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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 - 내성적인 당신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
에비스 요시카즈 지음, 강한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근래 일본의 화두는 "다름"의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 같습니다.
낯가림, 내성적 인간을 이야기는 주제가 눈에 띄네요.
대면 접촉의 중요성을 알려준 <빌리지 이펙트>에서도 타인의 시선이 피곤하고 불편한 내성적인 성격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서툰 사람들은 적절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했는데요,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의 중요성만큼이나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틀에 벗어나 자기만의 자유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특히 지연, 학연 등 조직과 집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생각에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을 텐데요,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의 저자 에비스 요시카즈는 그런 생활을 하고 있더군요.

에비스 요시카즈는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만화가이자 탤런트입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출연자들과 눈도 잘 못 마주치지만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고 할 말은 다하는 독특한 캐릭터라고 해요. 일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이 책에서 남들 눈에는 독특하게 보이는 그런 삶의 방식을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합니다.
저랑 생각이 비슷한 데가 많아 공감되는 부분이 좀 있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속박을 당하거나 자유를 방해받는 일을 제일 싫어한다는 그의 말에는 폭풍공감. 그는 최대한 '무리'의 일원이 되지 않으려 애써왔다는군요. 다른 사람의 부탁도 잘 거절 못 하는 성격이니 가능하면 눈에 안 띄고 싶은 타입이라고 스스로 말합니다.

남들이 보면 웃긴 사람,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면모도 있는데 비슷한 성향인 저로서는 그의 말이 잘 와 닿았어요. 오히려 속내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낯가림이 무기다> 책에서도 천성 낯가림쟁이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자신의 말과 행동이 소극적으로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지요.
물론 내성적인 것도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에서 말하는 내성적인 성격이 은둔자를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성적인 성향은 자기만의 흥미, 취미거리가 세상과의 소통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막연히 무리지어 단체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취미를 공유하는 그룹이나 무언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그때그때 모이는 스포츠 활동 등 무겁지 않은 관계는 오히려 재미있게 할 수 있기도 하지요.
“ 인간의 노력이라고 하는 건 말이다. 그 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집단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다. 그 사람 자신의 기량이나 성격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나는 그 본질을 오인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 - p46
저는 살면서 지겹게 들었던 말이 '외둥이라 외롭겠네' 라는 말이었어요.
지금에야 외둥이 흔하지만 반에서 외둥이는 저 혼자일 정도로 당시엔 흔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말을 들으면 의아하기만 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우물쭈물~
그 외롭다는 말이 형제자매와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 상대, 놀이 상대가 없어서 외롭다는 말이었다면 저는 그런 외로움은 겪지 않았답니다. 혼자 놀기가 잘 되다보니 스스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도 잘 활용하게 되고요. 그런 성향은 지금도 내 시간을 갑작스레 방해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으로 이어지긴 했지만요.
어쨌든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줄곧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가족 울타리 안에 놓여 있어 가족에게서 부족함을 느끼지도 않았고, 또래 친구는 그 나름대로 제가 즐길 수 있는 한도에서 누렸고... 뭔가 부족함을 느낀 일은 없었어요.
외둥이나 내성적인 성향이 혼자 놀면 나름대로 조언이라 하지만 당사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상황을 곧잘 만들더군요.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 일반적인 내성적 성향에게 그런 일이 잦다보니 내성적 성향은 더욱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자신도 점점 자기 성격이 뭔가 잘못된 것인가하는 자책을 하기에 이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혼자 지낼 시간을 좀더 가질 방안을 궁리하는 자발적 고독을 택하는 유형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마음놓고 내성적이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내성적이라는 게 뭔가 잘못된 성격이라는 세상에 살다보니 스스로 스트레스를 더 받지요.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굳이 그렇게 스트레스 받을 필요 있느냐고. 그건 잘못된 게 아니고 틀린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어요. 매뉴얼적으로 내성적인 사람이 기죽지 않아야 할 방법을 찾는다면 이 책은 에세이를 통한 용기를 주는 방식이라 아쉽게 느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의 인생스토리에 공감이 된다면 스스로 좀더 단단히 마음을 굳히게 될거예요.
에비스 요시카즈는 자기 인생의 선택권을 누리라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으로도 괜찮다고 말이지요. 타인을 존중하되, 타인의 눈을 신경쓰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을 싫어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아닌,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과 자유 자체를 좋아하는 내성적 인간에게 자신의 인생담을 들려주며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