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 - 작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빅트렌드가 되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규태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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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새로워요. 말콤 글래드웰의 대표작 <티핑 포인트>가 새롭게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사회적 유행의 작동 원리를 분석한 이 책은 아이디어, 트렌드, 사회적 행동이 임계점을 넘어서 산불처럼 퍼지는 변화를 사회적 전염의 틀에서 바라봅니다.


유행에 뒤처진 신발이 유행을 좇는 맨해튼 도심의 몇몇 아이들과 디자이너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단 2년 만에 미국의 모든 쇼핑몰로 퍼져나간 까닭, 유령도시가 갑자기 활기를 되찾고 범죄가 급격하게 감소한 까닭... 이처럼 한꺼번에 폭발하는 대유행의 법칙을 <티핑 포인트>에서 알려줍니다.


트렌드의 출현, 범죄의 증가와 감소, 혹은 입소문 현상은 모든 것에서 나타나는 일은 아닙니다. 어떤 건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지만 어떤 건 실패합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있습니다. 유행성 전염병처럼 전파됩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낳고, 급격하게 일어납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어느 결정적 시점을 찾아 나선 말콤 글래드웰. 모든 것이 한순간에 변화할 수 있는 유행의 그 극적인 순간에 붙여진 이름이 바로 티핑 포인트입니다.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아마도 빅트렌드가 되는 법칙이 존재한다면, 의도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고자 하는 데 적용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신드롬을 일으키기 위한 그 법칙만 알면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는 걸까요.


여러 사례를 통해 왜 어떤 아이디어나 행동이나 제품은 유행을 타는데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은지, 긍정적인 유행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의 현재와 닮은 바이러스 전염의 세계에 빗대어 설명하다 보니 더 이해가 잘 되네요.


티핑 포인트에는 세 가지 규칙인 소수의 법칙, 고착성 법칙, 상황의 법칙을 통해 유행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규칙들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 책이 마케팅 고전처럼 여기는 책이면서도 유물이 아닌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이야기라는 건 읽는 내내 수긍할 만한 점이었습니다. 신비로운 영역으로 여겨지는 입소문의 영향력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2000년 원서 출간 당시엔 현재는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이들이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으로 통용되고 있었습니다.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본능적인 재능을 타고난 전형적인 커넥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인을 만드는 목적은 그 사람을 친구로 삼고 싶을지 가늠해보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사람과 의미 있는 접촉을 유지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례에 등장한 커넥터는 약한 유대라고 부르는 우호적이지만 가벼운 사회적 관계를 통달했습니다. 이처럼 유행을 촉발시킬 수 있는 사람, 메신저의 역할에 초점 맞는 법칙이 소수의 법칙입니다. 





유행 전파의 두 번째 원칙은 고착성에 관한 겁니다. 메시지가 잘 퍼지려면 의외로 작고 사소하지만 기억될 만한 것이 필요했습니다. 정보화 시대는 워낙 많은 정보 덕에 오히려 고착성 문제가 꽤나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이니까요.


적절한 상황에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도록 정보를 포장하는 방법에 해당합니다. 아이디어가 기억될 만한 것이어야 하고, 행동에 옮기게 만들어야 하는 일입니다. 성공적인 아이디어들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그 유행이 발생하는 시기와 장소의 상태와 환경에 민감한 유행. 유행 전파의 원칙 세 번째는 상황의 법칙입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이제 다들 익숙할 겁니다.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에서 낙서와의 전쟁부터 치른 뉴욕은 주변 환경의 가장 작은 세부적인 부분들을 손봄으로써 성공을 이뤘습니다.


사회적 유행을 어떻게 시작하고 촉발시킬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주는 책 <티핑 포인트>. 어찌 보면 단순하고 간단한 티핑 포인트이지만 그 미묘한 것을 캐치하는 건 글쎄요. 일상생활에서 특히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들, 상황에선 깔끔하게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니라 세 가지 원칙을 단독 혹은 결합하여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여전히 많은 과제가 있긴 합니다.


전염성 있는 아이디어나 제품, 혁신이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움직이는지, 반대로 무언가가 주류로 진출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본 <티핑 포인트>. 성장은 했더라도 유지는 또 다른 문제이듯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유행의 시작과 끝을 두루 살펴봅니다.


단순히 경제 시장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 문제에도 티핑 포인트는 있습니다. 메시지를 확신시키고 싶다면 어느 지점을 건드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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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모험 - 잃어버린 인류의 희망을 찾아 떠나는 미래 환경 동화
문상온 지음, 박현주 그림 / 썬더키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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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환경 동화책 중에서 미래 식량 관련 주제의 책을 언젠가 한 번 찾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썬더키즈에서 딱 맞는 책이 나와 반갑게 읽었답니다. <노아의 모험>을 읽으며 종자의 중요성과 식용곤충 산업에 대한 지식 정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동화와 지식 정보의 비중이 딱 마음에 들었어요.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는 미래의 지구, 사라진 토종 씨앗을 찾아 나선 노아의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감자 한 개를 얻기 위해 농장을 찾아간 노아는 그곳에서 감자를 훔쳐 달아나는 소녀를 만납니다. 감자 한 개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라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씨앗을 구하기 위해 씨앗 보관소인 시드볼트를 찾아 헤매는 노아는 그곳이 존재하는 곳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못찾고 헤매다 간신히 붉은산에 자리하고 있다는 단서를 얻습니다. 유전자 변형으로 만든 씨앗이 개발되면서 더 이상 씨앗도 저장하지 않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진 시드볼트. 자연에서 사라진 토종 씨앗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그곳으로 가야 하는 노아입니다.


그나저나 감자 한 개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이런 세상이 어떻게 온 걸까요. 농사도 쉽고 영양가 높은 한 가지 품종을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다 보니 한 가지 종류의 씨앗으로만 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토종 씨앗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같은 종자다 보니 병해가 생기자마자 순식간에 번져버렸습니다. 단 한 가지 질병으로 모든 도시의 작물들이 말라 죽는 사태를 겪은 지구. 한 가지 품종만 집중적으로 심으면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노아가 왜 기필코 토종 씨앗을 구하려 드는지, 무사히 시드볼트에 도착할 수 있을지, 토종 씨앗을 구한다 치더라도 자라지 못하는 황폐화된 지구에서 싹을 틔울 수 있을지. 힘겨운 여행이지만 토종 씨앗에 걸린 희망을 함께 응원하며 노아의 모험을 지켜봅니다. 


미래 식량 문제에서 등장하는 주제인 식용 곤충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훌륭한 식용 곤충.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10킬로그램의 사료가 필요하니 육류 소비가 많은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곡물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곡물이 부족해지니 가축도 키울 수 없게 됩니다.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중요한 곤충은 좋은 단백질 공급을 하기에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게 될 분야일 거예요.


<노아의 모험>은 식량 위기에 대한 지식 정보를 꽤 꼼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초등 고학년~중학생 수준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장단점을 살펴보며 긍정적, 부정적 시각을 두루 다룹니다. 기후 영향을 받지 않는 식물 공장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남극 세종 기지에 식물 공장이 설치되어 있다고 해요.


식량 위기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의 기본은 토종 씨앗에 있습니다. 다양한 씨앗을 개발하고 지켜 나가는 게 왜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요즘은 다국적 종묘 회사들의 횡포가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 대표 작물인 청양고추 씨앗도 미국의 종묘 회사에 로열티를 내고 사 오고 있다니. 우리나라는 토종 씨앗의 97퍼센트나 사라졌다고 합니다.


종자 금고라고 불리는 시드볼트는 씨앗의 멸종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재난으로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만든 종자 저장고입니다. 전 세계에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에도 아이와 함께 다녀오고 싶어져 찾아가는 길까지 얼른 찾아봤습니다. 읽는 내내 씨앗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는 고마운 환경동화책입니다.


썬더키즈 미래 환경 동화 시리즈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룬 <붉은 숲의 비밀>에 이어 식량 위기 문제를 다룬 <노아의 모험> 등 앞으로도 기대되는 시리즈입니다. 다음엔 어떤 주제일지 벌써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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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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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곳 없이 깊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모든 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설'이라는 호평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2019 베스트 소설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랑받은 소설이어서 저도 일단 기대치가 높은 상태에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를 충족하는 멋진 소설이었어요.


멸종 위기 조류 전문가로 활동했던 이력의 작가답게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 (Where the Forest Meets the Stars)>는 새 둥지를 연구하는 암 생존자 조를 중심으로 숲속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첫문장


현장에서 연구하는 시즌을 맞이하여 숲속 산장에서 머물며 조류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조. 어느 날 여덟 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맨발로 나타납니다. 인간의 몸을 한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아이는 계속 조의 근처에 머무릅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봐도 귀신같이 눈치채고 도망치기 일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먹이고 재워주게 되는데.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이 몸의 주인은 이미 죽은 아이라며, 돌아갈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게다가 다섯 개의 기적을 보기 전까지 지구에 머물러야 한다니 이것 참 대략 난감할 뿐. 다섯 개의 기적은 자신을 감동시키는 일들이라면 된다고 해요.


아이를 데리고 새 둥지를 관찰하러 나갔다가 아이는 첫 번째 기적을 만나게 됩니다. 유리멧새의 갓 부화한 아기새를 만난 겁니다. 근처 농장에서 사는 게이브의 도움으로 두 번째 기적도 금세 만납니다.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거예요. 아이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들에게 직접 이름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숲과 별이 만날 때>에서는 세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엄마를 암으로 잃고 자신은 암에서 간신히 회복했지만 여성성을 잃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조, 몸에 멍투성이인 채 나타나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며 비밀을 안고 있는 아이 얼사, 신경쇠약으로 학업도 포기할 정도로 불안 증세를 앓고 농장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게이브. 세 사람이 얽히고 설킨 관계를 이루며 몇 주를 보냅니다.


함께 둥지 찾기에 열중하기도 하면서 셋이서 함께하는 생활은 어느새 익숙한 하루하루가 되어 버립니다. 어쩌면 정말 아이는 먼 별에서 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입니다.


얼사가 폭우 속에서 다치는 상황도 겪지만 아이는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다며 세 번째, 네 번째 기적을 만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각 이상으로 서로에게 깊이 빠져드는 걸 경계하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바라봐 주는 사람이 되어줍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을 두려워하던 조와 게이브의 변화 여정은 얼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겠죠. 동정이나 위로보다 더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원하는 마음이라는 걸 담담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여러 난관이 놓여있습니다. 바깥세상과 공존하며 살아야 하는 조의 삶에 게이브가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자신을 외계인이라 말하지만 깊은 비밀을 간직한 얼사는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요. 얼사는 다섯 번째 기적을 만나면 정말 이곳을 떠나는 걸까요.


상실감, 좌절을 안고 포기하듯 감내하며 살아온 그들의 삶은 얼사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변하게 됩니다. 자신도 미처 몰랐던 안전한 둥지를 바라는 희망을 서로가 서로에게서 발견하게 됩니다.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희망고문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의 여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 읽다 보면 저마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소설 <숲과 별이 만날 때>. 힐링 소설이란 진정 이런 소설에게 붙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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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활동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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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미친듯한 스릴감을 안기는 소설을 만났습니다.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액션 묘사도 일품이네요. 전작 <이계리 판타지아>에서는 코지 미스터리와 판타지 공포가 적절히 배합된 한국형 공포를 맛보며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은 속도감까지도 좋아서 시간이 후딱 가버린 기분이었어요.


"네가 죽인 거야?" 전교 1등 김세연이 뒤에서 1등인 '나'에게 한 첫 마디입니다.


천재라고 알려진 김세연과 사고만 치고 다니는 이영의 공통점이라고는 학교의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등굣길에서 맞닥뜨린 담벼락 밑 시체의 목격자가 된 김세연과 이영.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어서 대화할 일 없던 그들은 이렇게 얽힙니다.


이영은 최초 목격자임에도 이 사건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신고도 김세연에게 하라고 넘겼지요. 하지만 겨우 몇 시간 만에 시체와 함께 있던 장면이 찍힌 CCTV 사진이 떡하니 공개되고, 과거 행적이 낱낱이 오픈되어버립니다. 부모 죽인 패륜아라는 오명을 쓴 채 힘든 시간을 보내온 이영. 이번에도 탈탈 털립니다.


도대체 CCTV 사진이 어떻게 공개된 걸까요. 무슨 의도로 자신을 마녀사냥하듯 잡으려는 건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이영은 CCTV 관리자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뭔가 수상하다는 걸 느낍니다. 결국 직접 만나게 되지만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뻔하는 위기에 처하고...


이미 중학생 때 세계 해커 대회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김세연은 CCTV와 그들의 서버까지 해킹하면서 위기에 처한 이영을 도와주지만, 잡힐 놈은 결국 잡힌다는 진리는 이영에게도 해당되나 봅니다. 의문의 집단으로부터 쫓기며 몇 번의 위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영화 골든슬럼버의 긴박감 넘치는 추격신을 연상케 하는 듯한 비주얼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그들은 '선생'이라 부르는 사람이 자신들의 행동을 모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명 '동호회' 회원들이고, 살인을 일삼는 동호회입니다. 정규 교과목 학습 이외의 동아리, 자치회, 연구회 등을 일컫는 과외활동. 소설 <과외활동>에서는 어른들의 부도덕한 과외활동이라고 보면 될까요. 김세연과 이영이 어른들의 위악과 마주하며 상대하는 행동들도 과외활동에 해당될 수 있겠어요.


서로를 회원님이라 부르며 처음에는 약점을 잡혀 마지못해 시키는 일만 하다가 결국 쾌락 살인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의문의 동호회. 별의별 인간들이 다 모여있습니다. 사장, 회사원, 의사, 경찰... 그런데 거리낌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그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선생'의 정체는 더 궁금해집니다.​


디지털 포렌식이 전면에서 활용되어 수많은 CCTV를 통해 상황을 조망하는 해커 김세연의 역할은 무척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김세연은 머리를 쓰는 역이라면, 몸을 쓰는 사람은 이영입니다. 정말 제대로 굴려진 캐릭터입니다. 삼촌의 오토바이를 타고 그 복잡한 서울 도심을 시속 140 킬로로 달린다고 상상하면 말 다 했네요. 수만 가지 위반을 다 하면서 달리는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절로 손에 땀이 납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은 고등학생인데 살인을 저지르는 동호회 회원들의 태도는 미성년자라고 해서 절대 봐주는 법이 없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찔한 공포 스릴러의 맛을 보여줍니다.


분명 글을 읽는데도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다이내믹한 묘사가 탁월한 소설 <과외활동>. 이시우 작가의 글은 <단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에 실린 단편 소설 '이화령'으로 처음 만났었는데 아찔한 스릴감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납니다. 공포물 작가구나 싶었더니 장편 소설 <이계리 판타지아>를 통해 한국형 판타지의 새로운 신세계를 보여줬고, 이번엔 청춘 액션 현대물까지. 다양하게 잘 소화시키는 작가입니다.


재밌는 건 전작과 이번 신작에서 활이라는 아이템이 등장하는데 이시우 작가만의 메타포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다음 작품에 활과 관련한 아이템이 등장 안 하면 은근 서운해질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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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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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뭔가 하고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제대로 된 휴식을 해 본 게 언제인가요? 휴식을 동경하면서도 휴식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는 우리들.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다면, <잘 쉬는 기술>이 알려주는 최고의 휴식 10가지를 살펴보세요. <잘 쉬는 기술>은 135개국 1만 8천여 명이 참여한 휴식 테스트에서 1위에서 10위까지의 휴식 활동을 소개합니다.


생존 압박 스트레스에 많은 이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휴식 좀 할라치면 스마트폰 알림은 어찌나 자주 뜨는지 끊임없는 딴짓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휴식 테스트 순위대로 휴식이라고 여기는 상위 10개 활동을 추려 보여주는 <잘 쉬는 기술>. 목차를 살펴보면 내가 좋아하는 휴식도 있을 테고, 절대 휴식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의외의 휴식도 눈에 띌 겁니다. 사람마다 휴식을 정의 내리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느낄 수 있어요.


누군가는 신체적인 활동을 하는 걸 휴식이라 여기고, 누군가는 머리를 쓰면서도 휴식이라고 느낍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본질은 휴식이란 일과 반대 개념이라는 거죠. 그리고 친구,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 대신 혼자서 하는 활동이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물론 순위권 밖에는 타인과 함께 하는 휴식 활동도 있다고 합니다) 쉰다는 느낌을 주는 휴식. 우리는 타인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기에 주로 혼자서 하는 휴식을 선호합니다.


휴식 테스트 상위 10개 활동은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휴식에 도움 되는지 하나씩 알려주고 있어요. 바보상자로 일컬어지던 텔레비전 시청도 순위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진 해로운 영향에 초점 맞췄다면, 이 책에서는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라고 느낀다는 데 초점 맞춥니다. 연습 따위 필요 없는, 실컷 보기만 하면 되는 행동입니다. 의무도 불안도 느끼지 않는 최고의 진정제가 됩니다. 물론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다는 건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이지만요.


텔레비전 시청만큼이나 의외의 휴식으로 손꼽힌 건 8위 잡념입니다. 집중하거나 몰입하는 식의 생각을 하지는 않고 게으른 잡념 상태도 휴식이 된다는 거죠. 우리 뇌는 휴식을 취한다고 생각할 때에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두서없는 생각은 뇌의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합니다. 잡념이 진행되는 상태대로 내버려 둘 때 오히려 뇌는 스트레스 압박을 받지 않게 됩니다. 다만 잡념의 내용에 따라 나쁜 영향을 끼치니 잡념도 잘~ 해야 할 것 같네요.





노력과 에너지가 들지만 편안한 휴식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산책입니다. 6위 산책과 2위 자연과 더불어 시간 보내는 걸 조합해 녹음이 있는 공원을 산책한다면 최고의 휴식 아닐까요. 산책의 본질적인 행동은 걷기입니다. 걷는 행위가 주는 몰입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걷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게 많죠. 느리게, 자유로운 잡념에 빠지기도 좋은 산책입니다. 대신 자기 수량화를 하지는 말자고 합니다. 만보계를 차고 걸음 수에 집착하면 순수하게 휴식으로서의 걷기의 즐거움을 덜 느끼게 되니까요. 


사실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휴식 1위를 달성하게 됩니다. 1위는 바로 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독서는 꽤 많은 노력을 요하는 활동인데도 독서가 주는 휴식이라니, 책과 친하지 않은 이들이라면 납득할 수 없는 순위이겠지만 <잘 쉬는 기술>에서 독서가 휴식이 되는 과학적 근거를 들려줍니다. 


무엇보다 혼자 하는 활동인데다가 책 읽는 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독서 덕에 내 문제를 뒤로 제쳐두고 자신이 사는 세계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휴식이 되는 경험으로 만드는 독서를 할 때에는 책을 읽는 행위가 휴식이 되는 거죠. 


즐거운 고독도 선택이 아닐 땐 쓸쓸함이 되듯 모든 휴식은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때 진정한 휴식이 된다는 걸 놓치면 안 됩니다. 무엇이건 자신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바로 휴식 아니겠어요? 나에게 맞는 휴식을 죄책감 없이 선택하는 데 도움 주는 책 <잘 쉬는 기술>. 양질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필요한 조언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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