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보상
신재용 지음 / 홍문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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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평가와 보상에 대해 연구해 온 서울대 신재용 교수의 <공정한 보상>. MZ세대가 기업 구성원의 절반에 육박하며 기업들은 MZ세대와 일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열심입니다. 특히 보상 정책과 관련한 이슈가 논란이 되면서 MZ세대가 원하는 공정은 무엇인지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공정한 보상>에서는 기업 경영자, 관리자, M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보상은 무엇에 근거해야 하며, 성과에 근거한 보상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구축할 수 있는지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상 정책 트렌드와 해외 기업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이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대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서도 공정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었듯 공정과 정의에 대한 갈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MZ세대에게서 공정한 보상 키워드가 트렌드로 자리 잡을 정도로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1,700만 명에 달하는 화이트칼라 MZ세대 직장인의 공정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입니다.


기업 이해관계자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ESG 시대에 기업의 성과급 이슈, MZ세대가 요구하는 성과평가와 보상의 공정성에 관한 기사가 많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1년 초 SK하이닉스 성과급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의 핵심은 영업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약 2배가 되었는데도 성과급 규모는 연봉의 20% 수준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업종이 유사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발표되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 것도 주된 영향이었습니다.


성과급을 선물, 시혜의 의미로 바라봤던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단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발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왜 공정성 이슈가 연일 터져 나오는 걸까요. 현실은 성과평가 보상을 합리적으로 하는 기업이 별로 없다는 방증입니다. 입시 토너먼트, 입사 토너먼트, 승진 토너먼트로 이어지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확보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공정'이란 단어라고 합니다.


2017년 서울메트로, 2020년 인천국제공항청사,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에서 정규직 취준생들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분노했는지 이해해야만 MZ세대가 욕망하는 공정한 보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저자는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공정의 필요조건에는 능력주의가 포함됩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생존편향이 있다고 합니다. 무임승차를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화이트칼라 MZ세대에게는 진정한 능력주의에 기반한 보상이 공정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채 대신 수시 채용 비중의 증가, 인턴 생활조차 경쟁의 장이었고, 어려운 경쟁 과정을 뚫고 기업에 입사한 만큼, 입사 후에는 성과평가와 보상에 있어서 시스템적으로 공정한 대우를 바라게 됩니다.


게다가 MZ세대 직장인 플랫폼의 활성화로 익명성을 갖고 자유롭게 활동하는데다가 연봉과 성과급이 비교 가능한 오픈된 주제로 다가오면서 공정성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입니다. 화이트칼라 MZ세대는 무조건 많이 달라는 게 아닙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점이 기존의 임금 갈등과는 다른 점입니다. 투명하지 않으면 불공정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조직성과급, 전사성과급처럼 조직문화에 초점을 맞춰 일률적으로 지급했지만, MZ세대는 그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의해서만 평가받고 보상받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강한 겁니다. 그래서 MZ세대는 부모찬스 스펙 이슈 같은 것에도 강하게 비난합니다.


능력주의, 성과주의를 공정성의 상징으로 여기는 MZ세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핵심적으로 논의되었던 운 효과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화이트칼라 MZ세대 역시 사교육을 포함해 부모의 경제적 조력을 충분히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는 간접적 부모찬스라는 거죠. 신재용 교수는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화이트칼라 MZ세대의 공정성 인식을 진보교육계보다는 대치동 엄마에 가깝다고 이야기합니다.


집단성과에 따른 보상 문제, 임원의 고액 보상에 대한 MZ세대의 불만 해소를 위해 기업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보상>에서는 공정과 운의 필터링에 대한 논의에 이어 성과기반 보상 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기업 임원 인센티브 제도 사례를 통해 실무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과거 실적이 미래 목표의 베이스가 되는 관행인 '올해 잘하면 내년에 피곤해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하락은 어떻게 필터링할 수 있을지도 기업 사례를 통해 조목조목 알려줍니다.


화이트칼라 MZ세대에게 노력, 재능, 간접적 부모찬스를 제외한 모든 것은 시스템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며 적극적으로 필터링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걸 <공정한 보상>에서 설명합니다. 찬반 논쟁을 하라는 게 아니라 이 세대를 이해해야 기업은 보상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합니다. 투입물과 산출물의 공정한 교환이라는 틀로 보상을 바라보는 MZ세대. 불확실성 시대에 불확실한 미래 약속 보상 대신 단기평가와 이에 따른 현재의 보상에 관심 가집니다. 내부 승진, 연공서열 기반 보상제도가 관행인 우리 기업의 보상제도는 앞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신재용 교수는 이와 관련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합니다. 직무·역량에 기반하여 설정한 기본급 및 능력급에 과감하게 성과에 기반한 보상을 더하는 겁니다. 개인의 성과측정과 보상 간의 연계를 강화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관리자의 중요성이 높아집니다. 보상을 결정하는 절차가 공정한지도 중요합니다.


MZ세대가 열망하는 공정한 성과보상의 의미를 이해하는 여정은 이 사회가 만들어낸 현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해서 씁쓸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MZ세대를 위해 변화한 대기업 사례를 비롯해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방법을 실무에 적용하는 법을 꼼꼼히 다룬 <공정한 보상>.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한 보상이란 무엇인지, MZ세대와의 소통뿐만 아니라 기업의 미래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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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풀니스를 찾아서 - 한스 로슬링 자서전
한스 로슬링.파니 헤르게스탐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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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이자 세계 보건학자,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 박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러 <팩트풀니스> 탄생 여정을 보여주는 책 <팩트풀니스를 찾아서 (원제 How I Learned to Understand the World) >. 세계 최빈국 모잠비크 응급진료소부터 세계 경제 포럼 다보스에 이르기까지 그가 마주했던 무지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사실 기반 이해만이 세상을 진보하게 할 수 있다는 세계관을 펼쳐보인 한스 로슬링 박사의 회고록입니다.


1948년 스웨덴 출생인 한스 로슬링은 국경없는의사회 공동설립자이자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 등 구호기구의 고문으로 일하며 2003년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갭마인더재단을 설립해 가난, 질병,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실천적 행동가로서 살았습니다. 2016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삶을 앞둔 상황에서 아들 올라와 며느리 안느와 함께 <팩트풀니스>를 집필하며 동시에 진행했던 회고록 작업. 결국 두 책 모두 유작이 되었지만, <팩트풀니스>가 세계에 안긴 영향력은 너무나도 컸고 그의 바람은 갭마인더재단을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서전 <팩트풀니스를 찾아서>에서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평생을 헌신하며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한다는 팩트풀니스 개념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의 삶을 통해 보여줍니다. 사실충실성이라 부르는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우리의 세계관을 팩트체크합니다. <팩트풀니스>에서 우리는 이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적나라하게 짚어줬습니다. 시대착오적이고 왜곡된 사고관에 사로잡힌 채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세계적 문제를 잘못된 방향으로 해결하려 들고 말이죠.


그가 다닌 학교에서조차 서양과 나머지 세계라는 막연한 개념에 바탕을 둔 세계관을 주입했고, 아이들은 나머지 세계의 문화는 상당히 원시적인 것처럼 여겼습니다. 하지만 한스 로슬링은 문맹인 조부모, 평범한 노동자 아버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어머니, 그리고 그의 시대로 이어지는 3대의 가족사를 통해 교육, 경제, 복지 수준의 변화를 쉽게 확인하게되자 세계관이 흔들립니다. 가족사는 한스 로슬링이 더 넓은 세계의 발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고백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에 관심이 많았던 한스 로슬링은 의사 수련 과정에서 모잠비크 독립 쟁취를 위해 교수직을 버리고 아프리카로 돌아간 에두아르도 몬들라네와의 인연으로 아프리카행을 집착하게 되고, 결국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모잠비크의 도시 나칼라에서 2년 간 근무하게 됩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한스 로슬링에서 엄청난 교훈을 안겨줬습니다. 저개발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숨가쁜 의료 현장에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숱하게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언제나 이곳에 왜 왔는지 상기시키며 공공보건을 지향하는 선택을 내렸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수치적으로 분석해 올바른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병원에서 죽은 아이의 통계만으로는 집에서 죽은 아이를 포함한 그 이면을 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구 대다수가 기본적인 보건 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 자체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건 비윤리적인 일이라는 걸 그곳에 머물며 깨닫게된 겁니다. 데이터를 세심하게 집계하고 명료하게 분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통계 수치 너머의 이야기를 깨닫습니다. 예방접종과 작은 보건 의료 단위 증가를 목표로 우선순위를 바꾸자 그 결과 스웨덴이 아동사망률 26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떨어지는 데 60년이 걸린 일을 그곳에서 35년 만에 이뤄냅니다.


그의 세계관이 한 단계 더 변화한 계기는 카바 보건소의 루치아 수녀가 보낸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다리 마비증세 환자들이 속출하자 위험한 감염병은 아닌지 조사하게 되었고, 콘조Konzo로 알려진 마비 증세를 일으키는 질병의 원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뭄으로 먹을 게 부족한 시기에 식량을 얻을 다른 방법이 없었던 이들이 선택한 결과이자 한 시스템에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보여준 사건입니다. 그들의 생활에 가까이 다가섰을 때에야 알게 된 이 여정을 통해 근본적인 인과관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농업 경제가 궁핍과 극빈의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었던 겁니다.


젊은 시절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들은 모자보건, 극빈 지역의 바이러스 감염, 한정된 자원으로 보건 의료 시스템을 조직하고 이끄는 방법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대다수의 환자가 병원에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세계 보건에 관심 있는 의대생들조차 정작 세계 보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걸 강의 현장에서 경험합니다. 데이터가 틀렸다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선입견을 깨뜨리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전문가들이 세계의 기본적 변화 패턴을 묻는 질문에 30년 이상이나 뒤쳐진 세계관으로 답한 겁니다. 우리와 그들로 나눠 여전히 이분법적 세계로만 생각하는, 낡은 세계관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한스 로슬링은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으로 각 나라를 직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물방울로 표현해 설명하게 됩니다. 세계를 선진국과 저개발국으로 나누는 이분법은 오늘날의 세계와 무관하다는 것, 경제 발전이 진행됨에 따라 질병 부담이 영양실조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는 감염성 질환에서 비감염성 질환 또는 고령층에 발생하는 만성질환으로 서서히 옮겨간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시각화 작업을 더해 이후 구글이 소스 코드를 사기도 했던, 그 유명한 물방울 도표가 탄생합니다. 새로운 세계 표현에 이바지한 물방울 도표와 함께 세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을 조목조목 짚어준 결과물이 바로 <팩트풀니스> 책입니다.


건강과 보건 의료 서비스 제공에서의 세계적 차이,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회복시킬 최선의 방법에 대해 실천한 한스 로슬링. 어떻게 사람들이 세계적 규모의 발전을 이해하는 걸 어려워하는가를 이해하게 되는 여정을 담은 <팩트풀니스를 찾아서>. 2019년 2월 <팩트풀니스> 책 리뷰를 남기면서 그 해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고 언급했는데, 그의 자서전마저도 이렇게 제 마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습니다. 한스 로슬링의 인생 스토리를 읽는 내내 놀라움과 울컥하는 감동이 동반됩니다. <팩트풀니스>로 현실의 세계를 제대로 바라보고, <팩트풀니스를 찾아서>로 한 사람의 세계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하는지 함께할 수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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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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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새뮤얼 존슨상과 그래 최고의 책에 책에 주어지는 영국의 대표 문학상 코스타상을 석권한 자연에세이 <메이블 이야기>의 헬렌 맥도널드 작가. 이번엔 좀 더 내밀한 사색 에세이 <저녁의 비행 (원제 Vesper Flights)>으로 특유의 깊고 섬세한 글을 다시 만났습니다. 


<메이블 이야기>에서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깊은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작가가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받은 치유를 들려줬다면, <저녁의 비행>에서는 야생동물을 관찰하며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묘사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작가는 인간이 일으킨 여섯 번째 멸종의 시대에 상실과 사멸을 문학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통계학적 사실은 과학의 역할이지만 사라지는 것들의 의미를 성찰하는 건 문학의 역할이라고 말이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 세상 특유의 질감과 감촉과 결을 알려 줄 수 있는 문학으로서의 <저녁의 비행>을 읽으며 자연 에세이로부터 이토록 전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저도 작가의 의도에 공감합니다.


<저녁의 비행>은 우리를 둘러싼 모든 빛나는 존재에 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송골매, 칼새, 찌르레기, 산토끼, 야생돼지, 백조, 편두통, 브렉시트... 에세이마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키워드가 연결되는 마지막 문단에 이르면 경이롭다는 감정만이 남습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가의 경험이 폭넓게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수집품 중 둥지에 대한 고찰로 시작하는 첫 글만으로도 작가의 노련한 사색 흐름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수집품 중 유난히 불편하게 느껴졌다는 둥지. 새 둥지는 철마다 생겨나는 비밀공간이자 그 시절이 지나면 버려지는 은밀한 공간입니다. 어린 시절엔 집이란 단순히 고정된 장소로 생각했지만 새 둥지로부터 집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집은 그저 고정된 장소의 의미가 아니라 내면에 품은 공간임을 말이죠. 그리고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홀로 외떨어져 있어야만 했던 작가가 무의식적으로 안고 있었던 상실과 둥지가 연결되면서 비로소 불편함의 정체를 깨닫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호주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센트럴 파크, 아일랜드 그리고 근처 숲에서 만난 동물들. 생각보다 돼지 같지 않다는 걸 깨달은 야생 돼지를 조우한 날에는 2004년 농장에서 기르던 돼지 60마리가 11년 후 1,000마리 이상으로 개체 수가 늘어난 이야기를, 마천루에서 철새 이동을 관찰하던 날에는 빌딩 숲을 이룬 현대 도시의 조명 빛이 철새를 어떻게 현혹시키는지를 들려줍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목초지가 깔끔하게 정비된 바람에 완벽하고 정교한 생태계의 복잡구조와 그 구조를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는 모든 생명체를 잃었다는 것에 애통해하기도 합니다. 수 세기 동안 동식물의 서식지는 사라지고 우리가 자연 세계에 대하여 알고 있는 일상의 생생한 지식이 점차 줄어들고 약해지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수많은 갈등을 통계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소환해 내는 <저녁의 비행>입니다.


그렇기에 동물과 교감이 이루어진 나날의 경험은 더욱 소중해집니다. 자폐증 아이와 황홀한 교감을 나눈 작가의 반려 앵무새, 이별의 아픔을 겪은 날 콘크리트 계단에 앉아 강물을 응시하던 중에 튼튼한 두 다리로 쿵쿵쿵 걸어와 풀썩 앉아 날개 깃털이 허벅지를 꾹 누르고 있을 정도로 나란히 앉은 모양새로 다가온 백조... 당황스럽고 놀라운 감정은 이내 경이로움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 외에도 지나가버린 시간과 역사에 관해 사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주는 겨울 숲, 편두통 징후와 연결해 들려주는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묵시적 사고의 위험성, 칼새를 사색하며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식을 주의 깊게 생각하는 등 사색의 범주가 남다른 글이 쏟아집니다. 잠들 무렵 지구 내부 구조를 주문처럼 외웠다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볼 때부터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흥미로운 점은 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일이나 실체에 대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짚어줍니다. 작가는 동물이 가르쳐주는 것은 "당신이 생각하기에, 당신은 자신에 대하여 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고 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동물을 끌어들여 인간의 여러 면모를 설명해오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동물을 있는 그대로 분명하게 보지 않는다고 꼬집습니다. 숲도 인간만을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게 아니듯 말이죠.


나를 깨우치는 생명체들의 이야기 <저녁의 비행>. 동물들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가족, 집, 고향이란 무엇인가 등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여정 속에서 동물들의 삶이 인간의 삶을 설명하거나 거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되고, 그로부터 오히려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되는 특별한 사색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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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심리 수업
닥터 고양이 지음 / 콜라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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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개팅이라는 타겟팅을 정한 책이지만 연애 심리에 대해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도움 되는 책 <소개팅 심리 수업>. 뭣도 모르고 연애를 할 땐 그저 내 감정에만 휘둘렸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국 연애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한 인간관계 스킬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저는 이 책을 아들에게 건네주려고 읽었어요.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가면서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도 있을 테지만, 어느 정도 준비를 한 상태에서 접한다면 관계의 선순환을 위해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은 물론이고 나를 존중하고 이해할수록 함께 성장하는 관계맺음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소개팅 심리 수업>이 좋은 지침서가 될 거라 믿습니다.


분위기 메이커도 아닌 낯가림 심한 성격은 소개팅조차 쉽지 않지요. 단둘이 처음 만나서 호감을 쌓는 법을 누가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만남의 시작을 어려워하는 이들은 생각 외로 많습니다. 충분히 괜찮은 사람들이 소개팅에서 제 기량을 다 발휘할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한 저자 닥터 고양이는 연애도 결국 관계맺음이고 심리학을 기반으로 활용했을 때 소개팅 성공률이 확 올라간다는 걸 경험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소개팅 안내서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소개팅에 나온 상대도 마찬가지로 거절이 두렵고 상처받기 싫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면서 오히려 방어적으로 행동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사실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마음에 쏙 드는 상태는 극히 낮다고 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죠. 첫 만남의 자리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한 번쯤 더 만나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목표를 가볍게 하는 게 좋습니다. 다음 만남을 위해 연락하기까지 고민만 하는 대신 가볍게 묻고 확인하는 법을 익혀 연애 체력을 단련시키도록 도와줍니다.


거절의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기준은 있을 거예요. 내가 통 크게 감당할 수 있는 상대의 큰 단점 하나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거절은 어차피 좋지 않은 자극인 만큼 피할 수 없다면 빠르게 확인하고 털어 버리는 게 좋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연애를 밀쳐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양한 테스트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가 유독 강한 사람은 자신을 지키는 데 에너지를 쓰기 바쁩니다. 빠르게 결과가 나오는 소개팅에서는 별일 아닌 것에도 방어적으로 해석하고 오해하기 쉽다고 합니다. 귀차니스트인지, 철벽 치는 사람인지, 무임승차 연애자인지, 완전체인지. 테스트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 살펴보다 보면 내 연애를 가로막는 나의 방어기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연애 공부를 한다는 건 나를 깊이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소개팅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티키타카가 아니라 일방적인 퍼포먼스로 마무리되는 거죠. 소개팅에서는 주인공 자리를 기꺼이 넘겨줘야 하고, 상대의 돋보이고 싶은 욕구를 채워준다면 눈치 있게 빠져주는 주인공 메이커가 된다고 합니다. 조급하게 장점을 꺼내 보이려 안달하다가는 혼자 도취되어 신나게 자기 얘기만 하고 와서는 '분위기는 좋았다'라는 결론을 내놓는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티키타카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소개팅 심리 수업>에서는 리액션으로 쉽게 시작하는 티키타카 스킬을 비롯해 스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의 태도 등 첫 만남에서의 바람직한 대화법을 잘 알려주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첫 만남에서 가능한 구체적인 동선의 예시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놓치고 싶지 않고 어떻게든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면 심리학 기법의 도움을 살짝 받아보세요. 우리가 설득을 하고 설득을 당할 때 마치 예방 접종처럼 면역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 심리학자 맥과이어의 이론을 소개팅에 적용해 보자고 조언합니다. 마케팅에서도 자주 쓰인다는 이 방법은 상대의 마음속에 훅 치고 들어가도록 도와준다고 해요.


두 번째 만남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심스럽게 상대 의향을 물어보며 함께할 만한 것을 찾으면 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이해하지만, 실전에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서툰 이들에게 도움 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연애는 타이밍! 연락하는 타이밍, 애프터 신청하는 타이밍, 사귀자고 말하는 타이밍 등 딱 적절한 타이밍이 있습니다. 타이밍에 못 맞추고 밀당하는 건 하수라고 콕 짚어주네요. 언제가 적기인지, 오해할 일 없이 잘 소통하는 법을 상황별로 알려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도 짚어주는데요. 내 인생을 위험에 빠뜨리거나 오랫동안 큰 트라우마로 남아서 괴로워질 수 있는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을 피하고 사람 보는 눈을 길러 주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인성을 판단하는 데 기준이 되는 전반적인 행동 양상을 미리 알아두는 건 감정의 연애를 앞서 이성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저도 읽으면서 내가 그 당시에 이렇게 행동했을 거란 생각에 솔직히 조금은 민망해지기도 하더라고요. 결국 사랑에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나의 행복한 모습을 그려보고 내가 원하는 관계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두는 게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생활에서도 늘 문제를 일으키는 방어기제. 연애할 때마다 늘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이상하게도 매번 같은 곳에서 걸려 넘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방어기제가 소개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짚어주는 <소개팅 심리 수업>이 큰 도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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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모든 기록 - 10-year journal
김수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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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의 베스트셀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가 전 세계 170만 부 판매된 기념으로 제작된 <나에 대한 모든 기록>. 나로 살기 위해 나를 기록하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다이어리북입니다.


매일매일 쓰는 일기가 귀찮았던 이들이라면 딱! 하루만 일 년을 되돌아보며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10년을 기록할 수 있는 연기(年記) 다이어리북입니다. 10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립니다. 슬프게도 나이만 먹고 있을지, 또 다른 취미 생활에 푹 빠져 살고 있을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지금은 그저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나에 대한 모든 기록>을 한 해 한 해 써나가다 보면 10년 후의 내 모습이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질 것 같습니다.


김수현 작가는 10여 년 전 연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년 중 하루만 시간을 내어 기록한 작은 발자국이 10년 동안 모이니 최고의 선물이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하루하루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그날의 감정에 휩쓸릴 수도 있고, 반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의미 없이 흘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일기 쓰는 걸 괴로워하기도 하고, 습관적으로 해야 할 기록을 놓쳤을 때 자신의 의지를 탓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손놓기엔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의 흐름이 너무나도 빠릅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만 같은 자괴감만 들고요. 그래서 타협해봅니다. 연기年記 쓰기로 말이죠.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읽으며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려고 애쓴 사람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적어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말이죠. 매일 기록은 단편적 사실이나 감상에 불과하더라도 하루에는 보이지 않는 흐름과 변화가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볼 때 선명해집니다. 1년에 한 번은 기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루틴의 강박과 부담감을 내려놓으면서 작은 일상들이 차곡차곡 모인 한 해를 잘 살아낸 나를 되돌아본다는 의미도 건져올릴 수 있을 겁니다. <나에 대한 모든 기록>에는 기록에 대한 좋은 글귀들이 소개되어 있어 동기부여, 자극용으로도 탁월합니다. 기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나로 사는 법을 기록을 통해 스스로 발견해나가도록 돕는 <나에 대한 모든 기록>. 바로 쑥쑥 튀어나오는 질문도 있고, 한참을 고민해야 하는 질문도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쓰면서 질문이 없었더라면 결국 잊히고 말았을 뻔한 것들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마주할 때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매일 비슷비슷한 하루를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한 해를 놓고 되돌아보면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이 바뀌지 않았는지 명확히 보일 겁니다.


한 해의 기록들이 쌓이고 쌓여 3년 후, 5년 후 그리고 10년 후에 기록을 더듬을 때 그땐 이런 일들이 있었고, 이런 소망을 갖고 있었구나 하며 재미있게 볼 것 같아요. 그리고 소망했던 것들을 매년 되새겼을 테니 10년 후에 이르렀을 때 헛된 꿈처럼 더 멀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다음 해에 내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 상황에 속수무책 끌려가는 게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스스로 정하겠다는 의지와도 같습니다.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에 대한 모든 기록>으로 저의 10년을 알차게 채워보고 싶습니다.


"기록한 만큼 당신의 소유가 될 것이고 그 안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애써왔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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