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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황선미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비룡소 / 2015년 11월
평점 :
황선미 작가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났다니. 꿈의 조합이네요!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세계적인 동화작가로 발돋움한 황선미 작가가 다듬은 유럽 옛날이야기 10편에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가 폴라드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일러스트레이터 특유의 콜라주 기법이 돋보이는 책 <인어의 노래>. 아이와 함께 읽는 동화책입니다.
<인어의 노래>에는 유럽 민담 10편이 수록되었어요. 폴란드 4편, 프랑스 2편,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영국 각각 1편씩. 우리나라 옛이야기에서 들어봤던 비슷한 줄기의 이야기도 나오고, 처음 듣는 옛이야기도 있네요.

매 편 그 이야기의 명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것만으로 이 이야기는 어떤 주제일까 짐작하기도 하네요.
폴란드 옛이야기 <고사리꽃> 이야기는 죄를 짓지 않은 순결함 젊은이만 얻을 수 있다는 귀한 고사리꽃에 대한 전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얻게 해준다는 고사리꽃. 그 행운을 얻은 주인공은 다른 이들에게 베풀지 않습니다. 심지어 가족에게도요.
반면 <왕이 된 농부> 편에서는 자기를 돌볼 줄 모르고 퍼 주기만 하는 주인공이 마술 반지를 얻은 이후 가난한 농부에서 왕이 되는 신분으로 상승하지만, 원망해도 모자랄 가족의 행동을 용서하고 결국 반지를 버리는 결정을 내리지요.
재밌는 건 <왕이 된 농부>에서 반지를 잃어버렸을 때 찾아준 동물이 있는데 바로 개와 고양이랍니다. 반지를 입에 문 고양이를 등에 태운 채 바다를 건너는 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죠? 옛이야기는 나라별로 비슷비슷한 스토리가 많습니다.
이렇게 <고사리꽃>과 <왕이 된 농부>는 꿈도 못 꿀 큰 행운을 거머쥔 자의 상반된 결말을 보여줍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황선미 작가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보태지 않네요. 담백하게 이야기를 소개하는 역할로만 끝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읽는 과정에서 얻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거예요.

<인어의 노래>는 책 제목이 된 만큼 저도 이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어요.
밤마다 연못에서 인어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깊은 숲 속. 사람들은 자기도 모른 채 인어의 노래를 들으며 편안히 밤잠을 이루지요.
그런데 고통을 잊어버릴 만큼 황홀하고 아름다운 노래이기에 유혹에 빠질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기게 하는 매혹적인 인어의 노래입니다. 이쯤 되면 악인이 등장해야죠. 인어를 요물이라며 잡으려는 사람들을 피해 달아나며 구슬프게 노래한 게 바로 인어의 노래 전설이더라고요.


<인어의 노래>는 폴란드 옛이야기인데,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는 인어 동상이 있다고 합니다.
바르샤바를 상징하는 전설이라는군요.

뭐니뭐니해도 일러스트가 예술이더라고요.
파란 표지의 책이 계속 나와요. 천, 종이, 나뭇잎 등을 이용한 콜라주 기법이어서 심심하지 않은 그림이었어요.
게다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 어린 시절의 모습인듯한 소녀도 계속 등장합니다. 입체감 있는 콜라주 기법이 더 생생함을 주네요.

영국 옛이야기 <사이먼의 칠 년> 편에서는 재미있는 콜라주를 발견했어요. 액자 속 사진이 실제 사진인 것 같은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일지, 아니면 가족사진인지 궁금해지는걸요.
<사이먼의 칠 년> 이야기 너무 재밌었는데요, 7년이란 시한부 조건으로 행운을 거머쥔 사이먼. 그와 소중한 인연이 있었던 무지개 물고기의 활약이 정말 통쾌했답니다. 세 가지 질문에 대답만 하면 시한부 조건을 파기하겠다는 저승사자의 단서가 붙었는지라, 사이먼의 생명을 가지러 온 저승사자가 무지개 물고기가 하는 말에 뒷목 잡는듯한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를 정도로 시원한 결말이었답니다.
<인어의 노래>는 옛이야기의 매력을 아는 엄마라면 아이에게 꼭 선물해야 할 책입니다. 그림만으로도 환상적이고요. 물론 옛이야기를 말로 하면 더욱 좋겠지만, 그 대안으로 이런 책 도움을 받아 말로 이야기해 주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두 작가의 만남으로 이런 예쁜 책을 만나게 되어 기뻤답니다. 무엇보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일러스트는 신의 한 수였어요. 옛이야기와 참 잘 어울리네요. 저도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