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웬디 코프 지음, 오웅석 옮김, 유수연 감수 / 윌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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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커다란 오렌지를 하나 샀어 – 그 크기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지.”


영국 현대 시인 웬디 코프(Wendy Cope)의 대표작이자 동명의 시집 『The Orange』의 핵심 정서를 함축한 「오렌지」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찬란하게 기념하는 동시에, 그 무엇도 당연하지 않은 시대에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시입니다.


시집 <오렌지>에는 총 31편의 시가 수록되었습니다. 유수연 시인의 감수로 정제된 번역본과 웬디 코프 특유의 리듬감과 유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영어 원문으로 구성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그 오렌지 덕분에 너무도 행복했어,

평범한 일들이 종종 그렇지,

특히나 요즘에는. 장을 보는 일도. 공원을 거니는 일도.

모든 게 평화롭고 만족스러워. 새삼스럽게도.” – 「오렌지」 중에서


이 시는 도시적 고단함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평범한 기쁨을 상기시킵니다. 커다란 오렌지를 사서 나눠 먹는 일, 그 단순한 행위에서 비롯된 감정이 하루를 평화롭게 만든다는 것. 이런 기쁨의 발견을 우리는 평소 얼마나 많이 지나쳐버렸을까요. 바쁘게 지나쳐버리는 삶의 디테일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입니다.


오렌지는 작은 행복의 은유입니다. 이 책이 특히 2030 세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꿈보다는 “그냥 좀 행복하고 싶다"라는 욕망, 그것을 시인은 다정하게 받아들이고 포용해 줍니다. 지금의 세대가 겪는 정서적 피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는 안전하게 정착할 사람을 찾았으니,

인생에서 단 하나의 야망이 있다면, 바라건대

계속해서 지루하게 지낼 수 있기를.” – 「지루하게 지내기」 중에서


이 시는 평범함에 대한 예찬입니다. 웬디 코프는 드라마틱한 삶이 아닌,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과 평온을 사랑합니다. 무한 경쟁 속에서 지친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 솔직하고 절실한 ‘야망’이 또 있을까요?


「가볍게 더 많이 써 봐」 시는 웬디 코프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자조적인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더 이상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살아가기 위한 것입니다.


“심리상담도 받고, 이것저것 배워보고 (...)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군것질은 줄여.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은 멀리해. 그런데도 달라지는 건 없어, 앞날은 깜깜해.” – 「가볍게 더 많이 써 봐」 중에서


마치 일기장을 슬며시 들여다본 듯한 느낌입니다. 너무나 현실적인 고백이 오히려 위로가 됩니다. 웬디 코프가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결같이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가 가득합니다. 『오렌지』에 실린 시들은 비범한 상황이나 격정적인 사건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평범함을 장난스럽게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이 돋보입니다.


작가 특유의 리듬감을 원문으로 확인해 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영시를 낭독해 보니 새삼 이런 시간이 행복감을 선사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잊고 있던 기쁨 감각을 되돌려주는 작은 처방전과도 같은 시집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고, 남들보다 앞서지 않아도 좋으며,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지루함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웬디 코프의 시는 유쾌하게 망가져도 괜찮다고, 평범하게 살아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의 하루를 지탱해 주는 힘은, 그 오렌지 한 알일지도 모릅니다. 지루한 하루에도 반짝임은 있다는 것. 그걸 시로 쓴다면 이런 모습일 겁니다.





귀염뽀짝한 오렌지 꾸미기 스티커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시집이 완성됩니다.


단순하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하게 일깨워 준 <오렌지>. 복잡한 수사와 난해한 은유 대신, 일상의 언어로 고민과 불안, 그리고 소소한 기쁨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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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 보다 역사
문재옥 지음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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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거리와 골목, 공원, 시장의 풍경에서 역사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장소를 통해 시대를 읽고, 공간을 통해 기억을 복원하며, 역사적 상상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저자 문재옥은 여러 역사 박물관에서 활동하는 도슨트로, 그간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 14개 코스를 엮어 근현대사의 흔적을 되살려 냅니다.


교과서에서만 접하던 역사적 사건들은 어딘가 멀리 있는, 우리 일상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소로 보다, 근현대사>는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공간들이 사실은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일깨워 줍니다.





한국 근대사의 출발점인 개항의 역사를 되짚는 첫 장은 강화도와 제물포 개항장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교과서 새 단원마다 제시되는 학습목표처럼 이 파트에서 우리가 왜 이 장소와 역사를 알아야 하는지 콕 짚어줍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가 벌어졌던 정족산성과 광성보, 강화도 조약 체결 장소인 연무대는 자주국방이란 이상과 식민의 현실이 교차했던 지점을 보여줍니다.


지금의 인천 자유공원에 서 있는 맥아더 동상 자리가 과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었던 세창양행 기숙사 터라고 합니다. 하나의 장소에서도 여러 시대의 층위가 겹쳐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장소의 변화를 통해 지워진 역사와 남겨진 흔적의 의미를 짚어냅니다. 응봉산 일대의 서양식 건물들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제물포구락부의 사진 자료는 그 시절을 상상하게 만듭니다. 장소는 기억의 고리이자, 역사를 상기하게 하는 키워드입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서울의 북촌과 정동으로 시선을 돌려 격변의 순간들을 살펴봅니다.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현장인 북촌과 창덕궁,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의 현장인 경복궁 내 건청궁, 그리고 세계를 향해 문을 연 조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정동의 각국 공사관을 찾아갑니다.


서양인들은 한 지역에 모여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선택된 곳이 정동이었다고 합니다. 도심 중심부임에도 정동에는 대한제국의 꿈을 품은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건청궁과 환구단, 경운궁 등의 장소는 조선 말기 정치적 혼돈과 새로운 체제의 시도를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세번째 장에서는 일제 침략기의 역사적 현장들을 찾아갑니다. 남산 일대는 일제의 지배가 도심 깊숙이 스며든 흔적의 집합소입니다. 통감관저터, 조선총독부 자리, 조선신궁터, 혼마치까지 식민 지배의 물리적 증거들이자,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장면들을 기억하게 합니다.


명동은 문화의 거리 혹은 관광지 이미지 이면에, 한때 조선의 중심지였던 과거를 숨기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공간의 전환을 날카롭게 짚어줍니다. 남촌(지금의 명동, 을지로, 남대문 일대) 지역은 일본인만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되었고, 조선인들은 경제·문화적으로 배제되었습니다.


네 번째 장은 3.1운동과 독립운동의 현장들을 찾아갑니다.  3.1운동의 불씨가 타오른 중앙고등학교 숙직실, 독립운동가 여운형과 손병희의 집터, 만세 시위가 일어난 탑골공원과 서울역 광장 등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거대한 항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던 현장입니다.


독립운동가들이 겪었던 고통이 단지 일제강점기에만 머무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가슴이 아픕니다.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과 임시정부 요인 묘역은 우리가 어떤 역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 장소입니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해방 이후의 혼란스러운 정국과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을 살펴봅니다. 이화장과 경교장, 서대문형무소와 4.19기념탑은 해방 이후 혼란기와 민주화 운동의 현장입니다. 김구가 왜 경교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는지, 조봉암이 어떤 이유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는지, 그 각각의 장소는 진실을 향한 침묵의 증거입니다.


4.19기념탑은 민주주의의 씨앗이 어떻게 거리에서 피어나고, 젊은이들의 희생이 어떻게 헌법 정신으로 승화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정치적 상흔의 현장들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지막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펴봅니다. 창신동, 을지로, 청계천, 세종대로,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우리 사회가 겪은 변화의 역동성과 그 이면의 그림자를 함께 드러냅니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일어났던 평화시장,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변모하고 있는 을지로, 세월호 사건과 연결된 청와대 등은 아직도 진행 중인 역사임을 말해줍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장소로 보다, 근현대사>는 오늘의 발걸음으로 어제를 들여다보고, 내일의 시선으로 현재를 성찰하게 합니다.


문재옥 저자의 시선은 그저 장소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 장소가 말해주는 시간과 기억을 해석해 줍니다. 도시를 사유하고, 골목을 존중하고, 역사를 질문하게 만드는 이 책으로 근현대사를 입체적으로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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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없는 삶 - 타인의 욕망에서 벗어날 용기
고명한 지음 / 세이지(世利知)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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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브랜드 없는 삶이란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세상의 모든 물건은 제조사의 브랜드를 달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책, 고명한 작가의 <브랜드 없는 삶>. 이 책은 단순히 브랜드 없는 삶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따라가고 있는 소비의 방향이 과연 나의 진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묻습니다.


자크 라캉의 이론을 빌리자면,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임을 짚어줍니다. 그리고 브랜드는 이 욕망의 파이프라인이자 상징과도 같습니다. 더 갖고, 더 보여주고, 더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고명한 저자는 브랜드가 어떻게 우리의 욕망을 조종하는지 파헤칩니다. 흥미로운 것은 '클래식과 명품은 같은 말일까'라는 질문입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값비싼 명품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경쟁심이 교묘하게 분석됩니다.


또한 '우리 삶에서 외모 이야기가 사라진다면' 꼭지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미용 산업의 메커니즘을 해부합니다. "여성들이 노화를 긍정하고 대단할 것 없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게 되면 거대한 미용 산업은 성장 동력을 잃는다"라는 문장은 산업이 결점을 어떻게 조작하고 소비를 유도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래 쓸 수 있게 더 좋아진 물건들이 오히려 더 빨리 버려지는 현실. 브랜드가 만든 끊임없는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들의 심리적 욕구 조작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결점 생산 시스템이라 부릅니다.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서 비롯된 자기 검열과 소외에 대한 공포가 어떻게 소비를 이끄는지 설명합니다. 물건은 단지 물건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됩니다.





'하차감'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소비—즉, 차에서 내렸을 때의 멋을 위한 소비—를 말합니다. 오늘날 소비는 점점 더 실용성보다 상징 자본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습니다.


기능과 가성비를 열심히 따지면서도 결국 우리를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겁니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브랜드의 마법이라고 설명합니다. 브랜드는 우리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욕망과 허상을 깨워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해 소비자가 찾던 제품으로 각인시킵니다.


<브랜드 없는 삶>은 소비 절제나 미니멀리즘을 넘어 비움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비움과 수용, 자아 회복의 단계를 통해 브랜드에 잠식된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필요와 불필요를 분리할 줄 알며 자신의 객관적 현실과 욕구 사이의 격차를 본능적으로 파악하는 것, 욕구를 통제하면서도 별 노력 없이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간소한 삶이라고 합니다.


'숲을 거니는 사람과 숲의 나무를 베는 사람'이라는 비유를 통해 저자는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를 비교합니다. 숲을 거닐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과, 숲에서 가치 있는 목재만 찾아 베어내는 사람. 브랜드에 매몰된 삶은 후자와 같습니다. 모든 것을 소유와 가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겁니다.


그런데 미니멀리즘조차도 브랜드화되는 현실입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제품을 사기 위해 기존 물건을 버리고, 미니멀리즘 관련 책과 용품을 사들이는 모순적인 행동을 우리는 반복합니다. 진정한 비움은 소비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을 던집니다.


저자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고 진짜 욕망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제안합니다. 상실을 받아들일 용기는 우리가 물건과 함께 잃어버린 감정, 기억, 자아를 어떻게 다시 복원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며 물건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상징하는 관계와 추억에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브랜드나 시장 가치와는 무관한, 정말로 소중한 가치 말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 즉 '상실'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정직한 고백 그리고 날카로운 인식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들은 마치 거울처럼 우리 일상의 소비, 태도, 관계를 비추며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끔 합니다. 소유보다 사유, 브랜드보다 존재를 증명하는 여정은 타인의 시선과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내적 여정입니다.


<브랜드 없는 삶>은 타인의 욕망에 잠식된 우리를 위한 나다움 회복 처방전과도 같은 책입니다. 내가 소유한 브랜드가 아닌, 내가 선택한 가치로 삶을 채워가는 용기를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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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 어서 와 - 너에게 선물하는 작은 기쁨 나태주·로로 웹툰 만화시집 3
나태주 지음, 로로 그림 / 더블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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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와 로로 작가의 그림이 어우러진 <행복아, 어서 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와 웹툰 작가 로로의 만남은 멋진 예술적 실험입니다. 더블북 출판사의 웹툰만화시집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이번 책은 행복이라는 주제를 몽글몽글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즐겨 읽던 만화처럼 시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태주 시인의 바람대로 이 책은 만화와 시의 경계를 허물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시를 접할 수 있게 합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그저 일러스트가 있는 시화집이 아닙니다. 나태주 시인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행복 시의 시어를 로로 (김수완, 김수빈 자매) 작가가 스토리화해서 완결성을 갖춘 감동 이야기로 선사하는 웹툰만화시집입니다.


스토리가 있다 보니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속에 진한 울림이 남아있습니다. 시가 머리로 읽히는 것을 넘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만끽해 봅니다.





<행복아, 어서 와>에 등장하는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시의 정서가 스토리 흐름 속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키우고, 가족을 이루고, 자녀와 함께 성장해가는 여정을 어쩜 이렇게 감동적으로 그려냈을까요. 로로 작가의 그림은 일상 속 스침, 따스한 눈빛, 나란히 걷는 발걸음 등 부드럽게 시각화되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웁니다.


행복은 가족의 탄생으로 깊어집니다. 『딸아이』, 『행복 1』, 『행복 2』 같은 시는 부모가 되어가는 변화와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예쁘게 그려냅니다.


가족의 서사는 점차 아이의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며 설레는 첫사랑을 경험합니다. 이 과정이 무척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사춘기 아이의 마음결을 훑듯 지나가며, 쉽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감각적으로 포착합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 그러고도 남는 날은 /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사는 법」) 시처럼,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가득합니다. 


깨알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이야기를 관통하는 고양이의 존재입니다. 중요한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서사적 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이 고양이는 주인공들의 데이트 장면에서부터 가족의 일상, 아이의 성장과 사랑까지 모든 순간에 함께합니다.


때로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살펴봐야 하는 장면도 있어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고양이는 사랑의 증인이자,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정서의 앵커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은 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순간들의 집합임을 알려줍니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허락받아야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내 감정에 솔직하고 그 순간에 충실할 때 비로소 피어나는 것입니다. 시는 말합니다. 행복은 '오늘'에 있다고요.


육아에 지치고, 현실을 살아내는 지금의 삶이 팍팍한 부모들에게 추천합니다. 조심스럽게 피어나던 설렘,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벅차오르던 기쁨, 말없이 번져가던 따스함, 웃음 짓게 만든 그 모든 순간들을 많이 잊고 지냈을 겁니다. <행복아, 어서 와>는 잊고 있었던 그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글자로 느끼고 그림으로 보는 행복의 언어 <행복아, 어서 와>. 나태주 시인과 로로 작가가 전하는 마음의 선물을 받아보세요. 과장된 표현 없이도 감정을 뚜렷하게 전달하고, 평범한 날의 찬란함을 잘 포착한 시어와 그림이 깊은 여운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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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짝퉁전쟁
김종면 지음 / 좋은땅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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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600조 원 규모의 거대한 그림자, 온라인 위조상품 시장의 실체와 대응책을 명쾌하게 풀어낸 김종면 변리사의 <온라인 짝퉁전쟁>.


OECD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위조상품 유통 규모는 600조 원을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연간 7조 원의 매출 손실을 겪고 있다니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변리사이자 위조상품 모니터링 플랫폼 '위고페어'의 대표를 맡고 있는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위조상품의 역사부터 법적 개념, 경제적 영향, 실질적인 대응 방안까지 다루고 있어 브랜드 보호에 관심 있는 분들께 유용한 도움이 될 책입니다.





짝퉁. 단순히 모방이나 위조라고 치부하기엔 이 개념은 훨씬 복잡하더라고요. 짝퉁을 둘러싼 개념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모방, 위조, 정품, 진정상품 등 법률적·경제적 용어를 명확히 구분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짝퉁의 역사적 측면도 다룹니다. 특히 위조화폐와 위조 와인의 사례를 통해 짝퉁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문화적, 사회적 측면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언제나 진짜를 닮은 가짜를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짝퉁 시장에 어떤 판도를 가져왔는지 흥미롭게 파헤칩니다. 전통적으로 남대문이나 이태원 같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유통되던 위조상품은 이제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소비자에게 도달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짝퉁 유통은 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진화했습니다.


유럽과 한국에서의 위조상품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유럽에서는 위조상품 구매를 심각한 윤리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위조상품 시장의 규모와 단속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듀프(dupe) 트렌드에 주목합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정품보다 저렴하면서 유사한 성능을 제공하는 합법적인 짝퉁 제품을 찾는 흐름입니다. 가성비를 우선시하며, 비슷하지만 정품은 아닌 제품을 자연스럽게 소비합니다. 짝퉁에 대한 사회적 인식마저 변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이름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고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저자는 브랜드의 법적 보호를 위한 상표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제 상표 분쟁 사례들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상표권은 이러한 브랜드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저자는 초코파이 명칭을 둘러싼 상표 분쟁, 새우깡 상표에 대한 분쟁 등 유명한 상표 분쟁 사례들을 통해 상표권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사진저작물, 상품 상세페이지 도용 등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상표, 로고 지우기를 통한 위조상품 사례로는 불닭볶음면 사례가 소개됩니다. 포장지는 물론이고 호치 캐릭터까지도 유사한 제품이 있더라고요.


해외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온라인몰에서 위조상품을 판매한 셀러 수백 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브랜드 보호의 실전 전장을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는 BTS 상표권 분쟁 사례도 유명하지요.


짝퉁을 실제로 단속하고 대응하는 실무적 관점도 들려줍니다. 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병행수입 논란, 리폼 제품의 상표권 이슈까지 다양한 법적 쟁점을 구체적으로 다루며, 위조상품 유통의 회색지대를 조명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명품 리폼’ 논란입니다. 중고 명품 가방에 색을 입히고 리폼한 후 되팔 경우, 이 행위는 상표권 침해일까요? 명품 리폼은 정품을 변형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행위로,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을 해칠 수 있어 법적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문제도 날카롭게 다뤄집니다.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공간인가, 아니면 위조 근절의 공동 책임자인가?라는 물음은 현행법과 실무 관행 사이의 간극을 드러냅니다. 네이버, 쿠팡, 아마존 같은 거대 유통 채널이 짝퉁 근절을 위해 어떤 기술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도 소개됩니다.


짝퉁을 발견했을 때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나는 소비자일 뿐이라는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 디지털 시장의 정의를 지키는 주체로 나서게 만듭니다. 알리바바, 타오바오, 쇼피, 토코피디아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마켓플러스 등 국내 채널의 신고 절차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위조상품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책 <온라인 짝퉁전쟁>. 위조상품이 브랜드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와 소비자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리의 인식 제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이 책은 브랜드 보호에 관심 있는 기업인,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스타트업 창업자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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