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오쿠이즈미 히카루 지음, 지비원 옮김 / 현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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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 기념으로 현암사에서 출간하고 있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시리즈 읽어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소설 11권을 접했네요. 처음엔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지만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은 그런 근대소설이 아닐까? 선입견이 사실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서 소세키 작가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도련님>을 읽으며 B급 블랙코미디를 보는 느낌도 들었고, <풀베개>를 읽으면서 그림 같은 문체에 홀딱 빠져들기도 했었네요. 전에는 미처 몰랐던 내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기에 뿌듯한 기분도 들었답니다.

 

그런데 소세키 책을 더 재밌게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네요.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제목처럼 정말 가~뿐하게 그의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오쿠이즈미 히카루 저자의 입담이 제대로 터지더라고요. 다만 소세키 책 모두가 다 실린 건 아니어서 그 부분은 1% 아쉽습니다.

 

 

 

이 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문체를 재현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살인사건>을 쓸 정도로 소세키에게 제대로 홀릭했더라고요. 그런 광팬이 바라본 소세키 소설과 내가 읽어 낸 소세키 소설의 느낌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소세키 책 가뿐하게 읽어내는 독서법은 소세키 책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도 즐겁게 읽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핵심은 바로 능동적으로 읽기였어요.

 

"어떤 소설이 재미있다는 것은 독자가 능동적으로 작품을 읽고 자기 힘으로 재미를 발견해간다는 뜻입니다. 머릿속에 세계를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소설의 재미라는 사실..." - 책 속에서

 

예전엔 재미없었는데 지금은 재미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는 것은 소설의 재미란 그때그때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감각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니 한 번 읽고 소설, 소설가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말라고 하네요.

 

 

 

나쓰메 소세키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읽지 않아도 제목을 들어본 분이 많으실 텐데요. 그저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이라 해서 쉽게 접근했다가 초반만 읽고 중단한 경우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정말 많은가 봐요. 저자가 그 부분을 콕 짚어주거든요. 저자는 '스토리 지상주의를 버려라'고 합니다. 이 책은 오히려 세부적인 것들에서 재미를 느껴야 한다네요. 하긴 원래 1장만으로 끝내려다가 인기를 얻어 계속 연재했던 소설이라 스토리가 소설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풀베개>는 호불호가 갈리는 소설인데요. 저는 한 편의 그림 같은 문체에 반해 이런 문체로도 소설이 완성되구나 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동백꽃 떨어지는 장면과 오필리아의 죽음을 그린 미술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은 정말 인상 깊었어요. 저자 역시 <풀베개>는 예술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라 회화 감상하듯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소세키 본인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독자의 머리에 남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네요.

 

일본에서 영화, 드라마 등으로 많이 제작된 <도련님> 책은 어미를 ~다. 에서 ~습니다로 바꿔 읽어보라고 제안합니다. 그랬더니 와우... 혈기왕성 유쾌통쾌했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우울증 환자처럼 바뀌길래 너무 신기했어요. <도련님>은 힘이 넘치는 문장의 역할이란 이런 거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소설이라는 걸 실감했네요.

 

 

 

<산시로>에서는 주인공 산시로에만 주목하지 말고 산시로가 좋아하는 미네코를 눈여겨보라고 합니다. 미네코도 호불호가 갈리지요.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독자의 수만큼 인물의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게 소설의 매력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연령, 성별, 가족 구성이나 사회적 입장이 전부 다른 사람들이 '이것은 내 이야기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힘" - 책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 단편집은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이 책 보면서 급 호기심이 생겼어요. 특히 <하룻밤>을 이해한다면 그게 더 놀랍다고 말하는 저자. 소세키다운 장난기가 가득한 책이라네요. 이 <하룻밤>이 얼마나 이해 불가한 내용인지 소세키 본인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에 '누가 읽어도 몽롱하고 종잡을 수 없다'고 언급할 정도입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얼마나 몽롱한지 궁금해서... 읽어봐야겠더라고요.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는 미처 몰랐거나 놓쳤던 포인트를 짚어줘서 소세키 소설 가이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연재 중 사망하면서 미완으로 남은 <명암>이 왜 걸작인지 그리고 저자의 애정이 유난히 가득한 <그 후>를 호러식으로 해석한 부분 등 도움되는 글이 많네요.

 

소세키 소설을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이제 소세키랜드에 입성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읽어야 재미를 느끼며 읽어낼 수 있을지 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일반 소설을 읽을 때도 큰 도움되고요. 등장인물들을 틀에 가두어버리는 빈약한 해석으로 끝내지 말고 새로운 시점으로 읽는 방식이라든지, 스토리에만 주목하지 말아야 한다든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저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님을 짚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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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4-1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잔뜩인내요 ㅡ소세키 월드 ㅡ사..사...사랑합니다 ㅡ^^ㅋㅋㅋ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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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블랙로맨스클럽 신간 <이름 없는 나비는 취하지 않아>. 애거스 크리스티 상을 받은 모리 아키마로 작가의 연애미스터리 소설인데요, 미스터리 글자를 빼버려도 될 만큼 기존의 미스터리소설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더라고요. 주인공이 치즈인더트랩의 홍설과 유정 커플의 성격이 살짝 오버랩 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만큼 <이름 없는 나비는 취하지 않아> 책이 생각외로 마음에 들었단 뜻입니다 ^^

 

코믹과 로맨스,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섞여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어요. 청춘의 방황, 자아 찾기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인데도 무겁지 않게 이끌어나가는 모리 아키마로 작가의 글이 만족스러웠어요. 일본 미스터리소설 마니아라면 색다른 맛을 볼 수 있을 테고,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마스다 미리 풍의 달콤담백한 느낌 받을 수 있으니 도전해도 될 만한 책이랍니다. 아역배우 출신 주코가 대학 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를 보며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해보기도 하고, 지금 20대 청춘 시기를 겪는 독자라면 그 시기에 고민하는 것들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추리연구회 동아리에 들어가려던 주코는 이름이 비슷한 취리연구회로 들어가는 어이없는 상황을 겪습니다.

취리연구회가 하는 일은 바로 술 마시며 취하기.

 

취, 취, 취취취취, 취하면 멋진 이치가 보인다.

취, 취, 취취취연, 마시면 당신도 이치가 보인다.

 

그런데 주조장 집 딸로 자란 주코는 취하지 않는 특이체질이었어요. 물인 줄 알고 매일 마셔댄 물이 술이었거든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마셔온 덕분에 어떤 강한 술에도 취하지 않게 되었죠. 친목이나 교류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술을 마시기 위해 마시는 취연. 고주망태 되어 다양한 주사를 부리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 악~! 20대 그 시절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더불어 사케 한 잔 음미하고 싶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청춘은 긴 터널이다. 다들 눈을 질끈 감고 싶어질 정도로 눈부신 빛을 향해 달리고 있을 터이지만, 터널의 한가운데에서 빛은 보이지 않는다." - 책 속에서

 

<이름 없는 나비는 취하지 않아>는 어느 곳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진정한 자아 확립이 아직 안 된 상태인 모라토리엄 인간상을 주코를 통해 보여줍니다. 아역배우였지만 성장하면서 성인 배우로 진입하지 못하고 연기생활을 그만뒀던 주코. 아역배우였던 것을 숨기려 하고,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그 누구에게도 튀지 않으려는 주코의 행동 뒤에는 '아무것도 아닌 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청년기 특유의 위기감과 닮았기도 합니다.

 

 

 

"술이든 뭐든 취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사람은 비틀거리면서 나아갈 수 있어." - 책 속에서

 

술을 마셔야만 취기를 느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취연 동아리 회장 미키지마의 말은 주코의 마음을 두드리네요. 취기를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이야기하는 미키지마. 거기에는 연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주코는 미키지마 선배를 흠모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아니 제대로 알아채지도 못합니다. 술에 취하지 않는 주코가 세계에 취하는 법을 알아가는 20대 청춘 성장소설이기도 하네요.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분명 미스터리 소설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 미스터리가 말 그대로 '거 참, 미스터리하다~' 정도의 미스터리입니다. 취연 활동 중 생기는 다양한 사건이 그 대상이에요. 술 마시다 실종된 사람이 다음 날 벚나무 아래 죽은 듯 잠자고 있었던 사건, 미키지마 선배의 전 여친 사건 등 이런 에피소드가 쏠쏠한 재미를 주네요.

 

대나무로 짜인 벽을 사이에 두고 눈 내리는 온천을 배경으로 한 결말도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미키지마와 조코가 벽을 두고 같은 하늘을 보는 장면이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서 상상이 되더라고요. 여전히 인생의 목표가 이거다라는 것은 없지만, 몇 겹의 마음의 옷 중 한 겹은 벗어버린 주코. 좀 더 다양한 세상에 취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미키지마 선배의 숨은 조력이 빛나네요. 담백하고 예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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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본심 - 솔직히 까놓고 말하는
나흐 왁스만.맷 사르트웰 엮음, 전혜영.최제니 옮김 / 허밍버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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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황금시대, 셰프 이야기는 이제 질리는지요. <셰프의 본심>을 보면 또 새롭게 다가올 거예요.
겉으로 보이는 셰프의 세계가 아닌 셰프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셰프의 본심>에서 소개한 셰프는 사상 최고급 셰프들이라네요. 저한테는 낯설고 생소한 이름들뿐이지만. 한국계 셰프 데이비드 장 외 모두 외국인 셰프입니다.

 

 

세 보이는 성깔있는 셰프,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은 자만심이 드러나는 셰프.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좀 있어 보이니 막연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셰프. 셰프라는 직업에는 이런 다양한 편견이 유난히 강하게 박혀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게 뭐 다를 거 있나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직업으로 할 때 생기는 이런저런 마음고생은 누구나 겪는 고민일 겁니다.

 

 

 

 

요리사는 전통을 살리면서도 기존의 것에서 벗어난 새로움을 선사해야 하는 창조성을 겸비해야 합니다. 게다가 요즘 셰프는 요리뿐만 아니라 CEO 못지않은 감각을 가져야 하죠. ​<셰프의 본심>에 등장한 셰프들은 미사여구를 늘어놓지 않고, 촌철살인 같은 짧은 말 한마디로 속내를 드러냅니다. 셰프의 표면적인 삶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 시간 안에 3단계 코스 요리가 나오길 기대하는 손님, 셰프가 무슨 마법사인 줄 아는 손님, 주방은 전쟁터인데 셰프가 밖에 나와 주길 바라는 손님, 무조건 새로운 것만을 원하는 손님 등 기대치가 너무나도 높은 손님들에 대한 투정을 부립니다. 소스 만들 때 힘들게 수동으로 하지 않고 믹서를 사용한다느니, 요리사라고 해서 모든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라느니... 등 익살맞기도 한 투정도 많네요.

 

 

 

 

지금은 한물간 셰프로 남지 않으려는 압박감, 주방에서의 긴장감 등 셰프라는 타이틀의 무게를 절감하는 셰프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말이 많았어요. 트렌드만을 따르다간 자신의 길은 물론 열정마저도 잃을 수 있다 경고하는 한 셰프의 말은 요리사의 철학을 되새기게 하네요.

 

이렇게 업에 대한 고뇌도 이야기하며 진정성 있는 진짜 요리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그리고 그 고민을 담은 요리를 향한 열정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음식의 본질만을 운운하며 호들갑 떨지 말라는 명언도 있더라고요.

 

 

 

셰프들의 농담이기도 한 버터 이야기도 재밌어요. 버터만 있으면 어떤 요리도 실패하진 않을 거라고. 버터 좀 달라는 우스갯소리 뒤에는 그만의 요리를 멋지게 완성하고픈 셰프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빵 터지게 하는 유머러스한 말도 있었지만, 그 속내에는 요리의 기술 그 너머 갖춰야 할 셰프로서의 자세를 <셰프의 본심>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는 게 이런 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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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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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물의 속을 들여다보고 구조나 성질을 상상하는 재주가 있는 마크 미오도닉 저자.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건 우연히 플랫폼에서 누군가에게 면도날에 베이는 칼부림 사건을 겪고부터인데요. 경찰서에서 서류 작성 중 스테이플러 철심, 아버지의 열쇠고리 (물론 그의 등을 베어버린 면도날도 포함해서)... 갑자기 철이 세상 모든 것에 있다는 사실에 극도로 예민해지면서였어요.

 


관심을 두기 시작하니 세상 곳곳에 그게 있더라는 사실을 눈 뜨게 된 거죠. 어떻게 이 한 가지 재료가 수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걸까 하고 그때부터 평범한 재료의 세계를 탐구하게 됩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평범한 일상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합니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 생체재료 이렇게 10가지 재료가 옥상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는 컷 속에 담겨 있다니. 사진 한 장으로 얼마나 많은 재료가 이 세계를 만들고 있는지 인식하게 됩니다.

석기시대, 청동시대, 철기시대처럼 문명화의 단계를 말할 때도 사용되는 재료. 이런 용어도 새로운 '재료'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이 재료를 탐구한다는 주제가 만만한 게 아니구나 싶었네요.

 


"재료의 세계는 단지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전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일부다." - 책 속에서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재료들이 어디에서 탄생했고 어떻게 기능하며, 우리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지 알려줍니다. 재료 자체에 대한 지식은 무지했는데, 재료 기술의 진화는 재료와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며 인류 문화와 관계를 맺어왔고 그만큼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마크 미오도닉 교수의 글은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에 특화된 글이었어요. 이런 글솜씨를 가진 분이 어디 있다 나타났나 싶을 정도로 그의 글은 매력적입니다. 쉽고 재밌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하는 재주를 가진 분이네요. 추억이 서린 경험담은 유머감각을 가득 담고 있고, 영화 시나리오처럼 쓴 글은 신선한 방식이었어요. 이런 센스있는 과학자 같으니라고.

 


<사소한 것들의 과학>을 읽으며 재료과학이란 주제를 다양한 상식과 정보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칼이 뚝 부러지는 이유를 통해 마법의 영역과도 같았던 강철 제조법이 과학의 영역으로 오게 된 스토리, 공학적 창조물 중 하나로 말할 수 있는 초콜릿의 비밀, 플라스틱 없이는 영화도 없었을 거라는 플라스틱 혁명 등 재료의 위대함을 알게 됩니다. 너무 흔해서 평소 생각하지도 않는 종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쉽게 찢어지기도 하면서 주름과 접힘만으로 종이접기 예술도 가능한 이런 재료가 세상에 드물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콘크리트의 경우 그저 건축에 사용하는 그 콘크리트만 생각하고 있었다가 자기치유 콘크리트니 콘크리트 천 같은 새로운 형태를 접하니 신기했어요.

새롭게 등장하는 콘크리트 세계를 보면 삭막한 회색빛 콘크리트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더라고요. 특히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생명체를 통해 콘크리트 균열을 메꿀 방법을 찾아낸 자기치유 콘크리트 이야기나 저절로 세척되는 콘크리트 이야기를 보면 무생물과 유기체의 구분 한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입니다.

 

 

 


유기체만 신기한 게 아니라 무생물의 세계도 이토록 복잡하다니요. 생체재료 등을 통해 이젠 인간의 정체성을 우리 몸의 물질성으로 구분하지는 못할 거라네요. 그보다는 마음, 감정, 감각의 세계로 구분하는 세상이 온 거죠. 그동안 그 중요성을 몰랐고 덜 알려졌던 재료과학. 재료는 인류의 필요와 욕망의 복잡한 발현물이라는 마크 미오도닉 교수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익숙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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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
채수정.이종현.김아름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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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이상 만 30세 이하 청년들이 관광, 취업, 어학연수를 하며 현지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여행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현재 우리나라는 20여 개 국가와 워킹 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했다네요.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 책은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 워킹 홀리데이를 다루고 있답니다. 흔히 호주, 캐나다 워킹 홀리데이는 많이 알려졌지만, 유럽 지역은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네요.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에서 실제 워킹 홀리데이를 한 세 명의 워킹 홀리데이 체험기라고 보면 됩니다. 나라마다 워킹 홀리데이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최대 체류 기간 1년까지인 국가가 많아 해외에 장기체류하는 경우 나이만 딱 맞으면 유용한 제도인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 세 명은 워킹 홀리데이 나이 제한 끝자락에 도전했더라고요. 실제 출국일이 아닌 접수일 기준으로 만 30세 이하면 가능해요. 한국 나이 32세여도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면 가능하니 30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면 기회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해를 거듭할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시간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느라 익숙한 것에 쉽게 물들어 간다. 그럴 때는 환경을 통째 바꿔보자." - 아일랜드 편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에서는 워킹 홀리데이 준비 과정, 현지 생활에 필요한 팁, 일자리 구하기, 현지 문화 체험, 여행 등 성공적인 워킹 홀리데이를 위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어디에서 살지, 얼마를 들고 가야 할지, 뭘 가지고 갈지 세세하게 알려주네요.

 

 

 

물가가 비싼 나라가 있는가 하면, 낯선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 해외에서 사는 것도 우리나라 환경과 사실 크게 다를 점은 없어요. 유럽 지역은 아무래도 영어보다 자국어를 알고 가는 게 그만큼 유리하기도 하겠고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경험자들은 그 나라 언어를 잘하지 못했지만 도전했습니다. 그만큼 워킹 홀리데이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떠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저 도피처로서의 떠남이 아닌, 새로운 기회를 힘껏 내 손으로 잡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해야 하겠더라고요.

 

행복한 나라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보려고 행복지수 높다는 덴마크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이 분은 워킹 홀리데이를 하기 전 세웠던 목표를 이루고 돌아왔습니다. 4시간 일하고 숙식 받는 공동체 마을의 우프 경험을 하면서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음을 배우고 왔다는군요.

 

 

 

독일로 워킹 홀리데이를 한 이 분은 일정 수준의 공인 영어 점수가 필요한 영어권 국가 대신 다른 유럽 국가를 물색하다가 독일을 선택했더라고요. 독일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그나마 영어가 좀 통하는 곳이었고, 저렴한 물가와 여행 다니기 최적의 위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네요. 이 분은 현재도 독일에서 살고 있다 합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나'를 위해 만들어가기로 마음먹고, 지금의 이 경험이 삶의 귀중한 자양분이 될 거로 생각하며 워킹 홀리데이를 하게 되었다고 해요.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의 세 명의 저자는 한결같이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목적을 잘 세우고 가야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어학, 여행, 일 등 목적에 따라 알맞은 지역 선택과 준비 계획도 달라질 테고요. 한국에서 파트타임 경험자가 아무래도 현지에서도 일자리 구하기 유리하다고 하네요. 그만큼 적극적인 삶의 태도가 어디에서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가 언젠가 장기 해외여행을 꿈꿀 때 도움될까 싶어 정보 수집 겸 읽은 책입니다. 워킹 홀리데이로 인생의 전환점을 겪은 세 명의 이야기를 보면 한 번쯤 꼭 경험해보면 좋은 일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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