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상속 최고의 수업 - 세금 줄이는 40가지 비법
유찬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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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노노(老老)상속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부모님이 건강하게 100세를 향유하시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지만, 세무적인 관점만 떼어놓고 보면 70대 자녀가 100세 부모님께 재산을 물려받는 조금은 서글픈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투자의 활력도, 소비의 즐거움도 시들해진 시기에 받는 상속은 그저 세금 정산의 고단한 과정일 뿐입니다.


『증여 상속 최고의 수업』은 국세청 17년 근무 경력을 포함해 50년 가까이 세무 현장을 지켜온 유찬영 세무사의 내공이 집약된 책입니다. 세금 아끼는 법을 넘어, 가족 간의 평화와 부의 효율적인 대물림을 목표로 2026년 최신 세법으로 풀어냅니다. 우리가 먼저 선수 쳐야 할 절세 비법 40가지를 만나보세요.


상속세는 흔히 부유세라 불리지만, 이제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누구나 해당하는 보편적 세금이 되었습니다.  재산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상속세를 적게 내는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상속인들이 재산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상속세는 누진세율 구조이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몰아서 주는 순간 세율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30억 원을 한 자녀에게 상속하면 최고세율 구간에 진입하지만, 배우자와 자녀로 나누면 과세표준 자체가 달라집니다. 분할은 가족 화합의 제스처이자 세무 전략입니다.


저자는 현금을 뽑아 금고에 쌓아둬 봐야 소용없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거액을 인출하면 국세청이 모를 거라 생각하지만, 국세청의 빅데이터는 생각보다 집요합니다. 소명되지 않은 인출 금액은 결국 상속재산으로 추정되어 가산세 폭탄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리얼하게 묘사합니다.


저자는 100세 시대의 세대 갈등을 해결할 유일한 열쇠로 사전증여를 꼽습니다. 증여는 단순한 자산 이동이 아니라, 자녀가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종잣돈을 합법적으로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10년 단위로 갱신되는 증여재산공제를 활용하면 70세 부모라도 증여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비과세 항목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어줍니다. 증여인 듯 증여 아닌 증여 같은 상황이 꽤 많거든요. 치료비, 생활비, 교육비 등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돈이 언제 증여세 대상이 되고, 언제 면제되는지를 세밀하게 가이드라인을 잡아줍니다.


대한민국 자산의 대부분은 부동산입니다. 국세청이 가장 눈독 들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여러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저자가 계산기를 두드려 줍니다. 20억 원 아파트를 넘길 때 대출을 끼고 넘기는 것이 유리한지, 아니면 아버지가 증여세까지 다 내주는 것이 유리한지도 실사례로 비교 분석합니다. 당장 증여세 낼 돈이 없다면 할 수 있는 대안도 등장합니다.





가족 간 저가 매매를 꿈꾸는 분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도 짚어줍니다. 차용증만 쓴다고 다가 아니라며 경고합니다. 원금과 이자를 실제로 상환하는 금융 기록이 없다면 국세청의 빅데이터 시스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자녀법인 활용법도 자산가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입니다. 저자는 개인과 법인의 세금 구조 차이를 설명하고, 이월과세 특례를 통해 상속 및 증여 가액을 낮추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건 세법은 억압의 규칙이 아니라 선택의 지도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절세할 수 있는 전략을 배워야 합니다.


복잡한 세법을 사례로 풀어내고 있어 목차를 보며 지금 당장 궁금한 것부터 읽기 좋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법은 잠자는 자의 권리를 보호하진 않습니다. 미리 준비하면 축복이 될 증여가, 임박해서 서두르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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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토니 페르난도 지음, 강정선 옮김 / 윌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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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심리의학 교수이자 수면의학의 세계적 권위자 토니 페르난도 박사의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의사 가운을 벗고 미얀마의 뜨거운 흙바닥에서 네 번이나 임시 출가를 감행한 후 탄생한 책입니다.


진료실에서 약물과 상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인간 고통의 근원적 지점을 인류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는 부처의 통찰에서 건져올립니다. 이 책은 종교 서적이 아닙니다. 의학과 수행이 교차하는 정신건강 가이드북입니다. 우리 마음의 고통을 어떻게 해부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正見(바른 견해) 파트에서는 인지적 오류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의 핵심을 파판차(Papanca)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폭되어 결국 현실과는 동떨어진 거대한 불안의 직물을 짜내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신의학의 생각 과잉(Overthinking)과 연결하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스스로 만든 시나리오 속에 갇혀 사는지를 짚어줍니다.


파판차는 우리가 흔히 겪는 스트레스의 주범입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나?'하며 밤잠을 설치는 것, 그게 바로 마음의 질병인 파판차입니다. 부처는 이를 질병처럼 여기고 벗어나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성적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마음이 만들어내는 욕망의 소용돌이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비로소 행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 戒(계) 파트에서는 흐트러진 삶을 정렬하는 최소한의 규격에 대해 말합니다.계율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구속적인 도덕 수칙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페르난도 박사는 삶의 정서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안전장치로 해석합니다. 타인과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무해한 삶이 어떻게 우리 내면의 평화를 담보하는지 설명합니다.


특히 언어의 사용, 즉 정직하고 친절한 말의 중요성을 짚어줍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함부로 내뱉으며 관계의 근간을 흔들곤 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이 수행의 시작임을 이야기합니다.


부정적인 언어와 행동은 주변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뇌 구조까지도 부정적으로 편향되게 만듭니다. 저자는 불살생, 불음주 등의 계율을 종교적 금기를 넘어 중독과 충동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고유한 존재감을 회복하는 실천적 방법론으로 보여줍니다.


3부에서 다루는 布施(보시)는 기부하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집착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드는 훈련으로 바라봅니다. 저자는 수많은 환자가 무언가를 움켜쥐려(grasp) 할 때 고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보시는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그것이 없어도 나는 온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미얀마에서의 탁발 경험을 통해 저자는 관대함이 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설명하며, 대가 없는 베풂이 어떻게 우리를 결핍의 늪에서 건져 올리는지 보여줍니다.


4부 定(정)에서는 실천적 핵심인 마음챙김(Mindfulness)을 다룹니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나를 바깥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힘으로 규정합니다. 명상이란 특별한 장소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만이 아닙니다. 틱낫한의 명상법 중 설거지 명상이 재밌습니다. 한 접시 한 접시 천천히 닦아보세요. 저자도 그릇의 감촉, 따뜻한 물, 손의 움직임을 온전히 알아차리며 설거지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생각을 억지로 멈추려 하지 말고, 단지 그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관찰하라고 조언합니다. 스마트폰 중독과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마음놓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호흡으로 돌아오는 이 훈련은 뇌의 전두엽을 강화하고 정서적 평온을 되찾아줍니다.


5부에서 저자는 慧(혜), 지혜의 본질을 파고듭니다. 그가 말하는 지혜는 세상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입니다. 스승 아잔 차의 가르침인 마이 네(Mai nae 무상)를 들려줍니다. 마이 네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중독되어 내가 맞고 네가 틀리다는 고집에 빠지곤 합니다. 저자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 6부는 慈悲(자비)의 실천입니다. 자비를 동정심이 아니라, 타인과 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인지적 전환으로 봅니다. 모든 인간이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원한다는 보편성을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친절을 베풀 수 있습니다.





자기 연민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타인을 향한 연민 이전에, 지치고 소진된 자신을 먼저 돌보아야 하는 겁니다. 스트레스받거나 잠이 부족한 상태라면 자애와 연민의 마음은 생기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처를 인류 역사상 가장 명석한 심리학자라고 칭송했습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는 불교를 마음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해석하고 증폭시키는 우리 마음의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파판차의 소용돌이를 멈추고, 쥐고 있는 손을 느슨하게 하며, 지금 이 순간의 감각에 깨어있는 것. 저자는 이 원칙들이 우리 삶을 얼마나 가볍게 만들 수 있는지 함께 경험해보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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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희망 - 언젠가 다다를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이 있나요
<너의 작업실> 작업인 18인 지음 / 북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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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 18인의 힙하고 다정한 죽음의 예행연습 『장례희망』. 이 책은 경기도 일산 밤가시마을의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저자 김완 작가가 진행한 '죽음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각자의 부고문과 장례식 초대장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책방지기 '탱'을 비롯해 영어 강사, 요가인, 예술가, 엄마 등 각자의 우주를 품은 18명의 이웃들. 2년간 글쓰기 모임을 통해 완성한, 죽음에 관한 가장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기록이 탄생했습니다.


보통 죽음을 다룬 책들은 비장하거나 숙연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장례희망』은 갓생 뒤에 숨겨진 불안을 어루만지면서도, 어차피 한 번은 갈 여행인데 짐은 좀 가볍게 싸볼까라고 툭 던지는 유머와 다정함이 배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우리가 언젠가 다다를 그 마지막 장면으로 산책을 떠나볼까요.





1부 내 장례식에 놀러 올래요? 파트에서는 저마다 상상하는 각양각색의 장례식 풍경이 펼쳐집니다. 차가운 병원 장례식장의 냄새는 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사과나무 아래를, 누군가는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을 선택합니다. 죽음을 상실이 아닌, 남겨진 이들에게 건네는 아름다움의 전이로 정의합니다. 내가 다 이루지 못한 삶의 광휘를 당신이 대신 누려달라는 청탁, 이보다 세련된 작별 인사가 있을까요?


죽음을 늘 곁에 두고 살았던 이의 고백은 더욱 묵직합니다. 우리는 종이에 손을 베이기 전까지는 종이가 칼보다 날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삽니다. 평온한 일상이라는 종이 장을 넘길 때마다 그 이면의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깨어 있는 삶임을 보여주는 이야기도 만나게 됩니다.


나의 장례식을 상상하는 글에 묻어있는 공통된 정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기억해 주길 바라는지 구체적이고도 유쾌한 희망 사항을 내놓습니다. 장례식은 고인을 박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인의 조각들을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기억을 확인하며 '키득거리는' 축제가 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2부에서는 저자들이 직접 쓴 '나의 부고문'이 이어집니다. <너의 작업실> 문우들이 쓴 부고문에는 성공 대신 성실했던 취향들이 담겨 있습니다. 매일을 웃고 나누며 돌보는 데 집중했던 사람, 혹은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의 홀가분함을 즐겼던 이들의 부고문은 당신이 떠난 뒤, 당신의 직함 말고 무엇이 남길 바라는지를 묻습니다.


누군가는 매일의 일상을 장례식처럼 소중히 대접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매일이 장례식이라는 생각은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오늘이 나의 마지막 연회라면, 우리는 굳이 미워하거나 인색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별의 경험을 통해 죽음의 무게를 배운 이의 문장도 가슴을 저릿하게 만듭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기억을 더듬으며 죽음을 기억의 파편으로 정의합니다. 죽음은 남겨진 이들의 삶 속에 끈질기게 동행하는 슬픔의 군단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슬픔은 우리를 무너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존재의 귀함을 일깨우기 위해 찾아옵니다.


슬픔을 할부로 나눈다는 개념도 재밌습니다.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통증을 생의 긴 시간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갚아나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애도의 본질임을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으로 《울음 영역》이라는 소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죽음은 고통의 끝이 아니라, 비로소 도달한 완전한 자유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행복이라는 단어조차 구속이 될 때, 죽음은 비로소 자유의 다른 이름이 됩니다. 저자들은 죽음을 무작정 찬미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삶의 일부로서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끝에서 누릴 자유를 담담하게 예견할 뿐입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약속합니다. 죽음을 생각했기에 이제는 마음껏 사랑하겠다고요.


『장례희망』은 내 장례식에선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의 노래를 틀어달라거나 내 부고문에는 '고양이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적어달라는 구체적이고 사적인 욕망도 가감 없이 드러냅니다.


나의 장례식은 어떤 풍경이면 좋을지, 나의 부고문은 어떤 문장이 담기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언젠가 다다를 마지막 장면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기고 싶은 고백을 생각해봅니다. 부고문 작성을 통해, 내가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하기도 합니다. 나의 장례식에서 틀고 싶은 노래 리스트 3곡을 먼저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그 노래들이 바로 나의 현재를 정의하는 색깔일지도 모릅니다.


죽음을 일상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유한함이라는 축복을 얻습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라는 한 페이지가 그토록 소중해집니다. <너의 작업실>에서 피어난 온기 어린 대화의 산물 『장례희망』. 그 온기는 읽는 내내 제게도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슬픔 대신, 다시 살아갈 용기와 묘한 안도감을 선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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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철학 - 철학은 언제나 작은 균열로부터 시작된다
강나래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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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인류가 만들어낸 지적인 폭동과 혁명의 현장 『친절한 철학』. 200쪽 남짓한 분량에 마키아벨리부터 비트겐슈타인까지, 하지만 이 책은 무게가 아니라 밀도로 승부합니다. 서울 한성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강나래 저자는 비즈니스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과 고전적 사유의 교차점을 몸소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현실 밀착형 인문학을 펼쳐보입니다.


철학이 안락한 의자 위에서 탄생했다는 생각은 오산입니다. 철학은 언제나 피 냄새 나는 전장과 요동치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호출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 불안정한 이탈리아의 정세 속에서 탄생한 마키아벨리의 냉혹한 리얼리즘을 첫 번째 균열로 보여줍니다. 도덕이라는 허울을 벗겨낸 정치가 얼마나 적나라한 생존 게임인지를요.





루소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는 단순히 다수결이 아니었습니다. 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의지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향하는 의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여론이 일반의지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SNS 여론 정치를 명쾌하게 비판합니다. '좋아요'의 숫자가 정의의 척도가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루소가 경고한 다수결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존 롤스의 공정성 담론까지 연결하며 권력의 구조를 해부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가장 역동적인 임무였음을 짚어줍니다.


경제는 숫자의 영역이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철학적 가치관입니다. 저자는 로크의 사유재산권 개념이 어떻게 근대 자유주의의 뼈대를 세웠는지, 그리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도덕감정이라는 절제 장치를 전제로 했음을 짚어냅니다.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사회 담론도 흥미진진합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최신형 스마트폰에 열광하는 것이 물건의 기능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그 물건이 상징하는 기호를 소비합니다. 저자는 현대의 과시적 소비문화를 보드리야르의 렌즈로 투사하며,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보다 무엇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플렉스(Flex) 문화 이면에 숨겨진 공허한 기호들의 파티를 목격하게 됩니다.


한때 세계의 모든 정답은 신에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그 신의 자리에 '나'를 앉혔습니다. 인류사적 쿠데타로 바라봅니다. 새로운 과학혁명의 기초였고, 근대 민주주의의 토대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개인과 합리성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바탕이 되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마침표를 찍은 인물이 니체입니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을 염세주의적 비탄이 아닌, 새로운 창조를 위한 해방의 종소리로 해석합니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세계에서야말로, 나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질문이 비로소 진지해지고, 그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 자체가 니체가 말한 초인의 길에 들어서는 첫걸음이라고요. 확실한 정답이 사라진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니체는 타인이 정해준 가치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의 입법자가 되라고 말한 겁니다.


과학적 발견은 철학적 사유의 지평을 강제로 확장시켰습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인간을 우주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어냈다면,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을 신의 특별한 창조물에서 우연한 진화의 산물로 내려놓았습니다. 이 과학적 충격이 인간의 실존적 위기를 불러왔음을 주목합니다. 20세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은 우리가 믿어온 견고한 현실마저 확률과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친절한 철학』은 과학이 던진 질문을 철학이 어떻게 수습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지를 추적합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에게 거대한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인간이 저지른 광기 어린 학살 앞에서 철학은 깊은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잿더미 위에서 실존주의라는 가장 뜨거운 언어가 탄생했습니다. 카뮈는 부조리를 끝까지 응시하고, 그 속에서 긍정하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반항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행위만이 아니라, 허무주의에 굴하지 않고 매일의 삶을 이어 가는 행위,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운 존엄을 지켜 내려는 결단이었음을 짚어줍니다.


또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며, 비판적 사고 없이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고합니다. 무기력한 일상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 실존주의는 당신은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구원투수로 다가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시선을 밖이 아닌 안으로 돌립니다. 칸트가 규명한 인간 인식의 틀, 프로이트가 발견한 거대한 무의식의 대륙,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이 천착한 언어의 세계까지. 특히 비트겐슈타인의 대목은 평소 끌렸던 문장,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언어의 한계가 곧 사고의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언어를 새롭게 쓰고, 다른 언어게임을 창조함으로써 다른 세계를 열 수 있다는 희망을 열어준다는 해석이 와닿습니다. 우리가 쓰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곧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의 경계선이라는 지적은, 함부로 말을 내뱉는 시대에 경종을 울립니다.


먼 미래에서 지금 오늘, AI 시대의 철학을 바라본다면 어떤 주제를 다룰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봤습니다. 그 시절 사람들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볼지, 아니면 자신의 확장된 자아로 볼지 치열하게 고민했었지라고 말할까요? 다원적 존재와의 공존을 연습하던 태동기로 기억할까요? 생산성 만능주의에 맞서 인간의 존엄을 수호한 마지막 보루로 평가할까요? 어찌됐든 기술과 공진화하는 법을 처음으로 배운 혼돈의 철학 혹은 적응의 철학으로 정의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강나래 저자의 『친절한 철학』은 철학자들의 족보를 외우는 책이 아닙니다. 그들이 자신의 시대를 지키기 위해 던졌던 치열한 질문들을 오늘날 우리의 고민 위로 소환합니다. SNS 여론, 무분별한 소비, 실존적 불안 등에 대해 질문을 깊게 만들어 철학이 우리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게 돕는 내적인 근력임을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주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균열이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새로운 사유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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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장사 - 대박은 아니어도 폐업은 없다! 사장이 꼭 알아야 할 생존의 룰
박호영 지음 / 라온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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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대박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장님들에게 제발 정신 차리라며 찬물을 끼얹는, 하지만 그 끝엔 확실한 구명보트를 태워주는 실전 지침서 『생존장사』.


박호영 저자는 10년 넘게 현장에서 구르고,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천안 최초의 대기실 있는 중식당을 일궈낸 현장 전사입니다. 월세 걱정에 밤잠 설치던 시절을 지나 앉은뱅이밀 면과 원팩소스라는 시스템 혁신을 이뤄낸 그의 이력을 바탕으로 생존 투쟁기를 펼쳐보입니다.


운이 없어서 망했다고 흔히 변명합니다. 하지만 100만 폐업 시대에 살아남는 단 하나의 방법은 바로 사장의 태도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장사는 운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자의 전장입니다. 저자는 생존 계획서부터 써라고 말합니다. 대박을 꿈꾸는 사업 계획서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내 식당이 숨이 끊어지지 않고 붙어있을지에 대한 치밀한 방어 전략이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공부하는 사장의 개념은 입체적입니다. 책 몇 권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데이터화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실천적 학습을 의미합니다. 입으로만 절박함을 외치는 사장은 결국 정체됩니다. 변화하는 시장의 속도를 사장의 학습 속도가 따라잡지 못할 때, 식당은 서서히 죽어갑니다.


이 장을 읽다 보면 뜨끔해질 사장님들이 많을 겁니다. 공부하지 않는 사장은 고객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과거의 영광에 갇혀 폐업이라는 종착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생존장사』는 장사를 구조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많은 예비 사장이 식당을 창업할 때 매출 - 비용 = 이익으로 계산합니다. 열심히 팔아서 매출을 올리고, 거기에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100만 폐업의 대한민국 외식업이기에 이 공식을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 관습적인 공식을 뒤집으라고 말합니다. 이익을 먼저 확정 짓고, 그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매출 목표와 비용 구조를 끼워 맞추는 역발상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산수입니다.


맛있으면 장사 잘된다는 말은 이제 신화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맛은 기본값일 뿐, 진짜 승부는 경험 설계에서 난다고 합니다. 블루오션이라는 환상에 빠져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가기보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속에서 새로운 대안이 되는 것이 훨씬 영리한 전략이라고 합니다.


식당의 가치란, 꼭 그 식당에서 먹어야 하는 이유라고 짚어줍니다. 이 가치를 만들기 위해 저자는 메뉴를 해체하고, 나열하고, 다시 믹스하라고 조언합니다. 익숙하지만 낯선 상품, 즉 공감대가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는 상품이 줄을 세운다고 합니다.





『생존장사』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가격 전략을 접근합니다. 사장님들은 가격 인상을 두려워하지만, 저자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고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앵커링 효과(기준점 설정)와 디코이 전략(미끼 상품 활용)을 통해 고객이 스스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 등장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지불 고통의 제거입니다. 저자는 회전초밥집에서 접시 색깔별로 가격을 매기는 행위가 고객의 뇌에 어떤 자극을 주는지 분석하며, 어떻게 하면 고객이 돈을 쓰면서도 쾌락을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라고 주문합니다.


리뷰 마케팅에 대해서도 콜라, 사이다 같은 흔한 음료는 피하고, 되도록 고객이 체감하는 혜택이 크다고 느껴지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음료수 한 캔 주는 식의 성의 없는 이벤트가 아니라, 돈가스 정식 업그레이드나 보쌈 제공처럼 고객의 뇌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만한 강력한 혜택을 설계하라는 것입니다. 조건부 보상이 아니라 감동의 설계가 되어야 하며, 고객의 세 번 방문을 유도하는 치밀한 체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살아남으려면 왜 더 좋은가를 설득하고 브랜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브랜딩은 우리 식당이 이 지역에서 이것만큼은 최고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작은 시장 독점 전략입니다.


벤치마킹에 대한 조언도 뼈를 때립니다. 단순히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도둑질이지만, 그 원리를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창조적 진화입니다. 1등 식당의 키워드를 분석하고, 자신의 식당에 최초 혹은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가성비 장사꾼에서 브랜드 사장으로 거듭나는 핵심 경로입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생태계를 다룹니다. 맛집은 숨어있어도 찾아온다는 말은 이제 옛말입니다. 고객은 이제 네이버 플레이스 정보를 보고 식당에 대한 확신을 얻습니다.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리뷰 관리가 안 되어 있다면 검색 창에서 바로 이탈합니다.


저자는 네이버 로직을 쫓기보다 고객의 심리 경로를 쫓으라고 조언합니다. SNS 마케팅 또한 한 가지 플랫폼이라도 제대로 파서 매출과 연결하는 실행력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결국 온라인 마케팅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고객에게 진심을 전달하려는 사장의 태도와 공부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생존장사』는 처절하게 버티고, 냉정하게 계산하며, 압도적으로 실행하여 망하지 않는 법을 알려줍니다. 장사를 노동으로만 인식하던 사장님들에게 경영이라는 전략적 승부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이제는 생존 구조를 만드는 영리한 사장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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