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 한자를 통해 주고받는 과거와 현재의 성공문답
김성회 지음, 박상수 감수 / 북스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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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첫 책은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이네요.

리더를 위한다는 제목이 들어갔지만,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기에 모두가 읽을 만한 책이랍니다.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은 한자를 키워드 삼아 인간이 살아가는 이치를 설명하고 있어요. 이 책에서 말하는 한자는 말그대로 한자 漢字 이기도 하고, 한 글자 one keyword를 함께 의미하고 있네요.

 

저자는 인문학을 생존의 필살기라 말하더군요.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인문학임은 알고 있지만,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저자는 특히 중요하게 꼽고 있어요. 리더에는 호걸형 리더와 위인형 리더가 있는데, 호걸형 리더 대신 위인형 리더에 초점 맞춘 책입니다. 포용적 리더상을 위한 지혜를 풀어놓고 있죠.

 

 

 

우리가 생각해봐도 이런 리더 아래에서는 있고 싶지 않다는 캐릭터가 있긴 하죠. 완전무결한 사람이 없긴해도 반면교사 삼아 인, 의, 예, 지, 신 다섯가지 덕을 고루 갖추고는 싶지만... 바쁘다는 핑계만으로 제대로 된 인간상이 되길 고민하는 것 자체가 뜸해진 것 같아요. 매일 바빠 죽겠다 소리 달고 살고 쉴 틈이 없다고도 하고. 너나 나나 모두가 "요즘 바쁘지?" 라는 말이 인사가 된 요즘. 저자는 이 책의 첫 번째 한자 企 바랄 기를 통해 따끔하게 충고부터 하고 들어가네요. 바쁘다는 것과 열심히 사는 것의 결정적 차이는 효율성이라는 것, 무엇을 위해 바쁜지 멈추어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무턱대고 바쁨은 열정이 아닌 전략없음에 불과하다고요.

 

인문학적 리더십의 본질을 ​한자의 생성유래와 기원을 고사를 통해 살펴보기도 하고, 오늘날 사례와 연결해 설명합니다.​공자, 맹자, 순자, 노자, 장자 등 동양사상가들이 언급한 대목도 인용하고 있고요. 한자가 들어가 좀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건 편견이랍니다 ^^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어 매일 한 꼭지씩만 읽어도 너무 좋겠더라고요.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드릴 선 膳 이었는데요. ​선물과 뇌물의 차이 이야기 참 재미있었어요.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면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갖춘 선물을 하라고 하네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설득의 3요소로 말한 거랍니다. 나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전달자의 진정성을 갖춘 에토스,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맞춘 파토스, 선물의 논리와 의미를 분명히 세우는 메시지 논리의 로고스가 균형 잡힌 선물을 하라고 합니다. 필요에 의해 주고 받으면 선물이 아니라는 것. 내가 필요해서 주면 뇌물이고, 상대방이 필요해서 주면 구호물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남네요.

 

한자의 유래를 하나씩 알게되니 이것도 재밌더라고요. 으르렁거릴 은 狺 한자는 대박. 개 견 犭에 말씀 언 言. 솔선수범, 언행일치 없이 으르렁거리기만 하면 개소리 라는 겁니다 ^^

자와 영어의 차이도 많이 알려주고 있는데 이런 비교도 재밌었어요. 영어의 비즈니스맨은 busy한 사람이잖아요. 한자의 기업가는 바란다는 뜻의 기 企가 사용되는데, 사람 인과 그칠 지 자가 합쳐졌죠. 왜 바쁜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숨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숨가쁘게 바쁘다라는 말도 숨을 길게 쉴수록 수명이 길다는 의미처럼 길게 심호흡을 하라는 거죠. 바르게 가고 있는지, 그저 바쁘게만 가고 있는지 영어와 한자의 차이를 통해 동양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네요.

 

 

 

솔루션보다 에너지를 주라는 깨우칠 회 誨 에서 영조와 사도세자를 사례로 들어 이 부분도 기억 남네요. 경영 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사도세자가 영조에게 맞춘 정답을 말하면 영조는 거짓말말라 몰아붙이고, 사도세자가 솔직히 속내를 말하면 영조는 솔직하게 말한 그 부분은 인정 해주면서도 바로 엄격한 교육지침이 하달되어 감옥같은 생활을 만들더라고요. 감시와 사육은 에너지를 빼앗는다는 사례입니다. 함께 있으면 에너지가 충만되는 느낌의 사람이 있잖아요~ 흔히 기빨린다는 말처럼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지 않네요.

 

리더를 위한 한자 인문학에서 말하는 이치와 가치, 도리와 원리를 하나씩 내것으로 만들면 어제보다는 나은 내가 되겠죠. ^^ 새해 첫 책으로 읽은 책인만큼 올 한해는 흔들림 없이 펼쳐야 할 행동목표, 스스로 지켜야 할 자세, 소통과 비전 제시, 역경극복 의지와 용기, 놓치기 쉬운 관계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한자들을 바탕삼아 생각하고 질문하고 느껴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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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끄덕 세계사 2 : 중세에서 근대로 - 술술 읽히고 착착 정리되는 끄덕끄덕 세계사 2
서경석 지음 / 아카넷주니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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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변혁까지 불러온 서유럽 이야기. 어찌보면 세계사 공부할 때도 가장 많이 접한 시대지만,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지식을 이번 기회에 쭉 정리할 수 있었어요. 중세 유럽은 전쟁을 바탕으로 멸망하고 탄생하고의 반복인 전쟁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어요. 역사는 알면 알수록 나비효과가 대단하네요.

 

 

 

훈족의 침입때문에 게르만 족의 대이동으로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게 되면서 서유럽은 쇠락의 길을 걷다가 다시 회복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원인과 결과 인과관계를 살펴보며 쇠퇴와 회복을 반복하는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있어요.

 

중세 유럽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된 이유가 농업 혁명이 있었어요. 과학기술이 더해진 농업 혁명이었기에 이를 계기로 서유럽의 변화는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처음 발명한 곳에서는 사회변화를 끌어내지 못했고, 유럽에서는 왜 사회변화를 이끌었는지. 개선 방향의 초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다른 문화권과의 교류로 받아들인 문물을 제대로 개량했던 거죠. 여기에 과학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르네상스, 교회 개혁 운동 등을 통해 결국 세계사의 한 획을 긋는 시민운동을 촉발하며 근대 사회로 가는 길을 소개하는 것까지 2편에서 다룹니다.

 

당시 중국, 인도는 물론 심지어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한 고려를 뛰어넘어버린 서유럽의 발전.

어떻게 그런 도약을 발판삼아 사회변화를 이끌었는지 풍부한 그림과 사진이 곁들어진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책이랍니다. 매 장 도입부에 나오는 삽화에는 말풍선이 재밌어서 아이와 함께 말풍선 바보기도 할 수 있고요. 마인드맵으로 간결하게 정리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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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불능 -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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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의 현재를 살펴보며, 미래에는 인간과 기계가 어떤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를 예측하는 <통제 불능>. 비비시스템, 사이버네틱스, 인공 생명 등 낯선 개념이 많이 나오는 데다가 9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압도되었지만,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어요.


빅히스토리를 다룬 유발 하라리 저자의 <사피엔스>를 읽고 읽으니 그 후편을 읽는듯한 기분도 들었어요. <사피엔스>에서는 지적설계로 신이 되려는 인간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는 것으로 마쳤는데, <통제 불능>에서는 기계를 보는 관점 자체를 깨뜨리며 역시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을 부수고 있네요.

 

 

워쇼스키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에 결정적 영감을 준 책이라길래 일단 호기심이 생겼답니다. 2015년 한국어 번역판이 나왔는데 매트릭스라니? 통제 불능의 원서 Out of Control은 1994년 출간된 책이더라고요. 몇 년만 지나도 휙휙 바뀌는 과학기술 시대에 무려 10년이 지난 책이라니. 그런데도 올해 출간된 책인 것처럼 신선했답니다. 그만큼 당시 케빈 켈리 저자가 선구자적인 발언을 했다고 보면 될까요. 아마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도 이 책은 인간과 기계에 관한 접근법을 다룬 바이블이 될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을 위한 과학 에세이처럼 최대한 평이한 문체와 에세이 느낌이 나게끔 시작하고 있어 매 장 도입 부분은 부드럽게 읽히네요. 우주생활 실험 테스트 모듈 안에 있는 저자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통제 불능>. 영화 마션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테크 저널리스트 케빈 켈리 저자의 글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이라 생각해요. 낯선 개념 때문에 어리둥절할 수 있겠지만, 가끔 교양과학서를 접한 분이라면 도전할만한 책입니다.

 

케빈 켈리 저자는 미래 생태계를 신생물학의 시대로 봅니다. 기계화될수록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고도로 생물학적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는 비비시스템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는데, 만들어진 것이든 태어난 것이든 생명과 유사한 특성을 가진 시스템을 말합니다. 복잡 적응계라고도 하고요. 자연의 논리가 기계 세계에 적용된 겁니다. 기계들은 생물학적 속성을 띄어가고, 생물은 점점 공학적 특성을 보이며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로봇 공학, 진화 소프트웨어 등 인공 생명을 통해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이제는 살아 있는 존재들과 기계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짐을 의미하더라고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거죠. 서로 배우면서 동시에 서로 가르치는 공진화 개념이 인간과 기계에 적용되는 겁니다. 이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않으면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의 법칙이란 게 있어요. 그들이 만든 최상의 창조물을 완전히 지배할 수 없게 된다는 신들이 마주하는 딜레마인데, 생명의 힘이 더해지면 우리는 기계를 제어할 힘을 잃게 된다는 거죠. 바로 통제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통제 불능이란 제목은 문제 제기이자 결론입니다.

 

 

기계에 생명과 유사한 기운을 불어넣는다든지, 자동-자아 자동화 기술, 자율성을 가진 기계... 이런 것들을 보면 자동화란 인간에 의한 통제가 자동화된 통제로 이동함을 뜻합니다. 인간이 통제하려고 들면 안 되고, 적절한 정도로 통제를 벗어나야만 한다는 거죠.


화성 인간 거주지를 위한 계획으로 실현된 바이오스피어2 들어본 분도 계실 텐데요. 바이오스피어2는 규모가 큰, 폐쇄된 비비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공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되는데 자급자족 네트워크를 위해, 공진화적 회로를 창조해내는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제권을 넘겨주게 되는 걸 볼 수 있답니다. 신이 되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이지만, 무엇이 창발할지 통제할 수 없었다는 거죠.

 

 

 

사물 인터넷, 스마트주택, 스마트오피스 같은 것은 기계들의 공진화적 생태계 모습입니다. 공동의 네트워크를 이뤄 영향력을 인간에게까지 미치는 겁니다. 산업이 자연을 정복하던 개념에서 이제는 산업이 자연과 협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겁니다.


" 생명 현상은 모든 복잡성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필연성, 거의 수학적 확실성이다. 그것이 바로 오메가 포인트이다. 만들어진 것과 태어난 것이 서서히 뒤섞이면서 생물학적인 것이 우성, 기계적인 것이 열성 형질이 되었다. 결국 생물 논리가 항상 이긴다. " - 책 속에서


인공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생명의 정의를 재정의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인공적인 것, 실재적인 것의 개념도요. 생명이라 하면 지금까진 탄소 사슬을 바탕으로 했지만, 최초의 창발적 인공 생명 사례인 컴퓨터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네요. 인공 생명이지만 우리만큼 '실재'적인 존재인 거죠. 그래서 비비시스템을 초생명 Hyperlife 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합니다. 생물학적 생명은 초생명의 한 종에 불과하게 되는 겁니다.

 

 

 


생물 진화에서 일어나는 보편적 추세를 살펴보며, 생명의 역사는 생명의 복잡성 팽창이 촉발한 다양한 진화를 거쳐 나아가는 전진이고 진화가 자신을 향해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스스로를 수정하면서 말이죠. 그때마다 수정능력은 더 향상되고요. 진화에서 자율적 제어가 나타나는 부분을 두고 그 질서의 제어 역시 자연발생적 창발로 봅니다. 합법적으로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힘입니다. 자신의 규칙을 바꾸는 변화입니다.

 

여기서 케빈 켈리 저자는 열여덟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데요. 복잡하다는 의미는 뭘 보고 복잡하다는 걸까, 왜 종은 결국 멸종할까, 모든 것이 나머지 모든 것과 연결되는 것은 어떤 불리한 점이 있을까, 생명의 양은 한계가 있을까 등... 우주의 법칙도 진화할까 부분은 끊임없이 변하는 곳에서 생존게임을 하는 영화 큐브가 생각나기도 했네요.

 

인공 생명 세계의 규칙들을 설정하는 사람은 결국 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두는 인공 생명 진화의 나쁜 예를 보지 않기 위해 좋은 신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도 중요하죠.

 

 

 

우리 아이들이 겪을 시대가 되면 기계가 생물처럼 유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기계에 투사하기도, 기계의 의인화를 추구하기도 하고요. 이미 게임 속에서는 그런 사고방식이 작동하고 있죠.

 

절대적 통제는 절대적으로 지루하다는 것. 이해되는지요. 너무 안정적이면 변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손에 쥔 것을 놓는 것이 이기는 개념이죠. 특별한 관리, 감독 같은 제어 없이 기술 전문가들의 단말기들 사이에서 혼자 잘 굴러간다는 인터넷은 가장 규모가 큰 무정부 상태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세상의 네트워크 문화는 고도로 연결되었지만, 중앙에서 지식 관리하지는 않는다는 예를 들기도 합니다.


"신이 되기 위해서는, 아니면 적어도 창조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통제권을 버리고 불확실성을 끌어안아야 한다. " - 책 속에서

 

 


<통제 불능>은 물리학, 경제학, 생물학, 컴퓨터과학 등 지식융합의 끝을 보여주는 책이었어요. 통제 불능 사례를 다양한 분야의 연구, 실험으로 설명하는데 아찔할 정도로 방대한 지식에 넋 놓을뻔 했네요. 인간의 학문을 모조리 끌고 온 느낌입니다. 곤충학자, 철학자, 컴퓨터과학자, 수학자, 생태학자, 식물학자, 생화학자, 미생활학자, 엔지니어, 우주화학자, 물리학자, 지구화학자, 사상가, 발명가, 프로그래머, 기호학자, 유전공학자 등... 이 책에 등장한 학자들의 분야도 그만큼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관심 없던 분야 이야기에서는 전문서를 읽는 느낌에 간신히 활자를 읽는 수준인 부분도 있었고요. 생소한 분야에서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다가와서 그런 장벽에 막힐 때마다 사고 구조 자체가 다르구나 실감하기도 했네요. 사고방식 스케일 자체가 남다른 책입니다. 이 책 리뷰를 남기는 것도 제가 이해한 부분에 한해서 언급했습니다. 컴퓨터과학과 관련된 부분은 아예 언급할 수가 없었으니 제 리뷰만으로는 <통제 불능> 사례의 극히 일부만을 소개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통제 불능>은 생명 논리가 자연에만 아니라 인공 시스템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생물학적 문명의 특징은 창조물의 설계를 다시 생물적인 것으로 되돌리는 것이며, 공학적으로 설계한 기술과 속박되지 않은 자연을 결합해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기술화가 될수록 기계는 생물학적 성격을 더 띨 거로 예측합니다. 만들어진다는 의미보다는 태어난다는 개념으로 살아가는 사고방식의 시대. 결국, 제어 불능까지도 지배하게 되는 겁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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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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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황금가지 밀리언셀러클럽 <액스맨의 재즈>는 1918년부터 다음 해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여섯 명을 살해한 도끼 살인마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입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 미제 연쇄살인사건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도끼살인마 이야기라니 소재만으로 읽고 싶은 마음 확 잡아끕니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제 살인사건이기에 소설에서 결말을 어떤 식으로 끌고 갈지도 궁금하긴 했고요. 허구와 사실을 얼마나 잘 버무려 독자를 혼동시킬지... 기대하며 읽은 책이었네요.


 

 

​죽음의 사자 액스맨.

날짜와 시간까지 알려주며 살인예고 편지를 신문사에 보내는 대담함까지 보입니다.

자기는 재즈를 좋아한다며 그날 집에서 재즈 연주를 하지 않는다면 도끼 세례를 받을 거라니.

도끼 살인마의 이 편지는 당시 신문에 실린 글 그대로 인용한 거라고 해요. 오싹오싹...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몇몇 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사건 담당 형사, 출소한 전직 형사, 탐정사무소에 일하는 여직원. 이렇게 세 구도로 나뉘고 각각의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도끼살인마에게 희생된 사람들의 연관관계를 몰랐던 처음엔 무작위범죄로 생각하며 수사 진행했지만,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여직원은 희생자였던 사람에 대해 예전에 누군가가 정보제공을 하려다 말았던 걸 기억해내면서 무고한 희생자가 아닌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그저 선량한 희생자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 겁니다.


비리를 저지르고 후임의 밀고로 감옥생활을 하다 5년 만에 출소한 전직 형사도 액스맨을 쫓습니다. 그저 새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액스맨 때문에 사업을 방해받은 이탈리아 조직에서 부탁한 일을 맡게 되죠.


그리고 선배를 밀고했던 바로 그 후임이 이 사건의 담당 형사입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연쇄살인사건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희생양이 될 상황에 처한... 어찌 보면 좀 딱한 인물입니다.


인물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다 개별스토리가 될 만큼 내용이 제법 풍성해요.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중요성도 비슷해 누가 주인공인지 애매한 구조이긴 합니다. 하긴 범인을 잡은 사람이 없으니 결국 주인공은 액스맨인가요 ^^ 나중에 액스맨과 아주 근접하게 다가선 인물은 있어요.

 

 

 

 

도끼살인마의 살인예고 덕분에 뉴올리언스는 음악의 도시가 된 것처럼 재즈 열풍이 되네요.

오히려 축제 분위기처럼 활기를 띠기도 합니다.


" 그러다 문득 뉴올리언스에 있는 모든 것이 음악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회부터 장례행진, 홍보하는 마차, 길모퉁이 물건 행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음악과 함께였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마치 아무 노래라고 부르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 책 속에서


사건을 쫓는 주요 인물 세 명과 관련한 주변인물 이야기도 그 비중이 약하진 않은데요.

특히 탐정사무소 여직원과 함께 행동하는 재즈 밴드 연주자의 이야기는 꽤 자주 등장합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그의 정체를 의심하며 읽게 되기도 했고요. 액스맨의 재즈라는 책 제목이나 도끼살인마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것 등...  재즈 밴드 연주자인 그의 이야기만 나오면 뭔가 흘리고 있는 게 없는지... 허투루 읽을 수 없었어요. 작가가 낚시질을 좀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 여기까지만.

 

 

<액스맨의 재즈>는 그저 피를 좋아하는 도끼살인마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속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질 때 순식간에 쏴~ 소름 돋더라고요. 이 도끼살인마 사건에 연루된 희생자들이 결국 서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게 되고요.

 

<액스맨의 재즈>는 20세기 초 뉴올리언스 시대상을 고스란히 묘사합니다. 당시에는 전차에 흑인 전용 좌석이 따로 있던 시기였어요. 재즈는 악마의 음악이란 인식도 있었고요. 그 외 물밀듯 들어와 나름의 터전을 잡은 이주민들 간의 상황을 알게 되니 그제야 도끼살인마의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네요.

 

처음엔 차별 없던 남부의 낙원이었던 뉴올리언스. 그곳엔 이주민들이 한데 모여 살았습니다. 식민지 지역에서 태어난 유럽인 자손 또는 프랑스계 백인과 미국 흑인 사이의 혼혈을 일컫는 크리올인, 아일랜드인, 아프리카 흑인, 이탈리아인을 중심으로 그 외 중국인, 그리스인, 독일인, 유대인 등 소수민족까지. 하지만 점차 지역 사회에 담장을 치며 철저히 서로를 배격하게 됩니다. 그렇게 된 이유, 그 과정에서 생긴 사건들이 불씨가 되어 도끼살인마가 탄생하게 됩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리 보고,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자신들이 무서워하던 것으로 채워 넣는 인간의 어두운 이면이 인종 차별이란 형태로 드러나며 모든 것의 원인이 되더라고요. 도끼살인마도 시대의 희생양이었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 재미만 추구하며 슥 읽고 넘기기엔 아까운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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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The Art of the Movie
라민 자헤드 지음, 최지원 옮김 / 프롬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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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린왕자 메이킹북, 어린왕자 The Art of The Movie 정말 환상적이네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고전명작이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서 올겨울에는 어린왕자에 푹 빠져 지냈었어요. 어른이 되어 읽은 어린왕자는 그야말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었고, 진한 감동에 허우적~!

 

 

 


CG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합작품 영화 어린왕자.

고전을 영화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도전이라는 문구가 정말 딱 와 닿는데요. 책으로 읽으며 가슴 속에 나름대로 간직한 추상적인 감동을 영화의 시각적 묘사가 자칫 훼손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영화 어린왕자는 영화대로 멋진 것 같아요.

 

생텍쥐페리가 1943년에 발표한 원작 어린왕자.

심오한 주제를 품은 고전 명작을 영화로 만든다는데 따르는 책임감은 어마어마했을 것 같아요. 원작 어린왕자 이야기 자체의 아름다움과 시적인 면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는데, 그래서 영화 어린왕자에는 원작의 이야기를 더 큰 스케일의 이야기 속에 온전하게 담은 채 진행합니다.

 

 

 

 

영화 어린왕자에는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죠.

현실세계를 끌고 가는 캐릭터 소녀입니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어른들의 세계에 물든 아이. 동심이 필요하다 생각하지만 그게 뭔지 아직은 모르는 어른스러운 아이 캐릭터입니다. 진짜 자신의 모습은 아니기에 자신감도 없고요. 그러다 늙은 조종자와의 우정을 통해 동심을 간직하게 됩니다.

 

영화 어린왕자는 현실세계, 생텍쥐페리의 세계, 어른들의 세계로 구분됩니다.

제작과정의 초기 모델이나 어쩔 수 없이 빠진 장면 등을 메이킹북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스토리보드에서 컬러스크립트를 거쳐 최종 영화 장면까지, 디자이너들의 비주얼 노트와 그 변화 과정을 보면서 영화 제작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생텍쥐페리 원작 어린왕자 명장면을 그 감동 그대로 영화로 볼 수 있다니 ^^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작업한 생텍쥐페리의 세계는 정말 멋져요~ 종이 질감이 어쩜 이렇게 어린왕자와 딱 분위기가 맞아떨어지는지. 스톱 모션을 위한 디자인은 알렉산더 유하스 인형 디자이너가 했는데 원작의 평면 그림이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변신한 걸 보면서 상상했던 것과 닮아 정말 감동이었어요.​

 

 

 

 

스톱 모션 기법도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 과정이 숨어있더라고요. ​어린왕자의 표정을 위한 얼굴만 해도 그 수가 장난 아니네요.​

 

 

 

 

영화 어린왕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바로 여우입니다.

이건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들 정도로 ㅠ.ㅠ 디자이너 알렉산더 유하스는 여우가 수채화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특히 스톱 모션 기법으로 만든 생텍쥐페리의 세계에서는 종이와 조명의 노출 차이로 반투명한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내 너무너무 아름답더라고요.

 

비행기가 사막에 불시착하는 장면을 위한 작업, 장미 꽃잎을 한 장 한 장 만드는 작업, 조명을 통해 분위기 전환 등 다양한 작업들을 보며 영화 어린왕자 무한반복 감상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론 CG보다는 스톱 모션 작업 쪽이 더 관심 있어 눈여겨봤네요.

특히 어린왕자가 장미 정원에서 여우와 함께 있는 장면은 조명의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완전 예술이거든요. 그 장면만 한참 뚫어지라 쳐다볼 정도였어요.

 

 

 

 

영화 어린왕자에는 소녀가 상상한 허구, 어른들의 세계도 등장하는데요.

아이들의 눈으로 본 카프카적인 세상입니다. 어른들의 세상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어린 시절 추억이기도 합니다.

소녀가 상상한 어린왕자의 비참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회에 적응 못 한 몸집만 큰 어른이 된 어린왕자와 절대로 그 모습으로는 되고 싶지 않은 어른들의 이미지가 나오죠.

 

잊는 것과 기억하는 것, 어른이 되는 것과 동심을 간직하는 것, 친구를 사귀고 헤어지는 것.

영화 어린왕자 3막에 해당하는 어른들의 세계야말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원작에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고스란히 반영된 부분이기도 해요.

 

 

 

어린왕자가 내게 말 거는듯한 느낌이 들게 한 "양 한 마리만 그려줘요."

조종사가 그려 준 상자 속에 든 양을 그려주기엔 제 마음이 순수하지 못한 것 같아 선뜻 손대기 망설여지더라고요. 이 한 컷이 이 책의 여운을 더 오래 잡아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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