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 인생이 빛나는 곤마리 정리법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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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여신 곤도 마리에의 정리 노하우 집대성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전작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정리 마인드를 이야기한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구체적인 노하우를 담았네요.

 

가슴 설레는 집을 만들려면 곤도 마리에 식 정리 마인드를 꼭 기억하세요.

설레는 집을 만드는 6가지 법칙이 있어요.

 

1. "정리의 90%는 마인드다." 이게 안 되면 원상태로 돌아가버리거든요.

2. "머릿속에 이상적인 생활상을 그려라."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왜 정리를 하고 싶은지 그림이 그려지거든요.

3.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다." 버리기의 첫 단추는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는 겁니다. 버리기 전에 수납 걱정부터 하면 안 되고요.

4. "장소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한다." 같은 종류의 물건끼리 모아보면 현재 상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죠. 아마 대부분 헉소리 나지 않을까 싶네요.

5. '올바른 순서로 정리한다." 설렘에 대한 판단력을 키워야 하기에 옷으로 먼저 해보는 게 적당하다네요.

6. "만졌을 때 설레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버릴 것이 아닌 남길 것을 고른다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을 버리느냐가 아니라 어떤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거죠.

 

 

 

청소는 장소별로 하는 거지만, 제대로 된 정리는 물건별로 해야 한다는 것. 직접 실천해보니 사실 이것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나오더라고요. 방마다 정리하면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게 끊임없이 나오거든요. 정리를 청소처럼 하게 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답니다.

 

전작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다 궁금했던 부분도 이번 책에서 시원하게 풀어주네요.

흔히 하는 변명이 이사 갈 때나 정리해야지 손도 못 대겠다는 건데 (저도 그랬고요), 정리를 마친 상태에서 생활하는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끽해봐야겠어요.

 

"나는 무엇에 설레고, 무엇에 설레지 않을까? 나라는 인간이 '무엇에 설레나'하는 질문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큰 실마리가 된다." - P45

 

곤도 마리에의 정리 마인드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물건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하게 하거든요. 단순히 버리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가치, 본질을 한 번 더 따져보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걸 가라앉히게 되더라고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버리는 요령, 수납 요령 등 구체적인 노하우를 일러스트로 보기 좋게 해둬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보다는 술술 읽히네요.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내용이어서 다시 한 번 정리 마인드를 다짐하기에도 좋고, 정리 마인드를 굳힌 상태라면 실천 단계에서는 이 책이 제대로 실용적이군요.

 

 

 

일본 특유의 집 구조와 우리 환경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소소한 아이디어 중에서 눈에 띄는 것도 많았어요.

입지는 못하겠는데 설레긴 해서 버리기 싫은 옷을 선풍기 덮개로 사용하는 것처럼요.

우리 집 선풍기는 지금 비닐봉지에 쌓여있는데 역시 물건을 다루는 자세부터 반성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버릴 때는 화풀이 식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버리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고마움을 담아 인사하는 그 마음이 참 좋더라고요.

 

가슴 설레는 집에서 살고 싶다면 정리의 여신 곤도 마리에의 책 추천해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만 읽기보다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먼저 읽기를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인드가 세워지지 않아 결국 정리가 아닌 청소를 한 것밖에는 안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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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세상에서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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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세계 이야기 갱스터소설 커글린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작가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등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인데요, 완전 매력 돋는 작가인 것 같아요. 금주령 시대 보스턴 갱 이야기를 다룬 커글린 3부작이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네요.

 

커글린 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커글린 3부작은 1부에 해당하는 <​운명의 날>은 보스턴 경찰 파업을 다루면서 신념 대결의 역사소설 느낌이 났다면, 2부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커글린 가의 막내아들 조 커글린이 본격적으로 범죄 세계에 몸담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3부 <무너진 세상에서>는 은퇴 이후 조직의 자문 역할을 하며 아들 토머스를 키우는 시점에서 자기에게 청부 살인이 걸렸다는 걸 알고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는 2014 에드거 상 수상작품이고요, 2017년 벤 애플렉 감독 주연의 영화 개봉 예정이라네요. 전형적인 갱스터영화가 나올만한 원작소설이라 기대됩니다. 1부, 2부, 3부로 나뉘어 있지만, 이전 스토리를 몰라도 읽는데 무리 없는 구성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와 <무너진 세상에서>는 함께 읽으면 더 좋겠다 싶긴 하고요. 2부를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터라 그냥 넘기긴 정말 아까우니 두 권 모두 추천.

 

커글린 3부작 완결편에 해당하는 <무너진 세상에서>는 아내가 죽고 7년 후(2부가 아내의 죽음으로 끝났어요), 공식적으로는 합법적인 사업가로 변모했지만, 플로리다 전체 조폭계의 대부 격이 된 시점입니다. 현직 때보다 세력이 강해진 상태죠.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조 커글린에게 청부 살인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생깁니다. 날짜까지 정확히 지정해서 말이죠. 지정된 날짜까지는 8일이 남은 상황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를 죽이려 드는지 감을 못 잡는 상황에서 조 커글린은 자기가 잘못되면 아홉 살 된 아들 토머스가 고아가 된다는 불안감에 청부 살인자가 누구인지, 누가 청부한 것인지 찾게 되죠. 그래서 3부 <무너진 세상에서는> 갱스터소설에 추리소설 분위기가 더해졌네요.

 

 

 

도덕을 법으로 규제한 금주령 시대에 술을 판매하며 서민의 스트레스를 날려준 갱들의 활약 때문에 당시 성공한 조직과 조직원은 아메리칸 드림 같은 존재였다고 해요. 하지만 개인의 이익과 조직 공동체 이익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음모와 배신이 판을 치기도 했죠.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파리 목숨만도 못했지만, 나름의 신념을 지키고 활동하던 갱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조 커글린의 매력은 정말 대단했어요. 독자를 제대로 푹 빠지게 만드는 매력 돋는 조 +.+

아일랜드 혈통으로 3부에서는 서른여섯의 나이인데요, 조 커글린을 상상하며 읽다가 <리브 바이 나이트> 영화 주연이 벤 애플렉이란 걸 알고는 음... 어울린다 싶긴 했어요. 영화를 위해 일부러 살을 찌웠다는데 조금 더 날카로운 인상이면 좋겠다 싶긴 했네요.

 

인생은 상실의 연속이라고 하듯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끼는 이들을 떠나 보냈지만, 나름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머리를 쓸 줄 아는 인물이었어요. "그렇게 슬픔과 애정과 권력과 카리스마는 물론, 악행의 가능성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p167)처럼 조 커글린은 뭐든지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능력을 갖춘듯한 분위기를 품은 캐릭터입니다.

 

 

 

<무너진 세상에서>의 클라이맥스는 조 커글린의 청부 살인을 누가 지시했는지, 왜 날짜까지 지정한 청부 살인 계획이었는지 밝혀내는 부분이었어요. 오싹한 전율이 좌르르~

 

심장 쫄깃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데니스 루헤인 작가의 솜씨가 어김없이 발휘되네요. 데니스 루헤인 작가는 정말 갱 조직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세계, 그들의 마음을 잘 다루고 있답니다. 커글린 3부작의 마지막 <무너진 세상에서>는 치열한 두뇌 싸움의 결정판이네요. 그리고 가장 애잔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책을 덮고 한참 지나도 그 분위기에 허우적대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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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France - 프랑스의 작은 중세마을에서 한 달쯤 살 수 있다면… 세상어디에도 2
민혜련 지음, 대한항공 기획.사진 / 홍익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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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제목 때문에 프랑스의 아리따운 숙소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어요 ^^;; 파리 편 다 읽을 때까지도... 아, 역사부터 먼저 나오고 숙소 소개될 건가 보다... 이러고 읽었네요 ;;; 도시마다 여행 정보는 교통 위주로만 살짝 언급되는 수준입니다. 숙소 소개 책 아니고요 ^^

 

 

 

<게스트하우스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를 중심으로 프랑스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정여울 저자의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하고, 작년에 부쩍 유행했던 제주에서 한 달 살기처럼 프랑스에서 한 달 머물면서 관광지 위주가 아닌 프랑스인처럼 돌아다녀 보고 싶은 로망에 딱 맞는 책이네요.

 

파리, 투르, 비아리츠, 무스티에생트마리, 아비뇽, 샤모니 몽블랑, 콜마르.

​프랑스 7개 도시를 메인으로 삼아 주변 지역을 함께 둘러보기 좋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예술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죠. 왜 그런지 이유를 이 책 사진 하나하나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답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수도원 몽생미셸.

사진이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예술입니다. 저런 풍경은 저 상태로 호주머니에 쏙 집어넣고 싶을 정도네요.

 

 

 

육지와 다리가 놓인 일 드레 섬의 초록 분위기 도시도 독특했어요.

파란 마을은 눈에 익었는데 이런 초록 색감도 멋스럽네요. 개인 소유의 집 색깔을 바꾸려 해도 시청에 상의해야 할 정도로 프랑스는 지역마다 이렇게 특색있는 색을 규정한다고 해요. 일 드레는 특히 규정이 엄격하다고 합니다.

 

 

 

프로방스라는 말만 들어도 동화 분위기가 퐁퐁~

협곡이 멋진 마을, 무스티에생트마리는 라벤더와 밀의 바다로 유명한 발랑솔 고원 사진이 인상 깊었어요. 프로방스의 다락방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이라네요.

 

 

 

<게스트하우스 프랑스>는 건축, 역사, 철학, 종교, 요리, 미술 등 역사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폭넓게 다룹니다.

아비뇽에서는 역사책에서나 본 아비뇽유수를 이야기하고, 동화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콜마르에서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배경이 된 도시라며 영화 이야기도 살짝 보탭니다. 파리 대학교가 신학의 본산지로 자리 잡으며 인문학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된 역사적 이야기도 하고요. 백년 전쟁이 일어난 이유, 모나리자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있고, 다빈치 무덤이 프랑스에 있는 이유 등 이 책으로 읽는 역사 공부가 더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압권은... 프랑스와 관련한 유명인들. 정말 끝도 없이 쏟아지더라고요.

프로방스 아를에서는 고흐와 고갱이 함께 살던 짧은 시기에 그 유명한 노란 집 이야기를 하는데, 노란 집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갔건만 실제로는 남아있지 않았다고 하네요.

 

 

 

독일, 스페인 등 몇 나라와 인접해 다채로운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프랑스 중세 도시.

알자스로렌 지역은 독일과 인접한 곳이라 땅따먹기마냥 뺏고 빼앗기고 반복의 역사 때문에, 프랑스와 독일 국적으로 자주 바뀌었던 사람들이 많은데 바로 이곳이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네요. 역사와 문화를 알고 소설을 읽어야겠구나 싶더라고요.

 

토박이가 쓴 것처럼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폭넓고 깊이도 상당하더라고요. <게스트하우스 프랑스>처럼 내가 지금 사는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안다면 애정이 더 샘솟을 것 같단 생각도 해봅니다.

럭셔리의 대명사로만 알고 있던 프랑스. 예술가들이 프랑스에 매료되는 것처럼 저도 흠뻑 사로잡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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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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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건물 사진을 찍는 사진가 쇼이치를 중심으로 호텔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악을 이야기하는 일본추리소설 <창백한 잠>.

 

사람의 손길이 끊어진 폐허를 찾아다니며 사진 찍는 사진가. 동이 트기 전, 세상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드는 시간을 블루월드라고 부른다네요. 동 틀 무렵 군청색의 세계를 담아내고자 하는 사진가 라는 설정이... 아, 그 사진에 뭔가 찍히겠구나 하는 뻔한 설정 짐작하며~

 

도산해서 폐허가 된 호텔 내부 촬영하다가 살해된 여성을 발견합니다. 이 사진가는 한때 탐정 사무소에서 잠깐 일한 전적이 있어 통제할 수 없는 흥미가 솟기 시작하네요. 여성환경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살해된 여성의 이력 상 현재 그 마을에 공항 건설 찬반 대립과 관련한 사건이 아닌가 가설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5년 전 일어난 호텔 화재 사건, 도청 사건, 호텔 살인 사건을 개인적으로 조사하던 위치에 있던 사진가와 호감 관계에 있던 편집자가 크게 다치며 의식불명이 되는 사건도 생기고 원인은 점점 미궁 속에 빠지는데...


 

 

 

공항 건설 찬반 대립이 이 소설의 큰 줄기이긴 합니다. 지역 개발에 얽힌 이권 다툼 속에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파고들수록 사건의 축은 공항 건설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여러 사건의 의외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었죠. 이 과정에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겠지만, 그 부조리한 세상이 만드는 범죄,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간의 내면을 엿보게 됩니다.

 

추리과정에서 사진가의 추리력은 가히 신을 방불케 합니다. 사기 캐릭터예요 ㅋㅋ 그런데 홈즈 같은 추리 실력이기보다는 소설 같은 상상력이 압권입니다. 가노 료이치 작가도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전개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알게 된 일들 사이를 상상으로 다시 연결하면서도"(p398)라며 자신의 상상에 의존하는 주인공을 만들어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공항 건설과 관련한 이권 다툼이라는 겉으로 보이는 배경 외에도 소설 속 인물들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이 하나씩 밝혀지며 사건 해결의 물꼬가 트입니다. 지키고 싶은 삶이란 희망이기도 하면서도 허망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창백한 잠>은 하드보일드 탐정추리소설이라는데 제 취향에는 조금 약한 것 같아요. 무감함은 제대로인데 아주 하~드하지는 않았어요. 의식이 깨어나면 프러포즈 하려고 했던 편집자와의 관계에서 쿨함은 최고조를 달하네요. 상상에 의존하는 탐정추리 쪽이지만 불필요한 감정에 빠지지 않는 무감함은 제대로예요. 상상력에 의존한 추리 쪽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재밌게 읽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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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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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수집 취향은 있을 거예요. 수집 물품도 소박한 것, 기상천외한 것... 참 다양할 텐데요, 개인이 수집한 것으로 박물관을 열 정도의 수집 마니아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삼성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다 보니 그 스케일이 장난 아니더군요.

 

<리 컬렉션>은 삼성가 2대 이병철, 이건희 부자의 명품 컬렉션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삼성문화재단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명품을 초이스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이종선 박물관장이 직접 겪은 에피소드와 다양한 썰~을 풀어놓는데 꽤 재밌게 읽었어요.

 

박물관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절 개인이 수집을 통해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순수한 개인의 열망이 담긴 최고점이 아닐까 싶네요. 1982년 이병철 회장이 세운 호암 미술관, 2004년 이건희 회장이 세운 리움 미술관은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이죠.

 

 

 

 

이병철 회장이 미술품을 수집하게 된 동기도 여느 수집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뭔가에 꽂힌다는 건 순식간이잖아요. 어쩌다 몇 번 다루어보면서 고서화, 도자기 골동품, 현대 미술 등 저마다 특색에 매력 느끼며 한 마디로 꽂힌 거죠. 재미가 붙으니 날개 달린 듯 일사천리로 수집 마니아의 길을 걷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수집으로 시작해 박물관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립 박물관은 간송 미술관, 호림 미술관인데 국보급 문화재를 갖춘 양이 삼성가는 역시 대단하긴 하더군요. 현재 삼성가가 가진 국보급은 국보 37건, 보물 115건이라고 해요.

교과서에서나 보던 것도 나와서 헉소리 날 만하던걸요. 명품을 알아보는 눈, 정보력 등은 역시... 삼성이네 싶더라고요. 손에 넣기까지 우여곡절 에피소드도 참 많았습니다. <백자달항아리>는 이건희 회장 출근을 막아서서 결재 처리한 도자기라고 해요. 달항아리의 미스코리아쯤 된다고 합니다. 구매 후 국보로 지정된 도자기입니다. 이종선 박물관장은 이후 중국과 수교가 되기도 전에 중국 국보 전시를 호암에서 진행한 문화외교의 선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기억하는 작품도 삼성가 컬렉션에 있는 거군요.

이암 <화조구자도>는 자칫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한 작품이라는데, 일본에서 북한으로 당시 문화재가 많이 들어갔었다고 합니다. 이암의 강아지 작품 <모견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고양이가 나오는 <화조묘구도>는 평양박물관에 소장 중이라네요.

 

일본으로 넘어간 문화재를 다시 들여오기 위한 노력은 완전 007작전이었어요. 고려 불화가 일본 박물관에서 경매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너무 비싸 사지 못할듯하니 이병철 회장에게 개인 자격으로라도 사들여줬으면 했다는군요. 그런데 일본 측에서 한국에는 팔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미국으로 먼저 빼돌린 다음 역수입하는 방법을 썼다고 합니다.

일본 얘기가 나오면 우리 문화재 반출과 관련해 속 쓰린 이야기가 가득 나오죠. 특히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꼭 우리나라로 되돌아 왔으면 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이병철 회장이 소중하게 아꼈다는 <청자진사주전자>는 정말 멋지네요. 이 주전자는 백지수표라는 썰이 있긴 하더라고요.  ​가야 금관, 고구려 반가상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재도 많습니다.

<고구려 반가상>에 얽힌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어요. 우리나라 불상의 족보를 제대로 세우는 불상으로 우리나라 반가사유상 중 제일 오래된 유물로 평가받는다는군요. 이걸 일본인에게 들키지 않은 채 지켜내고, 전쟁 때 월남 후 쪼들리는 생활에도 처분하지 않고 한평생 지킨 골동품상 출신 김동현 씨로부터 양도받기까지. 우리 문화재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알려준 에피소드였습니다.

 

​"비록 하나의 유물이지만, 그 유물 하나가 지니는 역사적 가치는 이처럼 엄청날 수 있다. 수집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역사를 온몸으로 품은 것 같은 희열과 영구히 보존한다는 뿌듯함." - 책 속에서

 

 

 

그저 보기 힘든 물건을 보관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요즘은 갤러리 기능 등이 더해져 문화예술의 장으로 넓어진 박물관. 소통을 전제로 하는 공개와 상업적인 판단이 배제된 윤리가 더해진 박물관의 건립은 공공화를 의미합니다. 수집의 사회 환원이라는 형태입니다.

아무래도 문화재는 도굴, 밀반출 등으로 제자리에 있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요, 문화재 수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간송 전형필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네요. 수집을 개인 차원에서 공공차원으로 끌어올린 최초의 수집가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 했던 정말 고마운 인물입니다.

 

<리 컬렉션>은 단순히 삼성가의 돈자랑 이야기가 아닙니다. 박물관과 문화에 관한 이야기, 문화재를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함께하네요. 그나저나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수집벽이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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