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이후의 인간 - 다가온 변화, 예견된 미래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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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공학자이자 창업가, 그리고 연구자라는 다층적 정체성을 가진 저자 반병현 대표. 행정기관 자문, 스마트파밍 특허, 현재의 AI 컨설팅 기업 운영까지 이어지는 그의 이력은 AI를 개념적 논의가 아닌 실질적 도구와 동력으로 다루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AI 이후의 인간』은 AI를 둘러싼 과학적 이해와 사회적 맥락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AI가 인간을 대체할까라는 피상적 질문에 그치지 않고, 기술의 뿌리에서 철학적 논쟁까지 확장하며 AI 입문서로 제격입니다. AI가 모든 선택을 예측하고, 추천하고, 심지어 대신 결정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AI의 정체는 빅데이터 해독기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의 창의적 직관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압축하고 패턴을 뽑아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하는 기계라는 인류의 오랜 꿈에서 시작해 규칙 기반에서 통계 기반으로 진화한 AI의 여정을 따라가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1부는 AI의 기술적 기반을 다룹니다. 기계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의 경이로움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1960년대 ELIZA라는 원시적 대화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GPT 계열로 이어진 발전사를 짚어주며 왜 기계가 언어를 다룰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이 만든 콘텐츠를 학습하는 시대, 과연 창의성의 원천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AI가 때때로 천재처럼 보이는 이유를 우연성으로 설명하면서, 인간의 창의력과 AI의 생성 능력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는 3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술과 창작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2부에서는 AI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GPU에서 NPU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전쟁, 클라우드 패권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의 경쟁, 그리고 오픈소스 AI 생태계의 약진까지 복잡한 산업 구조를 정리합니다.





특히 바이브 코딩 논쟁을 다룬 부분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최근 해고자의 40%는 개발자라는 충격적인 사실에서 보듯 고급 기술직이라고 여겨졌던 개발자들조차 AI의 도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AI가 판결문까지 작성할 수 있다는 사례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직이 마주해야 할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결정론적 관점에 빠지지 않고,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수요자 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제시하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3부는 창작의 고통과 공존의 윤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술계의 분노와 혼란을 예고합니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 사태를 통해 본 예술가들의 분노는 창작자로서의 정체성과 생계에 대한 위협이 동시에 드러나는 복합적 현상입니다.


저자는 AI 업계를 사이버 도적단이라고 부르는 예술가들의 시각을 진지하게 검토합니다. 동시에 기술 발전의 필연성과 창작자들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기술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





출근하는 AI라는 표현은 우리가 곧 마주할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밥 대신 전기를 먹고사는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될 때,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이런 업무에 AI를 투입해도 되나요? 라는 질문처럼 공공영역에서 AI 도입이 가져올 윤리적 딜레마를 예고하기도 합니다.


퍼스널 AI에 대한 논의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가족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AI가 등장할 때, 인간관계의 본질은 어떻게 변할까요? 저자는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과 연결의 욕구라는 철학적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4부는 AI가 불러오는 근본적 철학 문제들을 다룹니다. 불쾌한 골짜기에서 대유쾌 마운틴으로 이어지는 주제를 통해 인간과 AI 사이의 감정적 거리감 변화를 암시합니다.


윤동주 시인을 닮은 AI처럼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 가져올 복잡한 문제들도 보여줍니다. 죽은 시인의 정신을 AI로 구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그것은 추모일까요, 모독일까요?


자율주행 자동차의 딜레마를 통해 제기되는 윤리적 판단 문제, AI 판사는 인간보다 공정할까라는 의문에서 제기되는 정의와 공정성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까지 법리적 정의와 철학적 정의 사이의 간극을 AI가 메울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확대시킬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입니다.


『AI 이후의 인간』은 기술적 원리부터 산업적 파급효과, 인간관계의 변화, 그리고 철학적 질문까지 AI가 우리 삶에 미칠 영향을 총체적으로 조망합니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막연하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전망을 보여줍니다.


지브리 프로필 사진 사태를 통해 본 예술계의 분노, 데이터 포이즈닝 어택 같은 신 러다이트 운동, 그리고 AI 규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까지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들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기술을 호기심 많은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설명해나가는 책입니다. AI 초보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이들도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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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 명화 한 점, 글 한 편, 그리고 나를 위한 필사의 시간
박은선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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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16년 차 미술교사 박은선 저자가 엄선한 100일간의 특별한 여행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한 고전 명문장 100편과 명화 100점을 정성스럽게 엮어냈습니다.


읽고, 보고, 쓰는 사유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바쁜 일상 속 멈춤의 미학, 명화와 명문장이 만들어내는 성찰의 시간을 만나보세요. 기쁨, 관계, 사회, 자연, 창조, 지혜, 고독, 시간, 꿈, 나라는 주제로 펼쳐집니다. 인간의 삶을 압축한 키워드이자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질문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각 장의 명화와 문장은 감상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우리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평범한 순간들의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빨강 머리 앤』 속 앤이 '모퉁이를 돌면 멋진 일이 있을 거야.'라고 말할 때면, 알폰스 무하의 〈봄〉이 떠오른다며, 흐드러진 꽃잎과 햇살 아래로 걸어오는 소녀의 발걸음에 희망이 번져오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이런 연결고리가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을 잘 보여줍니다. 문학 속 희망적인 메시지와 미술작품이 만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합니다. 우리 곁에 있는 소소한 기쁨들을 포착해 내는 안목을 기르도록 일깨워 줍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의 명문장과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스페인 화가 후안 그리스의 작품 <기타 치는 할리퀸>을 나란히 두고 저자는 우리는 모두는 조각난 광대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하루라는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존재라며 말이죠.


외부 세계에 맞추어 웃음을 연기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고통이나 허무를 안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비극을 감춘 채 웃고, 웃음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모순된 배우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이 아닐까요? 완전히 비극적이면 삶을 감당할 수 없고, 지나치게 희극적이면 깊이를 잃습니다. 우리는 비극과 희극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의 삶을 공연합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미켈란젤로의 <과일 바구니>,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에두아르 마네의 <페르 라튀유 식당에서>, 공자 <논어>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나란히 놓았을 때 전혀 다른 시대와 영역에서 태어난 언어와 이미지가 서로에게 다가가며 뜻밖의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 만남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고, 마치 두 세계가 겹쳐지듯 한층 더 깊은 사유의 장이 열립니다. 단순한 병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지혜와 감각이 교차하며 빚어내는 놀라운 울림입니다.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는 그저 명언집이나 미술책이 아닙니다. 쓰기라는 적극적 행위를 통해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책입니다. 단순히 몇 편의 문장을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단단한 중심을 쌓아가는 여정을 만끽하게 됩니다. 글과 그림, 그리고 나를 향한 시간이 한데 엮인 결과입니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속 문장은 인생을 해결해야 할 문제집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며 체험하는 항해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인생에 해결책 같은 건 없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힘만 있다는 말은 삶의 본질이 불확실성과 시도에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팔 시네이 메르세의 <열기구> 작품을 보는 순간, 하늘로 떠오르는 열기구는 준비되지 않은 채 떠나는 여정과도 같아 보입니다. 떠올라야만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듯, 삶도 움직임 속에서만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자가 덧붙인 "그저 앞으로, 앞으로"라는 조언은 이 사유를 실천적 지침으로 만들어 줍니다. 완벽한 준비가 없더라도 출발해야만 흐릿한 길이 점차 선명해진다는 조언은 불안과 주저함을 다독이는 따뜻한 격려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이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정돈하고 싶은 이들, 그리고 예술을 일상의 언어로 경험하고 싶다면  『단단한 나를 만드는 고전 명화 필사 노트』를 펼쳐보세요. 필사를 통해 얻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내면을 지탱하는 힘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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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당은 없다 - 기후와 인간이 지워낸 푸른 시간
송일만 지음 / 맑은샘(김양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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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제주라는 특정한 지역의 기억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생태적 붕괴의 경고장을 담은 자연에세이 『바당은 없다』.


제주 출생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거쳐 살아온 송일만 저자가 다시 고향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절절하면서도 날카롭습니다. "바당은 나의 집이었고, 놀이터였으며, 세상 밖의 세상이었다"라는 고백처럼 바다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정체성과 공동체, 그리고 세대의 다리를 놓아주는 존재였음을 일깨웁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바다가 더 이상 있지 않음을 증언합니다. 『바당은 없다』의 첫 장은 풍요로운 바당의 기억을, 두 번째 장은 그것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세 번째 장은 붕괴된 생태계의 경계에 선 인간과 자연의 갈등을, 마지막 장은 이어도라는 상징을 통해 다시 연결될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제주 방언들이 등장합니다. 바다를 뜻하는 제주어 바당을 비롯해 겡이왓, 폴개 등 낯설지만 동시에 토착적 생태지식과 공동체의 생활사를 고스란히 품은 단어들이 살갑게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경험한 바당의 풍경을 회고하는 저자. 돌 틈을 누비던 게, 여름밤의 반딧불, 계절마다 돌아오던 해조류와 물고기는 제주 사람들의 생계이자 놀이였습니다.


저자는 바당을 '나의 우주'라 표현합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바당은 변치 않는 영원처럼 느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가장 가변적이고 취약한 생태계였습니다.


저자의 회고를 읽으며 저는 도시에서 성장한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공유지의 풍요로움을 떠올렸습니다. 『바당은 없다』는 한 세대가 자연과 맺던 친밀감이자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기록입니다.


이내 경고의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바당이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고발합니다. 인위적인 양식 산업이 자연을 대체하는 현상을 짚어줍니다. 제주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겡이왓은 개발과 매립으로 사라지고, 관광업과 행정 편의가 생태를 압도합니다.


백화현상에 대한 언급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연은 스스로 백화현상을 만들지는 않는다며, 결국 바다가 스스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과도한 간섭과 탐욕이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렸다는 겁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산호가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결국 구멍갈파래 같은 침입종이 생태계를 장악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흔히 에메랄드빛 바다라며 감탄하는 관광 엽서 속 풍경은 사실 회복 불능의 상처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다가 맑고 푸르다는 것이 꼭 건강한 생태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바다의 푸름이 비명이 되어 울려 퍼지고 있음을 저자는 고발합니다.


이어서 붕괴된 생태계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저자가 사용하는 표현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난민 어랭이입니다. 서식지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난민에 비유합니다. 인간의 과잉된 소비와 개발이 결국 다른 생명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음을 짚어줍니다. 한쪽의 풍요는 다른 쪽의 결핍을 전제로 한다는 냉정한 현실 말입니다.


행정과 기업이 내세우는 친환경 담론의 허구를 꼬집기도 합니다. 겉보기에는 깨끗한 정화수일지 몰라도, 그것은 이미 자연의 순환이 끊어진 인위적 결과물일 뿐입니다. 생명은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얼마나 이 붕괴에 기여했는가? 관광객으로서, 소비자로서, 혹은 행정의 침묵을 방조한 시민으로서 말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시도가 펼쳐집니다. 이어도는 한국인에게 신화적 공간이자 이상향의 상징입니다. 저자는 바당은 바당 그 자체로 존재해야 한다며, 인간의 도구적 시선에서 벗어나 바다가 스스로 살아갈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바다는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임을 강조합니다. 바당은 없다는 선언은 상실의 탄식이 아니라,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진짜로 없어질 것이라는 경고와도 같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공유 감각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도는 멀리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실천해야 할 생태적 책임 그 자체입니다.


바다환경지킴이로 활동하는 송일만 저자는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파괴가 결국 인간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제주 바다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바다가 사라지는 이야기는 제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구적 현실이며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기후위기의 축소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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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 - 모든 아이디어는 기획서로 완성된다
심정아 지음 / 천그루숲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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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무리 밤새워 만든 기획서라도 결정권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예쁜 PPT에 불과합니다. 아이디어는 공중에 흩날리는 연기일 뿐, 그것을 현실로 바꾸는 무대는 바로 기획서!


『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은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직접 기획하고, 예능 프로그램 및 디지털 플랫폼과 협업하며 매일 기획서를 써 내려간 국내 최고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현직 마케터 심정아 저자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체계화한 실무 지침서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대기업까지, 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부터 실험적인 디지털 캠페인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경험을 가진 저자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기획이 어떻게 막막함에서 출발해 설득으로 귀결되는지 보여줍니다. 


저도 기획서를 단순히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문서나 보고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먼저 기획자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좋은 기획서란 무엇인가? 반드시 통과되는 기획서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결정권자의 입장에서 기획서를 바라보라고 주문합니다. 그들이 기획서를 보며 느끼는 쾌감은 명쾌한 논리 덕분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다는 안도감입니다.


어떤 기획이든 결정권자가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기획서의 본질이라는 말로 기획자가 해야 할 역할을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기획서는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설득해 결정권자들에게 파는 문서라는 정의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기획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4가지 핵심역량 ― 정리력, 논리력, 생각력, 설득력 ― 은 기획의 4대 기둥입니다. 요즘 같은 정보 과잉 시대에 결정권자들은 길고 복잡한 문서를 읽을 시간이 없습니다. 군더더기를 제거해 한 번에 읽힐 수 있게,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고수의 기획서입니다. 


저자는 논리력을 기획의 초석이라 강조합니다. 좋은 기획서는 '이걸 왜 해야 하죠?'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는 기획서입니다. 기획서에는 전략과 실행이라는 두 축이 있으며, 각각 ‘왜’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를 담당합니다. 전략단과 실행단의 구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3단계 논리 흐름, 문제 해결법, 인사이트 도출 방식은 실제 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생생한 상황을 전제로 합니다. 치열한 경험에서 길어 올린 논리적 사고의 힘을 전수합니다.


많은 주니어 기획자들이 가장 막막해하는 순간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저자는 이때 필요한 것은 번뜩이는 천재성보다는 훈련된 생각회로라고 합니다. 기획의 확장은 생각력에서 비롯됩니다.


포스트잇 생각법, 조인트 생각법, 반수면 생각법 같은 구체적인 훈련 방식을 소개합니다. 아이디어는 앉은 엉덩이로 쌓아낸 정보의 결과물이라는 말은 뼈아프지만,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조인트 생각법처럼 자료와 생각, 그리고 의외의 연결을 통해 전혀 새로운 기획이 탄생하는 순간은 기획자의 가장 짜릿한 성취라 할 수 있습니다.


논리와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저자는 설득력을 기획의 마지막 관문이자 결정적 차별화 요소로 강조합니다. 진짜 설득은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하듯, 논리는 기본이지만 진짜 승부는 공감과 감동에서 갈리는 겁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스토리텔링, 컨셉 설정, 호감을 얻는 인트로 기법 등을 소개합니다. 모든 기획서에서 컨셉이 필수는 아니겠지만, 마케팅 기획서에서는 컨셉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며 컨셉의 중요성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결정권자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 기획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파트는 기획자들의 훈련법 노트라 할 만합니다. 기획서 필사, 역추적 훈련, 단어와 문장 수집 등 실무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들이 펼쳐집니다.


기획서 필사의 효과는 의외였습니다. 선배들처럼 좋은 기획서를 쓰고 싶다면 일단 좋은 기획서를 내 손으로 따라 쓰면서 꼭꼭 씹어 먹는 시간을 투자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좋은 글을 필사하듯, 좋은 기획서를 손으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구조와 흐름, 단어 선택의 뉘앙스를 체득할 수 있는 겁니다.


『기획의 시작점에서 읽어야 할 책』은 기획이라는 사고법을 훈련하는 교본입니다. 저자의 풍부한 현장 경험 덕분에 오늘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도구로 가득합니다. 주니어 기획자나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프리랜서 크리에이터에게도 유효한 보편적 기획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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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해방 - 알츠하이머병 세계적 권위자가 30년 연구로 밝힌 뇌 건강 프로젝트
묵인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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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수이자 치매융합연구센터 센터장으로 30년 넘게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과 치료제 개발을 파고든 세계적 권위자 묵인희 교수의 『치매 해방』.


치매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낯익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 혹은 내가 사는 집의 구조조차 잊어버리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2050년 치매 환자 300만 명 시대를 앞둔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치매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묵인희 교수는 치매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 아니라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바라보자고 합니다. 치매의 오해와 진실, 조기진단의 중요성, 치료와 예방까지 최신 과학적 연구성과를 대중적 언어로 풀어내며 실천 가능한 생활 지침도 함께 전합니다.


흔히 치매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치매는 노화의 부산물이 아니라 명확한 질병으로 봅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70%를 차지하며 단순 건망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잊어버리는 기억의 범위,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즉,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잊었다가 나중에 떠올리는 것은 건망증이지만, 열쇠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는 것은 치매의 신호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치매를 단일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치매는 수많은 원인과 다양한 경로로 발병하는 다면적 질환군이라고 합니다. 원인과 진행 속도, 치료 가능성 역시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치매=망각이라는 단순화된 등식을 떠올립니다. 『치매 해방』은 이런 오해를 걷어내고 과학적 시선으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치매는 오랜 세월 뇌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병입니다. 증상이 드러나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발병 후 10~15년이 지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를 치매 극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합니다.


최첨단 진단 기술의 발전 덕분에 조기진단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혈액검사를 통한 바이오마커 측정, 인공지능을 활용한 MRI 분석은 이미 임상에서 활용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특히 AI 기반 영상 분석은 뇌 위축과 혈관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도구입니다.


조기진단은 빨리 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약물 치료나 생활습관 교정을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 치료와 관련한 희망의 문은 점차 열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항체 치료제를 설명합니다.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같은 약물은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여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모든 환자에게 획기적 치료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질병의 본질에 접근하는 약물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료계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시도도 소개됩니다. 디지털 치료제입니다. 스마트폰 앱, 게임, VR 등을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제는 인지 기능을 훈련시키고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VR 기반 인지 훈련은 환자들의 공간 감각을 되살리고, 음악 치료는 정서적 안정을 돕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치매 치료의 본질을 맞춤형 다학제 치료에서 찾습니다. 약물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미술·음악·운동·사회적 교류 같은 비약물적 요법이 환자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고 합니다. 치매가 단순히 뇌 속 세포의 문제를 넘어, 인간 전체의 존엄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치매 해방』의 핵심은 예방에 있습니다. 저자는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이라는 개념을 강조합니다. 뇌가 손상되거나 노화가 진행되더라도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힘, 즉 뇌의 근육 같은 것입니다.


인지예비능이 높은 사람은 병리 변화가 있어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거나 경미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같은 뇌 속 병리 변화를 지니고 있어도 어떤 사람은 일찍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건강을 유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지예비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저자는 항산화 식단, 규칙적 운동, 양질의 수면, 사회적 활동 등의 생활 습관을 강조하며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소개합니다. 어쩌면 뻔한 조언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보니 잘 지키고 있다는 말을 하기 어렵더라고요.


묵인희 교수는 치매 극복을 개인과 사회의 연대 과제로 규정합니다. 치매는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사회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매 해방』은 치매를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준비 가능한 도전으로 바꿔주는 책입니다. 두려움의 대상이던 뇌 질환이 과학과 실천을 통해 극복 가능한 프로젝트로 변모하는 순간, 치매 없는 100세 시대를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준비된 노년의 실용적 가치를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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