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2 - 폭발과 이행의 시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2
역사돋보기 이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갈등사> 2권에서는 무신정변 이후 멸망까지 약 200년 넘는 역사를 정리합니다. 1권에서 짚어준 폐단이 무신정변으로 이어졌기에 폭발의 시대라 명명합니다.​


한국사에는 두 번의 군부 독재 시대가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고려시대입니다. 무신정변을 겪으며 무려 100년이나 무신정권이 이어졌지만, 아무것도 개선된게 없었습니다. 무신끼리의 권력 쟁탈전이 전부였습니다. 온갖 제도가 붕괴하고, 백성의 삶은 엉망이 됩니다.​


몽골 침략이라는 외부적 충격까지 받으며 결국 무신정권도 무너지고 권문세족으로 다시 되돌아갑니다. 저자는 무신정권의 몰락 과정을 통해 부패한 권력은 어떻게 필연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지 짚어줍니다.





권문세족으로 복고된 시기를 이행의 시기로 명명합니다. 원나라의 부마국이자 복속국으로 원나라 간섭기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몽골의 문화와 생활 양식, 정치적 압박의 강제적 수용이 이뤄진 시기입니다. 원나라 권력에 빌붙은 권문세족에 의해 자칫 원나라로 편입될 뻔하기도 합니다.​


이때 등장한 공민왕은 반원 자주 개혁과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진사대부를 육성하며 고려의 희망이 되려나 싶었는데, 그의 최후는 타락한 군주가 되어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고려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1, 2권으로 고려 건국부터 멸망까지 500년 고려사 흐름을 소설책 읽듯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영 저자의 스토리텔링이 재미있어요. 유튜브 채널 역사돋보기 콘텐츠의 재미를 책에서도 이렇게 펼쳐보이다니 놀랍습니다.


적정 수준으로 흐름을 짚어주는 하~중 난이도의 이해력을 요구하니 고려사 초보자에게 추천합니다. 계속 등장하는 키워드나 기억해야 할 에피소드는 저자가 미리 짚어주니, 주목하게 만드는 센스도 탁월합니다.​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일깨우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역사 속 대부분 왕조와 공동체의 흥망성쇠는 통합-수성-폭발-이행의 시기를 거친다고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느 즈음에 위치해 있을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1 - 통합과 수성의 시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1
역사돋보기 이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KOREA를 쓰면서도 정작 그 유래가 된 고려에 대한 지식은 부족했습니다. 조선보다 고려는 심적으로 멀게 느껴집니다. 수도 개성이 북한이어서 그럴까요. 그나마 요즘 고려 매력에 살포시 빠져들고 있는 중이라 반갑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역사돋보기' 이영 저자가 500년 고려사를 한 방에 정리해주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갈등사>. 다양한 연령대와 지식 수준을 가진 구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컨텐츠를 제작하는 역사돋보기의 퀄리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고려는 왕건이 건국한 918년부터 1392년 멸망까지 약 500년을 이어갔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갈등사>는 고려 정치, 경제, 생활, 풍속, 예술 등 다방면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1권에서 고려 건국부터 문벌 귀족 시대까지 약 200년 세월을 정리합니다. 후삼국이 분열되면서 한반도를 다시 통합한 고려. 태조 왕건에서 고려 거란 전쟁을 끝낸 현종까지 통합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한반도를 통일한 고려 초기에는 물리적 통합과 사회적 통합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했습니다. 저자는 고려 건국 이념이 잘 드러난 <훈요십조>를 후대 고려 왕들이 얼마나 잘 지켜나가는지 살펴보면서 고려사를 접하면 흥미진진할거라고 합니다.


고려 초기 왕권 강화를 위해 피바람이 불기도 했지만 하나씩 개혁이 이뤄집니다. 한국사 최초로 시행된 과거제도는 조선시대까지 거의 천 년 가까이 이어지게 되죠.


그러고 보면 고려사를 가로지르는 사이 저자가 손꼽는 명장면들이 제법 많습니다. 한국사 최고의 명장면이라는 광종의 과거제 시행, 고려사 통틀어 희대의 스캔들로 불리는 천추태후 에피소드, 한국사를 통틀어 가장 훈훈하고 휴머니즘적인 관계 중 하나인 현종과 강감찬. 고려사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국가 질서가 서서히 자리 잡아갈 즈음에 고려 거란 전쟁이 시작됩니다. 1차 전쟁 때는 서희의 담판으로 오히려 영토를 넓혔고, 2차 전쟁 때는 눈물 나는 피난길을 간 현종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3차 전쟁 때는 도망가지않고 철저하게 준비해 치뤄냅니다.


그 유명한 강감찬의 귀주대첩이 3차 전쟁때입니다. 고려 왕 중 가장 뛰어난 명군이라 불리는 현종은 이 위기를 이겨내며 완성된 군주로 거듭납니다.


시스템을 갖추고 나서는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고려 중기는 수성의 시대입니다. 가장 안정기인 문종 시대는 모든 정책과 제도가 꽃 피운 시대입니다.


문화적으로는 고려만의 정체성을 확립했던 시기입니다. 걸작들이 쏟아집니다. 향가, 궁중음악, 고려가요, 서예, 고려 청자 등 문화적 성취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체제로부터 이득을 보는 기득권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변화를 거부하며 고인물이 됩니다. 문벌 귀족의 폐단은 이자겸의 난,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을 초래했고 고려의 기운이 서서히 기울어갑니다.


이영 저자의 스토리텔링 덕분에 헷갈리지 않고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책인데도 소설 읽는 것처럼 잘 읽히더라고요.


적정 수준으로 흐름을 짚어주는 하~중 난이도의 이해력을 요구하니 고려사 초보자에게 추천합니다. 계속 등장하는 키워드나 기억해야 할 에피소드는 저자가 미리 짚어주니, 주목하게 만드는 센스도 탁월합니다.​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일깨우는 알찬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사랑받은 작가는 사생활 면에서 초유의 스캔들, 도박, 스피드광 등 다양한 이슈몰이를 하곤 했습니다.


작가의 특별한 이 취미(?!)들을 작가 본인의 목소리로 들어볼 수 있는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49세에 발표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낸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사진만으로도 느껴지는 다정함,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 느껴집니다. 열아홉 살에 출간한 『슬픔이여 안녕』으로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으며 천재 작가로 등극한 이후 『어떤 미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수많은 소설과 희곡을 발표한 프랑수아즈 사강.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이지만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장인물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습니다.


소담출판사에서 국내 정식 라이선스 계약으로 2009년 완역본으로 출간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은 이 책이 2023년 리커버 개정판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10편의 에세이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열정을 바친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만난 사람들, 심취한 취미생활을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변명도 슬쩍하면서 풀어냅니다. 더불어 그의 작품과 관련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어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더욱 반가울 겁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는 그 시대 유명인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안겨줍니다. 미국 전설적인 흑인 재즈 보컬리스트 빌리 홀리데이와의 인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로지 그의 목소리를 육성으로 듣고 싶어 뉴욕까지 달려갔고, 거기서 300km를 또 달려 코네티컷의 한 클럽에서 매혹적인 재즈를 감상합니다. 이틀 뒤 뉴욕에서도 다시 만나 새벽 내내 그의 음악과 함께 했고, 이후 파리에서도 해후합니다.


하지만 그 시기엔 빌리 홀리데이가 너무나도 힘겨워 보였다고 회상합니다. 뉴욕에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녀의 굴곡 많은 인생을 보게 됩니다.





미국 대표 시인이자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와의 에피소드도 마음을 두드립니다. 어린 나이에 '매혹적인 작은 악마'로 불리며 성공적 데뷔를 한 프랑수아즈 사강은 출판사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했고 한 달 내내 군중이 따라다닐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랑, 소녀, 성에 대한 똑같은 질문을 계속 받고 매일매일이 파티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진맥진해 있던 어느 날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수많은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국 작가 중 한 명이라 언급했던 테네시 윌리엄스의 초대였습니다.


그때의 선하고 따뜻했던 테네시는 이후 점점 미소를 잃어갔고, 그런 테네시의 변화를 목격하는 프랑수아즈 사강은 안타까워합니다. 사강의 삶 역시 테네시를 계승하고 그와 거의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테네시의 인간적인 매력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테네시가 받은 환멸과 아픔을 공감한 프랑수아즈 사강의 이야기가 가슴 아릿합니다.


사람에 대한 연민과 따스함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진 깊은 울림만큼이나 쾌락의 기쁨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 난 기분을 엿볼 수 있는 글도 많습니다.


저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이토록 유쾌한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이름에서 풍기는 뉘앙스로는 고상한 작품을 쓰는 프랑스 문학 작가일 거란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특히 도박의 어떤 점에 그토록 매료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장면은 쩔쩔매며 변명하는 소녀 같은 모습이 오버랩될 만큼 은근 재미있습니다.


스물한 살에 칸의 카지노를 시작으로 카지노 순회를 즐긴 프랑수아즈 사강. 소문과 달리 자신은 전 재산을 탕진하진 않았다며, 게다가 돈을 꽤 잘 따는 편이었다고 넌지시 고백합니다. 그는 어마어마한 금액보다 게임의 빠른 전개를 좋아했습니다.


이런 스피디함은 스피드광의 면모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분명 알지만, 각성과 현기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도취시키는 스피드의 순간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피드를 즐기다가 교통사고가 나기도 했지만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 누구보다 스피드를 사랑했습니다. 도발이나 도전이 아닌, 행복의 도약으로서의 스피드를요.


프랑스 작은 마을 생트로페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글, 시력을 잃은 장 폴 사르트르에게 남긴 애정 어린 편지 등 사강의 다정함을 엿볼 수 있는 글이 가득합니다. 사르트르의 장례식에도 갔던 사강은 그의 목소리, 웃음, 지성, 용기와 선의를 추억합니다.​


자유로운 영혼만큼이나 이슈도 많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강을 만나게 됩니다. 사강이 영향받은 인물, 작품, 경험들 속에서 발견한 열정을 어떻게 살아내는 힘으로 작용했는지 보여주는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입니다.


📚 "나는 지나치게 나 자신으로 강렬하게 살았던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니후와 와무의 풍선 타고 바람 여행 바다숲 놀이터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놀이터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세가와 사토미 작가의 <후니후와 와무의 풍선 타고 바람 여행>은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읽기 독립하는 시기에 보여주면 좋은 어린이책입니다.


그림책과 글책 그 사이쯤 수준인데요. 짧은 이야기 네 편이 한 권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 이런 구성을 우리 아이도 그맘때쯤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코끼리 후니후, 악어 와무는 친구 사이입니다. 바람이 부는 날, 나뭇잎은 빙글빙글 춤추며 멀리 날아갑니다. 후니후는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합니다. 어제는 바람이 풍선을 가져가버렸거든요. 바람이 사는 곳에는 우리한테서 가져간 풍선과 예쁜 나뭇잎이 가득할 거라는 후니후의 상상이 사랑스러워요. 후니후와 와무는 바람이 사는 곳으로 떠납니다. 준비물도 야무지게 챙깁니다. 과연 보물이 가득한 바람이 사는 곳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요?




거울을 보며 자화상을 그리는 후니후. 어렸을 때 자화상 그리기 한 번씩 해보죠? 완성작을 보면 이제 정말 내 얼굴인가 싶은 결과물이 나오지요. 후니후도 실망합니다. 분명 보이는 대로 그렸을 뿐인데! 내 얼굴이 이렇게 생겼다니!!! 하면서 말이죠. 자존감도 낮아집니다. 이때 친구 와무가 이 그림을 보게 되는데요. '나라면 그림을 보고 어떻게 이야기해 줄까?' 싶을 만큼 와무의 평이 대단합니다. 이런 친구라면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요.


비가 와서 집에서 놀던 날. 비가 그칠 때까지 와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는데... 형이랑 누나들은 알에서 제때 깨어 나왔지만 와무는 도통 알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나요? 바깥세상이 궁금하지 않았던 와무는 과연 어떤 일을 계기로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을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함께 놀기로 한 날, 와무를 기다리는 후니후. 풀밭에서 개미, 아기 도마뱀, 무당벌레를 만나며 생긴 에피소드도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가 개미처럼 작은 생물을 마주한다면 후니후처럼 행동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무해한 녀석들!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후니후와 와무는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입니다. 배려할 줄 알고 감동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친구들이에요. 무엇보다 우정을 나눌 친구가 있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세상을 궁금해하면서 하루하루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 부는 날 풍선을 들고 후니후와 와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아이의 상상력을 무궁무진하게 키워줄 재미있는 어린이책 <후니후와 와무의 풍선 타고 바람 여행>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려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으로 충격이 상당했던 피터 스완슨 스릴러 소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죽여 살려 라임까지 딱 맞춘 <살려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그 사이 피터 스완슨 작가 다른 소설도 읽었지만 저는 '죽마사'의 강렬한 느낌이 오래 남더라고요. 기대치가 높아져 후속작에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말이죠.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악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는 악인임에도 연민을 쟁취하는 악인 주인공에 비중을 뒀다면,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서는 전형적인 악인이라고 명명백백하게 판단할 만한 악인의 심리를 드러내는데 좀 더 집중했습니다.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이 이번에도 나옵니다. 전작에서 주인공 악인에게 스토커처럼 집착했던 킴볼 형사가 후속작에서는 사설탐정이 되어 초반부터 비중 있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죽마사' 주인공이었던 릴리도 등장합니다. 릴리의 미래가 궁금했던 독자라면 반갑게 펼쳐들 수 있습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은 조앤이 사설탐정 킴볼을 찾아가 남편 리처드의 불륜 증거를 잡아달라는 의뢰로 시작합니다. 킴볼은 형사가 되기 전 영어교사로 1년간 조앤과 사제지간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내 총기 사건 충격으로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형사가 되었던 킴볼. 그러다 '죽마사' 릴리 사건 때문에 경찰 옷을 벗고 사설탐정으로 일하게 된 겁니다.


소설은 조앤이 의뢰한 일을 파헤치는 킴볼의 현재 상황과 조앤과 리처드의 학창 시절 상황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 초반 과정이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조앤과 리처드가 깜찍한 일을 벌이더라고요? 그 시절 눈엣가시였던 리처드의 사촌 형 죽음에 이들이 어떻게 관련되는지 펼쳐집니다.





세월이 흘러 조앤은 남편 리처드와 남편의 애인을 처리하고 싶어 합니다. 조앤은 그 많은 사설탐정 중 왜 굳이 킴볼 선생님을 찾아갔는지, 킴볼은 교사 시절의 과거를 떠올리며 감정이 복잡해집니다.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탁월한 피터 스완슨 작가입니다. 단순 줄거리만 나열해 보면 엄청 놀라운 스토리는 아니지만, 독자에게 공개하는 스토리 배치 순서가 대박입니다. 독자도 깜빡 속아넘어가고, 드디어 이해될 시점에 아하! 감탄사 터져 나오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피터 스완슨 작가의 소설은 도덕심을 건드립니다. 상상의 세계로 끝냈던 내면의 악을 들춥니다. 등장인물들은 범죄를 정당화하려 듭니다.


죽여 살려? 할만한 그 경계선에 걸쳐 있는 지점을 잘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심란하게 만듭니다. 이번엔 살려 마땅한 사람은 아닌 상황을 보여주며 독자의 감정을 묻고 있습니다.


'죽마사'에서 릴리는 착한 살인이라는 정당화를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킴볼은 그 지점에서 연민을 느끼고 구원해 주고 싶다며 오지랖을 부렸습니다. <살려 마땅한 사람들>에서도 악인을 처리하는 이가 악인입니다. 하지만 악의 무게를 차별화하고 있어 이렇게 또 다른 스토리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쁜 인간 대 착한 인간이라는 대립 구조가 아니라 악을 이기는 악이라니. 착한 살인이란 있을 수 없고 어떤 이유든 범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회 질서에 슬쩍 균열을 내고 있습니다.


소설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악의 평범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킴볼은 촉이 너무 좋고, 릴리는 여전히 시크하고, 조앤은 재수 없고, 리처드는... 정말 리처드는... 놀랍습니다. 단조롭지 않도록 세 가지 사건이 얽히며 악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살려 마땅한 사람들>.


조앤과 리처드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방향이 달라져 저는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릴리를 응원하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운 결말일 테고, 저처럼 조앤과 리처드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면 조금은 서운할지도요. 조앤과 리처드에 집중하게 한 것 역시 작가의 의도였겠지요.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가진 비밀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