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 허밍버드 클래식 6
야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허수경 옮김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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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 클래식 여섯 번 째 The Fairy Tales of Grimm Brothers 그림 형제 동화집.

아담 사이즈 양장본이라 컬렉션하기 좋은 시리즈인 것 같아요.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형제가 고대 독일 민간 설화를 수집해 쓴 <그림 형제 동화집>.

구전되는 옛이야기인 만큼 버전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요, 그림 형제가 당시 내놓은 건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에로틱 묘사는 빼고, 당시 유럽 상황에 맞게 종교적 색채를 더해서 내놓았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읽는 버전은 뻔한 권선징악 이야기지만, 이상하게도 시시한 느낌은 받지 않았어요.

오히려 홀딱 빠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이 마력은 뭐죠? ^^

 

허밍버드 클래식 ​<그림 형제 동화집>은 삽화가가 세 명이나 됩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인데 싶었더니 <크리스마스 캐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가 아서 래컴의 삽화도 있고요, <안데르센 동화집> 삽화가 카이 닐센, 영국 빅토리아 시대 말기에 활약한 삽화가 윌터 크레인의 삽화까지. 어마어마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삽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그림 형제 동화집>에는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백설공주, 라푼첼 등 총 16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대충 줄거리를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낯선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읽어줄 때 잔인한 장면이 있어 고민하는 부모도 있는데요, 예전에 서정오 선생님 말씀이 기억나네요.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잔인한 장면을 하나의 사건 속 이야기로만 대할 뿐이라고요. 예를 들어 늑대에게 잡아먹힐 때 빨간 모자가 괴로워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멀쩡하게 탈출하죠.


허밍버드 클래식 <그림 형제 동화집>도 읽다 보면 뭔가 훅훅 넘어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굳이 자세한 묘사를 할 필요가 없는 부분은 생략하는 겁니다.


 

독일 원서를 번역한 허밍버드 클래식 <그림 형제 동화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최대한 늘리는 묘사 없이 짧은 문장으로만 이뤄져 있어요. 읽어주기에도, 읽기에도 좋은 문장이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림 형제 동화집> 에 수록된 이야기를 참 다양한 버전으로 접해왔는데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그림 형제가 내놓았던 원본 이야기인지, 디즈니 버전인지, 중역 등을 거치며 적당히 알아서 번역 해버린 것인지, 잔혹 버전인지, 아동 버전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었고 뒤죽박죽 섞인 채 알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그림 형제 동화를 만난 것 같군요.


 

허밍버드 클래식 <그림 형제 동화집>은 내지도 은은한 파스텔톤을 다양하게 사용해 책 자체만으로도 참 예뻤답니다. 이 시리즈 소장 욕구 불끈~!


 

​게다가 허밍버드 클래식 시리즈 사은품이 있는데, 성냥이라니~~~

그러고 보니 요즘은 성냥 모르는 아이들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물이네요. 책과 똑같은 표지그림이 사용된 성냥갑 귀여워요.

 


<그림 형제 동화집>을 보면서 손 놓지 못하고 계속 읽게하는 마력이 있었다 했는데요, 처음에는 논리적으로 따지고 싶은 마음이 막 생기더라고요. 이 어쩔 수 없는 어른 감성 ㅠ.ㅠ 하지만 한편으론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더군요. 황당할 수 있는 옛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죠. 상상력의 끝을 보여주는 게 바로 옛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 오히려 더 필요한 옛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주는 매력,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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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을 생각한다
모리카와 아키라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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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도 없다, 계획도 없다, 사무직 없다, 매뉴얼 없다, 회의 없다, 혁신과 차별화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 것일까요 ^^ 흔히 알던 경영 상식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사장의 자세를 이야기하는 책 <심플을 생각한다>.

<심플을 생각한다>의 저자 모리카와 아키라는 모바일 메신저 LINE 전CEO로 12년간 몸담고 있다가, 2015년 LINE 사장직에서 나와 또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중입니다.

 

LINE을 모바일 메신저로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그가 세운 경영 철학은 참 신선했어요. 이 책은 사장의 입장에서 이야기합니다. 사장이 해야 할 일을 제시합니다. 이렇게 했더니 직원과 고객 모두 만족하고, 회사는 성장하더라 이거죠.

 

 

 


모리카와 아키라가 생각한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바로 '심플'을 꼽습니다.

대박 상품을 계속 만드는 것이 회사의 성공이라는 심플한 법칙을 바탕으로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고 하는 열정과 능력을 지닌 사원들을 모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만하고, 필요없는 일은 모두 버리는 심플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네요.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내고 나머지는 버린다는 것. 표면적인 가치와 본질을 동일시하지 말하고 합니다. 본질에 온 힘을 쏟는 것이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요.

 

사장이 할 일은 나보다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을 선정해서 일을 맡기는 것. 그리고 그들의 방해물을 제거해 주는 것,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준비해 두는 것이라고 합니다. 혁신이 중요한 시대에 경영 관리 발상보다는 자유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혁신을 창출하는 것은 사람이니까요.

 

" '경영은 관리다.' 바로 이 고정관념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즉 근본적인 문제는 경영이 사원들의 활동을 일일이 관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원들의 강점을 완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 책 속에서

 

심플한 행동 원리는 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 일을 스스로 찾는 것. 회사는 학교가 아니죠. 교육이니 연수니 하는 건 사원을 수동적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수동적으로 있는 한 싫은 일들만 하게 되고요.

 

 

 

모리카와 아키라가 말하는 '굉장한 사람들'의 공통점도 인상깊네요.

진정한 프로페서녈은 자기 감성으로 살아가고, 눈치를 보지 않아 본말전도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실패해도 된다는 무책임한 생각보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들때까지 모든 노력을 쏟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전문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전문가가 소홀히 여기기 쉬운 소박한 물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문가가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니까요.

 


물론 그도 실패를 많이 했습니다.

그때마다 왜 실패했는가를 철저히 논리적으로 따져봐야만 비즈니스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합니다.

 

 

연공서열식 인사제도 폐지, 솔직하게 말하는 기업 문화... 그가 LINE 사장 취임 후 내세운 방침은 놀랍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해야 하겠죠.

 

인터넷 세계는 변화가 아주 빠르기에 고정된 비전과 계획 같은 것에 얽매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든지, 차별화와 혁신만을 생각하다보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고객은 빠져버린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가치를 창출하면 자연히 이익이 발생하고 그 가치는 바로 고객을 생각하는 본질에 힘을 쏟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일본 경제의 뒤를 밟는 우리나라 현실. 경영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네요. 제목처럼 심플하게 설명하며 핵심을 찌르고 있어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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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Carnegie Diary Book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 - 1년 365일, 나를 보고 싶게 만드는 비결
데일카네기코리아 지음 / 아템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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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Carnegie Diary Book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

성공 철학 베스트셀러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다이어리에서 만날 수 있어요. 2016년에 사용할 다이어리입니다.

선물용으로도 너무너무 근사한 아이템이랍니다. 흔한 다이어리 대신 실천형 다이어리 선물해보세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핵심내용이 12개월에 맞춰 소개되고 있어요.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1년 프로젝트 다이어리북이죠.


카네기가 말하는 성공학은 '일'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에 초점을 둡니다. 우리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간관계를 꼽죠. 그런데 일반적인 다이어리는 '일' 중심이지만,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은 일보다는 사람에 관한 목표를 세울 수 있게 합니다. 인간관계에 한번 제대로 미쳐볼까요. 한달 한달이 모여 1년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답니다.

 

 

 

매달 테마별 인간관계론을 읽고, 실천할 수 있게 구성했네요.

실천을 위한 워크시트가 총 12개입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삶에 적용해 보는 거죠.

 

 

 

사람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비난이 아니라 신뢰라고 합니다. 섣부른 비난으로 타인을 바꿀 수 없다는 겸손함이 필요하다고 하지요. 내 신뢰는 비난을 감당할 수준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신뢰는 쌓기 힘들지만, 비난은 그나마 있던 신뢰도 순식간에 까먹어버리죠.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에까지 올랐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나는 험담을 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아는 사람 모두를 칭찬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칭찬은 열심, 질책은 질색!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에서는 칭찬의 대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네요. 한 일을 칭찬하는 것인지, 사람을 칭찬하는 것인지 구분하라고요. 진짜 칭찬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칭찬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본질에 대한 칭찬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 진실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나는 과연 오늘 얼마나 진심 어린 인정과 아낌없는 칭찬을 했는가 되돌아보게 합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직접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이 많아요.

이 모든 것은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창출하고, 바른 리더가 되기 위한 태도 변화를 끌어냅니다.

 

인간관계 참, 말처럼 쉽지 않다고 포기하기보다는 이런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것을 포기해버리고, 노력하지 않아서 관계에 손해 보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아야겠죠.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은 먼슬리 다이어리 형태입니다.

개인적으로 한눈에 딱 파악되는 먼슬리를 좋아해서 제 취향에 맞았어요. 12개월 분량이고요. 만년 다이어리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런 시리즈로 앞으로 계속 나오면 좋겠어요.

 

먼슬리 면지를 넘기면 충분한 메모 공간이 있어 다이어리 기능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줄 노트와 모눈 노트 부분도 있어 심심하지 않은 디자인입니다.

 

매달 먼슬리 한 켠에 ​체크해야 할 게 나오는데, 1월은 신뢰잔고를 더 쌓아야 할 사람을 체크하라고 되어 있네요. 처음엔 한 명 정도만 생각나다가 휴대폰 연락처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잊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고, 올해 한번 만나야지 생각했다가 못 만난 분도 계셨고...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 워크시트를 따라 하다 내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을 누렸다는 거... 참 감사한 일이네요.

 

 

 

 

좋은 대화는 공통의 관심사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심사로 대화 나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대부분의 관심사는 바로 '자기 자신'이죠. 그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대화의 신으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열중해서 들어주는 것만큼 은근한 찬사도 없다 해요.


관계의 모든 기술은 이런저런 방법론 이전에 '진심'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 이런 진심이 왜곡되어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라이크 카네기 다이어리북처럼 일상에서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겠죠. 2016년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고 관계론을 실천하면서 일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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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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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첫 장편소설이란 글귀에 갸웃할 분도 계실 텐데요. 스티븐 킹이 다른 필명으로 선보였던 책이 꽤 있었답니다. 리처드 바크만 필명으로 출간했던 소설 <롱 워크>가 실제 스티븐 킹의 생애 첫 장편소설이었다는군요. 스티븐 킹의 공식 출간보다는 늦게 나왔던 책이지만, 18세 때 집필해 완성한 소설이랍니다. 그동안 해적판으로 즐겁게(?) 읽고, 이 책을 구하려고 애쓴 분들도 계셨을터라 정식 출간이 더더욱 반가운 책일듯하네요.

 

 

롱 워크는 말 그대로 오랫동안 걷는다는 의미인데 10대 아이들이 참가, 걷는 것을 멈추면 즉결 총살,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라는 방식으로 국가적인 스포츠가 된 상황입니다. 롱 워크의 규칙은 최저 제한 속도 시속 6.5킬로미터 이상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기한 없이 걷는 겁니다. 속도가 떨어지면 경고가 한 번씩 주어지며, 경고 세 번 이후에 받는 경고는 총살. 하지만 경고 받은 후 다음 시간 동안 속도를 유지해 잘 걸었다면 경고는 사라집니다.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어? 근데 헝거게임도 결국 이걸 모티브로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근원이 닮았죠. 헝거게임에서는 반란을 하지 못하게 하는 도구로 이용했듯, 롱 워크에서도 통령이라는 막강 독재하에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롱 워크라는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은 자기 선택이었다는 것이 다릅니다. 롱 워크 참가 신청 후 시험을 치르고, 실제 참가인원의 두 배까지 예비인원이란 이름으로 선정해 철회 기회까지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미친 스포츠에 누가 응시하고, 누가 나갈까 싶지만, 이미 의식 자체가 그걸 용인하는 수준의 세계에 이르렀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구경꾼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아이에게 돈을 걸기도 하죠.

 

 

 

 

롱 워크에 참가한 100명의 아이.

<롱 워크>는 이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열여섯 살 레이 개러티를 중심으로 아이들의 감정 상태와 롱 워크를 거치며 변하는 심리 상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롱 워크에 나온 저마다의 사연.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걷다 보면 '왜 내가 여기 있지?' 라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참가자 스테번스가 한 말이 예사롭지 않네요. "우리는 죽고 싶어, 그래서 우리가 이걸 하고 있는 거야. 달리 무엇이겠어, 개러티? 달리 무엇이겠어?"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것이 아이들을 오히려 스스로 옭아매는 상황으로 이어지는데요. 이 소설을 쓴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 기간이었다 합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군인 모집소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분명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유의지에서 나온 선택이었을지... 이유도 모른 채 참가했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모습을 롱 워크를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저 지나던 길에 우연히 롱 워크 참가 신청서를 넣은 한 아이의 이야기에서 더욱 실감합니다. 스테번스의 이 말도 와 닿네요. "모든 사람이 동시에 속고 있으면 어떤 게임이라도 정정당당해 보여."

 

 

며칠째 걷다 보면 관성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가 됩니다.

물집 때문에, 쥐가 나서, 경련이 와서... 등의 이유로 탈락하는 아이들. 잠도 자지 않고, 먹는 것도 농축 팩으로, 생리현상도 경고 누적이 되지 않게 잽싸게 처리해야 하고. 한계의 끝을 보는군요.

 

 

10대 아이들이다 보니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더 친근하고 평범한 아이들로 다가오기도 하고요. 의식적으로 이기고 싶어 하지 않았고, 오직 도전이 있었을 뿐이지만 이제는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자기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합니다. 자기가 지쳐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공포감이 밀려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들은 걸어가는 사자(死者)들이었다." 처럼 그런 압박감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나름 사소한 오류 하나 발견했는데요. 롱 워크의 규칙이 몇 가지 나오는데, 아이들의 머릿속이나 입으로 언급하는 규칙은 여섯 가지 정도입니다. 그중 규칙 6번 느리고 편하게 가야 해낸다를 나중에는 숨을 아껴라 라는 규칙 10번을 6번으로 언급한 부분이 있네요. 번역 오류일지 원작 오류일지 모르겠습니다.



 

탈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만으로 롱 워크를 전개해 나가고 있어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이 부분은 좀 더 이야기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긴 했어요. 이 소설을 썼던 나이를 알지 못했다면, 베트남 전쟁이라는 시대의 아픔을 알지 못했다면 그저 기발한 방식으로 은밀하게 공포감을 주는 소설 정도로 의미 부여했을 듯 하네요. 스티븐 킹의 쨍~한 공포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데, 디스토피아를 그린 요즘 소설의 모티브가 될만한 소설이었다는 칭찬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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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 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1
JTBC 뉴스룸 팩트체크 제작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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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로 읽는 진실의 힘 팩트체크 Fact Check. 손석희 앵커와 김필규 기자의 팩트체크 방송 보면 속 시원할 때가 많은데요. 정보를 뛰어넘는 '진실'을 향한 팩트체크가 책으로 나왔네요.

 

워싱턴 포스트는 정치인 거짓말 정도에 따라 피노키오 개수 부여하며 진실과 거짓을 체크하지요. 그런데 TV 방송용으로 매일 이런 팩트를 체크하는 것은 JTBC 뉴스룸 코너의 <팩트체크>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그것도 정치 외 국내 이슈, 경제, 사회, 법,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그 정보성도 폭넓고요. 거짓 정보의 공해 속에서 책임 저널리즘의 모델인 셈입니다. 


<팩트체크>는 오늘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5가지 질문을 합니다. 무엇에 눈 뜨고 귀 기울여야 하는가. 알수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 사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 이 사회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머리와 마음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2015년 핫이슈 체크에서는 장그래법, 어린이집 학대, 땅콩 회항, 담뱃값 인상, 메르스, 세월호 이후 현황 등에 대해 다룹니다. 장그래법이 기회의 연장이 아닌 고통의 연장인 이유를 비정규직 기간 연장, 정년 60세 연장, 해고 요건 완화 등 상반된 다양한 쟁점을 함께 따져보면서 숨겨져 있는 꼬리표가 무엇인지 파헤칩니다.

 

전염병 공포를 일으킨 메르스 사태는 무지에 의한 유언비어, 정부 대책 방식 등을 3주간에 걸쳐 집중했던 것을 정리해두기도 했고요.​ 세월호와 9.11 테러 사건을 비교하며 국가적 재난 예방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놓쳐서는 안 될 구멍을 짚어줍니다.

 

 

 

가계통신비 지출 비율이 높은 요즘. 데이터 시대가 열리긴 무슨~! 실질적 혜택 없는 말뿐인 데이터 시대, 그리고 청부입법 단통법의 문제점을 짚어줍니다. 간편해서 애용한다는 청부입법 사례를 보니 "단통법은 의원님들 입법으로 제정된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변명한 미래부 장관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아무래도 정치인들의 말이 팩트체크의 주요 대상이긴 합니다. 문제 제기만 하면 정치 공세로 치부해버리는 작태, 말 바꾸기 등...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따끔하게 꾸짖던 사항도 정치인이 되면 돌변하더군요. 자리가 그렇게 만든다는 최악의 사례가 정치인인 것 같아요. 

 

 

 

<팩트체크>는 그리스 위기를 복지 과잉으로 본 여당의 잘못된 인식도 걱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원인을 잘못 찾으면 해법도 잘못 나올 수밖에 없다고요. 그리스 위기를 두고 한국의 과잉 복지를 언급한 사태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가 한 말이 언급됩니다. "4대강이나 자원 개발에 몇십조 원을 쏟아부은 정부가, 무상급식 2조 원이 아깝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은 가관이다."

 

 

 

실생활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정당방위, 도촬 기준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특히 도촬 기준을 소개하며 마지막에 던진 한마디가 재밌었어요. '이 정도면 처벌받을까, 아닐까' 고민하지 말고 의심받을 만한 일은 애초에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고요 ㅎㅎ

 

 

​올 한해 이슈를 보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느냐, 이 사건의 구멍은 무엇인가를 살펴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는 <팩트체크>.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제공하지 않는 우리나라 미디어 매체 실태. 그저 지난 뉴스 정리해보는 게 뭐 중요할까 넘겨버릴 게 아니라 앞으로 정확하게 보는 노력, 번지수 잘못 찾지 말고 눈 뜨고 귀 기울여야 보이는 진실을 잘 체크해보자는 의미가 큰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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