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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굴 - 영화 [퇴마 : 무녀굴] 원작 소설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7
신진오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8월
평점 :

몰입도 최고! 중간에 손 놓기 힘든 책이었네요. 이 리뷰에 결말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8월 20일 개봉예정 영화 퇴마:무녀굴의 원작소설 신진오 작가의 <무녀굴>. 폭염을 물리칠만한 오싹오싹 공포가 찾아왔습니다. 영화와는 아무래도 약간 차이 나는 부분은 있고요.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이미지를 과연 영화가 제대로 잡아줬을지 약간 걱정이 될 정도로 소설 <무녀굴>을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네요.
황금가지 출판사의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17번째 <무녀굴>은 제주 김녕사굴의 전설이 현재에 이르러 재현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의대 출신 퇴마사 신진명, 과학과 미신의 경계를 넘나든 캐릭터이기에 그의 이력에서부터 호기심을 부릅니다.

소설 <무녀굴>은 산악자전거 동호회가 제주 라이딩 중 김념사굴 탐방을 하다 모조리 실종되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뱀이 아가리를 벌린 형상처럼 생긴 굴이라는데서 이름이 붙여진 김녕사굴. 앗... 김녕사 굴이 아니라 뱀 사 한자어가 쓰인 김녕 '사굴'이었군요. 그동안 김녕사 굴로 알고 있었던 ㅠ.ㅠ; 현재 일반인에게는 개방 금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런데 9개월 만에 실종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희진이 나타납니다. 뭔가에 홀린듯 빙의된 상태로요.
퇴마사 신진명은 악귀를 퇴치하고자 이 사건에 합류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와 검사가 악귀의 소행으로 사망하게 되면서 퇴마사는 이 악귀에 대해 더욱 관심을 쏟게 됩니다.

한편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가 결국 사망한 남편의 아내 금주 역시 점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합니다.
이유도 없이 불안해진다거나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오싹한 기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악몽까지 꾸면서 정체 모를 두려움을 느끼지요. 게다가 금주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악귀의 소행에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자 결국 남편의 후배인 신진명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신진명은 이 악귀가 평범한 원귀도 아닌, 강하고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원한이 지독히 사무친 악귀라는 것을 느낍니다. 게다가 그 악귀가 내는 차랑~ 하며 방울뱀이 내는듯한 소리는 바로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방울인 무령 소리였기에 악귀가 무당이었다는 것을 추측해내지요. 그리고 김녕사굴 탐방에서 실종되었다가 빙의된 채로 나타난 여성의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도대체 이 악귀는 무슨 이유로 원한에 사무친 저주를 부리는 걸까... 이제는 금주와 관계된 모든 이가 저주의 대상인 상황입니다.

저주의 근원을 찾아내야 하는 퇴마사.
그러던 중, 금주가 무당 집안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센병으로 소록도에 있는 금주 엄마를 찾아 할머니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사연이 절절하네요. 제주 4.3 항쟁 때 서북 청년단에게 수모를 당하고 두 눈을 잃은 후, 그들을 복수하다 죽은 한 무당의 이야기. 뱀의 힘을 빌어 인간도 귀신도 아닌 존재처럼 복수했기에... 한을 품고 악귀가 되어버린 무당이었기에... 안타깝지만 결국 그 무당을 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금주의 외할머니였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금주 엄마는 진실 한 조각은 아직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신진명 퇴마사는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제주도 김녕사굴의 전설과 뱀에 관한 미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됩니다.
뱀을 달래고자 처녀를 제물로 바쳤는데 그 뱀을 죽인 영웅이 다른 영웅 전설과는 달리 뱀의 복수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 김녕사굴의 전설입니다.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빙의는 곤충의 몸에 기생하는 연가시처럼 섬뜩합니다. 단순히 과거의 복수만을 위해 움직인다기보다는 뭔가 다른 계략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악귀.
한 교수에게서는 뱀이 가진 여러 의미 중 윤회사상과 영원성을 상징하는 부분도 듣게 됩니다. 복수라는 명목에서 시작된 저주지만, 그 무당이 죽으면서 "두 개의 별이 지고, 달이 피로 물드는 밤에 내가 돌아오리라." 라고 남긴 부분은 의미심장합니다. 곧 개기월식이 있을 예정이었거든요.

뱀은 부활을 상징한다는 의미가 심상찮네요.
퇴마사 신진명은 악귀가 금주의 몸을 원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죽은 자가 산 자의 몸을 빼앗으려는 것을 막기 위해 개기월식을 앞두고 퇴마사 일행은 제주 김녕사굴로 향합니다. 예언을 이룰 수 없게 만드는 변수를 만들고자 하지요. 하지만 과연 변수는 성공할까요? 제주로 향하게 한 상황 자체가 악귀의 계략일지도요...
책을 읽는 내내 자꾸 상상하게 되네요. 최대한 안그럴려고 하는데도 글이 이미지화되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몇 번씩이나 느끼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질 못하겠더라고요.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꿈 때문에 영화적 화법에 익숙한 작가라는 명성이 정말 잘 드러난 소설이네요. 읽으면서 '이건 영화관에서 영화 보다가 가슴 철렁해질 사람 숱하게 나오겠군' 하며, 소름 돋는 장면에선 가슴 쓸어내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어 큭큭대기까지 ^^; 암튼 올여름 최고의 공포소설이다 싶어요. 공포소설 좋아하는 분들은 후회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