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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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영화 어린 왕자 개봉을 앞두고 불멸의 고전 어린 왕자 책이 부쩍 눈에 띄더라고요.

이런 명작 고전은 여러 출판사 판으로 소장해서 봐도 좋네요. 그중 솔출판사 어린 왕자는 영화 어린 왕자 공식도서라고 하니 소장할만한 책이에요. 무려! 생텍쥐페리가 그린 어린 왕자 스케치가 수록되어 있는 데다가 영화 어린 왕자 명장면도 있거든요. 



 

어린 왕자 내용을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생소했습니다.

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속물근성을 비유할 때 언급되기도 하는 그 유명한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그림 (혹은 모자 그림)은 어른의 세계에 발을 푹 담근 저로서는 뜨끔 수위가 더 높아졌네요. 양 한 마리 그림을 원한 어린 왕자에게 그려 준 상자 그림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어른 세계를 비꼬고 있고요.


어린 왕자가 지구로 오면서 만났던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는 이상한 어른의 표본이기도 합니다. 어린 왕자 입장에서는 이상한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속한 이들에게는 크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어린 왕자가 '나'에게 "아저씨도 어른들같이 말하네!" 장면은 우리가 지금 어린 왕자를 만나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 왕자 책에는 명문장이 많아요.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라는 말은 연애 명대사로 알려졌죠.


철학자가 말하는 듯한 여우와의 대화 장면은 관계 맺음의 의미를 이렇게 아름답게 동화 속에서 버무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해요.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 길들이기 시작하면 책임이 생긴다는 것은 함께 한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어린 왕자 별에 있던 장미꽃 한 송이와의 관계가 서툴렀던 어린 왕자는 여우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깨닫습니다. 장미를 5천 송이나 정원에서 기르고 있어도 관계를 맺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요. 관계로 비로소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라는 걸.


지구에서 만난 뱀과의 대화에서 뱀이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야..." 라고 말한 장면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명제이기도 하네요. 철학자 하이데거는 20세기의 가장 실존적인 소설이 어린 왕자라고 평했습니다.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이 책 속에 있다는 거죠.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 - 책 속에서 

 


 


  

생텍쥐페리 작가가 그린 어린 왕자 스케치를 보면서 많이 웃기도 했어요.

그의 손에서 어린 왕자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아, 다행이야' 말이 나올 정도로.

바오밥나무, 장미꽃 등 생텍쥐페리의 스케치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니 정말 소장할만하죠.



  

2015년 12월 중순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영화 어린 왕자도 기대되는데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 장면은 액자로 만들어두고 싶을 정도로 환상적이네요.

영화 어린 왕자 명장면이 많이 실려있는 책이어서 횡재한 기분이었어요. 


 

미처 몰랐던 어린 왕자의 매력. 이런 줄거리인 줄도 몰랐고, 이런 의미를 품고 있는 줄 몰랐던 어린 왕자.

이 좋은 책이 고전이라는 이름에 파묻혀 오히려 사람들의 손을 덜 탄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정도로,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평생 두고 읽을만한 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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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2-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어린왕자>를 미리 볼 기회가 있어서 봤는데요~~ 정말 좋았답니다. 책의 내용 그대로를 영화화 한게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녹아들어가 아주 멋진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영화도 적극 추천합니다^^

인디캣 2015-12-07 10:29   좋아요 0 | URL
꺄~ 꼭 보러가야겠어요 ^^ 아이는 뽀로로 극장판에 눈독들이고 있는데 ㅎㅎㅎ 둘 다 보러 가야겠네요 ^^
 
성장문답 - 내 삶을 성장시키는 물음과 대답
세바시 엮음 / 세바시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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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성장시키는 물음과 대답, 성장문답은 세바시에 나온 전문가들의 짧은 5분 영상을 책으로 만든 거랍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세바시)은 각 영역 전문가들이 15분 동안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인데, 작년 겨울 5분짜리 영상에 질문과 답을 담은 영상 콘텐츠 성장문답이 새롭게 소개되길래 관심 있는 분이 나오면 가끔 챙겨보고 있답니다.

 

성장문답은 자기 성장에 관한 질문에 대해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답을 이야기해주는 영상이에요. 헬조선, 불안의 시대에 위안과 힘이 되는 이야기가 많답니다. 내 삶에 위안과 힘이 되는 답을 해주고 있더라고요. 성장문답은 특히 질문의 힘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이 세상에 하찮은 질문은 없으며, 질문하는 사람만이 성장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삼죠. 질문하는 순간 치유할 힘 역시 드러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마음, 결핍, 선택, 상처, 극복, 관계, 가족에 관한 질문과 답을 담은 성장문답. 핵심은 글자 크기도 큼지막해서 눈에 확 띄네요. 함께 읽으면 좋은 성장문답도 소개하고 있어 연계해서 바로 읽기 좋았어요. 관심 있는 질문부터 찾아 읽으면 되는 구성입니다.

 

질문도 제법 다양합니다.

성장문답 영상 콘텐츠에서 특히 반응 좋았던 베스트만 뽑아둔 책인만큼 답변도 공감백퍼인 경우가 많고요.


 

성장문답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패션 감각이 없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편.

나만의 스타일에 관한 조언이 마음에 들었어요. 존재론적 질문만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이런 질문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정성껏 답변해주고, 그 답변이 생각외로 심오하더라고요.


 

불안에 대해서는 걱정과 맞서 싸우지 말고 되치기하라며 구체적인 팁도 알려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되는 불행한 마음을 이겨내는 방법, 불안 중심이 아니라 가치 중심적인 삶을 위한 구체적 목표의 중요성 등 인간 본성과 관련한 존재론적 질문의 대답은 마음이 해이해질 때마다 읽고 싶더라고요.


친구가 없다는 사람에게 하는 조언도 기억 남는데요, 단점을 잘 보기에 그렇다고 하네요. 좋은 점에 자꾸 주목해보라고 합니다. 반면 미움받을 용기 없는 이들에겐 맷집을 키워야 한다고도 합니다. 저 사람도 나를 미워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요. 특히 요즘 같은 SNS 시대에서는 남에게 인정받고, 남한테 그럴듯하게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 소통의 시대이기에 공감이라는 의미도 사실 많이 변질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교감의 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소통과 대화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서로 공감되는 그 느낌인데, 공감은 사라진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 책 속에서.

 

삶의 보편적 질문의 대답은 어찌 보면 상투적으로만 다루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는데, 생각외로 아! 하는 답변이 많아 내 삶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되는 책이었어요. 이 모든 것은 사실 자존감 문제이지 아닐까도 싶어요.


책에서는 질문과 답변이 나오고 마지막에 전문가 이름이 뜨는데 이 부분 은근 괜찮았어요. 전문가에 대한 나름의 편견 없이 읽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유시민 저자의 답변은 읽자마자 단번에 누군지 티가 팍팍 나긴 하네요 ^^


성장문답에서 다루는 질문은 신체고민, 성, 진로, 돈, 성공, 행복...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질문이 아니라 '내가 힘들어하는 질문'이기에 누군가에게 질문하기 꺼렸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들을 수 있어 공감을 더 얻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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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맛집 - 이 시대의 셰프들, 그들이 사랑한 맛집을 맛보다
임선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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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라면 웬만한 맛집은 꿰고 있을듯한데요.

이 시대의 셰프들, 그들이 사랑한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셰프의 맛집에서는 살면서 꼭 한 번은 맛보고 싶을 만한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디저트 음식을 소개합니다.


 

저자 임선영 푸드칼럼니스트의 글은 에세이 느낌도 나면서 인터뷰한 셰프, 맛집 이야기를 담백하게 끌고 갑니다.

 

 

 

 

유명 셰프 인터뷰 속에서 음식 철학을 들을 수 있었어요. <수불>의 경영자는 한식을 현대적으로 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데, 와인과 한식의 조화가 생각외로 멋져 보이더라고요. 어떤 술에도 잘 어울리는 모던한 한식이라면 세계화에 성공할 것 같아요.


 

 

셰프의 맛집 책은 아쉽게도 서울 지역 맛집만 다루고 있어요. 분산되지 않아서 이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맛집에 관한 해시태그는 깨알 재미를 줍니다. 슬슬 넘기며 해시태그만 보고 눈에 탁 들어오는 맛집 부분을 읽어도 만족스럽더라고요.

셰프의 맛집에 소개된 다양한 음식들은 듣도 보도 못한 음식도, 친근한 음식도 많아요.

아무래도 양식은 고가의 가격대가 몰리긴 했는데,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먹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이긴 했어요. 그래도 저렴이 음식도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 절망금지.

 

누구에게나 최고의 맛은 아닐지언정 독특한 매력 있는 음식이라든지, 서민음식이라 불리는 것도 이왕이면 정말 제대로인 곳에서 맛보고 싶은 욕구는 있잖아요. 그런 갈망을 잘 해소해주는 책이네요. 광고 일색 맛집 소개 보는 것보다는 이 책 한 권으로 얻는 진정한 맛의 기쁨을 놓칠 순 없네요.

정보 나열 맛집 소개보다는 감성 가이드북인 <셰프의 맛집>.

이 책의 맛집은 정말 다 맛있어 보이네요 ^^ 기대치에 대한 만족감을 잘 충족시켜줄 것만 같은 곳입니다. 

 

 

한식도 좋아하고, ​빵쟁이이기도 한 저는 한식과 디저트 파트를 눈 빠지게 읽었어요.

그나마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서울에 있는 맛집들 꼭 섭렵하고 싶네요. <셰프의 맛집>에 소개한 맛집 중에서 제가 가 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사실 ㅠ.ㅠ  

​뭐니뭐니해도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음식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라며 음식을 맛본다는 건 즐거움을 먹는 행위라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셰프들이 사랑한 맛집, 함께 하고 싶은 이와 함께 들러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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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통찰의 힘 - 평범한 일상에서 기회를 포착하다
김철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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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발상, 혁신에 다가서는 실천적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 <인사이트 통찰의 힘>. 

일상에서 기회를 발견해 혁신을 만들어 가는 인사이트 헌터 김철수 저자는 '사용자 공감'에 기반을 둔 통찰의 힘을 강조합니다. 진정한 혁신의 시작은 사람. 인간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을 텐데요.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접근하기 힘든 게 '사람'을 제대로 아는 것 아니겠어요.   

 

 


 

제품, 서비스의 중심에는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핵심입니다.

하지만 판단의 기준이 내 경험과 감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숨어있는 니즈를 찾으라는 말은 수없이 듣지만, 정작 고객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잠재된 니즈를 발견하는 일, 공감도 높은 통찰 얻기라는 것... 어렵기에 더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인사이트 통찰의 힘>은 자기 생각과 경험을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드는 생각 도구를 소개하며 공감 디자인적 사고방식을 알려줍니다.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생각 도구인데다가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게 많아 꼼꼼하게 읽어볼 만한 책이었어요.

사용자 공감을 끌어낼 생각 도구로 코드, 관찰, 소통, 통찰, 발상, 콘셉트 순서로 소개하네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라 혁신도 가볍고 민첩해야 성공한다고 해요.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세분화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이고, 틈새 속 기회를 찾아내는 관찰이 필요한 작은 혁신을 염두에 두는 거죠. 한마디로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작은 혁신을 이뤄가며 성공을 맛보는 게 중요한 것 같네요.


 

 


겉으로 보이는 고객의 말은 예의상 하는 말이 많고, 자신도 인지 못 하는 욕구가 많습니다. 그동안 불편한 것에 나름 적응하며 딱히 그게 불만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새로운 게 등장하면 그제야 아! 이게 바로 내가 찾던 거야! 하죠.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다면적인 인간 요소를 알아야 잠재된 니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겠죠 ^^



 

사용자로부터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니즈를 기반으로 하는 생각 도구는 바로 사용자 공감 렌즈를 끼고 바라보는 겁니다.

사용자의 문화 채널에서 공감하는 코드, 일상의 익숙함 속에서 사용자 통찰을 발견하는 관찰, 이성과 논리 영역이 아니라 원초적 본능과 감성 영역에서의 소통, 차별화된 사용자 가치를 담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통찰, 창의적 해결책을 위한 발상, 눈에 보이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인 콘셉트. <인사이트 통찰의 힘>은 이 여섯 가지 도구로 사용자 공감을 얻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생각 도구마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해 이해하기 쉽게 해뒀어요.

그 중 '왜'라는 질문에 숨어 있는 함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인데요. '왜'를 대신할 다른 방식의 질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왜'는 상대방이 아니라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고 해요. '고객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하고요. 질문의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으로 의도적인 몰입이 필요하도록 돕는 생각의 기술을 알려주지요.

 

<인사이트 통찰의 힘>은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방법론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행과정에서 깨닫게 되는 경험적 통찰이 남아있지요. 방법론을 통해 얻은 창조적 자신감에 실행력의 조화가 더해져야 차별화된 사용자 가치를 담은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저자의 경험담에서 나오는 공통점을 보면 책상에서 벗어나 경험을 토대로 뛰는 자세를 제대로 보여주더군요. 생각 도구의 첫 번째인 사용자의 문화에서 공감하는 코드 맞추기는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서는 안되잖아요. '사용자처럼'이 아니라 '진짜 사용자'로 살면서 터득하는 경험적 통찰이 빛을 발하더라고요. 인식의 전환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크리에이터 코드> 책이 생각났는데요. 창조적 기업가들의 생각 도구를 다룬 책이어서 함께 읽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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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고래 모노동화 1
김경주 지음, 유지원 디자인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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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독백 형식의 모노드라마는 들어봤어도 모노동화?

허밍버드 모노동화 시리즈란 것을 읽었는데요, 와우... 소리만 나오더라고요. <나무 위의 고래>를 읽는 동안 꿈꾸는 기분이었어요.

 

김경주 시인, 작가가 기획한 모노동화 시리즈. 그 첫 번째를 바로 김경주 작가의 <나무 위의 고래>로 시작하네요.

모노동화 시리즈는 시인, 소설가들이 창작하는 자기 고백적 동화라고 합니다. 글이라는 텍스트와 그래픽디자인의 조화가 어우러져 시각적인 느낌도 강조한 모노동화.

앞으로 다른 작가의 모노동화는 어떤 내용일지 벌써 기대될 정도로 꽤 신기한 독서를 했어요. 사실 <나무 위의 고래> 내용을 제가 완벽하게 이해한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눈물 주르륵~ 슬프도록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냥 좋아... 이런 느낌이랄까요.

 

 

 

인도네시아 쓰나미 참사 이후 떠내려온 보트나 요트를 아지트로 만든 아이들 모습을 보고 <나무 위의 고래>를 생각했다고 하는 김경주 작가. 이 책은 쓰나미로 동생을 잃은 10대 소녀가 나무 위에 걸쳐진 보트 속으로 들어가 1년 넘게 사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소녀의 행동이 수상쩍습니다. 고양이, 부리갈매기, 종달새, 바람, 구렁이, 나이테... 등과 대화를 나누거든요. 교통사고 이후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병원 신세를 지다 탈출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1인칭 시점의 독백으로 진행하다가 중간중간 시나리오 대본을 읽는 것처럼 소녀의 행동을 묘사하기도 합니다. 소녀가 나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했고, 동시에 연극 보는 느낌도 받았어요.


깊은 숲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아빠가 선물해 준 <보트에서 지내는 요령>이란 책으로 나름 나무 위 보트 생활을 잘해냅니다. 하지만 아이는 가끔... 외롭습니다. 몽유병이니 유령을 본다느니... 사람들에게 상처받아 그들을 떠난 아이. 어른의 세계에서는 이 아이가 살 수 없습니다. 어린왕자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누구나 쉽게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어른들은 설득하기는 쉬워져도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죠. 어른들의 속임수에 그냥 넘어가 주기 위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피곤한 일들을 얼마나 많이 해야 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거든요. " - 책 속에서

 

 

아이는 나무 위 보트 속에서 나름 세상을 관찰합니다. 망원경으로 유리창 청소부를 보며 높은 곳에서 일하는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우체부, 탈영병, 벌목꾼 등 숲 속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나무 아래로 직접 내려오는 일은 없습니다. 가족이 그리우면서도 섣불리 내려갈 수 없을 큼 세상에 다시 발들이기 힘들어합니다. 탈영병은 그런 소녀를 보며 이 나무 위에서 전쟁하고 있다고 말하죠.


가족의 죽음을 시작으로 <나무 위의 고래>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소녀도 외로운 항해를 멈추려 합니다.

 

 

 

별자리 이름이 상당히 독특한데요.

김경주 작가는 <나무 위의 고래>를 통해 우리 내면의 비밀을 찾아가는 항해를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그 항해를 돕는 특별한 별자리입니다. 모두 본문에 언급된 단어, 사건들이랍니다. 소녀를 찾아온 사람이나 동물은 그녀의 보트를 두드릴 때 길을 잃었다고, 길을 묻겠다고 말합니다. 인생의 항로​를 잃은, 혹은 찾고자 하는 거죠. 

 

 

 

본문에는 이런 그림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페이지에서는 인쇄가 잘못되었나 생각할 정도의 작은 점만 있는 곳도 있어요. 현실의 언어인 텍스트와 꿈속 이미지의 언어인 그래픽의 조화로 탄생한 별자리와 바다의 물방울이랍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이면 바로 이렇게 큰 고래가 나타난대요. <나무 위의 고래> 인쇄 분량인 반절 용지 8장을 펼쳐 고래를 나타낸 상태에서 텍스트가 결합한 거죠. 인생의 항로에서 나타난 고래의 의미. 고생했어라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도 하면서 동시에 슬프더라고요. 묘한 모노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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