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읽다 - 행동심리학으로 풀어 본 인간관계 해법
김재득 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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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에 드러나는 성격을 이해하면 나를 잘 알게 되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나를 위한 처방전! DISC에 관한 책입니다. 번역서가 아닌 우리 상황에 딱 맞는 사례로 설명해 더 재밌고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자신을 알고 남을 이해하는 데 도움 주는 도구인 DISC는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 네 가지 행동유형이 있습니다. 겨우 네 가지 유형이지만 실전에서 상대방 성향 파악하는 데는 오히려 활용도가 높네요. DISC에서 말하는 네 가지 행동유형을 기억한다면, 짧은 시간에 상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행동을 읽는다는 것은 관계를 위해 필요한 거죠. "관찰"을 위한 도구인 셈입니다.

내 성격과 상대방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 데 큰 무기가 됩니다.


DISC 유형마다 주요 특징이 있는데 유형마다 툭툭 내뱉는 말 예시를 보니 빵 터지네요.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있다 해서 딱 네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성향이 우세한 두 가지 유형을 조합도 하고, 극단적인 유형도 있기도 해서 실제로는 가짓수가 늘어나는군요.

읽다 보면 유형별로 주변 인물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아, 이 사람은 이 유형에 가까운걸~ 이런 걸로 스트레스받다니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드네요.

 

 

<당신을 읽다> 책은 DISC의 정확한 이론 설명은 물론이고, 유형별 사례 제시가 다양해 읽는 재미가 있었어요.

유명인들의 행동을 해석하거든요. 조선의 왕, 역대 대통령, 드라마 인물들 그리고 상황별로 가정에서의 문제, 사회생활에서의 문제 등 개인과 기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 DISC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한 도구다. 사람을 구분하고자 함이 아니라 이해라고 수용하고자 한다. 』 - p46

 

보통 우리가 말하는 '기질'은 내면 깊숙하게 숨어 있는 타고난 성격적 소질을 말하고, '성격'이라는 것은 환경, 교육, 습관, 관습 등을 통해 형성되는 거라 개조 가능한 부분이며,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을 때 진정 드러나게 되는 다듬어진 성격을 '인격'이라 말합니다.


DISC만으로 그 사람을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행동 유형은 알 수 있게 됩니다. 개인이 가진 강점, 약점, 욕구를 보여줘 이런 부분을 보완한다면 더 나아질 것이다는 조언이 가능한 도구지요. 그래서 DISC로 성향을 파악하고 나면 강점은 강점대로 발전시키고, 약점은 약점대로 보완할 수 있기에 자기계발에 딱 맞는 도구입니다.

 

성향이 다르면 자꾸 부딪치게 되는데 가족관계에서는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부부, 아이 문제를 언급하며 설명하고 있어요. 갈등, 스트레스 등이 지속하는 사회생활도 상대방 유형을 알고 적절히 대처하면 쓸데없는 정신소모는 덜하게 될 겁니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여도 비언어적 행동으로 무심코 나오는 부분을 잘 관찰하면 해법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 행동유형을 내적 탐색을 통해 찾아 자아실현을 도모하는 데 활용하면 됩니다.

 

내 행동성향을 어떻게 계발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내 약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한 것 같아요. 변화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게다가 똑같은 상황에서도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듯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네요.

한국적 상황에 맞는 최초의 DISC 전문서적 <당신을 읽다>는 자기발견용 행동심리 도서이자 인간관계 해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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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힘 - 절망의 시대, 시는 어떻게 인간을 구원하는가
서경식 지음, 서은혜 옮김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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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2세로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 역사의 증인으로 살아온 서경식 저자의 책 <시의 힘>.

요즘 세대에게는 재일조선인이라는 말 자체도 낯설듯 합니다.


이 책은 재일조선인의 삶을 사는 그에게 시와 문학이 어떻게 단단한 자아를 형성시켰는지, 그의 경험을 토대로 시와 문학의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80년 전의 루쉰, 60년 전의 나카노 시게하루, 그 외 한국의 시인들이 남긴 시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구제책이 될 수 있을지를 알려줍니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에서는 그의 자의식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3 때 필명으로 자비 출판한 시집 「8월」에는 1960년대 재일조선인의 정신사를 알 수 있는 시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일본어로 한국이라는 조국을 이야기하는 것의 한계와 모국어로 쓰기엔 너무 일본인이라 양자 사이의 경계에서 재일조선인만의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게다가 한국 유학을 갔던 두 형이 정치범으로 수감생활을 하게 되면서, 한국의 민주화와 조선의 평화통일을 위해 스스로 도약을 원하지만, 맘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일본에서 한국시인들의 저작물을 읽으며 민족 문학과의 만남 이후 그에게 시와 문학이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아남고자 하는 저항의 무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자아 탐구 자세가 보입니다. 자의식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말이지요. 그는 일본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재일조선인이라는 소수자 입장의 대항적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으로 본분을 다하고 있습니다.


『 인간은 승리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가 이기고 있기에 정의에 관해 묻고, 허위로 뒤덮여 있기에 진실을 말하려고 싸운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자로서 가져야 할 도덕의 이상적 모습이다. 』 - p55


 


일본 국민의 사고방식, 일본 현 정권의 모습을 이야기할 땐 속이 터지기도 했네요.

동아시아 근대사에 대한 엄청난 시각차를 보여줍니다. 메이지유신 이래 청일, 러일 전쟁부터 이어진 침략사와 그로 인해 추진된 근대화 그 자체를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시점이 없었던 일본이잖아요.


윤동주의 시가 일본에서는 어떻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이야기할 때도 화가 치밀더군요.

일본에서 조선의 시인을 이해하려면 고통, 고뇌, 굴욕을 생략하지 말아야 하건만 윤동주의 시는 그저 감미로운 서정시로 일본인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합니다. 게다가 문화적 식민지주의 심성의 고의 번역으로 의미를 퇴색시켜 안타깝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인도 크게 다를 바는 없을 겁니다. 이제는 잊히고 있는,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먼 옛날이야기 정도로만 여기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서경식 저자는 중국 시인 루쉰과 여러 민족 시인을 소개합니다.

나카노 시게하루는 루쉰의 시를 "서정시 형태의 정치적 태도 결정"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정치와 문학의 결합이 돋보였던 루쉰과 조선인으로서 근대적 자아 형성에 깊은 영향을 준 이상화 시인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어요.


 

 

그들의 시를 통해 서경식 저자는 시와 문학의 역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승산 유무를 넘어선 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바로 시와 문학의 역할이라고요.

그런 시는 차곡차곡 쌓여 끊임없이 패자에게 힘을 준다고 합니다. 승산 유무로 따지자면 소수자는 언제나 패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시와 문학은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거나, 이럴 수가 있다거나, 이렇게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것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거죠. 시인이란 어떤 경우에도 침묵해선 안 되는 사람인 겁니다.


『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 사회에 소외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상, 시인의 일은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대가 시인들에게 새로운 노래를 요구하고 있다. 』 - p155


 

 

동아시아 근대사의 역사관과 관련한 시와 문학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 <시의 힘>.

일본이나 한국이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새겨들을만한 말이 많습니다. 재일조선인의 삶을 살며 겪은 자의식 변화와 성장을 통해 시와 문학의 힘은 바로 우리를 끝없이 비인간화하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합니다.


사회적 의제를 다루면서도 쉽게 읽히는 책을 만났습니다.

<시의 힘>을 읽는 내내 그가 쓴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매력 있는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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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살아요! - 이야기로 알아 보는 동물 권리
한미경 지음, 정진호 그림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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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 동물 복지, 동물 권리에 대해 알고 있나요.

옛날에는 기계와 같은 취급을 당한 동물. 하지만 점점 동물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답니다. <우리, 함께 살아요!>는 반려동물, 공장 동물, 털과 가죽을 빼앗기는 동물, 볼거리가 된 동물, 실험용 동물 등 인간을 위해 사는 동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초등 중학년 정도가 스스로 읽기에 딱 적당한 수준이네요.

 

동물의 시점에서 말하는 짤막한 동화가 나오고 이어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있어요.


키우다가 싫증이 나거나 여러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유기 동물 신세로 전락하는 반려동물의 실태는 익히 알고 있을 겁니다. 유기 동물은 열흘 동안 기다렸다가 입양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시켜요. 하지만 지역별로 기간은 조금 늘어난 경우도 있고, 강원 동해시는 2012년에 유기 동물 안락사를 하지 않겠다는 발표도 나왔죠. 하지만 유기 동물은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물건 사듯 새 가족을 들이고 버리기를 반복합니다.


 

 

돼지와 닭 이야기에서는 본성대로 사는 것이 금지된 동물들의 고통을 알려주고 있어요. 콘크리트 바닥에서 철창 속 생활을 하는 돼지, 날개를 펴지 못할 만큼 좁은 우리에 갇혀 알 낳는 기계로 전락한 닭.


그나마 '동물 복지 축산 농장' 인증이 도입되면서 본성대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키우는 곳도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사실 법은 여전히 발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닭은 1,100제곱센티미터 이상 우리에서 자라면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그 크기가 생각보다 넓어지진 았았더라고요. 예전엔 A4 용지 한 장 넓이였다면, 이제는 겨우 A4 두 장 넓이입니다. 그나마 칸막이는 해놓지 않아 걸어 다닐 수는 있게 되었어요. 이런 인증제를 활용해 농장 동물의 복지를 개선하려면 우리 소비자가 인증받은 식품을 그렇지 않은 식품보다 더 사랑해 줘야 합니다.

 


 

 

동물의 털과 가죽을 사용하는 인간의 행태는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끔찍했어요.

살아있을 때 가죽을 벗겨야 가죽질이 좋다고 하니 ㅠ.ㅠ

 

『 동물과 사람은 절대로 같지 않습니다. 동물에게 나타나지 않는 반응이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은 백 퍼센트 열려 있습니다. 동물 실험은 사람의 욕심일 뿐입니다. (레이 그릭 박사) 』 -  p80

 

실험대에 오르는 동물에 관해선 유럽의 동물실험 화장품 금지법 때문에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40개 정도 업체가 동참하고 있다네요. 동물실험의 정당성은 워낙 찬반 의견이 팽팽해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실험 등 대안을 조금씩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은 모른다는 것도 핑계에 지나지 않아요.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고, 세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미룬다는 뜻이니까요. 』 - p99


돈벌이 되는 동물쇼의 진실에 나온 돌고래 이야기는 그 스토리를 잘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군요. 제돌이 사례처럼 동물원에 있던 돌고래를 풀어주기로 하기까지 그동안 잡혀있던 돌고래 열한 마리 중 반 이상이 환경적응을 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겁니다. <우리, 함께 살아요!>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된 보가 많았어요.


그래도 이렇게 서울시가 동물쇼를 금지하게 되기까지 시민들의 자발적 관심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서울동물원은 세계 최초로 동물한테도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동물 권리 장전을 선포했지요.


시민들의 관심만큼 변화는 결국 이루어졌습니다. 동물은 사람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관심은 동물을 위해 필요한 관심입니다. 인권도 엉망인데 하물며 동물 권리는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요? 그거야말로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말이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 속 모든 생명을 대하는 마음, 조금씩이라도 너그러이 풀어주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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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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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청춘들에게 과감히 날렸던 유수연의 독설. 이번엔 독서 행위에 쌉쌀한 독설을 던집니다.

인문학적 성찰을 위한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누군가는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했대요. 도대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통찰력이 생긴다는 말인지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는 그녀의 경험을 토대로 실전형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인생 독해>.

『 나의 희망은 바깥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마주 보는 나 자신의 거울 안에 있었다. 』 - p7


모순덩어리인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독종'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이 없는 시대에 그래도 자신의 내면에서 중심을 잡아야 흔들리지 않고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으로 책이 필요한 것이고요. 책을 통해 나의 가치관의 성향을 만들어 나가라고 합니다. 유수연 저자는 독특하게도 주인공보다는 현실의 모습에 가까운 주변인들의 삶과 태도에 더 집중하는 독서를 하더라고요. 책의 내용보다는 실제 현실에 어떻게 접목하고 응용할 것인지 고민하면서요.

 

 


소설 데미안 」 에서는 동경의 대상이자 부담스러운 데미안을 바라보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이야기보다는 주변 인물 피스토리우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피스토리우스는 그저 허울 좋은 말로 '자신도 넘어서지 못했던 길'을 싱클레어에게 인도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죠. 현실 속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이자 꿈을 이루지 못한 부모의 모습을 대변하는 피스토리우스.


'껍질 속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나'에서 멈춘 피스토리우스야말로 바로 우리 모습이 아닌가 하고 저자는 짚어줍니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단계를 피스토리우스에게서 확인하지요. 지금의 나는 알을 깨고 나아가지 못한 채 성장을 멈춘 건 아닌지 스스로 묻게 된다고요.


그리고 유수연 저자는 이렇게 답을 내립니다. "자신 안의 혼돈에 잠식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현실과 이상을 둘 다 포기하지도, 증명해내지도 못하는 모순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 모순을 살아내는 것이 가장 인간다운 운명이 아닐까 하며 미숙한 나를 감추거나 괴롭히지 않으려 한다고 말합니다.


『 최선을 다해 나의 모순을 살아내며 '현실의 나'를 남김없이 불태우는 것, 너무나 인간적인 미완의 존재로서 나의 길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나의 직분인 것이다. 』 - p35

 

카뮈의 「 이방인 」 은 사회적 통념,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질서, 윤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온 뫼르소를 통해 이 작품이 오늘 하루를 고집스럽게 버텨낸 우리의 삶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합니다. 기성세대의 세계에서 열정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나고 있어요.


『 내게 주어지지 않은 선택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 - p53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싶어 신선했어요. 저도 주인공에만 집중해서 읽어왔던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네요. 유수연 저자가 <인생 독해>에서 말하는 실전형 생존 독서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것에 눈길을 머물고 고민해봐야 한다는 예를 잘 보여주고 있어 그녀가 말하는 독서의 의미가 잘 이해되었어요.


독하고 강한 이미지인 유수연의 캐릭터와 아주 흡사한 캐릭터를 소설에서 찾아내기도 하네요. 찰스 디킨스의 「 크리스마스 캐럴 」 의 스크루지입니다. 자신을 스스로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과 대면해 본 사람만이 확고한 가치관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스크루지를 통해 보여줍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는 공감이 중요하다고 해요. 공감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고, 자신만의 고민과 철학이 있어야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공감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하염없이 공감과 댓글을 기다리며, 나의 존재감을 확인받는 시대.

'내 안의 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의 슬픔을 꼬집기도 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준비란 맷집을 키우고, 나만의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해요.

유수연 저자가 말하는 통찰력이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의 주변을 재배열하는 힘을 말합니다. 외부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적시적소에 자신의 의도를 풀어냄으로써 전체 흐름을 타는, 혹은 이끌어가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할 때 맷집과 통찰력은 얻어진다고요.

 

 

 

『 세상이 너를 알아봐 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가 세상을 모르는 것이다. 』 - p210


스펙만을 키운다고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묻습니다. 기존의 잣대를 벗어나는 시각을 갖춰 기존의 경쟁 범위와 평가 잣대를 바꿔버리라고 합니다. 기성세대들의 생존법을 이제는 따라갈 이유 없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단순히 지식 습득이 아니라 스스로 사유하고 표현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키우는 것, 넓어진 시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계발에서의 독서 역할이라 말합니다. 고전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반복되어온 고민의 역사를 자신의 내면에 녹여보는 훈련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실전형 생존독서고요.


유수연 저자가 <인생 독해>에서 보여준 실전형 독서는 말로만 자기계발 도구로서의 독서가 아닌 나의 중심을 잡는 도구로서의 독서입니다. 인문 고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 남다르게 읽으면서 깊이 있는 독서방법으로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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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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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서스펜스 끼가 좔좔 흐르는 잔혹하지만 공감하며 읽을 수 있고, 한번 붙잡으면 끝을 봐야 책을 덮을 수 있는 소설 소개해달라 하면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추천하고 싶어요.


이 책은 잔혹 우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에스파냐 소설인데요, 취향 발견했다고 스스로 만족스러워하고 있네요. 이런 장르가 주는 묘한 스릴감이 의외로 강렬하게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읽는 중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암시들이 결국 반전을 알게 되어서야 아하! 소리가 절로 나왔답니다.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 거야." 로 첫 문장이 시작됩니다.

숲 속 깊은 우물에 형과 동생이 빠져 있는 상황이에요. 좁디 좁은 우물은 아니고 제법 넓은 우물에 흙벽이어서, 크고 깊은 구덩이와 비슷합니다.


모든 힘을 쏟았지만, 우물을 탈출하는 데 실패만 거듭합니다. 가방 안에 먹을 게 조금 있지만 엄마꺼라며 절대 손대지 않고, 작은 벌레와 나무뿌리로 연명합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 그들에게 애정 표시는 생존하는 데 불필요한 것이다. 잔혹한 파충류의 습성이, 선사시대 악어의 폭력이 지배하는 그곳에서 애정은 침묵의 서약 같은 것일 뿐이다. 』 - p37


『 조용한 분노가 관자놀이를 압박한다. 』 - p38


뜨거운 날씨에 물 한 방울 먹지 못하고 이제는 갈증과 굶주림으로 그들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겪습니다. 극한의 고통 속에 내몰린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이기 이전에 그들도 생존 본능이 있는 인간입니다. 우물이 관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배고픔과 체념이 분별력을 파괴하고 짐승의 야수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윈 살가죽. 죽음이 눈앞에 있을 즈음 마침 폭풍우가 몰아쳐 빗물을 마시며 생명의 끈이 가늘게 이어지게 되네요. 휴우... 순간 저절로 한숨이 크게 내쉬어지더라고요. 이쯤 되면 아이들이 온전히 우물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응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우물에 빠진 지 5주가 지나고, 온갖 증세가 나타납니다.

실어증, 퇴화, 환각 증세를 보이기도 하면서 한마디로 미쳐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생이 특히 많이 힘들어했는데 알 수 없는 말을 많이 했어요.

이때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미쳐가고 있는 동생의 독백이죠.


아틸라 왕에 대해 기본지식을 알고 있으면 동생이 말하는 속뜻을 헤아릴 수 있어요. 아틸라는 북방민족인 훈족의 왕으로, 5세기 무렵 유럽을 장악하며 유럽인에게는 전쟁의 신 아레스가 연상될 만큼 악마로 불리게 됩니다. 당시 위세 등등하던 게르만족을 이기기도 했으니까요. 유럽을 제패하던 중에 협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잔인한 보복을 한 사건이 있어 아틸라는 특히 보복자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유럽인에게는 두려운 이미지인 아틸라 왕의 말을 훔쳐 말발굽으로 신을 만들어 세상을 짓밟는다는 동생의 황당한 이야기는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들어 다시 읽는 경우 특히 이 부분은 처음 읽었을 땐 잘 이해되지 않았는지라 다시 읽으며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살다 보면, 삶이 이런저런 조건을 제시할 때가 있어. 유일한 수단으로 과격한 행동이나 유별난 희생을 요구하면서. 물론 나는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 』 - p89


너무 우울한가요?

하지만 잔혹한 상황에서도 위트가 있습니다. 동생이 우물 생활을 벽에 그리는데 그 그림들을 '동굴' 연작 컬렉션이라 이름 붙여주는 센스.


이제 우물 생활 두 달 반이 지나고 있습니다. 동생은 한계가 왔어요. 형은 강박관념처럼 운동을 반복해오며 정신줄을 놓지 않았지만, 동생은 이제 버티기 힘들어졌습니다.

 

 

 

"준비해. 6일 이내에 널 내보낼 테니까."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끝까지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네요.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형이 준비한 일은 무엇일지.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는 그저 형제애를 자랑하는 탈출극일 뿐일까요? 절대 후회 없을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호불호는 갈릴만한 소설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다 보니 기존 패러다임을 고집하는 이상 잔혹 우화류는 역겹다고 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얼마 전 잔혹 동시로 논란이 있었을 때도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 세상이 잿빛 같은 잔혹 동화 그 자체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한번 깨뜨려 보면 좋겠어요.

<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소설도 수작이자 문제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담론'을 내포한 책이기에 그렇답니다. 작가가 분명하게 의도한 숨은 의미가 있는 책이었어요. 물론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정말 흥미진진했고요. 전 너무너무 강렬하게 잘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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