기록물인 징비록은 솔직히 여타 고전 책처럼 선뜻 손에 쥐기 망설였었는데 마침 드라마로도 방영되고 소설로도 나와서... 가볍게 흥미를 끌어보려고 읽은 책입니다.


 

 

징비록의 징비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의미로 7년 임진왜란사를 겪은 류성룡의 시각으로 본 사건 흐름, 민심 동향, 외교전 상황, 활약 인물 등이 총체적으로 담겨있습니다.

이순신을 등용한 인물인 류성룡은 병조판서는 물론 우의정, 좌의정까지 다 지내며 요즘으로 치면 정치인이었죠. 류성룡에 관한 후대 평가가 대체로 좋은 이유가 당파 싸움에서도 그나마 균형을 유지하려고 했던 인물이기에 그런 것 같아요. 


징비록의 주 배경인 임진왜란은 방계 출신 왕으로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선조 시대,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기세를 몰아 대륙 진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을 디딤돌 삼아 중국 명나라까지 장악하고자 시작된 전쟁입니다.


 

 

국방을 단단히 하자는 류성룡의 조언은 외면당하고, 게다가 명나라를 징벌할 테니 길을 안내하라는 정명항도를 명으로 들어갈 테니 길을 빌려달라는 가도입명으로 교묘히 바꿔치기한 국서라든지...  

일본 정세를 제대로 파악 못 한 채 설마 전쟁이 나겠냐 하는 마음으로 당파싸움이나 하던 시기지요.


결국, 임진년 1592년 4월에 부산포가 함락되며 7년 대전쟁의 막이 오릅니다.

얼마나 방비가 안 되어 있었으면 부산에서 대구에 이르는 동안 전투다운 전투도 없었습니다. 왜군은 그들 나름대로 1군과 2군을 각각 이끈 우두머리들의 경쟁으로 누가 먼저 한성을 장악하느냐 내기 아닌 내기 상태였고요.


부산에서 충주까지... 겨우 보름이었습니다.

그나마 믿고 있었던 신립 장군마저 하루도 못 버티고 패하고 말았죠. 충주 싸움에서는 왜군의 피해도 있긴 했습니다. 보름 만에 파죽지세로 왜군이 올라오니 우리의 선조는 도망가자 합니다. 파천을 해야 한다 하면 안된다 다툼에서 왕이 일단 가자는데 가야죠. 위로위로 도망갑니다. 하긴 그 시점의 당시 조선의 국방 상태로서는... 왕이 한성을 지키고 있었다면 또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일찌감치 조선 멸망으로 갔을는지는 알 수 없네요.


 

 

『 백성들이 궁궐을 불태우는 것인가. 나라를 불태우는 것인가.

백성들이 기어코 왕과 무능한 신하, 양반들을 활활 불태워버리는 것인가. 』 - p216


 

 

징비록은 임진왜란 발생 직전부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노령해전까지 시기의 조정 이야기다 보니, 임진왜란사에 등장하는 신립, 권율, 이순신, 곽재우, 사명대사 등 여러 장수, 의병 이야기도 골고루 다룹니다. 누구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임진왜란사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어 좋네요. 


 

 

드라마 전투장면은 영화에 비해 아무래도 허술해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니 분위기가 좀 반감되긴 하더라고요. 소설로 읽으니 맘껏 상상하며 감정이입은 더 잘 됩니다. 드라마 극본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속도감도 좋고 술술 잘 읽혀요.


피로 쓴 교훈이라는 임진왜란. 

영의정이자 전쟁 수행을 책임지는 도체찰사였던 류성룡의 눈으로 본 임진왜란. 위기의 상황에서 조선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치판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었는지를 기록한 징비록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후대에 어떤 교훈을 남기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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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 -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
배리 슈워츠 지음, 김고명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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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오늘날 우리는 모두 결정장애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있지도 않았던 결정장애라는 단어가 흔히 쓰일 정도라면 우리 사회가 분명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의미일 겁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우리는 결정장애자가 되었을까요.


 

오늘날은 선택할 게 많아도 너무 많아 선택과부하 상태라고 합니다.

저는 생수를 하나 고르려 해도 가짓수가 많아 몇 번이고 여기저기 멈칫거리며 어떤 생수를 살까 고민한 적도 있었네요. 흔히 짜장면 먹을까, 짬뽕 먹을까 하며 점심메뉴를 고를 때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요. 먹는 것쯤은 잘못 선택했다더라도 남기는 영향이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인생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중요한 선택은 결정의 순간까지 엄청난 고민을 안게 됩니다.


 

치열한 고민을 하고서라도 결정을 내리면 다행이지요.

문제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자체를 좀처럼 견딜 수 없어 한다는 데 있습니다. 하루하루 매시간 우리는 '선택'하며 살기에 '선택'의 문제는 곧 내 삶의 행복과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선택과부하 시대에 선택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선택하는 대로 만족하거나, 불만족하더라도 무시해버리면 그만 아냐?

말은 쉽지만 실제로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통제욕이 있는 인간의 본성으로는 선택안이 많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절대 대안을 무시하지 못한다고 해요. 특히 오직 최고만 추구하고 수용하는 '극대화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선택의 자유가 있을수록 만족감도 같이 상승할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라고 합니다. 선택안이 많을수록 만족도가 덜 하다는 연구결과를 보니 흥미롭더군요.


선택은 축복인가 짐인가?!

못 골라서 망설이고... 고르고도 후회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데 기회가 주어져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일상에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선택과 의사결정에 관련된 연구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이 어려운 이유를 밝히고, 선택이 우리에게 심리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끼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어떤 선택으로 내가 어떤 기분이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 - p58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기대 효용과 경험 효용이 맞아떨어지고, 경험 효용이 기억 효용에 충실히 반영되어 아귀가 딱딱 맞는 경우라고 해요. 그런데 경험과 기억이라는 것은 상당히 많은 오류를 지닙니다. 나 자신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말이죠. 저자는 예측, 정보 수집, 정보 평가에서 저지르는 다양한 실수 사례를 보여줍니다.


『 눈앞에 수많은 선택안이 펼쳐져 있으면, 우리는 선택자가 아니라 찍는 자가 될 위험성이 있다. 』 - p88


능동적이 되어야 할 선택권이 우리 발목을 잡아버리는 셈이네요. 선택의 폭이 넓으면 그만큼 결정을 내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선택안이 하나도 없다면 실망은 할 수 있어도 후회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선택안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안을 고르기에 이때 생기는 후회가 행복에 관여하게 되는 겁니다. 과도한 후회는 개인적 관점에서 그 원인을 찾으면서 결국 자신을 탓하기 쉬워집니다.

 

 

『 자신의 선택이나 경험에서 좋은 점에 더 많이 감사하고 나쁜 점에 더 적게 실망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주관적 경험이 크게 증진될 수 있다. 』 - p257


선택 과잉을 극복한다는 것은 곧 스트레스를 푸는 법과 일맥상통합니다.

저자는 몇 가지 기술적인 방법과 심리적 해결안을 제시하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인생에서 어떤 선택이 정말로 중요한지 파악하고 거기에 시간과 공을 들이며 그 밖의 많은 기회는 그냥 지나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예컨대 선택안은 두어가지 정도만으로 두는 식으로 나름의 원칙을 세우라는 거지요.


저자가 말하는 다양한 해법의 기본은 '적당히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적당히 만족하는 법을 알고 실천한다는 것은 통제욕과 소유욕 있는 인간에게 고된 길이네요.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결정장애가 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하므로 의식적으로 생각의 습관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알게 해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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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Nature & Culture 2
앤드루 로빈슨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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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저자 앤드루 로빈슨 / 반니 / 2015.04.30 / 페이지 288



2015년 4월 네팔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04년 인도양 대지진의 참혹한 모습을 보며 자연재해는 다시 한 번 인간에게 무력감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쓰나미 장면은 재난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우리나라는 지진 피해의 영향을 덜 받아서인지 지진의 심각성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남의 일만 같고 절대 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죠. 지진에 관해서는 오히려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과학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 앤드루 로빈슨은 세계 대도시의 절반가량이 지진 위험 지역에 있고, '절대'라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지구 상의 그 어떤 지역도 지진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것. 그렇다면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요.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는 지진의 역사를 차근차근 살피며 지진이 인류 역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지진을 예측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인간의 노력을 다룹니다.

 

 

역사적으로 엄청난 자연재해인 지진의 원인을 찾는데 신의 분노, 초자연적인 동물설이 많았다고 합니다.

유럽에서는 마녀론이 등장해 정치적으로도 악용되었고,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으로 인한 화재 때는 조선인들을 문제 삼아 당시 많은 조선인이 폭행, 살해됐다고 하니...

 

 

 

자연재해로서 우리가 익히 아는 것은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를 삼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지요.

'강'만으로도 높이 12m의 쓰나미가 생겼을 정도였던 1755년 리스본 지진을 기억하는 이는 드뭅니다. 지난달 네팔 지진 역시 현재진행형이지만 벌써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 지진 피해.

지진만으로도 한 나라의 번영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1923년 간토 대지진 때 지진 이후 화재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다네요.

지진 자체도 두렵지만 뒤이어 일어나는 쓰나미, 화재의 파괴력이 무시무시합니다. 


화재 폭풍이란 것을 생생하게 묘사한 글이 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길을 휘감아 조그만 소용돌이를 만들었고, 이 소용돌이는 사람들을 허공으로 빨아들였다가 작은 불덩어리로 만들어 내뱉었다. 공원 전체가 쇠도 녹이고 휘게 할 만큼 뜨겁게 타오르는 불구덩이로 변했다. 거기로 도망쳐 왔던 거의 모든 사람이 불에 타죽었고, 너무도 철저하게 파괴되어 몇 명이 죽었는지조차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과학의 한 분야가 된 지진학의 시작은 18세기부터랍니다.

지진의 진도, 규모의 차이라든지 지진파란 무엇인지, 지진파를 이용해 진앙지를 찾는 방법이라든지 지진과학과 내진 설계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지진이 일어나는지 예측하기란 힘듭니다.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세계 지진의 대다수는 판의 경계에서 생긴다고 합니다.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믿는 것만큼이나 지구의 지각이 움직인다는 대륙이동설 역시 처음 등장했을 때는 믿기 힘든 사실이었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지진이기도 합니다. 대륙이동설 때문에 지구과학에 혁명이 일어났고 판구조론은 지질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


2004년 인도양 대지진의 경우 깊이 1,200km에 넓이 200km의 면적이 흔들려서 단층이 10m 정도 이동했다네요. 대지진의 엄청난 위력을 보여줍니다. 안데스 산맥 지대 아래는 현재도 연간 8cm라는 빠른 속도로 두 개의 판이 서로 맞물리고 있어 안데스 산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해요. 일본이 언젠가 가라앉을 거라는 말도 들었을 텐데 이건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고요.


무엇이 움직이는지는 분명해졌지만, 여전히 왜? 언제?는 미스터리입니다.

그래서 과학소설 <리히터 10>에서는 구조판을 핵폭탄을 폭발시켜 '부분 용접'하는 방식으로 지진을 영원히 막으려는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정말 인간의 상상력이란. 무모한 인간의 역사를 보면... 저 상상력이 불가능한 엉뚱함이 아닌 정말 저렇게라도 할 수만 있다면 지구를 용접해버릴 것 같아요.

 

마침 6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대지진을 다룬 재난영화여서 유독 관심을 받고 있죠. '샌 안드레아스' 단층은 신기하게도 우리 눈으로 확인 가능한 단층이거든요.


지진의 참모습과 지진을 조사하고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기 위한 인류의 투쟁기를 다룬 <지진 두렵거나, 외면하거나>. 인간이 손 쓰기 힘든 것이기에 오히려 경외심으로 바라보게 되는 존재가 자연재해인 것 같아요. 재앙을 겪으면 인간은 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진에서만큼은 화재의 탓을 하거나 괴담 일색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과학적, 유사과학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엄청난 공포를 안기기도 했던 역사가 있고요.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며 '잘못된 무관심'으로 살기도 하고요.


인류 문명은 발전해가는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는 이제 수량화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낳습니다. 대비도 복구도 막막한 자연재해와 공존하는 법을 찾는 인간의 행보가 결실을 볼지, 아니면 자연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해질지...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건물이 죽이는거다

자연재해가 단순히 자연이 일으키는 것이 아닌 인류의 발전 과정에서 그 위력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아져 결국은 인간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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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여행 - 이탈리아를 거닐며 르네상스 천재들의 사유를 배우다 아트인문학 여행
김태진.백승휴 지음 / 오아시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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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베스트 티처 수상, 2013 가슴에 남은 수업에 선정된 김태진 님의 아트인문학 강연을 업그레이드 한 책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미국프로사진작가협회 사진명장인 백승휴 사진작가의 눈부신 사진이 더해져 환상적인 책이 탄생했네요.


귀에 착착 감기는 이야기꾼인 꿀구라 김태진, 직관적이며 때론 엉뚱한 한마디로 통찰력을 뽐내는 막구라 백승휴. 척척 궁합입니다. 사진도 그냥 참고사진 수준이 아니라 백승휴 사진작가의 인문학적 교양이 철철 흘러넘치는 글이 깊이를 더해주고 있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예술과 인문학 그리고 여행, 이 세 가지가 잘 버무려져 있는데요.

예술을 통해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인문학적 교양을 목적으로 하네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곧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본질을 찾는 길이라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보이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걔 진짜 짱이야! 걔 때문에 세상이 변했어. 근데 걔는 아웃사이더였거든. 도대체 어떤 자질을 가졌길래 짱 먹었을까?"


<아트인문학 여행>은 그들의 창조성의 원천을 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창조력이 가장 활발하게 분출한 시기였던 르네상스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요.

 

피렌체, 밀라노, 로마, 베네치아에서 활동한 브루넬레스키와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티치아노를 소개하는데 다섯 인물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얼기설기 엮인 주변인물(이라고 해도 엄청나게 유명한 예술인들)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 브루넬리스키와 그 일당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나보면서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는 '도전'이다. 이들은 남에게 머리를 숙이거나 타협하지 않는 이른바 '무식한 도전자'들이었다. 』 - p63


이름없는 듣보잡 건축가였던 브루넬레스키의 손을 거친 피렌체 두오모 성당 돔 공사 에피소드는 르네상스 양식의 창안자 브루넬레스키의 도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인자로 편안한 지위를 누릴 수도 있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던 로마 고대유적을 파헤치며 오랜 세월 독학으로 결국 일인자의 자리에 우뚝 서더라고요.


『 창조는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일이니 익숙한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브루넬레스키와 그의 일당들은 창조성의 가장 첫 단계가 다름 아닌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 생각대로 해보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만나야 한다. 주위의 몰이해와 선입견도 장벽이 된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선구자들을 보면 세상의 모든 핑계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 - p65~66

 

백승휴 사진작가 역시 막구라의 줌인, 줌아웃 코너를 통해 사진과 관련한 기술적 이야기는 물론 그 작품과 관련한 역사적 배경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은 단순히 작품과 그 배경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더 깊이 파고들어 갑니다. 인문학의 부활과 장인의 기술혁신이 더해진 르네상스 시대에 빛을 발한 창조성의 비밀을 탐구하지요.

 

 

 

하나의 작품에는 놀라우리만큼 숨겨진 배경이 있던데,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과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네요. 르네상스 시기에는 특히나 인문 교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의 차이가 묘하게 구분되었는데, 작품의 숨은 의미를 알고 보는 사람은 미소를 짓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 신세 되기 일쑤였다고요. 그래서 고대 신화를 포함한 인문 교양 공부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졌다 해요.

 

『 당신은 인생을 걸고 헌신할 소중한 대상을 찾았습니까?

설령 결과가 더디게 나온다 해도 손해를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해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도전할 수 있습니까?

당신을 몰입하게 만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스스로 완벽한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까?

당신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입니까? 그중에서 새롭게 창조할 것은 무엇입니까? 』

- p301~302

 

 

역사를 되짚어보면 미래가 보인다고 하죠.

피렌체에서 시작한 작은 변화가 세상을 뒤집는 혁명이 된 르네상스. 진부함을 거부하고 시대를 앞서간 이들의 발자취를 보며, 남들 흉내 내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낙오자가 되기 쉬운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아트인문학 여행>은 도전, 과감한 투자, 몰입, 헌신, 재창조의 코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탈리아 조각, 건축, 회화 작품으로 보는 창조의 시대 르네상스의 가치.

꿀구라의 재밌고 쏙쏙 이해 잘 되는 글과 막구라의 환상적인 사진 조합은 말할 필요가 없네요. 아름다운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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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북 ThanksBook Vol.9 -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매거진
땡스기브 엮음 / 땡스기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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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깊이를 더해주고, 책과 친하지 않은 이에게는 거리를 좁혀주는 북매거진 땡스북.

얇은 책 한 권에 문학, 에세이, 과학,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서른 권의 책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땡스북 9호는 '길'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네요.

눈에 보이는 길이기도 하고, 인생의 길이기도 합니다.


최재선 교수는 <20대, 꿈꾸기 위해 깨야 할 것들> 칼럼을 통해 준비 없는 떠남이 가능한 20대 청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길 권합니다. 낯섦을 도전해 본 이에게 선물처럼 찾아오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이야기하면서요.

자존감 뚝 떨어진 청춘들. 하지만 이 시기는 자기도 모르고 있었던 잠재력을 깨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기회가 그대들의 손에 달려 있음을 고하고 있네요.

 

<길을 떠날 때 챙겨야 할 것들> 코너는 불확실한 인생의 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인간의 삶이여 삶의 여정을 모험을 통해 그려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한 관찰의 인문학, 끊임없는 선택의 시간에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만나는 「갈림길」, 길을 벗어났을 때 만나는 소소한 행복을 두 꼬마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등 총 14권의 '길'과 관련된 책을 소개합니다.


 


『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가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당장 서점에 가서 책 한 권을 들추어 보라.

그 안에서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의 슬픔과 기쁨에 대해 온 마음을 다해 여러분에게 들려줄 것이다. 』 - p37


 

 

 

<단단한 고전, 만만히 읽기> 코너와 <도전장, 이 한 권의 책>은 마침 동서양 고전을 나란히 소개하네요.

「장자」의 세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장자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번역 책도 알뜰히 알려주고, 고전명 작 제목만 알고 선뜻 도전하지 못하거나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읽어라~ 하며 배경지식을 세워주네요. 이번 도전장 책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입니다.

 

 

땡스북은 매호 추천도서 10권을 특별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그 10권은 모든 출판 관련 기관과 독립된 독서진흥단체 (사)땡스기브가 자유로이 선별한 도서라네요. 소개하는 책이 누구에게나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세상에 나와 있는 수많은 책 가운데 결론이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읽기를 놓치면 아까울만한 책인 것 같아요.


한 권의 매거진 덕분에 만난 서른 권의 책. 눈이 반짝거릴만큼 마음을 끄는 책 한 권을 발견하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네요. 이런 책도 있구나 하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것... 책을 좋아하는, 좋은 책을 만나고 싶은 이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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